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19화 (119/235)

〈 119화 〉 119 소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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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긴 아프네.”

사령 술사가 마지막으로 터트린 시체 폭탄 때문에 몸 일부가 날아갔을 때 느꼈던 그 감각에 잠깐 몸이 휘청거렸다.

새삼 고통 내성 스킬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팔다리나, 신체의 반쪽이 날아가는 그 감각은 역시 버티기 힘든 고통이었다.

고통 내성이 없을 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꽤 후유증을 겪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이쪽으로는 전문가라 할 수 있었다.

‘폭탄도 이쪽이 더 전문가지.’

실수로 알림이 있는 버전을 챙긴 탓에 처음에는 당황하긴 했다.

몬스터 용으로 만들어진 폭탄이라 소리는 어쩔 수 없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드는 습성을 역이용한 폭탄이니 요란한 알림음은 필수였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할 때는 알림음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놈도 이상함을 느끼고 방어막을 쓰려 했지만 통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건 그렇고 둘 다 살아남겠지?’

전부는 아니지만, 기동력이 빠른 추격자는 쓰러트린 상황이고, 말까지 남아 있으니 아마 둘은 무사히 도착하지 않을까 싶다.

나름 괜찮은 사람들 같던데, 무사히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같은 처지에 있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남 같지가 않아서 말이다.

“시우님 괜찮으신가요?”

“괜찮아. 이런 건 익숙하거든.”

“그..그런 게 익숙하신가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프레이야가 눈에 들어왔다.

표정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빈말로 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잠깐 도와주러 온 사람일 뿐인데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생각보다 괜찮은 여신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러니까 이 세계를 포기하지 않는 거겠지.

‘마키나도 그런가?’

[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워하기는.’

잠깐 앉아서 쉬고 있는 사이 프레이야가 주변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둘은 어떻게 됐어?”

“말을 타고 이동 중이에요. 이 정도면 교단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관찰자의 능력이 있는지 프레이야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무사히 갈 수 있다는 말은, 임무 성공인가?

“보상은 마키나 님을 통해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시우님!! 혹시 원하시는 게 있나요?”

“원하는 거라..”

이번 임무에서 둘을 도와주면서 나름대로 얻은 게 있었다. 검술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고, 아리아에게 마나심법의 기초적인 부분도 익힐 수 있었다.

굳이 보상이 없어도 이미 많은 걸 얻긴 했지만, 딱 하나 생각나는 게 있기는 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글자들이 너무 낯이 익었다. 처음 오는 세계의 글자가 왜 낯이 익을까 생각해 봤는데, 이미 본적이 있는 글자였다.

최태수가 건네준 책에 쓴 글자하고 똑같은 글자로 되어 있었으니까.

만약 여기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면, 그걸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레넨 제국어를 배울 수 있나?”

“제국어 말씀이신가요? 저희 세계에서만 사용되는 언어라서 크게 쓸모는 없으실 건데….”

“쓸 곳이 있거든.”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바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엘레넨 제국어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

“오, 이렇게 바로?”

여신은 여신인가, 다른 스킬을 얻는 것처럼 쉽게 제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

언어는 비용이 낮아서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꽤 많은 수확이 있었다. 나는 프레이야와 헤어지고 본래의 세계로 돌아갔다.

잠깐이긴 해도 몇 시간이 지난 상황인데, 현실의 시각은 그대로였다. 내 품에 안겨 있는 민지가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진짜 순식간이네.”

[ 숙련도에 의해 ‘엘레넨 제국 검술’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엘레넨 제국 검술이 MASTER로 변경되었습니다. ]

[ 숙련도에 의해 ‘마나 기초 심법’이 생성되었습니다. ]

[ 숙련도에 의해 ‘오러’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마나 기초 심법 : LV 1

엘레넨 제국의 병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초적인 심법입니다.

명상을 통해 마나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며, 지속해서 사용할 경우 마력 수치가 증가합니다. ]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잔뜩 기대심을 품고 최태수에게 받았던 책을 펼쳤다.

[ 엘레넨가 비전 검술서 ]

“비전 검술?”

[ 요구조건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

[ 엘레넨 제국 검술 MASTER / 달성 ]

[ 마나 기초 심법 MASTER / 미달성 ]

[ 오러 MASTER / 미달성 ]

엘레넨 제국 검술은 엘레넨 가 비전 검술의 하위 버전이었다.

핵심적인 기술을 빼고 범용성을 높여 병사들을 훈련하기 위해 만든 검법, 진짜는 이 비전 검술인 모양이다.

아직은 배울 수 없긴 하지만 벌써 기대감이 커지는 느낌이다.

‘얼마나 강하려나?’

*

“흐으음~”

“왜 그랬어요…?”

윤서아는 오랜만에 집에 있는 자기 어머니 윤승아를 노려보았다.

매일 길드 일로 바쁘므로 집에서 얼굴 보기가 힘든 윤승아는 오랜만에 휴가를 즐기려는 듯 소파에 앉아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저 외모를 보고 누가 윤서아의 어머니라고 생각할까, 윤서아보다 더 어려 보이는 외모를 하는 윤승아는 윤서아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왠지 놀리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미소에 윤서아는 더 표정을 구겼다.

