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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04화 (104/235)

〈 104화 〉 104 그룹 평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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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자꾸 어디로 가는 건데!!”

정수아가 윤서아를 향해 소리쳤다.

붉은색 머리카락과 붉은색 눈동자, 날카로운 인상과 시침한 표정이 더해져 사나운 고양이처럼 보이는 그녀의 표정 좋지 않아 보였다.

던전에 들어 온 순간부터 한순간도 쉬지도 않고 달리는 윤서아를 따라간다고 쓰러질 것 같았다.

"조금만 쉬자고!"

호흡이 딸리는지 정수아의 작은 흉부가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가슴이 작은 탓에 그리 부각되는 느낌은 없었지만, 넓은 골반과 튼실한 허벅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섹시한 느낌이 들었다.

키가 작긴 하지만 워낙 비율이 좋은 탓에, 멀리서 보면 키가 커 보이는 착시가 들 정도였다.

가슴이 작아 다른 생도들 보다 매력 순위에서 조금 밀리긴 하지만, 그녀 역시 손가락에 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 마니아 층에서는 그녀에게 작은 가슴때문에 더 큰 점수를 줬지만, 그녀는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짧은 치마 밑으로 드러난 튼실한 허벅지는 그녀의 매력 포인트였으나, 겉으로 드러나 있는 허벅지가 오늘처럼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추워 죽겠네! 진짜!'

정수아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윤서아의 뒤를 따라 달렸다. 머리띠를 하고 있어 앞머리는 흩트려 지지 않고 단정하게 유지되어 있었다.

“이쪽으로.. 빨리 와.”

전혀 반응 없이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체력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하더니,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너희들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아니.. 서아가 가자고 하는 거면 그쪽이 맞지 않을까?”

정수아는 윤서아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두 명 때문에 화가 올라왔다.

분명 파티로 던전을 탐색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윤서아 혼자서 던전을 탐색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에취! 아 진짜 춥고! 힘들고!”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추위를 느낀 정수아가 몸을 떨었다.

계속 달리면서 몸에 열이 올라오긴 했지만, 여름용 제복과 일방적으로 드러나 있는 맨다리로는 차가운 눈보라를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하필 걸려도 이런 곳이 걸리는 거야!'

윤서아 파티가 이번 평가에서 클리어해야 하는 던전은 설원 지대였다.

바닥에 수북히 쌓여 있는 눈은 걸을 때마다 푹푹 들어가며 움직임을 방해했으며 앞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계속해서 체온을 빼앗아 갔다.

설마 이런 설원 지대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방한용품을 제대로 챙겨오지 못했다.

누가 뜨거운 태양 빛이 내리쬐는 여름 날씨에 방한용품을 살 생각을 하겠는가.

혹시 몰라 담요를 챙겨 오긴 했지만, 고작 담요 몇 장으로 이런 날씨를 버티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쟤는 춥지도 않나..”

“이쪽이야..”

찬 바람이 몰아치는 환경에서 아카데미 제복만 입은 채로 떨지도 않고 걸어가는 윤서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냥 감탄만 나왔다.

“고유 능력 때문이려나?..에취!”

잠깐 멈칫 한 사이 윤서아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면서 금세 거리가 멀어졌다.

자신하고 키도 비슷한데 뭐가 저렇게 빠른 건지 정수아는 서둘러서 윤서아를 발걸음을 옮겼다.

“너희도 뭐해! 빨리 가야지.”

“미안.. 너무 추워서..”

정수아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두 명을 확인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담요를 뒤집어쓴 체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한 명은 탱커라고 들었는데, 여름용 갑옷은 보온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온 순간 진작 벗어던진 상태였다.

저런 녀석들을 믿을 바에는 윤서아를 믿는 게 나았다.

자신하고 성격은 안 맞아도 실력 하나 만큼은 확실한 인간이었다. 서둘러서 따라가니 혼자서 몬스터를 다 때려 박살 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왜 혼자 싸우고 있는 거야!”

정수아는 뒤에서 윤서아에게 버프를 사용했다. 뒤에 따라오던 두 명은 그 모습이 질렸는지 무언가를 할 생각도 못 하고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얘들은 바보인가?’

자신의 경우는 버퍼이기 때문에 안전한 환경에서 버프만 해줘도 할일을 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명은 탱커 한 명에 근접 딜러, 아무리 윤서아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근처에서 윤서아를 보호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멀찍이 떨어져서 덜덜 떨고 있으면 절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거다.

“와.. 확실히 수석은 다르긴 하구나.”

“괜히 차기 S급으로 평가 되는 게 아닌가 봐.”

두 명은 그런 생각은 못 하는지 그냥 뒤에서 구경만 하며 감탄하고 있었다. 포인트 수치에 맞춰서 구한 녀석들이긴 해도, 이 정도 일지는 몰랐다.

사실 같이 들어온 인간이 누가되어도 상관은 없어 보였다. 마력만 남아 있다면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실제로 윤서아는 지금 마력이 남아도는 상황이었다. 정수아의 버프 능력이 꽤 준수한 편이라 큰 어려움 없이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약점으로 꼽히던 체력문제도 방학 동안 매일 같이 훈련하면서 많이 좋아진 상황이었다. 완벽에 가까워져 가는 윤서아의 모습은 감탄을 불러왔다.

