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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88화 (88/235)

〈 88화 〉 088 나비 효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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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든 남자는 자신 앞에 서 있는 검은색 슈트를 입은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를 알고 있나?”

“그래, 아주 잘 알고 있지.”

남자의 목소리가 변조된 건지 본래의 목소리는 알 수 없었다.

“…”

벨레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히어로들이나 입을 법한 슈트에 얼굴에는 가면까지 있어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히어로를 아는건 아니었지만, 눈앞의 남자는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검은색 마력이라.. 처음 보는 힘이군.’

2m는 가볍게 넘어가는 거대한 창을 들어 올리며 전투 준비를 했다.

마기와는 다른 힘,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 없는 힘이었다. 무언가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본적이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떠오르지 않는 기분이었다.

“네가 누군지는 상관없다. 아래쪽에서 일어난 소란은 네 짓인가?”

장치가 작동되는 순간,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폭탄이 터졌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타이밍이 좋았다.

“어떻게 생각하는데?”

“우연히 일어날 일은 아니지.”

진실의 여부는 벨레드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게이트가 안정화 될 때까지 게이트를 지키는 것.

위험이 되는 존재는 모두 배제한다.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겉으로 느껴지는 힘은 C랭크 수준 정도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정도 수준 이라면, 쉽게 이길 수 있었다.

‘한번에 끝내주마.’

거대한 창이 번쩍 하면서 움직였다.

수천, 수만번은 반복적으로 사용했던 공격 답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창 끝이 정확하게 심장을 노리고 날아 들었다.

어중이 떠중이 들은 반응도 못하고 죽을 정도로 위협적인 공격을 가법게 피해버렸다.

공격과 동시에 남자가 움직이면서 허공을 가르는 창끝, 벨레드는 다시 창을 자신쪽으로 당기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우연인가?’

다른 사람이라면 온 힘을 다해도 들 수 없을 정도로 창을 가볍게 움직이며 공격을 이었다.

찌르기와 동시에 앞발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허리를 돌리며 마력을 사용해 위력을 극대화 시킨 창이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창을 찌를 때마다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충격파가 일어났다.

창이 움직일때마다 교장실에 있는 가구들이 박살나고 벽이 부서졌으나, 단 한번의 공격도 성공하지 못했다.

“우연이 아니었나?”

“왜 당황하셨나?”

창이 움직일 순간을 마치 알고 있다는 듯 정확하게 반응하고 창을 피했다. 남자의 기묘한 움직임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연속해서 찌르는 공격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모두 피하더니 찌르는 순간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남자의 칼날이 벨레드의 얼굴을 노리고 들어왔다.

왼팔을 들어 남자의 공격을 막는 순간 벨레드의 갑옷과 김시우의 항마의 마력이 충돌을 일어난 순간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났다.

벨레드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창을 쥐는 순간 특이한 문양이 빛나며 충격파를 일으켰다.

‘이것도 반응했다고?’

자세가 무너진 틈을 타서 상대방을 공격하려 했으나, 가면의 남자가 먼저 뒤로 물러났다.

왼손 갑주를 확인해 보니, 평범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낼 수 없는 자신의 갑옷이 너덜거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왼팔이 날아갈 뻔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날릴 수 있었는데, 아쉽네.”

가면의 남자는 자신의 너덜거리는 왼팔 갑주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분명 자신의 신체 능력이 더 높았다. 힘도 자신이 더 강하고 속도도 자신이 더 빨랐다. 하지만 미래를 보는 듯한 기묘한 움직임에 자꾸 말려드는 기분이 들었다.

‘힘만 온전했어도..’

벨레드는 마기와 마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특이체질이었다. 그가 마기를 받아드린 건 단순히 강해지기 위해서였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더 많은 마기를 교주에게 약속받았다.

하지만 마기를 가진 상태에서는 아카데미에 들어오긴 힘들었다. 그래서 게이트 작동을 위해 홍류석에게 마기를 넘겨준 상태였다.

‘마기부터 회수한다.’

벨레드는 홍류석의 위치를 확인하고 창을 날리는 순간, 남자가 먼저 움직였다.

“라이더 킥!!”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부서진 벽으로 홍류석이 떨어졌다.

홍류석을 따라 밖으로 내려가기에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불안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글쎄?"

남자의 창에 문양이 빛을 내기 시작하더니 이전보다 더 위협적인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어차피 의미 없는 대화겠지. 여기서 끝내주마."

남자가 창을 휘두르자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했다. 창에 닿지 않아도 충격파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__콰광!

__콰가강!!

거대한 창을 휘두를 때마다 벽이 수수깡처럼 부서졌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두 팔로 거대한 창을 잡고 반복적으로 휘둘렀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충격파까지 더해지자 피할 수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가면의 남자는 능숙하게 벨레드의 공격을 피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어이 그러다가 게이트도 박살 나는 거 아니야?"

"대량의 폭탄이라도 터트리지 않는 이상 문제없다!!!"

"폭탄?"

일방적으로 도망치던 남자가 강렬한 기운과 함께 벨레드에게 파고들었다.

이전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힘과 속도에 벨레드가 당황하며 창을 휘둘렀다.

__크카카가가가가각!!!

충격파가 남자를 밀어내려 했으나 폭발적으로 회전하는 마력으로 충격파를 버티며 벨레드에게 다가왔다.

