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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94화 (94/235)

〈 94화 〉 094 인큐버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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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민지랑 이렇게 나오니까 좋네~”

간드러진 목소리에 어딘지 모르게 색기가 넘쳤다. 터질듯한 가슴과 커다란 엉덩이와 골반, 최윤아는 살랑살랑하는 걸음걸이로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묘하게 짠 냄새가 담겨있었다.

“민지도 좋지?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 없어?”

“없거든!”

“진짜로 없어? 이상한데~”

강민지는 살랑살랑 걷는 최윤아에게 달려가 등을 가볍게 때렸다. 그리 큰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아서 최윤아는 가볍게 웃을 뿐이었다.

“어머 얘는, 너 그렇게 폭력적이면 남자애들한테 인기 없어요~”

“그런 거 필요 없거든! 안 그래도 자꾸 달려드는 놈들 때문에 피곤하기만 한데..”

“흐음~ 아무튼 바다 옆에 산책로가 있어서 그런가 좋다.”

이번에 대한 아카데미가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최윤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혹시 민지가 다치지 않았을까 봐 걱정하면서 달려왔는데 강민지는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아카데미의 내부에서 공격이 있었던 탓에 당장 수업이 힘들어서 임시 휴학에 들어갔다. 그래서 그녀는 연차를 쓰고 민지와 함께 부산으로 놀러 온 상황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수평선을 보며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부터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해변열차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관광용으로 만들어진 기차답게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천천히 지나갔다.

“민지야~ 나중에 저거도 타볼까?”

처음에는 해변열차나 스카이 캡슐을 탈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걷기로 했던 둘이었다.

고개를 위로 올리자, 위쪽에 위치한 선로를 따라서 2명 정도 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가진 기차 한 칸처럼 생긴 스카이 캡슐도 마침 지나가고 있었다.

“타자니까, 아까는 좀 걷고 싶다면서..”

“걷는 게 좀 더 여유롭잖아. 나는 우리 딸하고 좀 더 오붓하게 있고 싶어서 그랬지~ 민지는 싫어요?”

“더우니까 그렇잖아!”

안쪽에는 산, 바깥쪽에는 푸른 빛 바다가 펼쳐져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하나 문제가 있다면 지금은 더운 여름이었다.

둘 다 조금밖에 걷지 않았는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땀에 젖으면서 둘의 폭력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주변에는 더운 여름이라서 그런지 걷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짜잔~ 그럴 줄 알고 챙겨왔지~”

최윤아의 가방 속에서 휴대용 선풍기처럼 보이는 물건이 튀어나왔다. 미묘하게 마력의 기운이 있는 걸 보면 일반적인 선풍기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마법 냉풍기야!”

“그..그런게 있으면 빨리 줬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냥 땀 좀 흘리고 싶어서 그랬지. 자 이거는 민지꺼.”

최윤아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강민지는 한숨을 쉬며 휴대용 선풍기를 받아 들었다. 작동을 시키니 에어컨처럼 시원한 바람이 나와서 그런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 저기서 잠깐 쉴까?”

“알았어.”

산책로 중간에는 적당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바다 쪽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시원한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민지야, 무슨 고민 있어?”

“으..응? 갑자기 고민은 무슨..”

“너 아카데미에서 사건 터지고 나서부터, 표정 엄청~ 어두운 거 알고 있어?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 거야?”

“아..아무 것도 아니거든, 그냥 아카데미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최윤아는 강민지의 표정을 확인하며 씩 웃었다. 그녀가 직접 키운 딸이다. 거짓말을 하는지 않는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민지의 분위기도 최근 묘하게 달라지긴 했다.

여자를 이렇게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건 역시 딱 하나밖에 없었다.

“흐음~ 혹시 남자 문제야?”

“아.. 아닌 거든!”

“그러니까 더 의심스럽네~ 뭐 엄마는 민지가 누굴 만나도 신경 안 쓴단다~”

“아니라고 했잖아!”

벌써 부산에 둘이 같이 다니면서도 번호를 몇 명이나 물어봤던가. 그때마다 매몰차게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대로 남자친구는 만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이미 만나고 있는 남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혹시 남성 혐오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알아서 잘 만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혹시 저번에 봤던 시우라는 애야? 둘이 좀 친해 보이긴 하던데?”

최윤아가 강민지의 어깨를 쿡쿡 찌르자 강민지가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거든, 걔는 그냥 파트너라서 친하게 지내는 거야!”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하던가, 절대로 보통 사이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최윤아의 입장에서는 강민지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게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긴 했다.

‘시우는 착해 보이긴 했지.. 은행 일 때도 달려와서 도와주는 거 보면 믿을만한 애처럼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사람 속은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김시우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직접 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면 시우가 뭘 잘못한 건가?’

“시우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니? 그래서 표정이 어두운 거야?”

“아니.. 몇일 째 연락이 안 된다… 아니 아니라고 했잖아!”

“연락이 안 되는 거면, 습격 때 다친 거야?”

“그 멍청한 놈은 자꾸 다친단 말이야.. 이번에는 연락도 안 되고..”

“평소에 연락 안 한 적 있었어?”

“이렇게 안 한 적은 없었는데.. 괜찮은 거겠지? 그 이..이상한 생각하지 마 파트너니까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거야..”

