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84화 (84/235)

〈 84화 〉 084 나비 효과 (6)

* * *

*

잔해더미가 들썩들썩 거리더니 홍류석이 잔해더미를 파헤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아카데미 본 건물과 떨어져 있는 창고의 방 하나가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이 쌍놈 쌍년들아!!!”

그때 은행에서 봤던 남자는 어느 정도 카리스마는 있었던 거 같은데, 풍겨오는 기운에 비해서 너무 약해 보였다.

다은이의 공격의 영향인지, 옷이 대부분 검게 타 있었고, 팔과 다리에는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처럼 검붉은 흉터가 생겨있었다.

옷이 타면서 겉으로 드러난 부위에는 화상이라도 입었는지 피부가 불긋 불긋한 게 한방에 꽤 치명상을 입은 거 같다.

“이다은!!! 이 시발년!! 더는 곱게 대해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

“호..혹시 우리 대화하는 거 다 들은 거야?”

“홍류석이 소리칠 때부터 들었는데.”

“그.. 그러니까..”

“괜찮아 다은아, 나는 다은이 말을 믿지 저 새끼 말은 안 믿어.”

“이..이새끼들이 아까부터 개 무시하는 거냐!!!!”

홍류석의 분노에 반응하듯 마기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다은이의 공격을 모방한 듯 검은색 불길해 보이는 구체가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시..시우야! 앞에!!”

“괜찮으니까 뒤에 있어.”

[ 항마 : 활성화 ]

항마의 기운을 두른 검으로 받아치자, 서로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구체가 소멸되었다.

확실히 항마의 힘이 마기에 치명적인 힘이라 그런지, 방어하는 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다은아 괜찮아?”

“응..! 이 정도는 괜찮아.”

[ 이다은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다은이가 놀란 건 아닌지 상태를 살펴봤다. 아까 안정된 뒤부터는 크게 놀란 모습은 아니었다.

홍류석은 신경도 쓰지 않고 다은이와 대화를 주고받자, 머리끝까지 화났는지 홍류석이 소리쳤다.

“이..쌍년들아!!! 무시하지 말라고!!!!!!!!!!”

마기는 사용자의 감정에 반응하는 건가?

홍류석이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마기가 무서운 기세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봤을 때 불안정해 보이는 힘이, 더 불안정하게 흔들거렸다.

“일단 저거부터 처리하자.”

“응.. 생긴 것도 몬스터 같고.. 분명 나쁜짓을 할거야..”

그래도 같은 반 학생이라서 그런지 다은이가 망설이고 있는 게 보였다.

“하.하.하.”

이제는 우리가 대꾸도 해주지 않아서 그런가 홍류석도 체념한 느낌이 들었다.

타버린 옷 사이로 보이던 화상 자국들에 타르처럼 진득한 검은 기운이 감싸기 시작하더니 몸집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더니,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구로 변해 있었다.

얼굴로 추정되는 곳에는 시커먼 기운에 붉은색으로 빛나는 안광이 번뜩였다.

2M는 가볍게 넘어선 홍류석이 힘을 과시하듯 포효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에 대화는 필요 없었지.. 김시우! 널 죽이고 다은이는 내가 가질 거다!!!”

멘트들이 하나 같이 문제가 있어 보였다. 우렁차게 소리치는 게 주변에서 듣는 걸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홍류석을 감싸고 있는 진득거리는 검은 기운이 멈추지 않고 움찔 거리는 게 확실히 징그러워 보였다.

“걱정 하지마. 내가 있으니까.”

“응.. 고마워.”

“이 새끼들이 자꾸!!! 그냥 둘 다 뒤져!!!!”

홍류석이 주변에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들어 이쪽으로 던졌다.

“꺄아아아악!!”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다은이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어 옆으로 도약했다.

우리가 있던 자리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면서 사방으로 비산하는 모습을 보며 다은이를 안전한 곳에 내려주었다.

“시우야.. 고마워.”

“일단은 집중하자.”

“이.. 쥐새끼 같은 놈!!!”

확실히 몸집이 커지면서 힘이 강해진 모양이다. 홍류석은 다음 콘크리트 덩어리를 들어 올려 던질 준비를 했다.

“나도.. 당하고만 있지 않아!!”

아까처럼 다은이의 주변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홍류석을 향해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옆에만 있어도 쭈뼛쭈뼛 머리카락이 서는 기분이 들었다.

번쩍번쩍 거리며 다은이의 전격 공격에 계속해서 홍류석에게 날아갔다.

눈이 부실 정도로 번쩍거리며 사정없이 번개가 홍류석을 향해 내리치기 시작했다.

__쾅! 쾅! 쾅! 쾅! 콰앙!!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내려치는 게 위력은 확실해 보였다. 실제로 저 정도 공격을 받으면 전기 통구이가 될 정도였다.

홍류석에게도 치명적인 공격이었는지 몸에서 탄 냄새와 함께 연기 피어 올라오고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어버린 게 죽은 것처럼 보였다.

일단은 다은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뜻밖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시우야.. 하늘 좀 봐봐! 뭔가 주변이 이상해!!”

“저거 혹시 마기인가?”

폭발음이 들릴 때부터 불안하긴 했지만, 이렇게 하늘까지 시커먼 먹구름을 뒤덮여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__끼에에에엑!!!!

“몬스터..?”

__까아아아악!!!

__도망쳐!!!

밖으로 나오자 사방에서 비명과 폭발음,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애들에게 가려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저 새끼는 아직도 안 죽었나?’

고개를 돌려보자 바퀴벌레처럼 꿋꿋이 부활한 홍류석이 자신의 몸을 끌고 나왔다.

