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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75화 (75/235)

〈 75화 〉 075 그룹평가 준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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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수업이 끝난 후, 언제나처럼 서아와 민지와 함께 트레이닝 룸으로 들어왔다.

다이아 트레이닝 룸에 있는 탈의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민지와 서아가 밖으로 나왔다.

저번에 방학 때 서아의 운동복 차림을 보기는 했지만, 시작부터 저렇게 입은 건 처음이었다.

둘 다 스포츠 탱크톱에 스판 소재로 된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아주 바람직했다.

서아의 탱크톱 밑으로 드러난 새하얗고 말랑말랑해 보이는 복부와 팔이 귀여워 보였다.

"김시우.."

내 노골적인 시선을 눈치챘는지 민지가 날카롭게 노려봤다.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대충 시선을 민지에게 돌렸다.

민지도 서아 처럼 눈이 즐거웠다.

탄탄한 일자 복근에, 근육이 살짝살짝 보였고, 그대로 노출된 가슴골, 특히 반바지 끝부분에 살짝 눌린 허벅지는 최고였다.

노골적으로 쳐다봐도 별말이 없었다. 본인을 보는 건 괜찮은 건가.

내 생각이라도 읽었는지 부끄러운지 고개를 서아 쪽으로 돌렸다.

"서아야.. 시우도 있는데 그렇게 입어도 괜찮겠어?"

"이상해..?"

민지의 질문에 서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했다.

저번처럼 Y 존이 파고 들어가 있지 않아서, 크게 이상한 건 없었다.

길게 쭉쭉 뻗은 팔다리에 체형에 비해 커다란 가슴 거기에 의외로 넓은 골반 덕분에 아주 완벽히 보기 좋았다.

"아니 이상한 건 아닌데, 그.. 그러니까 평소에는 이런 옷 잘 안 입잖아.."

"운동할 때는.. 이런 옷 입는 거 아니야?"

"그.. 그러니까."

서아는 대련을 할 때 항상 교복을 입고 싸웠다.

'제복도 일종의 전투복이니까. 굳이 다른 옷을 입을 필요가 없긴 하지.'

대한 아카데미의 제복은 평범한 옷이 아니었다.

헌터들이 입는 옷인 만큼 내구성에 대해서는 꽤 신경을 쓴 옷이었다.

질긴 소재와 다양한 마법 처리가 되어 있어서 마력에 대해서 높은 내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마법 진이 새겨져 있어서 마력만 흘러 넣으면 수복과 청결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나름 괜찮은 전투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복되는 건 아니긴 하지.'

아카데미 제복이 튼튼하긴 하지만 한계가 있는 법이다. 치명적인 손상을 입으면 인첸트가 박살 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민지처럼 근접에서 싸우는 경우에는 개인용 전투복을 따로 입는 편이다.

'나는 돈이 없어서 그냥 제복을 입고 싸웠지만.'

뭐, 서아야 원거리 딜러다 보니 다칠 위험도 적고, 평소에는 노출이 거의 없는 옷을 입고 다녔다.

본인의 빙결능력이 있어서 여름에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울 때 서아 옆에 있으면 시원하다.

쉬는 시간마다, 서아와 단둘이 있었던 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 이름 : 윤서아 ]

[ 호감도 : 62 ]

일부러 보여준다기보다는, 내 앞에서는 상관없다는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시우도 있잖아."

"시우..? 시우야 이상해?"

"아니. 잘 어울려."

"히... 그러면 괜찮아.."

"..."

민지가 조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서아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의심이 커지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가 편해져서 그런 거겠지, 솔직히 제복 입고 운동하기는 힘들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

당장 강민지만 해도 서아랑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제복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운동을 할 때는 운동복이 더 편하다.

옷차림이 간편해서 딱히 움직임에 방해되는 것도 없고 열 방출도 쉽고, 땀도 잘 흡수하니까.

"우리가 편해져서 그런 거야?"

"응.."

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지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서아야!"

민지는 서아가 귀엽다는 듯 품에 안고는 서아의 머리에 뺨을 비볐다.

"답답해.."

서아가 중얼거리긴 했지만, 크게 벗어나려는 느낌은 없었다.

'확실히 둘 사이가 가까워지긴 했네.'

둘이 친하게 지낼수록 나쁠 건 없었다.

"오늘은.. 뭐부터 하는 거야?"

서아가 우리 둘을 번갈아 보면서 물었다.

