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085 나비효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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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님, 그 녀석을 믿으십니까?"
"그 녀석이라,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누구를 말하는 거지요?"
"홍류석 말입니다. 재능도 없고 전투 능력은 물론, 성격도 최악이었습니다."
검붉은 로브를 입은 남자 두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의 물음에 역천교(??) 교주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까? 그 생도의 이름이 홍류석이었나요?"
"알고 지시하신 게 아닙니까?"
"저는 그저 가장 뒤에 있는 자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 그러면 그렇게까지 투자할 가치가 있었던 겁니까? 솔직히 그런 쓰레기에게는 너무 과분한 힘이었습니다!"
남자의 물음에도 교주는 그저 가만히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를 선택하던, 결과는 실패할 겁니다. 운명이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 그러면 지금이라도 피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번 작전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희에게는 너무 부담이 큽니다! 헌터 협회가 멍청이도 아니고 저희를 가만히 둘리가..."
교주는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올리고는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비효과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예..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만.. 나비 효과는 갑자기 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어딘가에는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아주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나 변화가 훗날에는 거대한 변화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용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이 말은 과학이론에서 시작해 이제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광범위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었다.
"예.. 그게 무슨 상관이.."
"저는 미래의 단편을 봅니다. 제가 본 단편이 그대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떨 때는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밖에서는 폭발음과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음에도 교주는 지나치게 여유로워 보였다.
교주의 앞에 있는 불길하게 생긴 게이트가 교주의 손짓에 반응하듯 일렁거렸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결과가 보일 때도 있고, 전혀 다른 장소에서 그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교주의 말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불안정하긴 해도, 대부분 큰 흐름은 맞는 편이지요."
교주가 본 미래가 틀릴 때도 있지만, 거대한 사건에 대한 내용은 대부분 교주가 본대로 흘러갔다.
"운명은 아주 섬세합니다. 작은 변화에도 일이 틀어질 수 있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지요."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도, 아주 사소한 일로 인해 운명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우연히 늦게 일어나서 시간대가 다른 버스를 탔다가 옆에서 건물이 쓰러지면서 거기에 맞아 죽은 경우.
돈이 없어서 가지 않았던 수학여행에서 다른 아이들이 사고를 당해 죽고 자신만 살아 남았다든지.
아주 사소한 일들에 의해 사람 한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제가 알고 있는 운명이 틀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했습니다."
교주는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며 두 팔을 뻗어 올렸다.
"그렇습니다! 그래요!! 미래가 틀어지지 않도록 실패할 걸 알고 있어도 그대로 두는 일이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일이 틀어져 버린겁니다!!!"
그가 지금까지 확인한 미래의 단편 중에는 지금 시기에 루카스가 죽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는 더이상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이미 운명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 났을 지도 모른다.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방향이 틀어지기 전에 그는 주사위를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에는 강렬한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요. 그들은 모두 우리에게 방해되는 존재였습니다."
"그렇다면 설마.."
"예.. 모두 죽일 겁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모든 운명의 불씨를 꺼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가 운명을 바꿨다면, 자신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미래를 믿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겠다.
"제가 세계를 구하는 데 방해되는 존재는 모두 없애버려야 겠지요."
교주의 주변으로 특이한 문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는 마기와는 다른 힘이었다.
"그..그건 대체.."
특이한 문자가 계속해서 변화를 일으키며 번쩍거렸다. 교주의 손길이 게이트에 닿는 순간 게이트가 그 힘에 동화되면서 불규칙적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게이트의 색이 계속해서 변화하더니 검은색으로 변화되었다. 여전히 교주의 힘과 비슷한 형식의 문자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마치 심연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짙은 검은색 게이트는 주변에 있는 모든 빛을 다 빨아들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어두웠다.
"가만히 앉아 당할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거기 당신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갑자기 나타난 게이트에서 몬스터를 처리하던 강민아는 강렬한 힘을 느끼고 교주가 있는 방으로 달려왔다.
"아아.. 벌써 한 명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교주의 오른쪽 눈동자가 밝은 빛을 내며 번쩍였다. 번쩍거리는 눈동자로 강민아를 확인했다.
"흠.. 조금 아쉽긴 하지만, 뭐 어차피 모두 죽일 생각이었습니다."
"당신들이 이번 테러를 일으킨 건가요? 무슨 짓을 한건지 알고 있습니까!!"
강민아의 주변에 뜨거운 화염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강렬한 마력의 영향으로 갈색으로 염색했던 머리카락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조금만 가까이 가도 모든 걸 태워버릴 듯이 강렬한 화염이 강민아의 몸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딱 봐도 수상하게 생긴 인간들이군요."
"예.. 저 게이트도 뭐가 튀어나올지 무서울 정도입니다.
강민아의 뒤로 교관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교주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교장 선생님의 방에 이런 게 생길 줄 몰랐는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하필 자리를 비우셨을 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저 두 명은 딱 봐도 빌런이라고 생각해도 될 거 같습니다."
