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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13화 (113/235)

〈 113화 〉 113 차원 지원 (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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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 임무면 무조건 싸울 일이 생기겠지?”

아델라인지 마델라인지 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전투가 일어날 게 분명했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시우님. ]

“알았어.”

정보를 전달받기 전까지는 몸에 익숙해 지는 게 먼저였다.

계속 팔을 돌리거나 가볍게 뛰어 보거나 검을 휘두르는 등 몸에 적응하기 위해서 계속 움직였다.

본래의 내 몸과 비교하면 한없이 부족한 몸이지만, 과거에 마키나 시스템을 각성하기 전과 비슷한 몸이었다.

그 시절이 떠올라서 오히려 반가운 느낌도 들었다.

그런 몸으로도 스켈레톤 나이트를 쓰러트리지 않았던가,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수없이 많은 전투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로드할 수 있는 횟수가 한정된 게 문제지.”

고작 두 번, 외워서 싸운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기회가 적은 만큼,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기억이 흘러들어 온다거나, 그런 건 없나?”

옛날에 읽었던 소설을 보면, 이렇게 빙의된 경우에 본래 몸 주인의 기억이 흘러들어오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나는 그런 게 없었다.

나는 마키나의 말을 기다리며 내 손에 쥐어진 검을 살펴보았다. 낡긴 했지만, 칼 손잡이에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게 보통 물건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낡은 칼집에 비해 칼날은 여전히 예리하게 서 있었다. 너무 예리해서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합니다. ]

“아버지의 유품?”

[ 마을 사람들이 다 알정도로 자주 들고 다니는 검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

“그래서 이렇게 칼날이 깨끗하구나?”

검 날이 예리한 건 중요했다. 무언가를 벨 때 칼날이 무디면 힘도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전투력도 급감하니까.

[ 그럼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

“그냥 마키나가 전부 설명해 주면 안 되는 거야?”

[ 미리 인지해 두는게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응하기에 더 좋을 거라 생각됩니다. ]

“뭐 그렇긴 하지. 알았어.”

나는 내가 빙의한 잭슨의 인적사항을 읽었다. 뭐 거의 현실에 있는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인간이었다.

비슷한 삶이긴 하지만, 잭슨 쪽이 더 불쌍해 보였다. 나도 따돌림이나 무시를 당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놈들은 없었다.

그에 비해 잭슨은 같은 동료들에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한 상태였다.

“그 새끼들 사람을 죽여놓고 그냥 간 건가?”

잭슨을 죽였던 놈들의 얼굴을 대충 확인했다. 비실이와 퉁퉁이, 얍삽해 보이는 게 딱 봐도 질이 안 좋게 생긴 놈들이었다.

간단한 정보 정도는 전달받을 수 있었지만, 자세한 정보는 좀 빠져 있었다.

“아델라? 그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는 그냥 한 줄로 끝이야?”

[ 그녀도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

“뭐 그런 거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아버지의 유품인 검을 허리춤에 다시 꽂아 넣었다.

검이라는 무기가 다루기 쉬운 무기는 아니라서 경비대들은 일반적으로 창을 자주 사용하는 모양이다.

잭슨도 창을 주로 사용했고, 검은 가끔 쥐고 휘두르는 연습 정도만 해본 모양이었다.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골목길을 지나 마을 중심부로 걸어 나왔다.

가판에 사람들이 나와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는데 글자는 읽을 수 없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

“%%$!%!!#!”

외국어도 아니고,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아마 이 세계 고유의 언어 같은데, 말이 통하지 않으면 임무를 진행하는 데 많은 문제가 있을 게 분명했다.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시우님. ]

마키 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외계어처럼 들리던 말들이 점점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쌉니다. 싸요!”

“지금 오시면 반값에 드립니다!!”

“여기 싱싱한 과일이 있습니다!!”

흔히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시장 골목, 나무 가판대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부터, 여관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가게까지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아네즈 마을은 영지와 영지 중간에 위치한 마을로, 상인들이 다른 영지로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쉬어 가는 마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상단으로 보이는 인간들이 많았고,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름 성벽도 있는 게, 마을의 규모가 상당해 보였다.

“저건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

주변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생긴 글자들이 적혀 있는데, 읽을 수가 없었다.

‘읽는 게 안 되는데?’

[ 잭슨은 까막눈이라 글자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

‘그런 부분까지 똑같은 건 별로인데.’

그나마 읽을 수 있는 글자들은 브론즈, 실버, 골드 같은 이 세계의 화폐단위였다.

나는 해외에 처음 여행 온 관광객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현대에 익숙해진 나에게 이런 풍경은 신기하게 보였다. 임무를 위해 오긴 했지만 여행하는 느낌도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여행일지도 몰랐다. 여기서 계속 사는 건 아니니까.

옷이 좀 불편하기도 하고, 지저분한 부분들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만 빼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관광객 모드가 되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여기에 적혀있는 글자들이 묘하게 눈에 익었다.

분명 처음 보는 글자가 아니라,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어디서 봤더라?’

기억이 날듯 말 듯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과 함께 누군가가 내 머리를 치려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숙이자 허공으로 지나가는 다른 누군가의 팔, 나는 몸을 돌려 전투 자세를 취했다.

“잭슨 이 새끼.. 어? 피해?”

