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95화 (95/235)

〈 95화 〉 095 놀이동산 (1)

* * *

*

“그래도 오전 시간에 걸려서 다행이네.”

“이게 뭐야.. 짜증 나게.”

“그래도 끝나면 바로 갈 수 있잖아. 민지야~”

“하아.. 진짜 짜증 나.. 준비하러 가자 다은아..”

“아, 알았어! 시우랑 주원이는 준비 안 해?”

“응? 이제 해야지.”

“우리고 하고 올게.”

놀이동산에 간다고 해서 잔뜩 힘주고 나왔던 민지가 짜증을 내며 다은이와 함께 장비를 착용하러 이동했다.

평소보다 더 꾸미고 나와서 그런지 지금도 주변에서 민지와 다은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강주원은 말할 것도 없긴 하다.

“뭐하냐, 가자.”

“아, 잠시 정신을 놓았네. 미안.”

수업 대신에 하는 활동이라서 그런지 그냥 쉬게는 해주지 않았다.

저번에 정한 4인 1조로 인공 던전 탐험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카데미 내부는 아니고, 다른 길드에서 관리하는 시설을 대규모로 빌린 모양이었다.

그 옆에 놀이동산이 있어서, 훈련이 끝나면 바로 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훈련장의 규모가 크긴 하지만, 1학년 전원을 감당하기에는 크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오전과 오후 팀을 나눈 상황이었다. 오후 팀은 오전에는 놀이동산에서 놀다가 오후에 인공던전에 들어가는 거고, 우리는 오전 팀이라 지금 인공던전에 들어가야 한다.

그나마 순번이 앞이라 놀이동산은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아는 우리랑 다른 팀이라서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뭔가 안쓰러워 보이긴 했지만, 팀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었다.

적당히 장비를 착용하고 강주원하고 둘이 서서 민지와 다은이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둘 다 여자다 보니 우리보다는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양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는지 강주원이 말을 걸어왔다.

“아무 생각 없이 왔는데, 이럴 줄 몰랐네.”

“그러게.”

다들 놀러 온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여기 와서 갑작스럽게 훈련을 한다고 전달받은 상황이라 다들 표정이 안 좋긴 했지만, 불평을 입 밖으로 내뱉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중요한 훈련이긴 하지.”

다음 평가가 4인 1조 던전 타임 어택이다. 미리 합을 맞추거나 연습을 해볼 기회이기에 짜증은 나지만, 못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인공던전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기회가 아니면 직접 체험해볼 기회가 적었다. 다들 헌터가 되기 위해서 아카데미에 들어왔으니 미리 연습해볼 기회를 거절할 사람은 없었다.

대기석 밖을 보니 우리 두 명을 보기 위해서 여자애들이 몰려 있었다. 인큐버스 특성을 각성하면서 여자애들이 더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쟤들은 훈련 준비 안 하나?”

“하하.. 뭐 어쩔 수 없지.”

강주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뭐 나도 익숙해지긴 했다. 적당히 검을 쥐고 휘둘러 보던 중에 사람들 인파를 가르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보였다.

“미안~ 우리가 좀 늦었지? 헤헤..”

다은이가 따뜻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전에 민지와 베틀 슈트를 착용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도 본격적으로 슈트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짝 달라붙는 배틀 슈트 특성답게 가슴 부분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서 나름 나쁘지 않았다.

“…”

그 모습이 의외였는지 강주원이 말없이 다은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뒤로 민지도 슈트와 함께 전투용 글러브를 끼고 나타났다. 확실히 가슴은 다은이가 크긴 하지만, 다른 부분은 민지 쪽이 더 좋아 보였다.

“쟤들은 왜 이렇게 여기에 몰려있는 거야.”

민지가 화난 표정으로 중얼거리길래 다가가서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민지야, 오늘 기분 안 좋은 일 있어?”

“그런 거 아닌 거든..”

인큐버스 특성이 생기고 난 뒤로부터 민지가 눈을 잘 못 마주치는 기분이다. 다은이도 그렇긴 하고,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모양이다.

“응?”

“시..시끄러워..”

고개를 돌려보니 강주원이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이미 민지는 내 여잔데 네가 봐서 뭘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다음 14번 팀 준비 다 됐나?”

“예!!”

*

게이트 안으로 들어오자 살짝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잠시 휘청거리자 민지가 곧장 달려왔다.

“역시 이 느낌은 적응이 안 되네.”

“너 그때 다친 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상태를 살펴보는 민지 뒤로 다은이도 다가왔다.

“그런데 시우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아직 오버 클럭의 부작용 때문에 스텟이 감소된 상태긴 하다. 그냥 몸이 좀 무거운 거지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닌데, 둘이 너무 오바하는 건 아닌가?

‘그래도 나쁘진 않네.’

“나 멀쩡해, 튼튼한 거 잘 알잖아.”

“튼튼하긴 뭐가 튼튼해 멍청아, 맨날 다치는 주제에.”

“미안 미안, 일단은 던전부터 빨리 클리어하자.”

“너는 뒤에 있어, 괜히 앞에서 다치지 말고 멍청아..”

“응, 시우는 뒤에 있어 우리가 다 해결할게!”

“…”

강주원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강주원 정도 되는 인간이 태어나서 이런 취급을 받아 본 적이 있겠는가, 어딘지 모르게 화가 올라오는 것 같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여기에 홍류석이 있었으면 분명 소리치면서 달려들었을 건데, 그 새끼는 잘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손맛은 진짜 최고였는데.’