“저런 건 우리 다은이도 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위력을 조절하고 있는 거지, 다은이도 마음만 먹으면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기다 차석이면 겨우 등수 하나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 아닌가. 정수아는 다들 윤서아만 인정하는 모습이 불편했다.

“어..? 갑자기?”

허공에 얼음 창을 띄워 놓고 눈밭에 숨어있는 몬스터들에게 폭격을 가하는 중이었다.

하얀 늑대라 불리는 흰털을 가진 녀석들은 눈밭에 있으면 분간도 힘들 건데 그것도 귀신같이 찾아내 폭격을 가했다.

늑대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창이 눈밭에 꽂힐 때마다 한 마리씩 죽어 나갔다.

눈밭에 매복하고 있던 늑대 중 한 마리가 윤서아에게 두려움을 느꼈는지 사냥을 포기하고 도망쳤다.

늑대가 도망치는 방향에는 정수아와 나머지 파티원 두 명이 있었다.

“어..야! 야! 빨리! 뭐해!”

정수아는 치유계 헌터, 버프 능력을 통해 본인을 강화할 수 있기는 하지만 전투력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윤서아라서 쉽게 사냥하고 있는 거지, 설원 늑대는 민첩함과 지능이 높은 몬스터이기 때문에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어..어.. 내 방패가..어디에 있더라?”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던 두 명은 버벅대며 전투준비를 하는 사이에 늑대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뒤늦게 방패를 들어 올린 남학생이 몸으로 늑대를 막아냈다. 강한 충격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자신의 몸이 아프지 않았다.

“뭐해! 정신 차리고 싸워!”

탱커를 담당하고 있는 생도는 그제야 자신에게 버프가 걸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 번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교양감에 방패를 든 생도는 자신의 방패를 두들기며 늑대를 도발했다.

옆에 있던 검을 든 생도도 잠깐 시간을 벌어준 사이 전투준비를 끝냈다.

“덤벼봐라!!!”

“그르르릉!!”

늑대가 둘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도약했다. 방패로 늑대를 쳐 버리려고 온 근육을 집중시켰다.

‘나는 할 수 있다.’

고작 늑대 한 마리를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방패를 앞세워 앞으로 달려들려던 순간이었다.

“끼이잉…”

뒤쪽에서 날아온 얼음창 하나가 늑대를 관통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즉사해버렸다.

“…”

달려들려 했던 생도 두 명은 뻘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 놓쳤어….”

윤서아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고 앞으로 걸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었던 정수아는 윤서아의 등 뒤로 쪼르르 달려갔다.

“힐러를 보호해야 한다는 말 못 들었어?”

저 두명의 곁에 있을 바에는 차라리 윤서아에게 붙어있는게 더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좀만 천천히 가라고.”

체력이 부족한 자신을 생각해서 조금만 천천히 가주면 좋겠는데, 윤서아는 그런 게 없었다.

“안돼.. 무조건 이겨야 해.”

“야!! 같이 가!!”

늑대 앞에서 뻘쭘하게 서 있던 두 명은 서둘러서 두 명을 따라갔다.

*

나는 내 품 안에 안겨 있는 강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내 손길에 반응하든 자신의 뺨을 비비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번 인정하더니, 간이고 쓸개고 뭐든 다 줄 것처럼 구는 강민아를 보고 있으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서아네 파티가 더 빠르다고?"

"네. 서방님~"

"..."

민아에게 서아 파티의 클리어 시간을 물어본 대답이었다.

나름 빠르게 클리어했다고 생각했는데, 서아는 더 빠른 모양이다.

"이런 거 알려줘도 되는 거야?"

"시..시간은 못 알려 드려요.."

더 빠른지 느린지만 알려줘도 이미 선을 넘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본인이 그렇다는데 억지로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진짜 쉬지 않고 달려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윤서아 학생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진했어요. 확실히 정수아의 버프 능력이 있어서 그런지 더 강한 느낌이었어요."

정수아가 어떻게 해서든 윤서아의 곁에 딱 붙어서 버프를 계속해서 사용했다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스펙이 좋은 서아에게 정수아의 버프까지 더해지자 날개 달린 새처럼 날아다녔다.

"길을 다 아는 것처럼 움직였다고?"

"제 예상으로는 던전의 마력 흐름을 읽은 것 같아요. 인공 던전이다보니 그런 게 있을 수 있어서.."

갈림길에서 몇 번 실수를 한 게 걸렸다.

생각해 보면 그때마다 다은이의 표정이 조금 안 좋았던 것 같다.

둘 다 나보다 감지 능력이 뛰어나서 내가 느끼지 못하는 걸 느끼는 건가?

"서..서방님도 그 정도면 최상위권에 들어가실 수 있을 거예요! 절대로 못 하신 게 아니에요."

내 표정이 어두워져서 그런지 민아가 당황하며 위로해 주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민아를 안심시키며 머리를 계속 쓸어내렸다. 그나저나 민아의 머리결은 정말 좋은 거 같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진 거네."

서아가 나보다 빨랐으면 팀 랭킹은 서아 파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개인 점수와는 다르게 무조건 클리어 타임을 기준으로 랭킹을 결정하니 빠르면 장땡이다.

"그럼 또 해볼까?"

"네?"

서아에게 미안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모두 사용하는 게 정정당당한 게 아니겠는가.

나는 이 앞에 세이브했던 지점을 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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