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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86화 (86/235)

〈 86화 〉 086 나비 효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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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볼일이 뭔데."

홍류석이 내 앞에서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주변에 고개를 돌려 보니 다른 생도들은 보이지 않았다.

갓파를 닮은 얼굴로 노려보고 있으니까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야, 너 마기 쓸 줄 알지?"

"뭐 미쳤냐? 인간이 무슨 마기를 쓴다고, 헛소리할 거면 나 간다."

어딘지 모르게 겁먹은 게, 확실히 의심스러워 보였다. 나는 자리를 피하려던 홍류석의 목덜미를 잡고 벽으로 끌고 왔다.

"이…. 이새끼가 뭐 하는 거냐! 뒤지고 싶어?"

생각해 보면 홍류석은 인류의 배신자였다. 마기를 받아드려서 다은이에게 하려던 짓을 생각하니까 갑자기 화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오른 손목을 돌리며 주먹으로 대화할 준비를 했다. 그때 다은이에게 맞는 걸 생각하면 내구성도 꽤 쓸모 있는 편이었다.

"거…. 겁 준다고 누가 쫄 줄 알아? 아카데미 내부에서 폭력을 행사하면 어떻게 되는 줄 모르냐!!"

내가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계속해서 뒷걸음치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점점 벽에 몰릴수록 홍류석의 입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 새끼가 본색을 드러내는 모양이다.

"이.. 시발롬아! 뒤지고 싶냐!!! 꼴찌였던 새끼가!!"

홍류석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지만, 너무 느리고 약해서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이…. 이새끼가 안 놓아?"

"너 마기 쓸 줄 알잖아. 류석아. 연기하지 말고 쉽게 쉽게 가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홍류석의 주먹을 잡은 오른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는 데도 힘을 끝까지 숨기는 모습이다.

"이 아! 아!! 시발.. 놔! 놓으라고!!!"

소리가 점점 커지길래 일단은 손을 놓았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긴 했지만, 항상 조심하는 게 좋았다.

"미..미친 새끼가! 너 이거 교수님한테 말할.. 억!!"

주먹 한 방에 코뼈가 부러졌는지 기괴한 모양으로 코뼈가 비틀려 있었다.

"자..잠깐만 시우야..?"

다음 공격을 날리자 홍류석이 힘없이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시우야.. 우리 말로 하자.. 말로.."

넘어진 홍류석이 자신의 얼굴을 양팔로 감싸고는 울면서 대답했다.

"왜 그때처럼 해봐."

"아니 시우야 나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혹시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게 있을까?"

그래도 끝까지 모른 척 할 생각인가, 보기보다는 충성심이 강한 모양이다.

마기가 있는 걸 생각하면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죽지도 않을 거다.

내 오른손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우야? 형? 나 진짜 모르겠어.. 잘못했어! 응? 안깝칠게! 살려줘 제발!!!!"

눈물까지 흘리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비는 게 진짜 모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일단은 한 번 더 발로 차버렸다. 이번에는 힘 조절을 해서 그런지 몸을 움직였다.

"형! 진짜 잘못했어요! 뭐.. 돈이라도 필요해? 응? 시우야?"

넙죽 엎드린 상태에서 양손이 없어질 정도로 비는 게, 진짜로 모르는 거 같았다.

"지금 시간대가 아닌가?"

아직은 홍류석이 괴물이 되기 전인가 보다. 불쌍하긴 하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

홍류석의 재능인지는 몰라도, 마기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겉으로 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제를 기준으로 움직임이 수상하게 느껴졌다.

시간을 계속해서 확인하는 게 무언가 저지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날짜도 오늘이었지?'

놈들이 침공했던 시기와 딱 일치하는 걸 보면 오늘 일을 벌일 것 같았다.

갑자기 홍류석이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면서 어딘가로 달려가는 게 딱 봐도 수상해 보였다.

민얼굴로 홍류석을 따라갔다가는 시선이 너무 끌릴 것 같아서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홍류석을 쫓는 중이었다.

헌터도 감기 정도는 걸리기 때문에 크게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홍류석의 목적지는 아카데미 본관이었다. 나는 홍류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에는 무슨 볼일이 있는 거지?'

[ 위협이 감지되었습니다. ]

몸을 구른 순간 내가 있던 자리에 암기가 꽂혀 있었다.

"감이 좋은 생도구나."

특이한 가면을 쓴 헌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기는 안 느껴지는데..'

마기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 헌터처럼 보였다.

가면 때문에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옷차림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교관님들입니까?"

"글쎄.. 알려줄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군."

수상한 인물들이 아카데미에 쉽게 침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교관 중에도 배신자가 있는 모양이다. 하긴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긴 했다.

"지금 무슨 일을 하는 건지는 알고 계신 겁니까?"

교관 정도 되는 인물이 뭐가 아쉬워서 그런 미친놈들에게 동조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 어쩌면 용서받지 못할 일일인지도 모르겠지."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순간 날카로운 날붙이가 번쩍이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굴렀다.

"이것도 피했어?"

적은 한 명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헌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긴장을 유지한 상태로 인벤토리 안에 있는 검을 꺼내 들었다.

"오호.. 그건 또 어떻게 한 거지?"

"아티펙트 같은 건 안 보이는데.."

인벤토리 능력이 노출되긴 했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지 부터 걱정할 상황이었다.

대충 봐도 주변에 있는 헌터들은 다들 오랫동안 헌터로 활동한 베테랑처럼 느껴졌다. 한 명도 쉬워 보이는 상대가 없었다.

