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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96화 (96/235)

〈 96화 〉 096 놀이동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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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이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갔다. 천장 위에 붙어있는 건 흡혈충이라 부르는 몬스터였다.

크기가 작고 수십에서 수백 마리가 한 번에 뭉쳐서 달려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었다.

번질번질하는 붉은 등딱지와 거슬리는 날개 소리가 특징인 몬스터다.

랭크는 낮은편이라 평범한 성인들도 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지만, 뭉쳐서 달라들기 때문에 위험성은 꽤 높은 편이었다.

“흡혈충이네.”

“저거는 내가 처리할게!”

날아다니는 데다 크기가 작은 녀석들이 뭉쳐서 달려드는 탓에 광역 공격 수단이 없는 헌터들에게는 만나기 싫은 몬스터로 손꼽히는 놈이었다. 이런 놈들 때문에 마력 폭탄을 챙기는 게 좋다.

우리 파티 같은 경우에는 공격수단이 확실하게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편이다.

다은이의 머리가 쭈뼛거리며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사방으로 전류가 펴졌다. 좀 과해 보이는 느낌이긴 했지만 효과 하나 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공격 한방에 전류가 하늘을 날고 있던 흡혈충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가 많아 보였는데, 확실히 광역공격 성능은 확실한 모양이다.

다음 방으로 넘어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에 서 있던 강주원이 휘청거렸다.

“으..으..”

“아.. 주원아 괜찮아?”

“벼..별거 아니야.”

강주원이 휘청거리자 다은이가 기겁을 하며 달려가서 부축했다.

확실히 공격력은 확실한데, 파티 단위에서 사용하기에는 힘든 능력이었다.

다은이의 능력은 감전효과 때문에 사방으로 퍼지는 특성이 있었다.앞에 서 있던 탓에 공격에 당한 모양이다.

그래도 사선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아마 힘 조절을 실패한 탓이겠지.

“너 괜찮냐?”

“이 정도는 괜찮아.”

조금 당황해서 그렇지 크게 다친 거 같아 보이진 않았다.

저 녀석이 다치는 건 상관없지만 그랬다가는 다은이의 멘탈에 좋지 않겠지.

“괜히 나 때문에 미안해..”

“괜찮아, 별로 다친 것도 아니고.”

“파티 단위로 활동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이럴 줄 몰랐네..”

1학기에는 개인 단위나 파트너 단위로 주로 훈련했기 때문에 이런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마 다은이의 파트너석도 등 뒤에만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저 새끼는 왜 눈치 없이 앞에 서 있어 가지고.’

마음 같아서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다은이 성격상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불편해할게 분명했다.

“다은아.”

“아.. 시우야? 왜 불렀어?”

이럴 때는 다른 곳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지금 우리 위치가 어딘지 혹시 기억하고 있어?”

“지..지금 위치?”

“응 혹시 기억하고 있어?”

“응.. 외우면서 오긴 했는데..”

차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지 정신머리가 없어 보여도 다 기억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바닥에 좀 그려볼래?”

이번 방은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어서 적당히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서 다은이에게 쥐여줬다.

“응.. 잠시만..”

이렇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지 바닥에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완벽하게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뭇가지를 움직이자 민지가 신기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걸 다 외우고 있었어?”

“응 민지야, 던전에서는 위치를 외우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민지도 적당히 다은이의 기분을 풀어줄 생각이었는지 둘이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민지가 나랑 강주원에게 뒤로 빠지라고 눈치를 줬다.

강주원도 눈치는 있는지 알아서 뒤에 물러나 있었다.

“상태는 괜찮냐?”

“아까도 말했지만 괜찮아.”

“그러면 얼굴 좀 풀어라, 너 때문에 민지도 계속 불편해하잖아.”

“민지가?...아니 내 표정이 어떤데?”

자기 마음대로 안돼서 그런지 표정이 진짜 별로인데, 본인은 모르고 있는 건가?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데, 몰랐어?”

“내가 그랬다고?”

강주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러고는 금방 표정을 변화시켰다.

‘그러고 보면 이 새끼도 저소득층 전형이었나?’

그래도 나름 알바도 많이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본인 감정은 어느 정도 다스릴 줄 아는 모양이다. 홍류석이었으면 바로 소리부터 질렀을 건데, 확실히 다르긴 하네.

“미안하다. 내가 실수했네.”

“나 말고 다은이한테 사과하는 게 어때?”

“...진짜 미안하다. 앞으로는 조심할게.”

“시우야! 다 그렸어!”

“어, 잠깐만!”

그 뒤로는 적당히 강주원이 사과하면서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풀렸다. 그 뒤로부터는 다은이도 지금 같은 실수는 하지 않고 확실하게 적들을 처리했다. 민지는 강주원 때문인지 크게 별 말없이 묵묵히 따라왔다.

그 뒤로부터는 무난 그 자체였다. 나오는 녀석들도 별 볼 일 없는 놈들이라 그냥 다 한방에 박살 났다. 그렇게 계속 전진하다 보니 마지막 방처럼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여기가 끝인가 봐.”

“보스 몬스터 같은 건 없나 보네.”

“전리품도 안 나왔잖아. 그냥 훈련용 던전이겠지.”

