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110 그룹평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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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와 이다은이 실종된 뒤로, 아카데미에서는 둘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인공 던전은 고대기술이 적용된 던전 중 하나였다.
가끔 게이트 너머에서 자성체의 흔적이나, 고도의 기술력이 적용된 던전이 발견되는 때도 있는데, 이번 평가에 사용된 던전도 그런 부류였다.
농담으로 드래곤이나 마왕 같은 존재가 만든 던전은 아닐까 하는 고도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었다.
던전에 있는 인공 시스템은 침입자들을 막기 위해서 함정과 몬스터, 그리고 지형을 마력만 있다면 자유롭게 생성할 수 있었다.
게이트의 입구와 출구, 그리고 난이도를 설정하면 던전 내부의 아티펙트가 구조를 자동으로 만들었다.
공평성을 위해 누군가의 개입 없이, 설정된 값에 의해서 만들어진 던전에서 생도들은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번처럼 큰 사건이 터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일은 없었는데….”
그동안 이런 사건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김시우와 이다은이 사라졌던 곳 앞에 교관들과 교수들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아카데미의 차석, 그리고 한번은 떠오르는 슈퍼 루키로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중요 인물로 평가받는 두 명이었다.
그런 두 명이 사라져 버린 상황에, 생사조차 알 수 없으니 다들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특히 두 명 중 한 명인 이다은 생도의 할아버지 이건용은 아카데미에 막강한 후원자 중 하나가 아닌가.
마법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모여 두 명이 빠졌던 장소 주변을 샅샅이 확인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감시 기능이 고장 났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폭탄이 터진 뒤였습니까?”
“네 교수님.. 저희가 확인했을 때는 김시우 생도가 이쪽에 폭탄을 터트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안경을 쓴 노교수는 주변을 확인했다. 교관의 말대로 폭탄이 터진 듯 사방에는 돌 파편이 흩어져 있었고, 중심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던 흔적이 있었다.
“딱 이 정도 크기의 싱크홀이었던 모양입니다.”
폭탄이 터지는 순간, 던전의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켰다. 단순히 감시 기능에만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진입에 대해서 논의하던 중, 강민지가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나와서 싱크홀에 두 명이 빠졌다는 소식을 전달했었다.
“아래쪽으로 포탈이 열렸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닫혀있군요.”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상하군요.”
“안정화가 덜 된 상태에서 충격을 받으면서 생긴 일 같습니다. 아티펙트의 기능에 일시적으로 오류가 생긴 거로 보입니다.”
안경을 쓰고 있는 교수가 주변의 마력 흐름을 읽으면서 대답했다.
“안정화 말씀입니까?”
“이 던전 자체가 고도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는 건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런 환경을 구축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런 만큼 대규모의 환경을 새로 만들다 보면 약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폭탄이 터진 부분이, 하필 그런 부분이었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러면서 포탈이 오작동한 모양입니다. 저도 처음이라 확신을 내리긴 힘들겠군요.”
구덩이 함정은 던전에 심심치 않게 생성되는 함정이었다. 문제는 구덩이 끝부분이 포탈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거다.
흔히 말하는 던전 싱크홀처럼 말이다.
“이거…. 이런 일이 생길 줄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지금까지 평가를 진행하면서 김시우처럼 벽을 부쉈던 생도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동안 평가를 하면서 처음으로 생긴 일이었다.
“앞으로는 더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평가 내용을 앞으로 보완해야겠군요.”
“두 생도가 무사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그 뒤에서 조용히 의견을 듣고 있던 강민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초조해 보이고 상태가 안 좋았다.
“그…. 그러면 생도들은 무사할까요? 저희 서방.. 아니 반 생도들이 잘못 된 건 아니겠죠?”
“맞습니다! 두 생도는 꼭 찾아야 합니다!”
강민아는 최대한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억지로 버티는 중이었다.
이다은에게는 미안하지만, 김시우가 더 걱정되는 그녀였다.
‘서방님에게 문제가 생기면….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불안감에 심장이 미칠 듯이 요동치고 있었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아마 다른 공간으로 이동된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장담하긴 힘들군요. 강민아 교수님.”
“그게 무슨 말이죠?!”
“이동하는 과정에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포탈의 출구가 어떤 곳인지를 알 수 없으니….”
"그래도 그 두 명이면 괜찮을 겁니다. 이다은 생도의 실력도 있고, 김시우 생도는 상황 판단능력도 빠르고 대응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김시우라면 괜찮을 거다. 그동안 지켜본 모습에 의하면 절대 어디 가서 죽을 인간은 아니었다.
강민아는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곧 있으면 좌표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황당하네요. 이런 사고가 또 생긴다니….”
“그건 그렇고, 타임어택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 교관의 말에 다들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모든 팀에게 주어진 기회는 딱 한 번뿐, 한 번 더 기회를 주기에는 공평성에 맞지 않았다.
이미 시험내용도 모두 알고 있고, 어떤 환경이 나오는지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안타깝긴 하지만, 이변은 없겠지요….”