“그래.. 아무 일 없을 거야 민지야. 민아한테는 물어봤어?”

아카데미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교수로 일하고 있는 민아가 더 잘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의식불명 상태라고 듣긴 했어..”

“금방 일어날 수 있을 거야. 그때 봤을 때는 튼튼해 보이던걸~”

김시우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민지를 보고 있으면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최윤아는 민지를 안고 부드러운 손길로 등을 쓸어내렸다.

자신이나 민아에게는 애정 넘치게 대하는 모습을 자주 보긴 했지만, 다른 남자에게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자신의 남편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

‘아.. 여보는 잘 지내고 있겠죠?’

갑자기 자신의 남편이 떠올랐다. 자상한 미소, 언제나 듬직한 모습만 보여주던 남편이 너무 보고 싶었다. 남편과 사별한 지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이쁘고 젊은 외모 때문에 주변에서 말을 걸어오는 남자나, 다른 남자를 만나서 새로 시작하라고 하는 사람이 많긴 했지만,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되나 버려서 이제는 남편의 모습이 흐릿하긴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남편보다 더 끌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로 만나지 않기로 했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남자는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러니까 남편보다 더 좋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다.

*

[ 파트너의 만족도에 따라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

어제부터 민아를 통해서 인큐버스 스킬 전용 포인트를 얻었다. 일단은 레벨이 가장 낮은 인큐버스 목소리에 좀 투자했다.

목소리가 좋아진 거 같기는 한데, 본인 목소리라서 그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병원에서 나오니까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시설이 좋긴 해도 한 곳에만 갇혀 있으면 좀 답답한 거 같다.

민아가 차까지 태워다 주려는 걸 일단은 말렸다. 내가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모를까 지금 둘의 관계를 들켜서 좋아질게 하나도 없었다.

옷이고 뭐고 다 박살 나 버려서 민아가 챙겨준 옷을 입고 헌터 백화점으로 향했다.

일반적인 폰의 경우는 대리점에 가서 구매하면 되겠지만, 전투용으로 나오는 건 헌터 백화점같이, 헌터들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

헌터 에디션이 붙으면 비싼 이유는 기능적인 면보다는 내구성 때문이다. 기능적으로 따지면 섬세한 작업이 불가능해서 오히려 더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보통은 전투용 핸드폰이랑,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기는 따로 쓰는 편이다.

'스마트 워치는 나중에 아카데미에서 다시 받기로 하고..'

일단은 튼튼한 거로 하나 구매하고, 일반적으로 쓸 핸드폰도 하나 구매해야겠다.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상품이 있으신가요?"

"네, 전투용으로 휴대폰 하나 사려고 하는데.."

안내원이 막 이게 좋고 저게 좋다고 설명을 하긴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 오기 전에 추천 상품을 본 게 있어서 그걸로 대충 사고 나왔다.

대리점으로 이동해서 일반적으로 쓸 핸드폰도 하나 사고 다시 유심칩을 꽂으니 부재중 전화 수십 통과 문자 메시지 수백 통이 쌓여 있었다.

"민지랑.. 서아, 다은이도 보냈네?"

일단은 민지한테 문자를 보내고 나머지 애들에게 답장하고 있었는데, 바로 민지한테 전화가 왔다.

"응 민지야."

[ "너 어디야! 지금 깨어난 거야? 몸은 괜찮아?" ]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는지 큰소리로 빠르게 말하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렸다. 그래도 민지가 이렇게 걱정을 해 주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민지야 좀 진정하고 천천히 좀 말해봐."

[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

"미안해. 방금 퇴원했어. 응 스마트 워치고 뭐고 다 박살 나 버려서."

[ "몸은 괜찮아? 멍청아 또 어딜가서 처맞고 온 거야!" ]

"크게 안 다쳤어.. 응.. 어 조금만 더 쉬면 괜찮아 질 거라고 하던데?"

[ "지금 어디야?" ]

"이제 집 가려고.. 응"

적당히 사과하고 끊고 서아에게 답장을 보냈다. 많이 걱정하고 있었는지 문자를 답장을 보내자마자 서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왜 연락이 안 됐어..?" ]

나도 서아한테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을 전했다. 내 말을 들은 서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몸 상태를 물어보길래 적당히 괜찮다고 대답했다.

[ "많이.. 아픈 건.. 아니지?" ]

"의사 선생님이 조금만 쉬면 괜찮아 질 거라고 그러셨어. 실제로 움직이는 데 크게 불편한 것도 없고."

[ "어디야..?" ]

"나.. 이제 집 가려고 하는데?"

대충 서아와 몇 마디 더 하다가 전화를 끊고 집으로 향했다. 다은이에게도 답장을 보냈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 "연락이 안 되던데.. 혹시 그날 다친 거야?" ]

"어.. 그러니까..."

나는 아까 했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진땀을 흘렸다.

마지막에 홍류석에게서 구해준 건 사라졌지만, 그래도 같이 훈련한 시간은 그대로라서 그런지 높은 호감도가 반영된 모습이었다.

"응.. 그래, 고마워 다은아."

다들 걱정해줘서 그런지 뭔가 기분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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