“14조 부상자 있나?”

잠깐 다은이가 강주원을 쳐다보긴 했지만, 강주원이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잠시 대기해라.”

관리자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와 우리의 상태를 대충 확인하고는 던전 안으로 들어가 정비하기 시작했다. 잠시 대기하고 있었더니 교관이 들어왔다.

“14조 클리어 확인했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시간이다. 혹시 개인훈련이 필요한 사람있나?”

“없는데요.”

놀러 와서 여기서 더 훈련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교관도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크크 그렇겠지. 던전 훈련은 할 만했나?”

“네!”

교관은 우리가 들고 있는 전등을 발견하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준비를 철저히 했구나, 안 그래도 너희 조에는 너무 쉬웠을 건데, 훈련이 됐을지 모르겠구나. 아니면 더 어려운 곳으로 다시 도전해 볼래?”

다들 표정이 더 어둡게 변하자 교관이 장난끼 넘치는 표정으로 미소를 터트렸다.

“당연히 농담이다, 놀이동산에서 길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게이트 너머로 나가고 나서 바로 움직이지 말고. 알아들었나?”

“저희도 성인인데요.”

“나한테는 다 어린애로 보인다. 아무튼 조심하도록.”

게이트 밖으로 나가자 서아와 정수아가 같이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주원이랑 이다은! 너희들 왜 이렇게 늦었어!”

서아는 우리보다 늦게 들어간 걸로 알고 있었는데, 벌써 클리어하고 기다리고 있는 건가?

“서아야 벌써 끝났어?”

“응.. 둘 다 느려.. 히.”

“수아야 우리보다 늦게 들어가지 않았었어? 어떻게 벌써 나왔어?”

“쟤가 그냥 무식하게 다 박살 내고 달려갔어.”

“누가.. 무식하다는 거야!”

“던전에서 그렇게 달려가는 사람이 어딨어!”

서아랑 정수아는 볼 때마다 싸우고 있는 기분이다. 둘이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고양이 둘이 싸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둘 다 키도 비슷하고 체형도 비슷해서 그런지 더 그렇게 보였다.

서아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다가 자신의 가슴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무표정으로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서아가 훨씬 크긴 하지.

“야.. 너 지금 뭐야? 방금 뭐한 거야?!”

“수아야~ 우리 그러면 놀러 가볼까?”

“이다은 안놔! 잠깐만 저 녀석이!!!”

강주원도 다은이와 수아를 따라갔다. 뭔가 눈빛에 아쉬움이 보이긴 했지만 기분 탓이겠지.

“쟤는 항상 시끄러운 거 같네. 우리 서아는 조용한데.”

민지는 저 멀리서 소리를 지르는 정수아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나는 서아가 더 좋아.”

“나도..”

“서아야!”

민지가 감동한 표정으로 서아를 껴안았다. 서아도 딱히 싫지는 않은지 민지의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시계를 확인해보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옷 갈아입고, 점심부터 먹을까?”

*

“이렇게 3명이서 다니는 건 오랜만이네.”

“그러게…”

주원이와 수아까지, 이렇게 3명이서 놀러 온 건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함께 온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3명만 온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평일이라서 그런지 기억속에 왔던 놀이동산보다는 사람이 적어 보였다.

“평일이라서 사람이 적은 가봐. 다은아 너 무서운 거 잘 타?”

“안타봐서 잘 모르겠는데.. 헤헤.”

“하, 다은이는 쫄보라서 저거는 못 탈걸?”

정수아의 손끝을 확인해 보니, 엄청난 높이의 롤러코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이 놀이동산의 대표 기구인지, 벌써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서워 보이네~.. 나는 저런 거 잘 못 탈 거 같아.”

“그런데 스타일 바꿨네?”

수아가 이다은의 몸을 위아래로 훑으며 중얼거렸다. 항상 자신의 체형보다 큰 옷을 입어서 부해 보이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 입은 옷은 체형이 드러나는 옷이었다.

몸매를 부각시키는 의상은 아니었지만, 이다은의 가슴의 크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부각된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자꾸 자신의 가슴만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 누가 이런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고 해서.. 이상해?”

“아니, 잘 어울려! 평소에 입던 옷들은 우리 다은이한테는 안 맞는 옷이긴 했어.”

“잘 어울려?”

“응! 야 강주원,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수아가 말을 걸자 뒤에서 우리를 따라오고 있던 강주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어울리네.”

본인도 모르게 가슴 쪽으로 시선이 향하는 모습이었다.

금방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그 시선을 읽은 이다은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야 그게 다야?”

“수아야 저거 보여?”

“뭐가..”

주원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수아의 모자를 뺏어갔다. 갑자기 모자를 뺏긴 수아가 버럭 화를 냈다.

“야! 거기 안 서?”

“얘들아~ 같이 가!!”

옛날처럼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평범한 일상.

항상 이런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옛날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옛날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변해버린 걸까?’

옛날에는 뭔가 심장이 더 떨렸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게 덜한 것 같았다.

‘지금 심장이 떨리는 사람은…’

김시우, 그 이름이 떠올랐으나 금방 고개를 흔들고는 앞에 달려가는 정수아를 따라갔다.

“수아야 같이 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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