사고로 생긴 일이긴 하지만, 이다은 생도가 함정에 반응하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였다.
“그러면 윤서아가 있는 팀이 1등, 이다은 생도 팀이 2등이네요.”
“시간으로만 따지면 그렇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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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수프로 대충 끼니를 때운 상태였다. 옥수수죽도 나름 괜찮은데, 저녁은 그걸로 먹어야겠다.
'손 시리지 않으려나.'
다은이가 마법으로 뒷정리는 하는 중이었다. 나도 도우려 했지만 무조건 혼자 하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로 쫓겨났다.
거기가 내가 추워 보인다며 담요까지 덮어준 상태였다.
마법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야릇한 냄새가 조금 올라왔다. 그래도 뭐 살기 위해서는 써야지.
"눈이 오네?"
아까는 괜찮았는데, 동굴 밖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우리가 동굴로 들어오면서 남겼던 발자국 위로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우리의 흔적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저렇게 되면 나중에 구조대가 와서 우리를 발견하기 힘들 텐데, 진지하게 로드를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하고 있었다.
"시우야 뭐해?"
고민하고 있던 사이 다은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해맑게 웃는 표정에는 애정이 가득 묻어 있었다.
'로드는 하지 말자.'
"그냥 눈보라가 쳐서 구경하고 있었어."
"많이 춥지..?"
다은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은근슬쩍 내 옆으로 들어왔다. 다은이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우리 평가는 어떻게 되었을까?"
"잘 모르겠어…. 역시 좋은 점수는 힘들겠지?"
다은이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우리 상위권은 아닐까?"
"그러면 좋겠다…. 헤헤."
이전 회차에서 시간만 따지만, 우리의 순위는 2등이었다.
우리가 싱크홀에 빠지긴 했지만, 출구랑 가까운 곳이기도 했고, 민지랑 강주원 그 새끼가 헤매지만 않고 밖으로 나간다면 1등을 노려볼 만했다.
솔직히 그럴 가능성은 작긴 했지만, 그래도 낮은 순위는 아닐 거다.
서아와 내기에서 이기기는 힘들겠지. 솔직히 시간이 유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 상황이었으니까.
시나리오 퀘스트에서도 최고 보상을 받기는 힘들 거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 애정 가득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다은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로드는 하지 말자.'
다은이와 함께했던 시간이 모두 사라진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드를 해서 또 반복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우리 계속 여기 있을 수 있을까? 시우야?"
"금방 구하러 올걸?"
"응…. 그렇겠지?"
다은이의 목소리에는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있잖아. 시우야…?"
어딘지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다은이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 있어 다은아?"
"시우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너?"
"응…."
처음 능력을 각성했을 때는 히로인이기 때문에 가까워지려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나쁜 놈일지도 모르지만, 나한테는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다. 민지나 민아, 서아와 다은이 누구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들이었다.
"내.."
"잠시만.."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다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민지하고…. 평범한 파트너 관계는 아니지?"
"어…? 아니 그러니까…. 그냥 친한 사이…."
갑자기 민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줄 모른 나는 오랜만에 당황했다. 다은이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쓰게 웃었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옆에 있다 보니까…. 평범한 사이는 아닌 같아 보였어."
"그러니까 다은아.."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나쁜 짓을 한 거니까.
"음…. 시우는 잘못 없어. 오늘도 내가 억지로 그런 거니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다은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 했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내가 억지로 한 거니까…. 시우는 그냥 받아 준 거니까…."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나는 다은이의 손을 꽉 잡았다. 고개를 돌리려는 다은이를 붙잡았다.
"아니야. 억지로 당한 거. 나도 너 좋아하고 있었어."
"저..정말?"
"응 거짓말 아니야."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체로 다은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러면 민지는?"
"..."
쉽게 대답하기 힘들었다. 다은이가 소중한 만큼 민지도 소중한 존재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는데, 다은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헤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내 반응에 다은이는 오히려 해맑은 표정으로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우리 할아버지도 부인이 많으셨거든…. 그래서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써."
"어…. 어?"
"우리 할아버지가, 능력이 있는 남자는 여자가 많아도 괜찮다고 하셨어."
누군지는 모르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 문제 없는 건가?
"혹시 다른 사람도 있어…?"
"어..어?"
순간 서아와 민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있구나…. 그래도 괜찮아."
다은이가 내 얼굴을 붙잡았다.
"이것만 약속해줘…. 나도 똑같이 사랑해줄 수 있지?"
"응. 당연하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는 내 여자는 모두 책임지는 스타일이다.
서로 눈을 감고 입을 맞추려고 하고 있었다.
"김시우 생도!!!!!! 이다은 생도!!!!!"
멀리서 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우리를 구출하러 온 모양이다. 우리를 못찾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마법을 이용했는지 멀리서도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빠르네…."
나는 뒤 집어쓰고 있던 담요의 냄새를 확인했다. 씻는다고 씻긴 했지만 지워지지 않은 정사의 향기, 나는 조용히 담요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럼 갈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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