경비대 의상을 입고 있는 남자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과 날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잭슨은 경비대에서 일하고 있었으니, 눈앞에 있는 놈은 같은 경비대 소속 인게 분명했다.

마음 같아서는 주먹으로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로드 횟수가 1번이라서 참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 하는데, 몸이 자꾸만 떨렸다. 아마 본래 주인인 잭슨의 반응인 거 같은데, 조금 불편했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에게 일단은 대답했다.

“무슨 일? 지금 무슨 일이라고 했어?”

“예.”

“이 새끼야! 지금 몇 시인지 알아?”

“모르는데요.”

“이 새끼가 너 지금 입구에서 근무할 시간인데 여기서 쳐 돌아다니고 있어?”

임무를 위해서 오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처음 보는 풍경이라 그런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현대의 옷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의상이 좀 불편했다.

*

마을 입구에는 도착하자, 아네즈 마을에 들어오기 위해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영지와 영지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많은 상단이 방문하는 아네즈 마을에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혹시 수상한자나, 범죄자가 마을에 들어오는 일을 막고, 통행료를 받는 게 경비병의 일이었다.

많은 상단이 지나가는 만큼 통행료도 꽤 짭짭해 보였지만, 이곳은 백작인지 남작인지 하는 녀석이 관리하는 곳으로 대부분의 돈은 그쪽으로 가는 모양이다.

조잡해 보이는 의상을 입은 우리들과는 다르게 나름 철로 된 갑옷을 입은 경비병도 있고, 마음의 규모가 크긴 큰 모양이다.

‘그나저나 아델라는 어디서 봐야 하는 거야? 알려주지도 않고….’

“야 잭슨 이 새끼! 봐 내가 멀쩡하다 했잖아.”

“이 새끼 빠져가지고, 지금이 몇 시인데 이제 오는 거야!”

아까 잭슨을 죽였던 비실이가 오자마자 시비를 걸었다. 사람을 죽여놓고는 아주 태연한 얼굴이었다.

저 새끼만 있으면 모를까, 여기에는 경비대들이 많았다.

“야 우리말 무시하냐?”

비실이 새끼가 툭툭 치면서 말을 걸어왔다.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생긴 놈이 이러고 있으니 우스웠다.

나는 말 없이 비실이를 노려봤다. 잭슨의 몸이 떨긴 했으나 이제는 이 몸에 익숙해졌다.

내가 주인인 이상, 저런 놈한테 쫄지는 않는다.

“하?”

비실이 새끼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사람들을 확인했다.

다들 신원을 확인한다고 바빠 보이는 상황, 놈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래도 주위에 시선이 끌리고 싶은 건 참고 싶은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새끼가 미쳤나.. 뒤지고 싶어?”

나름 본인이 무섭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비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현역 헌터로 활동한 건 아니지만, 로드를 반복하면서 했던 전투가 몇 번이고, 칼질이 몇 번 이던가.

나름 칼 밥 먹고 살아온 인간으로서 우스워 보였다. 너무 많은 빈틈,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몸의 자세, 5초면 이길 수 있다.

“풉..”

“이.. 이 새끼가!”

놈이 참지 못하고 주먹을 뻗었다. 나는 가볍게 몸을 숙이며 주먹을 피하고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턱이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어서 한 방 때리고 싶긴 하지만, 그랬다가는 그대로 기절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어퍼컷을 복부에 그대로 꽂아 넣었다.

손목이 저린 느낌과 함께 비실이가 그대로 쓰러졌다.

“커..허..헉..”

숨도 잘 셔지지 않는지 배를 잡고 한참을 꺼억꺼억 걸렸다. 그 소리가 다른 경비병에게도 들렸는지 이쪽으로 걸어왔다.

나름 옷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게 직급이 높은 모양이다.

“이봐 무슨 일이지? 한스는 왜 이렇고 있는 거지?”

“커허허..”

남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그나저나 이 비실이 새끼 이름은 한스인가?

“한스 형님이 갑자기 배가 아프신 모양입니다! 아까 드셨던 점심이 이상하다고..”

배를 붙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기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이번만 넘어갈 테니 갔다가 오도록. 그리고 잭슨 자네는 지각했으니 일당에서 까도록 하지. 불만은 없겠지?”

“예..”

한스는 어떻게 든 몸을 일으켰다.

나한테 맞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 믿어줄 인간도 없고 쪽팔리잖아?

한스는 조용히 자신의 배를 붙잡고 화장실로 걸어갔다. 온몸을 덜덜 떨면서 가는 모습이 나름 볼만했다.

“풉.. 한스 저새끼 똥쟁이도 아니고..”

“똥쟁이 새끼 킥킥”

다른 경비병들도 그 모습이 웃기는지 뒤에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비실이를 손봐주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상해 보이는 인물 두명이 로브를 뒤집어 쓰고 나타났다.

둘 다 여자처럼 보였는데, 뒤에 있는 여인의 로브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초록색 머리는 아주 익숙해 보였다.

“정지, 로브는 왜 쓰고 있는 거지?”

“뒤에는 내 동료인데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그렇다. 신분증은 여기 있다.”

여인은 당당한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로브 안에는 갑옷을 입고 있었고 목소리만 들어봐도 강해 보였다.

여기사의 호위를 받고 있는 초록 머리의 여인, 찾았다.

‘아델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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