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115 차원 지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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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석에서 아리아를 도와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체 그녀의 검술을 감상했다.
검을 휘두를 때 어떻게 손목과 팔의 움직임, 그리고 허리와 어깨, 그리고 다리와 발목의 움직임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움직임을 하던, 전신이 동시에 움직여야 그 위력이 강해지는 법이다. 그녀의 움직임은 그 어떤 부분도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였다.
‘수준 차이가 너무 나서, 본 실력을 보기는 힘들겠는데.’
경비병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그녀를 이기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경비병들이 약한 탓에 그녀도 대단한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지금까지의 움직임을 볼 때에는 그녀와 내 검술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와 내 체형 차이 때문에 살짝 다른 부분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하고 본다면 비슷한 움직임이었다.
창이 잘려 나가면서 전의를 상실한 경비병들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었다.
검술과 동시에 격투술도 수준급이었는데, 살짝 아쉬워 보였다.
‘민지 보다는 살짝 못한 수준인가?’
민지 보다 부족하긴 해도, 저게 검술과 함께 사용된다고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았다.
창이 박살 나면서 패닉에 빠진 경비병은 허공에 주먹을 휘적거리다, 아리아의 정확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잔챙이라 할 말 한 인간들이 다 쓰러지고, 경비대장과 경비대장을 따르는 인간들만 남았다.
“…”
“표정이 좋지 않군. 계속할 생각인가?”
“범죄자 앞에서 도망칠 거라 생각하나? 뭐 하는 거냐 빨리 제압해라!”
“대장님 그게..”
말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으나 경비대장의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막상 본인은 나서지 않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었다.
잭슨이 저 녀석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막상 본인은 나서지 못하고 입만 터는 모습은 한심해 보였다.
죽이지 않고 기절만 시켜주는 거면, 아무리 차이가 나도 해볼 만 하지 않나?
격차가 나는 인간들하고만 싸워서 그런지 나도 생각하는 게 좀 이상해진 모양이다.
제대로 된 실력을 보고 싶지만, 경비대장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분위기만 잡을 줄 알지, 실력은 없어 보였다.
“뭐 자네들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네.”
아리아는 몸을 풀면서 경비대장에게 다가갔다. 아리아가 한 걸음 다가가면 경비대는 뒤로 물러났다.
창으로 그녀를 겨누고 있었으나 그녀는 전혀 두려워 보이는 기색이 없어 보였다.
“뭐야, 잭슨 이 새끼 왜 여기에 있어?”
경비대장 뒤에서 뒷걸음질 치던 인간중 하나가 구석에 있던 날 발견했다.
“잭슨? 네 녀석도 보고만 있지 말고 빨리 도와라!”
“저는 싸울 생각이 없는데요?”
“이 겁쟁이 새끼! 뭘 하는 거냐! 싸우라고!!”
“겁쟁이는 경비 대장님 같으신데요.”
“한 명이 더 있었나?”
아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까지 노려보고 있었다.
“지원이 오면 곤란하겠지.”
“저는 이 아저씨하고 아무 상관 없는 평범한 사람인데요.”
“잭슨이 새끼가!”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뒤로 물러나던 경비대장이 반응하기도 전에 복부에 주먹을 맞고 쓰러졌다.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순간 턱을 때려 기절시키고는, 도망치려는 나머지 인간들도 쓰러지기 시작했다.
경비대가 모두 쓰러진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타깃은 내가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니까!!”
지원을 부를 생각이 전혀 없는데, 아리아는 들을 생각이 없는지 곧장 달려와 주먹을 뻗었다.
“?”
민지와 대련을 통해 몇 번이고 피해 본 주먹이었다. 내가 가볍게 피하자 아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아까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잭슨의 몸에 빙의되면서 신체 능력이 떨어지긴 했으나, 그동안의 전투 경험이 어디로 사라진 건 아니었다.
회피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고 아이아와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아리아도 요리조리 피하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지 마나를 사용했다.
강렬한 기운과 함께 거리를 단숨에 좁혀들고는 곧장 펀치를 날렸다.
맞으면 무조건 사방할 것 같은 느낌의 펀치, 수많은 전투를 통해 만들어진 센서가 생명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주었다.
__챙!!!
나도 모르게 몸이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그녀의 손목을 검으로 치고 나도 모르게 머리 쪽에 검을 휘둘렀다.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날카로운 공격에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숙련된 검사가 되면, 가볍게 검을 휘두른 동작만 봐도 상대방의 실력을 알 수 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 그녀에게 인정 받은 건 좋지만, 경계심만 올린 기분이 들었다.
경계심이 최대치까지 오른 그녀는 아까 경비대를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너는 누구지?”
“평범한 사람.. 하아 그냥 도와주러 왔는데요..”
어째 이번 회차는 망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솔직히 억울한 심정이다.
본인이 달려들어서 몸을 지키기 위해 방어만 했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영생교에서 온 건가?”
“프레이야 님이 도와주라고 보내셨는데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가 믿을 거라 생각했나?”
“하아..”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이미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죠..?”
한숨을 깊게 내쉬던 중 이번 임무의 호위 대상인 아델라가 위에서 내려왔다.