“하..하.. 다은이 이 쌍년이 감히 날 이렇게 만들어..?”

상태가 정상은 아닌지 아까보다 몸집이 줄어 있었고, 얼굴을 감싸던 검은 기운이 반쯤 녹아 있었다.

“왜..? 놀랐어? 아카데미가 이렇게 된 게?”

“너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고 있는 거냐?”

“당연하지.. 내가 이렇게 만들었거든..”

“니가 그랬다고?”

“그래! 내가 경비실에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켰거든~ 하하하!!!!”

“언제 그런 거지?”

“그래.. 너는 모를 거다!!”

적당히 놀란 표정으로 당황한 듯 연기를 하자 홍류석이 신나서 지금까지 한 일들에 대해서 떠벌리기 시작했다. 들어본 내용에 의하면 이번 작전은 훨씬 오래전부터 준비된 일인 거 같았다.

“류석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헌터는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거야!”

“닥쳐! 이 걸레 년 아!”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 나는..”

“시발!! 닥치라고!!”

“다은아 굳이 대화하려 하지 마.”

정작 홍류석이 한 일들 대부분은 굳이 홍류석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 이었다.

‘이미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 건가?’

아카데미 내부에 이미 배신자가 있는 모양이다. 홍류석을 신뢰하지 않는지 자세한 정보에 대해서는 공유하지 않은 느낌이다.

‘몬스터는 여기에 어떻게 소환한 거지?’

이렇게 사방에서 몬스터를 소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보통 게이트는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서 갑작스럽게 생겨난다. 게이트 너머에 몬스터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몬스터가 곧장 넘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때도 게이트로 도망치려고 했었나?’

인공적인 게이트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무슨 게임에서 귀환 주문서를 쓰듯 간단하게 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거기다가 몬스터가 있는 게이트만 특정해서 열었다?

이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 마기를 인간이 쓰는 것도 상식을 벗어난 일이지..’

뭐 들을 건 다 들은 거 같다.

“더 아는 건 없어?”

“하! 김시우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빌면 팔다리만 자르고 용서해 주마!”

“그래.. 이제 쓸모 없는 거 같네.”

솔직히 지금은 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긴 하다. 서아와 민아 덕분에 마력만 높아진 탓에 스텟에 불균형이 온 상황이다.

그래서 마력을 쓸 때는 몸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그래도 홍류석이면 상관없겠지.’

아무리 강력한 힘이라고 해도, 사용자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 위력이 떨어지는 법이다.

아무런 훈련을 받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권총을 쥐어주면, 그 반동과 무게를 잘 다룰 수 있을까?

전투 경험도 신체 능력도 떨어지는 홍류석에게는 너무 과분한 힘이었다.

실제로 지금도 힘은 활용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은이에게 처맞고 버티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 소드 오러 : 활성화 ]

푸른색으로 타오르는 항마의 마력이 진동을 일으키며 돌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알아낼 것도 없고, 굳이 상대할 가치를 못 느끼겠다.

나는 말 없이 홍류석에게 달려들었다.

“김시우!!!!”

홍류석이 소리치며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마구잡이 식으로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주먹이었지만, 마기의 영향 때문인지 위력만큼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살짝 몸을 숙이자 홍류석의 오른팔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 엘레넨 제국 검술에 의해서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머리를 스쳐 지나간 홍류석의 팔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마기가 항마와 충돌하며 강한 반발을 일으켰으나, 흘러넘치는 마력을 검에 때려 넣자 소드오러가 무식할 정도로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

신체를 강화하지 않고 이렇게 사용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 초과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200% ]

[ 초과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210% ]

검이 버티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강렬한 떨림이 일어났다. 그런 만큼 위력은 확실했다.

마치 종이를 자르는 것처럼 너무나 쉽게 잘려 나가는 홍류석의 오른팔, 홍류석의 마기는 내 항마의 마력을 버티지 못했다.

다은이의 공격 때문에 약해진 건지, 내 마력이 늘어나면서 위력이 강해진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손맛은 나쁘지 않았다.

“어..?”

잘려 나간 단면에서 피 대신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홍류석의 반대쪽 팔도 잘라버렸다.

“아..아아파!!!!!!!!! 시발!!!!!!!!!!! 내 팔!!!!!!!!!!”

겉모습보다는 너무 싱거웠다. 아마 본인이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게 주된 이유 같았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뭐지?’

그냥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자, 내가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창이 박혀있었다.

“어..으..어..?”

거대한 창은 홍류석의 심장을 관통해 버렸는데, 불길한 문양과 함께 홍류석의 마기가 창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살려줘.. 사..."

홍류석의 간절한 외침과 함께 점점 몸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마치 수분이 다 빨린 것처럼 쪼그라들더니 점점 미라처럼 변했다.

“설마 했는데.. 이다은 하나도 처리를 못한 건가..”

검붉은 로브를 쓴 인간이 허공에서 사뿐하게 내려와 홍류석의 몸에 박힌 창을 뽑아 들었다. 완전히 쪼그라든 홍류석이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이.다.은... 그리고.. 너는 누.구.지.?”

그리 큰 목소리가 아님에도 귓가에 선명하게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진득한 살기가 느껴졌다.

“너는 또 누구냐?”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옆으로 구른 순간, 굉음과 함께 남자의 손에 있던 창이 내가 있던 자리에 박혀 있었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분명 피했음에도 충격을 받았을 정도다.

‘이 새끼 보통이 아닌데..’

간담이 서늘해 질 정도로 매서운 공격이었다.

“우.연.이. 아니었나?”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