〈 120화 〉 120 소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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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평가가 끝난 후, 다들 순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이다은과 윤서아의 이름이었다.
윤서아의 경우는 협동력이 떨어지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협조 점수가 떨어지긴 했지만 당당하게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파티원들의 의지 없는 모습이나, 그런 상황에서도 파티원들을 계속 보호하며 진행 한 점에서 감점을 줄일 수 있었다.
그 왜의 외적인 부분에서는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최고점을 받았다.
이다은의 경우는 반대로 협동하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녀의 평소 모습을 지켜보던 교관들은, 그녀가 얼마나 파괴적인 공격이 가능한지 알고 있었으나, 파티원들을 위해 조절하는 모습이나, 파티원들을 보조하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마력 감지를 통해 길을 찾는 모습과 적극적으로 나서서 적을 처리하는 모습, 그리고 빠른 클리어 타임 덕분에 그녀 역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클리어 시간으로 두 명의 이름이 당당하게 1등 2등을 하고 있으니 대단하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만 빨랐으면 네가 이겼을 건데. 저 윤서아는 이겼어야지.”
“수아야.. 너 서아랑 같은 팀인 건 알고 있지?”
이다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윤서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윤서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실 사고만 없었어도 자신이 이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다은이었지만, 그 덕분에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이다은과 김시우가 조난을 하긴 했으나, 아카데미에서 워낙 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연히 그런 일을 모르는 정수아는 이다은에게 와서 아쉽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져도 괜찮아. 너는 맨날 2등만 하니까 그러지.”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리는 정수아를 보고 이다은은 미소 지었다.
자신을 걱정해 주는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와는 반대로 정수아는 그런 이다은을 보며 화가 났다.
키도 작고, 성격도 나빠 보이는 녀석에게 자신의 소중한 친구가 매번 지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녀석 마음에 안 들어.”
“너무 그러지 마. 서아도 얼마나 착한 애인데.”
“몰라. 짜증 나… 다은아 혹시 스타일 바꿨어? 평소하고 좀 달라진 거 같은데.”
“응? 그냥 평소랑 똑같이 하고 왔는데..?”
정수아는 윤서아를 확인했다. 평소에는 한 듯 안 한 듯 아주 가벼운 정도로만 꾸미고 다니는 게 이다은이었다.
본판의 얼굴이 워낙 좋아서 화장을 하지 않고 다녀도 평범한 여자애들은 옆에 서지도 못하는 외모였지만 오늘은 뭔가 달라 보였다.
과한 느낌으로 화장한 것도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성숙한 느낌이 나는 게 평소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다.
“호..혹시 이상해?”
“아니 잘 어울리니까 걱정하지 마.”
정수아는 갑자기 스타일을 바꾼 이다은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본 그녀의 입장에서, 이다은이 강주원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했었다.
강주원 정도면 나쁜 인간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다은이 훨씬 더 아깝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문밖에서 강주원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둘 다 안녕?”
강주원은 이다은의 파트너였기에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옆자리에 앉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이다은의 파트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하고 강주원의 반응을 살폈다.
눈치가 없는 게 아니면 이다은이 꾸미고 왔다는 건 알고 있겠지.
조금 짜증 나긴 하지만, 다은이가 좋아 하는데 자신이 어쩌겠는가.
“다은아. 평소하고 좀 달라 보이는 거 같네?”
“아.. 응? 나 진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아니 잘 어울려.”
“막 이상하거나 그러지는 않지?”
“응.”
강주원의 말에 다은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달라진 화장이 더해져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다은이가 조금 달라진 거 같은데..’
정수아는 둘의 대화를 옆에서 들으며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다은의 태도가 달라져 있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들지는 않지만, 그녀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알 수 없는 느낌에 그녀가 의문을 가지던 중에, 밖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갑자기 외모가 엄청나게 달라지며, 요즘 주변에서 저 녀석 이야기로 시끄러울 정도였다.
최근에는 강주원과 비교 대상에서 순위가 더 높아 지면서 저 녀석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늘지 않았던가.
둘 다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강주원을 더 밀어주는 편이었다.
솔직히 둘의 외모를 비교한다면, 둘 다 비슷했다.
‘저..저녀석이 조금 더 잘 생겼나?.. 아씨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어~ 시우야~”
‘?’
김시우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이다은은 어딘지 모르게 빛이 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분명 똑같은 표정의 미소인데, 어딘지 모르게 더 이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뭐지?’
