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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17화 (117/235)

〈 117화 〉 117 차원 지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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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이지만 아리아에게 마나 호흡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늦게 시작할수록 마나를 느끼기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이미 마력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금세 감을 잡았다.

물론 그 짧은 시간 안에 실제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기는 힘들긴 했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잭슨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리아는 조금만 더 빨리 자신을 만났다면 좋았을 거라며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이쪽으로 가면 되는 건가?"

"내 조심하세요. 누나."

경비병으로 일하면서 일종의 개구멍 같은 통로를 발견해서 두 명을 데리고 왔다.

놈들이 오기 전에 도망치면 싸우지 않고 지원 임무를 클리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움직이는 중이다.

빈민가라고 불리는 장소의 안쪽에 있는 장소다 보니 거리에는 불쾌한 기운이 가득했다.

마을의 규모가 큰 만큼 마을 한 편에는 이런 장소들이 없을 수는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부랑자부터, 섬뜩한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보는 인간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저 녀석 중에서 달려드는 인간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리아가 조용히 살기를 보이자 알아서 자리를 피했다.

이런 곳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게 일종의 생존 수칙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꼭 주제 파악을 못 하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하긴 아리아나 아델라가 입고 있는 로브는 겉으로 보기에도 꽤 값이 비싸 보였으니, 한 번만 성공해도 된다는 생각인가?

"어이, 거기 3마리"

대머리에 우락부락한 몸, 거기에 눈가에 흉터까지 있는 우리를 불러 세웠다.

"우리 말인가?"

"그래, 이런 곳에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된다는 거 몰라?"

녀석은 킥킥거리며 짧은 단도를 위로 던졌다가 받는 행위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런 녀석을 주변으로 비슷해 보이는 복장을 한 인간들이 우리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여기는 경비대도 함부로 안 들어 오는 곳이야. 도와달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안 올걸?"

우락부락한 남자는 뱀처럼 긴 혀로 단검의 날을 핥기 시작했다.

저런 얼굴이라서 그런지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꽤 무서운 분위기를 풍겨오긴 했지만, 나나 아리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리아.."

이런 쪽으로는 내성이 없는지 아델라가 몸을 떨며 아리아에게 바싹 달라 붙었다.

뭘 믿고 이렇게 덤벼드는가 봤더니, 이쪽을 포위할 만큼 숫자가 많았다.

"괜찮습니다. 별 볼 일 없는 녀석들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리아가 가볍게 몸을 풀며 대답했다.

"하? 여자가 이런 곳에 함부로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마."

"이런 일을 자주 하는가?"

너무 침착한 대응에 남자가 살짝 당황한듯했으나 다시 단검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잭슨, 너는 그래도 일면식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봐주마."

"아는 사람인가?"

"모르겠는데요…."

나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뭐 잭슨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았으면 얼굴 정도는 본적이 있을 거다.

경비대에서 일했으니 몇 번쯤은 부딪쳤겠지.

"대머리 아저씨들, 다치지 말고 그냥 가세요."

"뭐? 이 새끼가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구나! 애들이 쳐라!!"

대머리가 명령을 내리는 순간과 동시에 사람 한 명이 번쩍하더니 나무 상자가 쌓여 있는 곳에 처박혔다.

"어?"

대머리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아리아가 날뛰기 시작했다.

아리아는 기사다. 칼을 쓰는 거로 먹고사는 인간이었다.

현실에서도 싸움 좀 한다는 놈들이 프로 파이터에게 달려들었다가 쪽도 못 쓰고 처맞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는 마나까지 더해져 그냥 탈 인간급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뒷골목에서 놀던 인간들이 저런 괴물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쪽수가 많으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최태수와 싸워본 경험으로는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불가능이다.

아리아가 앞쪽에 한눈 팔린 사이 우리를 인질이라도 잡으려고 달려들었다.

"저..저녀석들을 잡아!"

"저 여자라도!!"

"이런!"

그걸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나도 칼을 뽑아 가장 앞에 있던 녀석의 어깨에 칼침을 놓아주었다.

내 실력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금세 꼬리를 말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 틈에 아리아가 달려들어 놈들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시원한 소리와 함께 벽에 처박히는 녀석들은 어딘가 부러졌는지 곡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경비대를 상대할 때는 그래도 좀 봐주는 느낌이었는데, 이런 놈들은 봐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자..잘못했습니다! 기사님!"

다른 애들이 다 쓰러지자 대머리가 몸을 납작하게 숙였다.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그것이.."

대머리는 몸을 납작하게 숙인 상태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 손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게 아직 포기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 년이! 뒷골목의 싸움은 다르다고!!"

아리아의 얼굴을 노리고 흙먼지를 뿌려버렸다. 나는 그녀를 도우려고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대머리가 아리아에게 다가가는 순간, 다른 놈들처럼 날아가 어딘가에 처박혀 버렸으니까.

"내가 너희 같은 놈들은 한두 명 상대해보는 줄 아는가. 이런 건 너무 뻔하지."

과연 인간 병기답게 20명은 넘어 보이는 인간들을 쓰러트리고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래 아가씨를 지켜줘서 고맙구나! 잭슨."