몇 번의 공격 시도가 있긴 했지만, 크게 위협적인 공격은 없었다. 마치 이곳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려는 게 목적인 거 같았다.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인가?'

전혀 빈틈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던 중 위쪽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홍류석?"

"뭐.. 뭐야 다 누구야?"

시간대를 보니 아마 저 새끼가 다은이를 찾으러 가는 모양이다.

"홍류석. 그냥 지나가도록 해라."

"뭐야 그러면 우리가 맡은 일은 이제 끝난 거 아니야?"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대기하도록 해라."

"홍류석 위에서 뭘 하고 온거냐?"

“나..나는 몰라!”

[ 위협이 감지 되었습니다. ]

반사적으로 칼을 휘둘러 공격에 방어했다. 손목이 저릿저릿 한 게 충격이 엄청나다.

놈들이 넘어오기 전에 방해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교관까지 넘어간 상황이면 미리 차단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시발.. 산넘어 산이네.."

*

'몇 번이나 실패했더라.'

나는 멍한 표정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김시우, 너 오늘 좀 이상한 거 알아? 무슨 일 있어?"

오늘 훈련을 같이하고, 저녁을 챙겨준다고 우리 집에 왔던 민지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최대한 티 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다. 민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열은 없고,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걱정이라면 있다. 너무 큰 문제라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는 게 문제였다.

"괜찮아."

민지에게 말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괜히 민지의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민지가 그걸 보고 화난 듯 날 노려봤다. 내 어깨를 잡고는 벽까지 날 밀고 갔다.

자신의 얼굴을 피하지 못하고 양손으로 고정한 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날카로운 민지의 눈매가 마치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미친 교주가 아카데미에 쳐들어와서 모든 생도를 다 쓸어버린다는 말을 민지한테 어떻게 하겠는가.

대화 주제를 넘기 수밖에 없었다.

"오늘 저녁은 뭐야? 나 배고픈데.."

"김시우."

민지가 언제 이렇게 강해졌지, 어깨를 잡고 있는 팔에는 제법 강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렇게 힘이 강했었나, 침대에서는 이렇게 강했던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너 오늘 계속 한숨만 쉬고, 이상한 거 몰라? 평소 답지 않은 거 뻔히 보이니까 숨길 생각하지 마 멍청아."

진지한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민지가 눈에 들어왔다. 몸이 잡혀 있어서 벗어나기도 힘들어 보였다.

"내가 도움만 받는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김시우 너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도와줄 수 있어."

"민지야.."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하는 게 거짓이 하나도 섞이지 않는 진심같이 느껴졌다. 과연 여자들이 민지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뭐.. 범죄라도 저지른 거야?"

"아니. 아니야."

나는 민지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민지야."

"듣고 있으니까 말해봐.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멍청아."

"그냥.. 좀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있어서..”

푹신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니 민지가 어느새 품에 안겨있었다.

“멍청아, 너 몇 달 전에 모습은 기억도 안 나는 거야?”

민지의 고운 손이 내 등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손길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너 아무것도 못 하는 찐따였어. 기억 안 나?”

찐따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였다. 그러고 보면 최근에는 민지가 나한테 욕을 잘 안 하는 거 같네.

“그랬지..”

실기 꼴등, 남들에게 모두 무시당하는 인간이었다. 회귀를 반복하면서 먼 과거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몇 달도 지나지 않은 일이긴 하다.

“지금은.. 그때랑은 비교도 안 되게 잘하고 있어.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 거야. 안 되는 일도 있는 거고 실수 할 수 도 있는 거야. 아무도 너한테 완벽을 기대하지는 않거든 멍청아.”

향긋한 민지의 체향을 맡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그냥.. 미치도록 이기고 싶은 놈이 있는데 잘 안되네.”

민지도 민아도, 서아와 다은이도 전부 지키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았다.

“왜 못 이기는 데?”

“그냥.. 답이 안 나올 정도로 강하네.”

“하아. 지금은 지고 나중에 복수하면 되잖아. 아니면 그런 말도 있잖아. 전투는 졌어도 전쟁은 이긴다. 너 서아랑 대련할 때도 그렇게 이겼잖아.”

보호막이 다 박살 나고 상처도 입은 건 나였지만, 내가 먼저 공격에 성공했기에 전투의 승자는 나였다.

“…그렇지.”

그래, 굳이 놈들과 정면승부를 할 필요는 없지 다른 방법이 있을 거다.

잠시 고민에 빠진 사이 민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귀까지 빨개져 있었다.

“그렇게 죽을상 짓지 말고.. 너 좋아하는.. 가…. 가슴이나 만지게 해줄 테니까.. 표정 풀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민지야.. 나는 너 없으면 안 될 거 같아.”

“가…. 갑자기 징그럽게 뭐라는 거야!”

“사랑해 민지야.”

“뭐…. 뭐라는 거야.. 멍청이가..”

[ 강민지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업적이 클리어 됐다는 알림이 뜨긴 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민지의 엉덩이를 잡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야! 가…. 가슴만 만지라니까 뭐 하는 거야!”

“무한으로 따먹으려고..”

“야!! 내일 수업 있어!! 김시우! 내 말 듣고 있어? 자..잠깐만...하지마..아앙!”

[ 업적 : 소울 메이트 ]

[ 조건 : 한 명의 히로인의 호감도 90 이상 달성하기. ]

[ 보상 : 운명 포인트 + 200P. ]

[ 보상 : 메니지먼트 시스템 개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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