슈트를 입은 남자의 검을 방어하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크윽!!!"

충격에 당환한 사이 남자가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쉬지않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남자의 공격에 대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났다.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이어지는 공격에 벨레드는 방어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죽어라!!!”

벨레드의 빈틈을 노리고 내려치는 공격에 서둘러 창으로 방어했다.

벨레드와 가면 남자의 힘겨루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서로 비등비등하게 유지되는 거 싶더니, 남자의 칼날이 이전 보다맹렬한 기세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잡아 먹을 기세로 타오르는 검은 화염에 맞춰 벨레드의 창도 더 강렬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죽으라고!!!!!!!"

"이..이놈 이!!!!!!!!"

남자의 팔뚝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더니 점차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점차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남자의 칼날을 막기 위해 이를 꽉 깨물고 모든 힘들 끌어 올렸다.

"좀!!! 뒤져 이 새끼야!!!!!!!"

"닥쳐라!!!!!!"

__크콰가가가카가가가각!!!!!!!!!!!!

둘이 만들어 낸 강렬한 충격파에 주변에 있던 잔해들이 사방으로 밀려났다.

조금만 밀려나도 목숨이 위험해 보이는 공격에 벨레드는 사력을 다했으나,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점점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칼날에 벨레드는 고개를 돌려 게이트를 확인했다.

“내가..이겼다..”

남자의 중얼거림과 함께 김시우의 검이 무자비하게 벨레드를 덥쳤다.

허공을 나뒹구는 창과 함께 사방으로 비산하는 피와 파편들, 벨레드는 그대로 날아가 몇 번이고 바닥을 구르고 나서 멈춰섰다.

처량하게 쓰러진 벨레드는 게이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불안정 하기는 하지만 이미 반대편과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곧 교주가 저 게이트를 통해 넘어올게 분명했다.

교주만 도착한다면, 치명상으로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을거다. 마기만 있다면 이런 상처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없는 벨레드는 김시우를 비웃었다.

"크.흐흐흐흐.. 멍청한놈.."

"내가 이겼지...쿨럭.."

오버클럭의 반동이 찾아온 김시우가 겨우 정신을 유지하며 중얼거렸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했고,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고통 내성으로 기절에 저항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쓰러질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막을 수 있다고 생각..각.하나?"

"네가 폭탄이... 쿨럭.. 있으면 된다면서?.. 쿨럭..”

힘을 무리하게 사용한 반동인지 입으로 검은 피가 계속 올라와서 말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크흐흐흐흐… 폭탄을 어떻게 구할 생각이지?"

“너도 이게... 뭔지 알지..?"

벨레드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갑자기 허공에서 이상한 물건이 나타났다. 그건 벨레드도 잘 알고 있던 물건이었다.

"그게 왜.."

“예술은.. 폭발이다..”

*

“솔직히 나는 이 작전에 동의하지 못하겠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검붉은 로브를 입은 여인이 교주의 옆에서 중얼거렸다. 교주는 큰 반응 없이 부드럽게 웃을 뿐이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해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여인은 답답한지 교주의 앞을 가로막았다. 옆에 있는 남자가 여인을 저지하려 했는걸. 교주가 말렸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작전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한국에 있는 헌터란 헌터는 모두 우리를 적대할 건데 감당할 수 있어?”

대한 아카데미를 공격한다는 건, 사실상 대한민국의 모든 헌터들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말과 같았다.

"그딴 애송이들을 쓰러트려서 얻는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들은 모두 위험한 존재가 될 겁니다. 미리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겁니다."

이미 나비의 날갯짓이 시작되었다. 작은 바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최대한 위협 요소를 줄일 생각이었다.

분명 리스크가 크다는 건 교주도 잘 알고 있었으나,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봤던 미래보다 더 빠르게 최태수와 사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점점 목을 조여오는 사신에게 당할 수밖에 없을 거다.

'곧 있으면 안정화가 되겠군요.'

교주는 자신 앞에 열려있는 게이트를 확인했다. 이미 대한 아카데미 교장실과 연결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는 건 가능해도, 아직 이쪽에서 저쪽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건 그렇고 벨레드는 왜 안 넘어 오는 거야?"

게이트가 안정화 되면 반대편에 있는 벨레드가 상황 보고를 위해 이쪽으로 넘어오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아서 그렇겠지요. 그는 확실한 걸 좋아하니까."

퍼센트로 친다면 95% 앞으로 5%만 더 안정화 되면 되는 상황이었다.

"...?"

그때 게이트 너머에서 이상한 물건이 넘어왔다. 건물의 잔해로 보이는 돌덩어리가 힘없이 떨어졌다.

"뭐야 돌이라도 던져서 확인해 보는 건가?"

또 하나의 물건이 반대편에서 굴러들어 왔다. 이번에는 여기 있는 그들이 모두 잘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스타크 은행을 날려버리기 위해 준비했던 마력 폭탄.

"마력 폭탄..?"

그걸 시작으로 수백 개의 폭탄이 순식간에 반대편에서 넘어왔다.

_삐비비비비비빅!!!!!!!!

"개입자..."

산처럼 쌓인 마력 폭탄들이 모두 폭발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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