"아니에요. 누나."

녀석들 때문에 너무 시선을 끌어 버렸다.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본래 목적지였던 개구멍으로 향했다.

*

"아리아 님이 이런 곳으로 나올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미 기다리고 있었나?"

개구멍 밖으로 나오는 순간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불길한 분위기 풍기는 놈들은 내가 잘 아는 놈들이었다.

'영천교. 뒤늦게 온줄 알았더니 이미 와있었나?'

나는 말 없이 영천교의 전력들을 확인했다. 이전 회차에서 싸웠던 상황과 비교한다면 그 숫자가 적어 보였다.

흔히 별동대라고 부르는 소규모 부대가 먼저 추격해본 느낌이었다.

아델라가 잠도 못 자고 계속해서 도망친 수준이니 상대방도 쉽게 따라오지는 못했을 거다.

"미안하게 되었구나 잭슨..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괜찮아요. 누나. 그런 표정 짓지 말고 전투에 집중하세요."

아리아는 평범한 내가 전투에 끼어들게 돼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 들어온 이유는 이 두 명을 살리기 위해서다. 일부러 찾아왔는데 미안해할 필요는 없었다.

"아리아. 칼을 내려놓아라."

"윌리엄님?!"

아리아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심하게 놀란 모양이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게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럴 만한 사람이었으니까.

"아..아버지?"

아델라도 아리아와 마찬가지의 반응이었다.

고급스러운 의상과 인자한 말투,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카리스마가 있는 남자였다.

"쓸데없는 일은 그만하고 이제 돌아가자꾸나."

그의 정체는 아델라의 아버지, 영지가 불타고 영지민들이 모두 죽었다고 들었으나, 윌리엄은 멀쩡해 보였다.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만 빼면 멀쩡해 보이지."

고급스런 의상과 향수를 잔뜩 뿌렸으나, 그 특유의 불쾌한 냄새는 가릴 수 없었다.

헌터로 일하다 보면 몬스터의 사체를 보는 일이 많다.

아직은 견습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본건 아니지만 한번 몬스터가 시체가 썩은걸 본적이 있었다.

부패한 몬스터와 같은 냄새를 풍겨오고 있었다.

윌리엄의 인자한 목소리와 미소에 아리아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윌리엄 님도 저희 영생교에 들어오시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두 분도 그만하시지요."

"그럴 리 없다. 윌리엄 님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아 드리셨을 리가.."

"너희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단다…. 미안하다."

"윌리엄님..."

"아리아.. 아버지가.. 아버지가.."

나는 두 명이 더 속기 전에 앞으로 달려가 검으로 윌리엄의 목을 쳐버렸다.

"아버지?!!!"

"잭슨!! 이게 무슨!!"

놀란 두 명이 나에게 달려들 것 같은 자세를 취했으나, 잘려나간 머리가 앵무새처럼 말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고는 멈춰섰다.

"영생교로 들어오렴…. 여기는 가장 완벽…."

윌리엄의 머리는 생전의 그의 표정을 연기하며 말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아델라는 거의 공황 상태가 되었고, 아리아는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속지 마세요.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하니까."

놈들의 정체는 강렬 술사, 혹시 사령 술사라 불리는 인간이었다. 금단의 마법을 통해 언데드를 다루는 인간들이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몰라도, 이 세계의 사령 술사들은 모두 박멸해야 하는 해충들이었다.

"그럴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도 감이 죽은 모양이구나. 고맙다 잭슨."

"아쉽네요. 거의 넘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뒤에서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남자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뒤쪽에서 말을 타고 있던 기사들이 내려오며 전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저놈들은 평범한 인간들이 아닌, 아리아와 같은 기사였다.

우리 전력은 비전투원 아델라와 마나도 못 쓰는 나, 그리고 기사 아리아 한 명뿐 이다.

그에 비해 상대의 전력은 갑옷을 입은 7명의 기사와 사령 술사 하나.

압도적으로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다.

그동안 싸웠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게 7명의 기사는 제대로 된 방진을 구축하며 아리아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코를 자극하는 쇳내와 시체 썩는 냄새에 점점 피가 끌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전 회차에서 아리아랑 싸우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누웠었지.

솔직히 좀 화가 나긴 했다. 질 때는 지더라도 시도해 봐야 속이 후련한 법 아니겠는가.

"잭슨? 내가 시선을 끌 테니 아가씨를 데리고 프레이야 교단으로 가줄 수 있겠나?"

아리아는 이미 패색이 짙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어떻게든 아델라라도 살리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도망칠 생각이 없어 아리아의 부탁을 거절했다.

"아뇨."

"그런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했군. 너라도 도망.."

아리아는 내 거절에도 크게 화내지 않고 나라도 살아남으라는 듯 말했다.

이게 진짜 기사란 걸까.

벌써 남을 위해 희생하려는 모습이 멋져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이길 생각을 해야지, 싸우기도 전에 질 생각부터 하면 안 되는 법이다.

나는 아리아의 앞으로 검을 들고 걸어갔다.

"잭슨?"

"싸워서 이겨야지 뭘 질 생각부터 하고 있어?"

나도 이전 회차 와는 다르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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