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105 그룹 평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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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실력으로 예티를 쓰러트리는 윤서아의 모습을 확인하던 교관들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확실히 전투 센스가 남다르긴 하네요.”
설원지대에 나오는 몬스터로 겉면이 온통 하얀 털로 되어 있고, 인간형처럼 두 발로 서있는 몬스터중 하나였다.
랭크만 따지만 C랭크 수준으로 평범한 아카데미 생도였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윤서아는 달랐다.
“버퍼가 있어서 그런지 위력이 남다르긴 하군요.”
“과연 차기 S랭크로 거론될 수 있을 정도의 성장세입니다. 계속 지켜봤는데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을 상당수 보완했네요.”
“체력도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고, 움직임도 날렵해졌네요. 근접 전투와 원거리 전투 모두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어 보입니다.”
예티 자체는 빙결 마법으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중 하나였다.
설원 지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높은 냉기 내성을 가지고 있었고, 두꺼운 가죽 때문에 물리 방어력도 높은 편이었다.
높은 냉기 내성 때문에 윤서아의 얼음 공격은 냉기 공격력이 빠진 물리적인 공격일 뿐이었다.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다른 방법으로 공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면 놀랄 법도 한데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하는군요.”
자신의 공격이 잘 통하지 않는 예티 여러 마리가 윤서아 파티를 향해 한꺼번에 달려들었지만 윤서아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파티원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예티들의 투척 공격을 회피하며 마법을 완성하는 건 감탄사가 나왔다.
고유능력을 통한 공격과 다르게 마법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마법이 편리해 보이긴 하나, 마법 하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요구되는 부분이 많았다.
마력을 알맞은 모양으로 배치하고, 마법사용에 필요한 적절한 만큼 마력을 흐르게 하고, 마지막으로 좌표계산까지 필요하다.
보통 위력이 강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파티원들이 시간을 끌거나 보호하는 작업이 필요했지만, 윤서아는 자신의 고유능력을 통해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마법까지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저런 환경에서는 불을 사용하기 힘들 텐데, 확실히 다르긴 하군요. 얼음을 통해 예티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화염계열 마법을 통한 공격. 어디 하나 지적할 부분이 없었습니다.”
“정수아 생도도 저번보다 더 좋아진 것 같네요. 버프의 위력이 증가한 것 같습니다.”
다들 윤서아에게 칭찬의 목소리를 냈지만, 다음 평가 부분에서는 다들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협동 점수 부분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 것 같네요. 윤서아 생도의 전투 능력과 판단, 모든 게 완벽하긴 하지만 협동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모든 파티원을 염두에 두고 전투에 임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생도들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기도 했고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정수아 생도를 제외하면 솔직하게 말하면 전투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합이 잘 맞는다고 보기는 힘들겠네요. 윤서아 생도가 뛰어난 건 인정하지만 혼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나머지 두 명에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평가 항목에서는 모두 최고점을 줄 수 있었지만, 협동 점수는 최고점을 주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윤서아를 옹호하던 교관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했다.
“하지만 클리어 타임만 놓고 본다면, 이 파티가 압도적인 1등이겠네요.”
“뭐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합니다만, 협동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어 보이네요. 협동 점수는 아무래도 이다은 생도가 있는 파티가 가장 높게 나올 것 같습니다.”
“이다은 생도면, 아 그 김시우 생도가 있던 파티를 말하는 겁니까?"
S 랭커였던 김태환의 항마 능력을 갖춘 생도, 몇몇 교관들은 김시우의 성장 속도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각성한 지 몇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었다.
외모가 변하면서 사람도 변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거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교관들은 오랜 시간 헌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달라진 김시우를 보며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라고 모두 말했다.
"경험을 쌓을 시간이 없었을 건데, 상황 판단 능력도 그렇고, 전투 방식도 그렇고 모든 게 완벽하더군요."
어떤 상황이 오던 침착한 모습으로 바로바로 대응하는 김시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서로 합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결단력도 있고, 대응도 빠른 편이었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생도 중 한 명 입니다."
"뭐 김시우 생도가 가장 두각을 보이긴 했지만, 다른 생도들도 성장세가 빨라 보이네요."
"확실히 A반에 인재들이 많이 모여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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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를 한순간,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나타났던 골렘을 쓰러트리고 앞으로 나가면 여기서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 앞에는 무조건 왼쪽부터 선택했는데, 막다른 길로 가버려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 한번 완료한 것으로는 내부 구조를 모두 파악하기 힘들었다.
서아를 이기기 위해서는 그런 실수를 줄이는 게 좋았다.
"다은아 어디로 가는 게 좋아 보여?"
"으..응? 나? 지금 나한테 물어 본 거야?"
골렘을 쓰러트린 이후로부터 다은이의 반응이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이전처럼 평범하게 말을 걸어도 저렇게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다은이의 속마음이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지금은 민지와 강주원도 함께 있으니 평가에 집중하는 게 좋아 보였다.
