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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14화 (114/235)

〈 114화 〉 114 차원 지원 (4)

* * *

*

그녀는 용병패를 보여주고 경비병들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의심하는 건가?”

“그게 갑자기 B급 용병이라고 하면..”

용병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인 두 명을 위아래로 확인해 보았다.

A급 용병은 쉽게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기사와 비빌 수 있을 정도의 강자이기 때문에 재능이 없으면 도달할 수 없는 등급이었다.

그럼 B급 용병은 흔한가?

그것도 아니었다. 일반인들이 용병으로 활동하며 도달할 수 있는 최고등급, 웬만한 베테랑이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은 어떠한가?

로브에 가려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새파랗게 젊어 보이는 목소리와 자신과 비교하면 아담해 보이는 체격, 아무리 봐도 B급 용병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B급 용병이라 하기에는..”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경비병이 로브에 손을 올리려는 순간 따끔거리는 기분과 함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멈칫거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으며 마치 맹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몸이 굳기 시작했다.

숨도 제대로 셔지지 않고, 목이 조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 뿐인데, 경비병은 두려움에 다리가 휘청거렸다.

“이래도 못 믿겠나?”

“허억.. 허억..”

경비병을 자신을 짓누르던 살기에서 벗어나자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여인은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자가 분명했다.

“죄…. 죄송합니다. 마을에서 소란을 피우시면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말게, 그냥 하루만 머물고 갈 생각이니. 그럼 가시죠.”

통행료를 지불한 기사는 자신의 뒤에 있는 아가씨를 데리고 마을 입구를 지나치려던 순간 뒤쪽에 서 있던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남성, 일반적인 남성들보다는 몸이 단련되어 있었으나 경비병들만 놓고 본다면 평균 이하의 남자였다.

분명 마나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남자였으나, 왠지 모르게 시선이 가는 남자였다.

‘눈빛이 살아있군.’

“아리아?”

“아 죄송합니다. 그럼 여관부터 잡도록 하지요.”

아가씨라는 말을 속으로 대답했다.

경비병들이 사라지자 뒤에 있던 아델라가 아리아에 말을 걸었다.

아리아는 그녀의 호위 기사, 지금으로서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용병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나요?”

아델라의 질문에 아리아는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식으로 그녀의 과거를 아델라가 알게 될 줄 몰랐다.

“옛날에 잠깐 활동했었습니다. 썩 좋은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아리아가 용병이라니.. 후후 뭔가 전혀 안 어울리는 것 같네요~”

“과거의 일일 뿐입니다. 그냥 잠깐 한 게 전부입니다.”

“잠깐 한 게 B급인가요?”

아델라는 대단하다는 목소리로 아리아를 쳐다보았다.

용병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B급이 절대로 낮은 등급이 아니라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놀리지 마십시오. 아가씨..”

아리아는 밝은 척 웃고 있지만 아델라의 몸이 떨리고 있는 걸 확인했다.

자신도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모습이었는데, 평범한 아가씨인 아델라는 오죽할까.

아델라는 작은 영지를 관리하는 자작의 딸이었다. 그리 강한 군사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도 많은 것도 아닌 평범한 영지였다.

아델라 발리에르는 마을 사람들을 사랑했고, 낮은 세율과 좋은 복지 때문에 평범한 영지민들이 살기 좋은 영지였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는, 영생교 영원을 추구하는 영생교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포교 활동을 했다.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줄 테니, 영지민들을 모두 넘기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다.

당연히 발리에르 자작은 그 요구를 거절했고, 그때부터 비극의 시작이었다.

일방적으로 일어나는 학살 속에서, 아리아는 아델라를 데리고 영지를 빠져나왔다.

주변에 있던 귀족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그는 이미 영생교의 교인이었다.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황,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들의 목적지는 프레이아 교단,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난 비극을 알리고 맞서 싸울 생각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아가씨.”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아리아.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억지로 밝은 척하실 필요 없습니다.”

“… 어떻게 하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아가씨. 일단은 여관에서 잠깐 쉬는 게 어떻습니까?”

아리아는 아델라의 얼굴을 확인했다. 평소에 미소가 가득한 모습과는 다르게 근심과 수심이 가득했다.

아기 피부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운 피부는 피곤함에 찌들어 푸석푸석해 보였고, 비단결같이 고운 머릿결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한 번도 이런 행군을 해본 적 없는 아델라에게는 무리한 일정에 이미 한계까지 몰린 상태지만 그녀는 아무런 불평불만도 없이 계속해서 걷는 중이었다.

대단한 의지력이라 할 수 있었지만, 의지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저기 저 풍요의 요람이라는 여관이 괜찮아 보이는군요.”

