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099 놀이 동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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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자신의 딸과 함께 있는 김시우와 강민지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는 사신 길드의 마스터인 만큼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긴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얼굴을 공개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적었다.
공식 선상에서는 염동력을 이용해 몸을 띄우고, 검은색 후드로 얼굴을 항상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강민지와 김시우는 그녀가 윤승아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엄.."
"언니~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서아는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는 모습에 황당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려 했지만, 윤승아가 염동력으로 입을 막아버린 탓에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아 언니의 동생 윤승 아니 윤세아라고 합니다!"
얼굴에 철면피를 깐 듯 뻔뻔한 모습에 윤서아는 말문이 그대로 막혀버렸다.
"어, 서아 동생이구나. 안녕?"
"서아한테 동생이 있었어? 반가워."
누가 봐도 서아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동생이라고 해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둘이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기에 동생이라는 것도 어색하지는 않았다.
"네! 저희 언니 좀 잘 부탁드려요~"
어렸을 때는 바쁜 일이 많아서 서아를 챙겨주지 못한 게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에 대한 아카데미에서 놀이동산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이렇게 찾아왔었다.
혼자 있는걸 좋아한다고 들어서, 혼자 있으면 같이 놀이동산에서 데이트나 할 생각으로 왔는데, 항상 들었던 강민지와 김시우와 함께 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쟤가 윤아의 딸인가, 확실히 윤아를 닮긴 닮았네'
터질듯한 가슴이나 넒은 골반과 튼튼해 보이는 허벅지, 윤아 보다는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저런 옷을 입어도 몸매는 숨길 수가 없는지 겉으로 드러났다.
부드러워 보이는 최윤아와는 다르게 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을 주고 있긴 했지만, 성격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저쪽은…. 그 김시우인가?'
남자다운 생김새에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몸 단련을 열심히 하는지 짝 벌어진 어깨에 다부진 체격, 몸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균형이 잡혀 있었고, 셔츠 아래로 드러난 팔뚝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근육은 여심을 뒤흔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거기에 얼굴은 상남자와 꽃미남이 함께 공존하는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모인데, 자신의 남편처럼 귀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실물이 더 괜찮아 보였다.
'내 정신 좀 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사람 경험이 적은 서아가 나쁜 짓을 당하는 건 아닌가 걱정돼서 확인차에 찾아왔는데, 둘 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 엄청 노려보네.'
좀 더 편하게 이야기 좀 하려고 했는데 서아가 옆에서 노골적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서아의 반응 때문에 두 명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기 힘들어 보였다. 윤승아는 할 수 없이 서아를 데리고 잠시 구석으로 이동했다.
"저 잠시 언니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 언니 잠깐만 이리 와봐!"
"어, 편하게 이야기해."
"잠깐만 기다려줘…."
윤승아의 눈빛을 읽은 서아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승아를 따라 구석으로 이동했다.
"뭐 하는 거야..?"
서아가 싸늘한 표정으로 윤승아를 노려봤다.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동생이라고 소개한다면 황당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평소에도 이런 일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김시우와 강민지 앞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서아야. 너 엄마한테 숨기는 거 없어요?"
"...없어."
누가 봐도 걸리는 게 있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서아를 보고 있으니 윤승아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길드의 비품을 확인해 봤는데 A급 엘릭서가 비어 있었다. 서아에게 투자하는 돈이라면 수백억도 아깝지 않은 그녀였기에 크게 뭐라 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 몰래 가져간 게 조금 섭섭할 뿐이었다.
"정말로 없어요~?"
"..."
새침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 지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어진 그녀가 서아를 품에 안았다. 크기 차이 때문에 서아에게 안기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윤승아에게 있어 서아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최고의 딸이었다.
"필요해서…. 썼어요.."
"엄마한테 말도 하지 않고?"
"잘못했어요…."
시무룩한 서아를 보고 있으니 화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괜찮아! 대신 엄마 부탁 좀 들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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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한테 동생이 있었네?"
"그러게 성격은 전혀 달라 보이는데, 분위기는 좀 비슷한 거 같아."
민지와 함께 구석에 서서 서아와 세아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근데 동생 맞나?'
윤세아를 처음 본 순간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강자에게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세아도 각성자 같지? 마력이 느껴지는 거 같던데."
"응 그런 거 같아. 어쩌면 서아보다 강할지도 모르겠는데."
"서아보다 강하다고? 나는 전혀 모르겠는데. 네가 착각한 거 아니야?"
분명 겉으로 드러난 마나는 우리와 비교하면 부족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내 본능은 절대적인 강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강자에게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순진한 여고생처럼 발랄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분명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안 그대로 어려 보이는 얼굴에,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묶고 있어서 그런지 더 어려 보였다.
