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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83화 (83/235)

〈 83화 〉 083 나비 효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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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 다은이도 회피 훈련 모드 2단계를 넘어서 3단계에 도전하고 있다. 다은이의 신체 능력으로는 아마 3단계가 한계점일 거 같다.

지금은 다은이랑 만 훈련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팀 평가는 4명이 함께 하는 시험이었다.

곧 있으면 모의 던전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 그때는 어쩔 수 없이 강주원이랑도 합을 맞춰야 할 거 같다.

‘포지션이나, 행동 지침 같은 건 미리 맞춰두는 게 좋으니까.’

던전에 들어가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포지션을 위지 정해두는 게 좋다.

특정 상황마다 위치를 변경하려면 미리 정하고 연습해둘 필요가 있었다. 우리 팀의 경우 원거리 한 명에 근접 3명이니, 한 명은 다은이를 보호하는 표지션으로 있는 게 좋을 거다.

‘민지한테 부탁해야 하나?’

아직은 4명이 합을 맞춰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잘 감이 오지 않는 기분이다.

일반적인 레이드도 아니고, 던전이다 보니 더 그런 모양이다. 던전에 들어가 본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함정들이 어떤지 모르겠다.

점심 시간 동안 민지하고 이야기해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히지 않으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거던 중 의외의 인물들이 함께 있는 게 보였다.

“저 다은아..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응? 류석아 무슨 일이야?”

대충 포지션에 대해 고민하면서 걷고 있었는데 홍류석이 이다은에게 말을 거는 게 보였다. 모두에게 친절한 태도로 대하는 다은이는 홍류석을 상대로도 웃는 표정을 유지했다.

“단둘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다..단둘이?”

“안될까? 잠깐이면 되는데..”

안쓰러운 표정을 짓자 다은이가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마망이라는 별명답게 마음씨가 따뜻했다.

‘저런 새끼 부탁은 안 들어줘도 되는데.’

뭐 성격이 저렇다 보니 내가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었다.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이다은은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정수아가 알아서 끊는 느낌이었다.

홍류석도 그걸 알고 일부러 이용하는 느낌이었다. 힘 빠진 표정이 묘하게 어색해 보였다.

저 녀석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으니 뭔가 거슬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데,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 새끼 왜 저러지?’

괜히 따라갔다가 다은이에게 걸리면 호감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최대한 조심해서 따라갔다.

“류석아.. 어디 가는 거야?”

“자…. 잠깐이면 돼!”

점점 사람이 없는 곳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인적이 드문 창고까지 끌고 온 걸 보면 뭔가 의도가 의심스러웠다.

기어코 창고까지 끌고 온 홍류석이 다은이를 데리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끔 서아하고 오는 곳이라서 익숙한 장소였다.

나는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일단은 문에 귀를 대고 둘의 대화에 집중했다. 홍류석이 다은이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다은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니?”

“응 갑자기..? 2학기 되고 같은 반 된 거 아니었어..?”

“그 전에 본 적 있는데.. 1학기 입학식 때 나한테 길을 물어봤었잖아.. 기억 안 나? D반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었는데..”

“그랬어?..”

“정말로 기억 안 나?”

“아..! 기..기억 난 거 같아. 그때 고마웠어..”

다은이는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데 떨리는 억지로 기억난다고 대답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3월 13일에 트레이닝 룸을 몰라서 운동장을 뛰고 있었잖아.. 내가 트레이닝 룸에 대해서 알려 줬었는데 기억나?”

“어… 그…. 그랬었나..? 그…. 그랬던 거 같네..”

“아카데미 근처 카페에 라즈베리 쿠키 치즈 케이크 좋아하지? 거기 자주 가는 거 같은데 그때는 인사를 못 했어.”

“어…? 어떻게 알았어?”

“거기서 슈크림 라떼 자주 마시지? 커스터드 들어간 거..”

“…”

‘저 새끼 다은이 스토킹이라도 한 건가?’

홍류석이 입을 열 때마다 점점 다은이의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이제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내가 여자라도 저렇게 말하는 놈이 있으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거 같다. 다은이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 어떤 표정일지 예상이 가는 기분이다.

“다은아.. 나는 너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어. 몰랐지?”

“어.. 언제부터 그런 거야?”

언제나 친절하게 남을 대하는 다은이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화도 난 거 같은데 홍류석은 그걸 모르는지 실실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거 나도 좋아하거든 라즈베리 쿠키 치즈 케이크, 처음에는 좀 달고 느끼해서 별로였는데 계속 먹으니까 좋아졌어..”

“그래서?”

“갑자기 이런 말을 해서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는데 오늘이 아니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말이야. 너랑 이야기 할 때는 항상 기분이 좋아지는 거 같아. 너랑 대화할 때 허세스러운 말이 나가기도 하지만 그게 내가 거짓말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니라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거 같아. 다은아 너한테 나는 샴푸 향도 좋고 너 웃는 모습만 보고 있으면 나도 행복해져. 내가 평생 살면서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야. 나 장난으로 하는 게 아니고 진지해,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그냥 평범한 반 친구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이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 너랑 같이 있고 싶어. 너랑 같이 밥을 먹고 너랑 같이 데이트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가정을 이루면 좋을 거 같아. 너도 내가 좋지?”

카톡 장문으로 보내도 다 못 읽을 거 같은 대사를 쉬지도 않고 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다.

주변에 저런 놈이 있으면 진지하게 자퇴를 생각해 볼 거 같다.

“…싫어.”

“뭐..뭐라고 했어! 다은아?”

“솔직하게 말할 게 류석아. 나는 한 번도 너 이성으로 생각한 적 없어. 그리고 너 그러면 그동안 나 스토킹 한 거야? 그게 범죄인 건 알고 있어?”