“하지만.. 지금은..”

“아가씨.”

단호해 보이는 아리아의 대답에 아델라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어디로 갔지?’

경비병 업무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아델라를 발견한 순간 미행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경비대 일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출입구에서 검문부터, 지정된 장소를 순찰, 누군가 싸움이 나거나 분쟁이 일어나면 막으러 가는 등 할 일이 꽤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순찰하면서 아델라가 여관으로 들어가는 건 확인했다는 점이었다.

경비병은 2교대라, 해가 떨어지면서 업무가 끝이 났다. 나는 아까 아델라가 들어간 거로 추정되는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어둡지는 않네.”

과거에는 전기가 없어 해가 떨어지면 아무것도 못 했다고 들었는데, 가로등처럼 보이는 장치 위에는 매석이 빛을 내고 있었다.

여기에도 마나와 같은 힘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그 여자도 마나를 쓰는 건가?”

아델라를 호위하던 여인은 기사처럼 보였다.

기사에 대해서 들었는데 그냥 칼을 좀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초인이었다.

우리로 치면 헌터로, 기사 정도 되면 헌터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들었다.

여기도 마나라는 힘이 있었는데, 소드 익스퍼트 정도는 돼야 기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을 도륙하는 인간 병기인 셈이었다.

그런 초인도 못 한 일을, 평범한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까 보니까 지쳐있던데.”

아델라는 잠깐 얼굴을 확인하긴 했지만, 사진과는 다르게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피로감에 찌들어 있는 상태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던 건가?”

그게 아니면 호위 임무를 내리지는 않았겠지.

프레이야 교단까지 안전하게 호위해 달라고 하는데, 초인도 못 지키는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능력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너무 높은 난도에 벌써 한숨이 나왔다.

“여기였지? 풍요의 요람.”

고생은 해본 적 없어 보이는 외모와 움직임이었다.

간단한 동작에서도 예의범절이 보이는 게 아마 귀족인 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까지 고생할 이유라면, 누군가에게 도망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러니까 프레이야가 나에게 호위를 부탁했겠지.

“흠..”

풍요의 요람이라는 여관 앞에는 벌써 경비병들이 무장을 한 체 서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게 금방이라도 전투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이곳에 중범죄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경비대장은 살벌한 표정으로 여관 주인을 노려보았다.

“저..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이곳에 수상하게 생긴 여인 두 명이 머물고 있겠지?”

“예.. 오전쯤에 들어오긴 했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지금 범죄자를 감싸는 거요?”

“아.. 아닙니다..”

여관 주인이 뒤로 물러나고, 경비병들이 안으로 우르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델라가 범죄를 저질렀을 리는 없고, 둘을 쫓는 놈들의 소행이겠지.

이 정도 규모가 있는 경비병을 움직일 정도면 어느 정도 힘이 있는 놈일 거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위층에서 여기사가 완전 무장을 한 상태로 내려왔다. 경비병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음에도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저 자세가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아니 잊을 수가 없는 자세였다.

그동안 저 동작을 따라 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로드를 반복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 저 검술은 바로 내가 사용하는 검술과 같은 자세였다.

‘엘레넨 제국 검술?’

그러면 이곳은 엘레넨 제국이 존재하는 세계인가?

“순순히 따라가는 게 신상에 좋을 거다. 범죄자 아리아.”

“자네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영지를 불태우고, 영지민들을 학살하고서 도망쳤다는 건 알고 있다. 아무리 기사라 해도 우리가 두려워 할 줄 아는가?”

“그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오해라고 해도 소용없겠어.”

아리아라 불린 여인은 한숨을 깊게 내쉬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잡아라! 저년을 잡는 녀석은 진급 시켜 주마!!”

“으아아아아!!!”

경비병들이 창을 들고 아리아에게 달려들었다. 검은 다루기 힘든 무기다.

숙련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창은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기 때문에 훈련된 병사를 만들기 좋았다.

물론 숙달되기에는 창 역시 어려운 무기지만, 저렇게 방진을 짜고 압도적인 길이를 이용해 찌르기만 해도 평범한 사람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아리아는 경비병들이 마치 한 벽처럼 달려들어 창을 찔렀으나 물러서지 않았다.

순간 검이 빛을 내더니 허공을 크게 배었다.

마치 보름달처럼 깔끔한 솜씨에, 경비병들의 창이 모두 잘려 나갔다.

“… 기사는 기사인 건가.”

경비대장이 중얼거렸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는데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하긴, 저런 검에 한 번 맞으면 그냥 사망인데 두렵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게 진짜 검술..?”

나는 말 없이 아리아의 검에 집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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