교주는 빛나는 눈동자로 교관의 얼굴을 하나씩 확인했다.
"그리 빛나는 운명은 별로 없군요. 당신 하나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교주와 눈이 마주친 강민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힘에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게이트를 중심으로 알 수 없는 문자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강민아는 본능적으로 저 교주가 말도 안 되는 강자라는 걸 느꼈다.
"지금 공격해야 합니다!!"
"마력 아끼지 말고 다 때려 박아!!!"
"저 새끼는 무조건 여기서 죽여야 해!!"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힘이었다. 교관들과 강민아는 누가 신호를 주지 않아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교주에게 날렸다.
용암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부터 커다란 창, 빛의 화살과 다양한 마법들이 교주를 향해 일제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교관들과 교수들의 합동 공격에 건물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정도로 강렬한 공격이었다.
A급부터 C급 이상 자들의 합동 공격인 만큼, 어지간한 몬스터는 뼈도 못 추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연기가 걷히자 교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맨 처음의 자세 그대로 검은 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저게.. 뭐죠?"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기이한 문자로 된 힘들에 아카데미 측 교관들의 공격이 모두 허공에 붙잡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번도 본적 없는 광경에 다들 입을 다물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교주는 어느새 불길해 보이는 게이트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하하하! 다들 대단하십니다. 저도 꽤 많은 힘을 써버렸네요."
"지원을 요청해야 할 거 같은데요.."
"계속 공격하다 보면 통하지 않을까요?"
"저도 더 놀아드리고 싶지만.. 이 힘이 무한한 건 아니라서 말입니다."
교주의 손짓과 함께 허공에 멈춰있던 공격들의 방향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공격이 일제히 교관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기이한 문양의 힘이 마법과 무기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모두 피해!!!"
"시발!!!"
교관들이 반응하며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이미 바닥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해서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여긴 제 영역이니까요."
특이한 문자가 닿는 순간 교관들이 힘이 일제히 빠지기 시작했다. 무방비해진 그들 앞으로 그들이 날렸던 공격이 돌아오고 있었다.
"시발..."
"아.. 이게 무슨.."
폭발음과 함께 교관들이 모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단말마를 끝으로 모두 죽임을 당했다.
"벌써 이렇게 힘을 써버리면 안 되는데.."
"교주님이게... 도대체.."
"역천.. 하늘을 거스르는 힘입니다. 나중을 위해 아껴두려 했지만 이미 운명이 틀어.. 아직 살아 있었나요?"
"쿨럭.. 쿨럭.. 너.. 너 뭐야.. 어디서 나타난.."
다리가 부러졌는지 피를 흘리고 있는 강민아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마치 각성하기 전 평범했던 인간이 된 것처럼 모든 힘이 빠져나갔다.
"구원자.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 구원자입니다."
*
[ 히로인 ‘강민아’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
[ 현재 위치 : 대한 아카데미 ]
위험을 알리는 알림음과 함께 시간이 얼마 흐른 뒤 호감도 시스템에 강민아의 이름이 비활성화되었다.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고개를 숙인 순간 거대한 창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검붉은 로브가 벗겨지고 검은색 갑옷이 드러난 남자가 중얼거렸다.
"어딜 한눈 파는 거지?"
내 상태는 좋지 않았다. 다은이를 보호하려고 창을 받아치다가 왼쪽 팔이 부러졌다.
지금은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구나."
"닥쳐!!!"
준비 자세를 취하기 전에 서둘러서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마력으로 과열된 검으로 놈을 배려던 순간 복부에서 강렬한 충격이 느껴졌다.
"커헉.."
놈에 발에 맞고 날아가 버렸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고통을 참고 고개를 들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다은이가 눈에 들어왔다.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대였다, 나는 다은이를 지키지 못했다.
[ 히로인 ‘강민지’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
[ 현재 위치 : 대한 아카데미 ]
"이.. 시발!!!!!!!!"
"실력은 칭찬하마. 하지만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구나."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알림창에 한 눈이 팔린 사이 놈의 거대한 창이 심장을 노리고 들어왔다.
뒤늦게 소드오러로 강화된 검으로 방어했지만,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날아갔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히로인 ‘윤서아’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
[ 현재 위치 : 대한 아카데미 ]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호감도 창을 열었다.
'아...'
민지의 이름도 비활성 되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서아마저 회색빛으로 변했다.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지?
이 새끼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지?
전부 다 죽어버렸다고?
알 수 없는 역겨움과 함께 속이 뒤집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멀리서부터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진정하자.. 나한테는 세이브 로드가 있다..'
내 여자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밖에 없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적을 상대하던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눈빛이 살아났구나. 하지만 늦었다."
나는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폭탄을 확인했다. 빠른 손놀림으로 꺼내 들자 사방에 폭탄들이 생겨났다.
"무슨..?"
"좆까 병신아!!!"
그걸로 기억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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