“아니.. 그게 다은아..”

“신고는 안 하고 넘어갈게..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한테 말 걸지 마.”

다은이가 문밖으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서둘러서 문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홍류석이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발!!! 그럼 왜 나한테 웃어준 건데? 어? 시발 왜 나한테 잘해준 거냐고?”

“무…. 무슨말 하는지 모르겠어.”

“왜 역시 얼굴이 문제야? 왜 시발 내 얼굴이 못생겨서 그러는 거야?”

“아니.. 류석아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이러지 마..”

“너도 다 똑같아.. 역시 얼굴이 중요한 거지? 김시우 앞에서 정신도 못 차리라던 데 왜 둘이 어디까지 갔어? 어 시발년아!!!”

“갑자기.. 시우는 왜 나오는 거야.. 그런 적 없으니까 이러지 마!”

“닥쳐! 김시우 앞에서 아양 떨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조금 친근하게 대해주긴 했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홍류석이 말하는 게 심상치 않았다. 근데 홍류석이 다은이를 어떻게 할 수 있나?

다은이가 원거리 계열인걸 고려해도, 홍류석은 다은이보다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진다. 실기 점수 꼴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가오지 말라고 했어!”

“너..너 이…. 이시발년!! 가슴만큼 더러운 창녀 같은 년!!”

“너..너 어떻게 그렇게 심하게 말할 수 있어?”

“어차피 김시우한테 대준 거지? 시발 나도 한 번만 하게 해줘!!!”

“오지 마! 경고했어!!”

선을 너무 세게 넘은 거 같다. 이건 다은이도 못 참을 거 같은데, 앞으로 학교에 다닐 생각이 없는 건가?

“시발 한 번만 대달라고!!!”

갑자기 안쪽에서 강렬한 폭음이 들렸다. 다은이가 능력을 사용한 건가, 뭔가 공기가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오..오지 말라고 했잖아..”

홍류석이 차석인 다은이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잠깐만.. 이 기운은?’

갑자기 안쪽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스타크 은행에서 질리도록 느꼈던 그 기운이었다.

‘마기?’

안에 있는 건 다은이와 홍류석 뿐이다. 다은이가 마기를 쓸 리가 없으니 이 힘의 주인은 홍류석이 맞을 거다.

‘인벤토리.’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 값비싼 무기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쓰면서 손에 꽤 익은 무기였다. 검을 꺼내 들고 곧장 창고의 문을 열었다.

“시..시우야?”

“다은아 이쪽으로 와.”

“그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빨리 이쪽으로 와!”

“아..알았어.”

다은이의 전격의 영향으로 창고에 있는 잡동사니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고, 탄 냄새와 함께 연기가 자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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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더니 소화액과 함께 위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시발.. 김시우 또 너냐?”

스타크 은행에서 본 것처럼 검은색 오라를 뿜어내는 홍류석이 잡동사니 사이에서 일어났다. 갓 파를 닮은 얼굴에 눈동자의 흰자와 검은자가 반전되어 있었다.

“너 그 힘을 어디서 얻은 거지?”

“하하하! 알 거 없다. 쓰레기 새끼야!! 너만 없었으면 내 인생이 이렇게 되진 않았다! 김시우!!!”

“내가 뭘 했는데?”

“닥쳐!!! 시발 누구는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줄 아냐!!!”

그때 은행 테러가 실패하고 잠잠하다고 생각했더니, 대한 아카데미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있을 줄은 몰랐다.

“하.. 힘이 넘치는 군, 널 죽이고 다은이는 내가 가질 거다!”

“시..싫어! 소름 끼쳐!”

나는 소름 끼친다는 듯 몸을 떠는 다은이를 품에 안고 진정시켰다. 부드럽게 등을 쓸어 내리자 점점 안정되는 게 느껴졌다.

“괜찮아 다은아, 곧 교관이랑 경비가 이쪽으로 올 거야.”

“이…. 이시발년들이! 지금도!!!”

솔직히 우리 두 명이면 홍류석은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이상하게 그때 은행에서 만났던 녀석보다 홍류석이 강해 보였다. 그때와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홍류석의 힘이 더 불안정해 보였다. 마치 화산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은아 저 녀석한테 마기가 느껴지지? 저건 우리랑 같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야. 그러니까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응.. 시우야.”

“이.. 쌍년들이 무시하는 거냐!!! 시발.. 이건 어떻게 쓰는 거야!!!”

홍류석 몸에서 마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통제를 할 수 없는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다은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품에서 벗어나 공격을 준비했다. 다은이의 머리카락이 전격에 의해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리가 있음에도 따끔거리는 느껴질 정도였다. 확실히 홍류석에게 화났는지 대량의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엄청난 위력을 가진 전기 에너지가 구 형태로 생겨났다.

“주..죽어! 이 괴물!!”

번쩍하는 효과와 함께 순식간에 홍류석을 향해 에너지 구가 날아갔다. 하늘에서 치는 천둥처럼 굉음을 내며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다 때려 부쉈다.

공격력에 대해서 원탑으로 불리는 만큼 위력이 엄청났다. 다은이의 공격에 창고가 버티지 못하고 벽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꺅!”

나는 서둘러서 다은이를 품에 안고 뒤로 물러났다. 한 번에 마력을 대량으로 쓴 건지 다은이가 힘겹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해…. 해치운거야?”

솔직히 확신은 서지 않았다. 은행에 있던 놈도 맷집은 말도 안 되게 좋긴 했다.

“시..시발.. 개 같은 년이…”

잔해더미에서 홍류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살아 있는 거 같네.”

근데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교관이나 경비가 도착해야 정상인데, 왜 안 오는 거지?

왠지 모르게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멀리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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