이번 평가에는 단순히 성적 이상의 것들이 걸려 있었다.
시나리오 퀘스트와 서아와의 내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하다가는 놓치지 않도록 지금은 평가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이전 회차에서는 서로 싸우지 않도록 미리 정해진 대로 왼쪽을 선택했지만, 틀린 곳이 있다는 게 밝혀진 이상 다른 선택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로드를 반복하다 보면 인공 던전의 내부구조를 모두 외울 수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정답이라고 해도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다은아 네가 마력 감지 능력이 가장 뛰어나지 않아? 뭔가 느끼는 게 있으면 말해주면 좋겠어."
"그러니까.. 알았어."
다은이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눈을 감았다.
무언가가 알 수 없는 듯한 힘이 사방에 퍼진 힘을 읽는 듯한 느낌과 함께 다은이가 눈을 떴다.
"가운데 방향에 입구 쪽에서 느꼈던 마력의 흐름이 느껴져."
"입구?"
우리가 들어온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출구를 찾아야 했다.
입구와 출구 모두 바깥과 연결되어 있으니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게 분명했다.
서아도 그걸 느끼고 그렇게 빠르게 움직인 모양이었다.
"다은아 뭔가 다른 게 느껴지는 거야?"
"아 민지야. 응 그.. 기분 탓일 수도 있고.."
민지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부끄러워졌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가운데 방향으로 가보자."
"어.. 그래도 되는 거야? 우리 들어오기 전에는 왼쪽부터 들어가기로 했잖아."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보다 마력에 대해서는 다은이가 더 민감한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되었다.
내가 가운데 방향으로 걸어가자 다은이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평소에 다은이가 나보다 더 마력에 더 예민하니까 맞지 않을까?"
"그..그래도.."
"그리고 이건 내가 선택한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돼."
"아.. 응 알았어!"
"그래도 처음 정한 대로 하는 게 맞지 않나?"
가운데로 걸어가려고 하자 강주원이 한마디 말을 꺼냈다.
들어오기 전에 정한 행동지침을 이런 식으로 막 바꾸는 게 좋은 게 아닌 건 맞다.
전투의 지침을 이렇게 막 바꿨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투와 관련된 내용도 아니고 이 정도는 유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책임질게, 그럼 상관없지?"
"..."
[ 이다은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겉으로는 미안한 표정이었지만 내가 가운데로 간다고 하자 진심으로 만족하는 게 보였다.
자신을 존중해 준 것과 동시에 자신의 판단대로 행동할 수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렇게 안 보여도 다은이는 차석이었다.
대한 아카데미의 차석이라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판단에 대한 자부심도 있을 거고 성적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겠지.
이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 줄 수 있었다.
"좋아 빠르게 가자!"
중간중간 나오는 박쥐들을 쓰러트리며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다은이의 말을 듣고 앞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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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부 구조인 거지?"
[ 네 맞습니다. ]
오랜만에 들어보는 마키나의목소리, 나는 구석에서 인공던전의 내부 구조가 그려져 있었다.
막다른 골목길이 나왔던 곳에 X로 그으며 경로를 정리했다.
모든 갈림길을 선택해 봤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조를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출구까지 갈 수 있는 경로가 여러 곳으로 나누어져 있어, 최단 경로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은이가 대단하긴 했지."
마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게 거짓은 아니었는지, 다은이가 선택한 길은 최단 경로에 가까웠다.
"여기가 다은이가 실수한 부분이고.."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은이가 한번 틀렸다.
사실 이 앞에서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생각한다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다은이가 의기소침해하긴 했지만, 기록만큼은 좋게 나왔다.
그다음 회차에서는 다은이가 틀린 부분만 빼고 최단 경로로 이동했다.
"서아는 뭘 어떻게 하는데 그렇게 빠른 거지?"
아슬아슬한 패배, 몇 번을 도전하면서 시간을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서아를 이길 수 없었다.
"..."
로드를 반복하면서 내부 구조 파악을 끝냈는데도 이길 수가 없다?
이건 던전 자체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내부 구조도 랜덤으로 생성되니 서아가 들어간 인공던전이 더 짧은 경로일지도 몰랐다.
'추측이긴 하지만..'
나는 말 없이 다은이가 실수했던 부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지도상 위치만 따진다면 출구와 가장 가까운 경로이긴 했다.
문제가 있다면 막다른 골목이었던 거다.
벽 쪽 어딘가에 틈이 있었는지 바람의 흐름이 미묘하게 달랐다.
아마 그 틈새 사이로 마력을 느끼면서 다은이가 실수했을 거다.
"여기가.. 가장 가까운 곳인데. 바람이 통하는 틈새가 있다?"
그러면 이 벽은 다른 곳보다는 더 약하지 않을까?
여기를 부수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했다.
"시간이 확 줄어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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