정수아는 자신이 착각한 건 아닐까 하고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
“민지랑 시우야~ 순위권 올라간 거 축하해!”
이다은은 강민지와 김시우에게 다가가서 살가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다은아 축하 해줘서 고마워~”
“고마워 다은아.”
“맞다 민지야~ 혹시 이거 써본 적 있어?”
“응..? 어떤 거 말하는 거야?”
이다은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강민지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간단한 간식거리부터 민지가 평소에 쓰는 화장품 등, 적극적인 자세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민지도 시우랑 사귀고 있다고 했었지?’
그때 동굴에서 강민지와의 관계를 들었던 그녀는 강민지와 친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끄럽지만, 자신이 좋다고 김시우에게 달려들지 않았던가.
그녀는 사실 강민지와 보통 사이가 아닌 걸 대충 눈치채고 있었음에도 모른척했다는 사실에 조금 죄책감이 있기도 했다.
‘그걸 떠나서.. 민지도 좋아.’
죄책감 때문은 아니고, 시우의 여자라고 하니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남을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강민지를 챙겨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었다.
강민지와 대화를 나누던 그녀는 고개를 돌리다가 김시우와 눈을 마주쳤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말도 안 되는 외모의 소유자,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체온이 확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탄탄한 복근과 팔뚝, 조각처럼 완벽한 몸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자신의 안쪽으로 들어왔던 그 커다랗고 뜨거운 물건은 어떠한가.
‘나..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때의 기억을 잊으려 하는 순간 김시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아래쪽이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얼굴을 따지는 건 아니지만, 저 외모에 저런 미소는 반칙이 아닌가.
“다은아 괜찮아? 이마에서 열나는 것 같은데..”
“아! 민지야 괜찮아! 그..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래!”
“다은아 괜찮아?”
목소리는 어떠한가, 여심을 훔치는 중저음 목소리까지 가지고 있었다.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었다.
‘후우.. 진정하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면 끝날 일이다.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괘..괘차나아.”
망했다. 그날의 일이 떠오르는데 어떻게 멀쩡한 척하겠는가.
이다은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계속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불만족스러워 보이는 윤서아가 보였다.
‘왜 그러지?’
그러고 보면 서아가 김시우를 대하는 태도가 신경 쓰였다.
처음에는 친구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경험을 한 뒤라서 그런가?
단순히 평범한 친구라서 보이는 태도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설마 서아도?’
시우 정도 되는 남자라면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긴 해도 서아같이 무뚝뚝한 아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이 들자, 서아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다은이었다.
*
쉬는 시간.
단둘이 자주 가던 창고에, 윤서아는 당연하다는 듯 김시우의 품에 안겨 있었다. 언제나 처럼 진득한 키스가 끝난뒤 말없이 김시우의 얼굴을쳐다보고 있었다.
“…”
“서아야 왜 그래?”
김시우의 품에 안겨있던 윤서아는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변에 적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으나 그녀의 직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이다은의 태도가 평소와는 다르지 않았던가.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으나, 분명 달랐다.
그게 눈에 들어오고부터는 계속 신경 쓰이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동안 수련을 얼마나 열심히 한 건지, 고운 얼굴에 비해 거칠고 투박한 손이었으나.
그 손길은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했다.
부드러운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에 김시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으..으흐..읏..”
품에 안기자 당연하다는 듯 목덜미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손길로 목덜미를 쓰다듬어지고 있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어딘지 모르게 간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몸에 열기가 차오르는 듯했다.
나른하면서도 이유 모를 쾌감에 눈을 감고 얼굴을 비볐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
“몰라..흐..으읏..”
단단한 몸, 코를 자극하는 향기, 그리고 자신과는 다른 따스한 체온을 느끼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중독될 것 같은 체향을 맡다 보면 별거 없는 손짓에도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또 야..’
이렇게 김시우의 품에 안겨있다 보면 자꾸만 아랫배 쪽이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아래쪽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딱딱한 무언가.
본인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김시우라면 괜찮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무섭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망설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도 모르게 불안감이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김시우의 존재가, 자신에게 있어서 너무 커다랗게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괜찮은 거 맞지?”
애정 넘치는 목소리와 손길을 느끼고 있을 때면, 가장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기에 놓치고 싶지 않다.
“시우야..”
“응?”
“이번 주말에.. 시간 괜찮아..?”
“주말에?”
“응..”
“음, 괜찮을 것 같은데 왜?”
“나.. 소원 쓸 거야..”
“소원?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비밀이야….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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