서아보다는 조금 작은 키에 장난기 넘치는 얼굴, 외모는 민지나 서아와 함께 있어도 전혀 굴욕이 없을 정도로 괜찮았다.
"죄송해요~ 저희가 늦었죠!"
자신을 세아라고 설명한 여인이 서아와 함께 이쪽으로 걸어왔다. 아까는 잔뜩 경계하던 표정을 하던 서아의 표정이 아까보다는 괜찮아 보였다.
"어..어.. 괜찮아. 그런데 서아 동생이면 학교에 있을 때 아닌가?"
서아의 동생이면 최소 고등학생일 게 분명했다. 오늘은 평일인데 학교도 안 가고 놀이동산에 올 수가 있는 건가?
"아~ 오늘 우리 학교가 쉬는 날이에요~ 그래서 놀러 왔다가 우연히 언니랑 만났네요!"
보통 놀이동산에 혼자 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 법이다. 옆에 있던 민지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던졌다.
"다른 친구들은?"
"아…. 제가 친구가 없어서요…."
세아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질문을 던졌던 민지가 당황하면서 위로하기 시작했다.
분명 잠깐 웃는걸 본 것 같은데 너무 짧아서 제대로 확인을 못 했다. 벌써 구워삶았는지 민지가 식은땀을 흘리는 게 눈에 보였다.
"아.. 미 미안해! 세아야! 그..그러면 우리랑 같이 놀까?"
"그..그래도 될까요? 너무 민폐일 거 같은데~"
"야, 괜찮지?"
절대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괜찮아."
"저 그러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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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으로 이동하자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 나타났다. 흔히들 말하는 귀신의 집, 멀리서부터 나타난 공간은 일부러 오래된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 낡고 녹슬어 있었다.
벽이고 창문이고 제대로 된 게 없어 보였다. 은은하게 깔리는 음악은 조금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재밌겠네요~"
세아는 즐겁다는 듯 반응했고, 서아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거기와 비교하면 민지는 여기에 온 순간부터 말이 없어졌다.
"민지야, 혹시 무서워?"
"아..아니거든! 내가 이런 걸 무서워 할 거 같아?"
그냥 물어봤을 뿐인데 민지의 반응이 격하게 튀어나왔다. 설마 무서운 건가?
"하, 너..너가 무서우니까 그런 거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긴 했지만, 오랫동안 민지와 함께 있어서 그런지 평상시와 다르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아~ 민지 언니는 혹시 이런 거 싫어해요?"
"하..하나도 안 싫어해! 괜찮다니까?"
"네네~ 알았어요."
우리는 말 없이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호러 체험답게 녹슨 철장에 낡은 전단지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적당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 금세 우리의 차례가 돌아왔다. 민지가 이 정도로 무서워할지는 몰랐는데, 벌써 반응이 기대된다.
"입장하시기 전에 소지품은 사물함에 넣어주세요~ 전자기기들은 들고 가시면 안 돼요!"
사물함에 휴대전화와 스마트 워치 등, 개인 소지품을 넣어 놓고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이용 안내 수칙을 읽고 있었다.
"민지야, 악령들에게 욕하거나 때리지 말래. 너 조심해야겠다."
민지가 놀라서 핵 펀치라도 날리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죽는 건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아..안그러거든! 누가 아무나 때리는 줄 알아?"
한 번에 입장 가능한 인원은 4명까지였다. 나도 이런 건 들어가, 본적이 없어서 떨리는 기분이다.
"잠깐만 확인할게요. 여기에 올라서 주시겠어요?"
안내원에게 말에 따라 장치 위에 서니, 장치가 푸른 빚을 내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각성자 분들이세요?"
"네."
"그러면 마력억제 팔찌도 착용하고 들어갈 겁니다! 놀라시면 조절하기 힘들다고 들었거든요."
그렇게 우리 4명은 마력억제 장치를 착용했다. 생각보다 억제력이 강한 팔찌였다.
억지로 사용하려 하면 사용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정말 조심해 주세요! 아니면 구속구도 드릴까요?"
"민지야 너는 필요해 보이는데?"
"뭐..뭐라는 거야 멍청아! 괜찮다고! 하나도 안 무서워!"
"알았어, 내가 옆에서 잘 막아줄게."
마력억제 팔찌를 착용하고, 손전등을 받았다. 빛도 약하고 붉은색이라 더 무섭게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언니~ 그러면 우리가 앞에 갈까?"
"나는... 알았어.."
자연스럽게 서아와 세아, 그 뒤에는 민지와 내가 서게 되었다.
"자 그러면 안으로 들어갈게요~"
입구에서부터 음산한 소리와 함께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환경이 우리를 반겨줬다.
벌써 민지가 떠는 게 느껴져서 나는 조용히 민지의 손을 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
“그럼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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