“민지야, 다은아.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으니까, 안쪽으로 이동할까?”

“아, 그렇네! 헤헤, 가자 주원아.”

“그래, 빨리 여기서 나가자.”

사방이 돌로 된 벽으로 막혀 있었고, 한쪽에는 다른 방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문이 있었다.

습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거대한 방안에는 은은하게 타오르는 횃불에 의존해서 앞으로 이동해야 될 것처럼 보였다.

“전등 챙겨 온 사람 있어?”

“나는 안가져 왔는데..”

“나도 없어..”

갑작스럽게 전달받고 들어온 던전이라 그런지 제대로 준비된 사람은 없어 보였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준비하는지도 평가 항목에 있다 보니 준비의 중요성을 알려줄 생각으로 계획된 모양이다.

'하지만 난 다르지.'

[ 창조 ]

창조 스킬을 발동하자 인벤토리 안에 어두운 내부를 비춰줄 전등이 생겨났다. 나는 적당히 가방에서 꺼내는 척 전등을 꺼내 들었다.

"내가 챙겨왔어."

"와~ 시우는 준비성이 철저하구나~"

"뭐 김시우가 준비는 잘하는 편이니까.."

그렇게 우리 파티는 던전 내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전등을 켜고 나니 앞이 잘 보여서 난도가 확 내려간 기분이었다.

"내가 앞장설게."

나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 건지 강주원이 자진에서 전위에 섰다.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파티에 있어서 전위는 리더만큼이나 중요한 위치에 속했다. 가장 앞에 있기 때문에 모든 위험을 먼저 마주치는 인물이다.

숨겨져 있는 함정이나 매복한 몬스터를 먼저 발견하냐 못하냐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표지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내가 뒤로 갈게."

"민지야, 나 혼자서도 후방은 괜찮은데."

"몸도 안 좋으면서 조용히 해 멍청아."

근거리 전투력이 떨어지는 다은이가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반대로 내가 보호받는 입장이 되었다. 나는 다은이를 적당히 보호할 수 있는 위치에 서서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 앞에 함정이 있으니까 조심해. 밟으면 작동하는 방식인 거 같아."

"고마워 주원아~"

"확인했어."

전등이 밝아서 그런지 함정을 발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방 내부에도 딱히 매복할만한 공간이 없어서 그런지 몬스터가 매복하고 있을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도 없고, 함정도 발견하기 쉬워서 그런지 강주원이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점점 빠른 걸음으로 방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평가 때도 타임 어택으로 진행되니 빨리 가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다은이가 따라가기에는 조금 힘든 속도였다.

이런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주원아. 다은이가 힘들어 보이는데 속도를 조금만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

"아.. 아니야~ 나 정말 괜찮아!"

"..미안 앞으로는 조심할게, 다은아 많이 힘들었어?"

"아니.. 나 정말 괜찮은데.."

다은이를 제외하고는 다 근접 전투원이다 보니 체력이 좋은 편이다. 자신이 짐이 됐다고 생각했는지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시무룩한 다은이의 어깨를 두들겼다.

"다은아, 파티는 서로한테 맞춰주는 게 당연한 거야."

"으..응.."

"우리만 있으면 비행형 몬스터 상대로 고전하겠지?"

적당한 말로 다은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니 살짝 얼굴을 붉혔다.

[ 이다은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뒤통수가 조금 따갑긴 하지만, 이건 파티 단위로 움직일 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다은이가 억지로 우리에게 맞춘다고 체력을 다 써버리면, 정말로 다은이가 필요할 때는 제 역할을 하기 힘든 법이다.

그런 헤프닝이 있어서 그런지 강주원이 알아서 속도 조절을 하면서 움직였다. 일직선으로 계속되던 방에 드디어 갈림길이 생겼다.

던전은 던전인 모양이다. 일직선으로 계속 진행되면 솔직히 연습에 의미가 없긴 하지.

"어느 쪽으로 갈까?"

전방에 있던 강주원이 뒤쪽에 질문을 던졌다.

"김시우, 네가 리더니까 네가 결정해."

"응.. 이런 건 시우가 결정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두 명이 그렇게 대답하자 강주원이 말없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부터 가보자, 아니면 되돌아가면 되니까."

"알았어."

나는 대충 던전 안을 머릿속에 기억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던전의 크기가 생각보다 컸다.

빨리 끝내고 놀이동산에서 놀고 싶었는데, 그래도 훈련은 훈련인지 제대로 준비한 모양이다.

"어.."

뒤를 따라오던 다은이의 오른발이 바닥으로 푹 꺼졌다.

"꺄아악!"

다은이를 향해 화살이 날아왔고, 나는 곧장 검을 들어서 쳐버렸다.

"다치지 않았어?"

"으..응 시우야 고마워.."

"야 강주원! 너 똑바로 확인 안 해?"

다은이가 다칠뻔하자 민지가 화났는지 강주원에게 소리쳤다.

"미..미안.."

"민지야, 놓칠 수도 있지 너무 화내지는 마."

"응.. 나 다친 곳도 없고 괜찮아~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하아.. 나도 화내서 미안.."

"아니야 내가 집중할게."

강주원 새끼 체면만 잔뜩 구겼네, 구겨진 표정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올 뻔했지만 최대한 참았다. 그렇게 계속 전진하던 중 천장 위에 비행형 몬스터가 나타났다.

“내가 처리할게!”

다은이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장섰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