“나는 서아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네?”

“놀이동산에서.. 왜 세아라고 했어요…?”

윤승아는 자기 딸을 놀리는 걸 좋아했다. 평소에는 워낙 표정 변화가 없다 보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른 표정을 보기 힘들었다.

“응? 세아는 모르겠어요~ 그냥 시우 오라버니랑 놀고 싶어서?”

“엄마!!”

윤승아는 서아의 고함에 피식 미소를 터트렸다. 고유 능력을 들었을 때 잠깐 관심이 가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게 김시우였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본인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법이었다.

힘이 좋고 근육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싸움을 잘하는 게 아닌 것처럼, 실전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이다.

‘그 영감도 데릴사위로 들여서 제자로 삼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릴 했지?’

최태수는 절대 빈말로라도 그런 말을 할 인간이 아니었다. 저번에 대련하러 갔다 오더니 김시우가 진심으로 맘에 들었는지 제자로 삼고 싶어서 했다.

거기다 최근에 순위도 확 상승한 걸 보면, 그동안 잠들어 있던 잠재력이 폭발하는 모양이다.

최고치가 어디일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 수준이면 충분히 눈여겨볼 만한 생도였다.

거기다 외모도 나쁘지 않고, 앞으로 가 기대되는 인간이지만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서아가 그 녀석을 좋아하나?’

김시우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화들짝 놀라는 게 평소의 윤서아와는 아주 딴판이었다.

거기가 최근 묘하게 지출이 늘어났다는 것도 걸렸다.

윤승아는 그 모습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사람에 관심이 없는 윤서아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건 엄마로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인간이라는 게 사회적인 동물인데 평생 혼자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아무리 강한 힘과 재력이 있다 한들, 평생을 혼자서 살아야 한다면 누가 버틸 수 있을까.

새로운 친구가 생긴 건 그녀의 입장으로는 정말 다행인 일이지만, 윤서아의 반응을 볼 때 단순한 친구로 생각하는 건 아닌 그것처럼 보였다.

그녀로서는 솔직히 달갑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서아가 이상한 놈에게 잘못 걸렸다가 해라도 입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여자든 남자든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법이다.

‘흠… 윤아의 딸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날 놀이동산에 본 둘의 모습은 보통 사이가 아닌 것 처럼 보였다.

자신이 서아와 함께 앞에 있었다고는 하나, 그녀의 수준에서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었다.

강민지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연인, 아니면 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최윤아의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자신의 딸도 좋아하고 있다?

벌써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윤승아는 최윤아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과부가 된 것도 자신의 길드에서 일하다 생긴 사고 때문에 아닌가.

말 그대로 사고가 일어났을 뿐이지만, 홀몸으로 두 딸아이를 키우는 걸 보고 있으면 얼마나 미안하던가.

최근에 만났을 때 민지가 남자 혐오증이 있는 것 같다고 푸념하듯 이야기 했던 게 떠올랐다. 그게 해결된 것 같아 다행이긴 하지만, 그 상대가 문제였다.

‘둘 다 김시우를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지….’

김시우가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깨끗한 편에 속했다.

최근에는 능력이 꽃을 피우면서 빠르게 성장하기도 하고, 외모도 자신이 홀릴 정도로, 아니 그냥 준수한 게 나쁘지는 않았다.

문제는 강민지와 연인 사이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우리 서아가 떨어지지는 않는데’

솔직히 남자 헌터의 숫자가 적다 보니, 뒤에서 몰래 일부다처제를 하는 경우가 흔하긴 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뭐가 부족해서 그런단 말인가?

'그렇다고 괜찮은 놈인지도 모르겠고….'

윤승아는 복잡한 마음에 한숨을 깊게 쉬었다.

"역시 만나봐야 하나?"

"누굴 만나요…?"

"시우 오라버니?"

"나잇값 좀 하세요…!"

윤서아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던 윤승아 는 것으로는 괜찮은 표정을 하며 속으로 쓰게 웃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건 윤서아도 마찬가지였다.

'시우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

강민지까지는 괜찮았다.

조금 질투가 나긴 했지만, 자신과 친해지기 전부터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었고, 자신에게도 잘 대해주니 말이다.

강민지까지는 괜찮았는데, 최근에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김시우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김시우가 친절한 표정으로 웃으며 다른 이들을 상대해 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좋은 감정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최근에는 다은이까지..'

자신은 같은 팀이 아니라 최근에는 훈련도 같이 못 하고 있는데, 이다은은 어느새 김시우와 가까워져 있었다.

그럴 리는 없지만, 왠지 자신보다 더 사이가 가까워 보였다.

그런 자신의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다은은 항상 웃으며 자신을 챙겨줄 뿐이었다.

'짜증 나..'

그러다 문득 윤서아는 이번 평가에서 김시우와 했던 내기가 생각났다.

평가전에서 순위가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

윤서아는 소원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보, 서아야 왜 그렇게 표정을 찌푸리고 있어?"

윤승아의 남편은 그 모습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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