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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98화 (98/235)

〈 98화 〉 098 놀이동산 (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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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버스를 타러 왔는데, 이제는 버스가 아니라 트램이 운행 중이었다.

“이제 버스는 없어졌네…?”

“저게 트램인가?”

“신기해….”

민지도 버스가 없어지고는 처음인지 신기하게 쳐다봤다. 앞쪽에 있는 전기차에 길쭉하게 생긴 칸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프랑스 파리, 홍콩 등에서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 전차와는 생김새가 달랐는데, 관람의 목적을 위해서인지 방탄유리가 극대화되어 있어서 시야가 넓어 보였다.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앞쪽에는 다은이와 정수아, 그리고 강주원이 서 있었다. 다은이가 우리가 대화하는 목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대충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하자 다은이도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어 줬다. 내 뒤에 있던 서아가 정수아를 확인하고는 마치 동물이 위협하는 것 처럼 노려보기 시작했다.

“…”

다은이 쪽을 확인해 보니 서아와 똑같은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 보고 있었다. 둘이 파트너로 활동하려면 협력하는 게 필수 일 건에, 저래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적당히 쓴웃음을 지으며 서아를 보고 있었는데, 서아가 가슴을 강조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자 앞쪽에 있던 정수아가 발작하기 시작했다.

“야! 너 일로 안 와!!”

“수아야~ 사람도 많은데 진정해야지~”

“아니…. 씨!”

둘의 신경전은 서아의 승리로 끝났다. 서아보다 키도 작고, 가슴도 작은 정수아는 서아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나와 민지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작은 소동이 끝나고 우리 차례가 돼서 트램에 탑승했다.

앞쪽에는 맹수들을 막는 가드가 쳐진 지프가 있었고, 그 뒤로 트램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흰색 바탕에 갈색과 주황색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현대적인 느낌으로 되어 있었다.

다은이는 앞칸에 탑승했고, 우리는 뒤 칸에 탑승하게 되었다. 자리가 두 개씩 붙어 있어서 다 함께 앉으려면 어쩔 수 없이 맨 뒤로 갈 수밖에 없었다.

“서아가 창가 쪽에 앉을래?”

“..응”

뭔가 들떠 보이는 서아가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창가 자리를 양보해줬다. 서아가 창가에 앉고 내가 옆에 앉아 민지가 말없이 내 옆에 앉았다.

“민지야 너도 이건 처음 타봐?”

“최근에는 잘 안 왔으니까, 나도 처음이야. 이게 더 잘 보이긴 하네.”

창밖으로 확인하니 나무들과 풀들이 빼곡하게 자라서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고 트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쪽에는 작은 TV가 하나 있었는데, 운행과 함께 화면이 켜졌다. 거기에는 놀이동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웃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 “환영합니다~ 더 와일드해진 사파리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저와 와일드 트램을 타고…” ]

환영 인사와 함께 주의사항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뭐 간단하게 이동 중에는 일어서거나 이동하지 말고, 앉아서 관람하라는 거나, 손잡이를 잡고 있으라는 등의 이야기였다.

[ “마지막으로 맹수 친구들이 놀랄 수 있으니 유리창은 두드리지 않고, 예쁜 눈과 카메라로만 담아주세요~” ]

안내 방송이 끝나자 철장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문이 열리고 맨 앞에 있는 차가 안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제 저기로 들어가나 봐.”

“우리 민식이 말 잘 들었지? 창문 이렇게 두드리면 안 돼요~”

놀이동산답게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유리창을 두들기는 아이를 말리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도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더니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 “처음으로 만나볼 친구는 한국의 호랑이입니다~ 앞쪽으로 이동하면 호랑이 친구들이 나타납니다.” ]

오른쪽을 쳐다보니 호랑이 두 마리가 하품을 쩍 하며 돌 위에 편하게 앉아서 풀을 뜯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동물들을 실제로 보니 뭔가 멋있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흰색과 황갈색 베이스에 검은색 줄무늬가 독보적이었다.

“호랑이다….”

사아가 눈을 빛내며 호랑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호랑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민지야 쟤들 풀도 먹어?”

“저게 그러니까…. 들었던 거 같은데..”

민지도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다. 그런 의문도 잠시 안내원이 알아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 “지금 풀을 뜯어 먹고 있죠? 호랑이 친구들도 가끔 소화가 안 되면 풀을 뜯어 먹는데, 저희가 소화제를 먹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신기해..”

“나도 이런 건 처음 보네. 호랑이 풀 뜯어 먹는 소리가 있었네.”

현실 가능성이 없는 허풍을 떤다고 할 때 쓰이는 말이다.

갑자기 그런 말이 나온 이유도 이렇게 풀을 뜯어 먹는 걸 봤는데 아무도 안 믿어서 지금까지 전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우.. 바보같아.. 히히”

“그래, 뭐라는 거야 멍청아.”

[ “발바닥에 지방이 많기 때문에 걸을 때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아서 ‘그림자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들이에요~”]

‘그림자 사냥꾼이라. 인벤토리에 있는 변신 세트가 떠오르네.’

적당히 설명을 들으며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자 이번에는 하이에나들이 나타났다.

“하이에나….”

“서아는 동물 좋아해?”

“좋아하는 거 같아..”

서아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왔다. 민지도 자주 와 봤다고 하더니 두리번거리며 동물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쳐서 그냥 씩 하고 웃어줬다.

“야.. 뭐..뭐, 왜 그렇게 보는데.”

“그냥. 귀여워서?”