“아델라?”
처음 피곤함에 찌든 모습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모습이었다.
“역시 영생교에서 보낸 건가!”
아델라가 등장한 순간부터 아리아의 살기가 최대치로 올라갔다. 그녀를 보호하듯 그녀의 앞에 서더니 말도 없이 달려들었다.
“아니라니까!”
“거짓말 하지 마라!!”
영생교의 이름이 나온 뒤로부터는 정말 죽일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기가 선명하게 빛을 내며 내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나는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데, 저 검을 막을 수 있을까?
기사가 무서운 이유는 오러를 사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저걸로 강철도 베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검이고 방패고 뭐고 오러 앞에서는 다 무용지물이었다.
피하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애초에 속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도망치는 건 늦은 상황이다.
‘안 막으면 죽는다!’
살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검으로 그녀의 공격을 받아쳤다.
검과 검이 닿는 순간 사방으로 불똥이 튀며 반발력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다행히 검이 잘려 나가지는 않았다.
맹렬한 기세의 오러에 검날이 잘려 나가거나 이가 빠지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내가 들고 있던 검은 멀쩡했다.
‘이것도 보통 검은 아닌 모양이네.’
아버지의 유품이라 해서 그냥 좋은 검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검의 성능이 좋은 모양이다.
__챙! 챙! 챙!
검에 대한 감상을 끝내기도 전에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쉴 틈을 주지 않는 연격에 나는 이를 악물고 받아쳤다.
능력치의 차이로 내가 불리한 싸움이었다. 힘겨루기도 밀리고 선명하게 빛나는 저 오러에 한 번만 공격을 허용해도 목숨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방어할 때마다 손목이 저리고 묵직한 충격이 그대로 느껴졌으나 멈출 수는 없었다.
이렇게 그녀와 검을 받아치다 보니 그녀가 실력이 더 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분명 검술의 동작 자체는 그녀와 큰 차이는 없었다. 허나 마나의 힘을 움직이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검의 공격력을 올리기 위해 오러를 사용하는 나와는 다르게, 동작하나 하나에 흐름이 있었다.
물론 전투 중에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저렇게 체계적이지는 않았다.
기계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벽한 타이밍에 마나를 사용해 움직임에 속도와 공격력을 올렸다.
주먹을 뻗을 때도 온몸에 힘을 실으면 몸이 둔해지기 마련이다.
최소한의 움직임에 최소한의 힘을 더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최태수나 나나 사람이 아닌 언데드의 검술을 보고 배웠기에 생긴 차이였다.
언데드도 인간형 몬스터이기는 하지만, 몬스터는 몬스터다.
몬스터의 방식으로 달라진 검술을 인간인 우리가 보고 따라 하려 했으니,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던 거였다.
그녀의 움직임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인간의 방식으로 검을 휘둘러야 한다.
그녀의 검술 실력을 흡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시발 뒤질 거 같은데..’
에초에 그녀와 싸울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체력도 떨어지고, 힘도 약하고 속도도 느린 상황에서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건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렇게 그녀의 검을 받아칠 수 있는 것도 전투 경험 덕분이었다.
수많은 죽음을 통해 얻은 전투 감각으로, 나는 그녀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받아치는 중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에 반응해서 움직이면 그때는 늦었다. 그래서 나는 이전 동작을 보고 반 박자 빠르게 움직이며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죽음들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어떻게든 받아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팔에 힘도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고, 체력은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거기다 예측이 실패할 때마다 생긴 자상이 자꾸만 따끔거렸다.
그런 나와는 상관없이 계속되는 그녀의 움직임, 나는 오른쪽을 예상했으나 하초였다.
‘아 십..’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벽에 처박혀 있었다. 배를 맞았는지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어째서 마나를 사용하지 않은 거지?”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방어만 하는 모습에 봐준 모양이다. 안 그랬으면 아까 죽었을 거다.
못 써서 그런다고 대답하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복부의 충격 때문에 바람 빠지는 소리만 입에서 새어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죽을 것 같다. 이미 등이고 뭐고 정상인 곳이 없는 것 같았다.
“…? 너 이 검은 어디서 난 거지?”
“유..푸억..커허..”
아까 날아가면서 놓친 검을 들고 와 내 목덜미 밑에 밀어 넣었다.
“빨리 말해라!!”
아니 회복할 시간 좀 주면 좋겠는데, 나는 억지로 목을 쥐어 짜냈다.
“유..푸..품…아버지.. 유품..”
“유품이라고? 설마 아버지의 성함이 레이널드 이신가?”
‘레이널드는 뭔데 또…’
[ 잭슨의 아버지의 이름입니다. 그는 기사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
“네..네..”
“선배님의 아들이었나.. 그 나이에 벌써 이런 실력을.. 아.. 아니 괜찮은가?”
내가 처음부터 공격할 의사가 없었다는 걸 깨달은 아리아가 내게 미안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아리아를 노려보았다.
“왜 이렇게 늦는가 했더니.. 여기서 놀고 계셨습니까?”
“언제 여기까지?!”
“시..시발..”
1회차는 그렇게 억울하게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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