“뭐..뭐라는 거야 멍청이가…. 조용히 하고 구경이나 제대로 해.”

하이에나들은 위장이 좋아서 썩은 고기도 소화할 수 있는 모양이다. 역시 이미지 때문에 그런지 그렇게 멋있는 동물은 아니긴 하다.

[“자 이번에는 사자를 만나볼까요?”]

역시 하이에나보다는 사자 아니겠는가,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의 실물을 직접 볼 날이 올지 몰랐다.

‘놀이동산이나 동물원 같은 건 꿈도 못 꿔봤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어렸을 적 놀이동산에 놀러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커다란 갈기가 있는 친구는 수컷, 갈기가 없는 친구는 암컷이라고 다들 생각하시겠지만, 암컷 친구들도 갈기가 있다고 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갈기가 작으므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네요”]

“사자랑 호랑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항상 호랑이와 사자가 있으면 한 번씩 나오는 질문이 있기는 하다. 둘이 비교하는 게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건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는 법이다.

“그런 게 왜 궁금한데..”

민지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고, 내 말을 들은 서아는 호랑이를 응원했다.

“호랑이가 이길 거야..”

“사자가 이기지 않을까?”

“호랑이가.. 더 쌜 거야..”

“서아 너까지..”

어떤 기록을 보면 호랑이가 이겼다는 글도 있고, 다른 글에서는 사자가 이겼다는 의견도 있고 사실 의미 없는 가정이긴 하다.

헌터들도 근거리 계열과 원거리 계열을 비교하는 건 솔직히 의미 없는 짓이긴 하다. 딜러 계열 헌터가 탱커 계열헌터보다 딜이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승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고,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

“서아는 호랑이가 더 좋아?”

“응.. 호랑이가 더 귀엽게 생겼어..”

귀엽게 생겨서 좋은 건가? 귀여운지는 모르겠지만, 뭐 서아가 좋다면 얼마든지 인정해 줄 수 있다.

“그러면 호랑이가 이길 거야.”

“응.. 히히”

[ 윤서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사자들은 그늘에 누워 편하게 누워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나른해 보이는 게 여유가 넘쳐 보였다.

다음은 뱅갈 호랑이였다. 아까 봤던 한국 호랑이보다 크기가 작아 보였다.

“가까이 왔어…!”

뱅갈 호랑이 한 마리가 서아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유리창을 건드렸다. 서아는 얼굴이 유리창에 붙을 정도로 가까이하고는 호랑이를 구경했다.

[ “이 친구들은 더운 인도 지방에 살기 때문에 몸집이 작고 털이 짧은 것이 특징이에요.”]

계속 멈춰있을 수는 없었기에 차가 앞으로 이동하자 서아의 코앞에 있던 호랑이가 점점 멀어졌다.

“…”

아쉬워하는 서아를 보고 있으니 귀여워 보였다.

[ “이 친구들이 덩치는 작아도 점프력은 높은데요, 이 친구들이 마음먹고 점프하면 저희가 타고 있는 트램 객차를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해요. 저는 아쉽게도 이 친구들이 마음먹은 걸 본 적이 없네요” ]

그래도 2m는 가뿐하게 넘는 크기인데, 꽤 점프력이 높은 모양이다.

“한번 보고 싶어..”

[“자 이 친구들은 백만분의 일 확률로 태어난 돌연변이 친구들이에요.”]

“오 백호네.”

“하얗게 생겼어..!”

“서아 머리카락 색이랑 비슷하네?”

“응.. 신기해..”

서아는 백호가 신기한지 눈을 떼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민지도 백호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뭔가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민지를 보고 있으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이쁘네.’

대충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민지에 뺨에 가볍게 뽀뽀했다.

“뭐..뭐하는 거야..”

“그냥.. 싫어?”

“...몰라 멍청아.”

서아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이는 민지를 보며 피식 웃고는 다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전체적으로 새하얀 털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백호가 멋있어 보이긴 했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귀여운 곰 친구를 만나러 가볼까요?”]

다음 장소로 이동하니 반달가슴곰이 우리를 반겨줬다. 크기가 작아서 새끼 곰인 줄 알았는데 다 자라도 120cm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귀여워..”

서아는 반달가슴곰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번에서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120cm면 서아보다도 작은 키였다.

“서아가 곰보다 더 크네?”

“지금 놀리는 거야..?”

“그런 거 아닌데?”

“...”

다음으로 넘어가자 반달가슴곰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곰이 나타났다. 3m쯤 되어 보이는 녀석은 앞발 휘두르기 한방이면 사람은 찢을 수 있을 그것처럼 보였다.

더워서 그런지 물에 들어갔다가 나왔는지 털이 젖어 있었다.

[“곰 친구들의 어깨 뒤쪽을 보시면 약간 볼록 튀어나와 있는 부분을 보실 수 있는데, 저 부분이 다 근육이기 때문에 앞발로 휘두르는 힘이 무려 1200kg까지 나간다고 해요.”]

확실히 엄청난 힘이었다. 민지가 휘두르는 주먹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민지가 더 세지 않아?”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자꾸 이상한 소리할 거야?”

그렇게 곰 몇 마리를 더 보고 나니 관람이 끝났다. 서아에게 화난 정수아가 다은이와 강주원을 데리고 바로 이동해서 그냥 가볍게 작별인사만 했다.

서아가 아쉬워하는 탓에 주변에 있는 사막여우를 보러 가기로 하고 가던 중에 노란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여자아이가 한 명 나타났다.

"어머~ 언니 여기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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