어제 대련에서 느낀 게 있었는지, 몸을 쓰는 법 좀 알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당황하긴 했다. 감히 수석에게 우리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있을지 말이다.

"검술이 필요하지는 않겠지?"

"당연한 걸 왜 물어봐!"

마법이 주력인 서아에게는 전투 훈련이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역시 회피 훈련을 하는 게 맞겠지?"

"뭐.. 서아한테 필요한 건 그게 맞을 거 같네."

우리 둘이 대충 결론을 내리고, 뭐부터 시작할지 고민하던 중 이다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음?"

*

이다은은 자신의 트레이닝 룸으로 찾아온 김시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갑자기 부탁했는데 들어줘서 고마워!"

"아냐, 이번에 같은 팀이기도 하고 얼마든지 부탁해도 괜찮아."

"으..응! 고마워~"

혹시 안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이다은은 김시우의 미소를 보니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매번 도움만 받고 있구나...'

매번 김시우에게는 도움만 받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강주원 다음으로 생긴 남성 친구다 보니, 남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많은 묻는 경우가 많았다.

매번 성실하게 대답해 주는 시우 덕분에, 강주원과 사이가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다.

'오..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거 갰지?'

강주원이 자신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머릿속에 강하게 남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경우가 많긴 했었다.

아무리 알려줘도 계속해서 실패하는 자신의 탓이었다. 교관도 결국에는 공격에 집중하는 게 어떻냐고 말하지 않았던가.

'시..시우도 그러면 어떡하지?'

강주원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난 뒤라서 그런지 괜히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는 김시우를 보고 있으니 조금은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향수.. 뿌린 걸까? 좋은 향기가 나는 거 같은데..'

반에 있을 때도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 단둘이 있어서 그런지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왠지 모르게 김시우의 향을 맡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확하게 도움이 필요한 게 어떤 부분이야?"

김시우의 질문에 이다은은 자신의 단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에 대해 떠올렸다.

유리 대포, 공격력은 출중하지만, 방어력이 극단적으로 낮은 자신의 단점을 잘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였다.

부족한 방어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긴 했었다.

장점인 공격력을 극대화 시켜 이제는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데 성공하긴 했다.

그러나 접근을 허용해 버린 경우나, 윤서아 같이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대로는 아무런 힘도 쓰질 못했다.

"그.. 회피 동작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 줄 수 있어?"

"회피 동작?"

"응.. 아무래도 내가 몸치라서.. 피하는 게 힘들어 말이야.."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졌다.

김시우도 자신의 움직임을 보고 답답하다고 화를 내지는 아닐까 걱정되었다.

보호막 마법은 매일 연습하고 있긴 하지만, 보호막 마법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었다.

가만히 서 있는 표적을 맞히는 데에는 계산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회피 없이 계속해서 공격을 당하면, 아무리 보호막이 튼튼해도 무용지물인 법이었다.

"으흠.. 그렇구나, 그러면 일단 피하는 것부터 확인해도 될까?"

"아.. 응"

상대방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수준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회피 훈련 모드 1단계부터 시작해 보자."

"어.. 어떻게 알고 있어?"

다이야 트레이닝 룸은 최상위권 학생들을 위해서 다양한 모드가 지원된다.

극소수의 인원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떤 기능이 지원되는지는 하위권 학생들은 모르는 게 보통이었다.

"민지하고 서아랑 훈련 같이하거든, 여기는 꽤 자주 와봤어."

"아~ 서아랑 훈련도 같이 하는 거야?"

항상 혼자 다니는 윤서아가 다른 사람들하고 훈련을 같이한다고 하니까 조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구나~"

매번 혼자 다니는 게 안쓰러워 보였는데, 시우와 민지 처럼 좋은 애들과 친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그..그러면 한번 해볼게?"

리모컨을 조작하자 풍경이 휙휙 변하더니 회피 훈련 모드용 방으로 변해 있었다.

투명한 막으로 막힌 상태에서 앞쪽에는 물체를 쏘는 기계가 동작하기 시작했다.

"그.. 그럼 할게?"

"편하게 해 다은아."

시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는 기분이 들었지만, 미소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 회피 모드 1단계 카운트 다운을 시작합니다. ]

홀로그램과 함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 실망하지는 않겠지?'

차석이다 보니, 뭐든지 잘할 거라 생각하는 생도들이 많았다.

자신의 몸치 같은 움직임을 보고 실망하는 생도들 때문에 더 연습이 어려웠을지도 몰랐다.

"후우.."

[ 삑! ]

알림 소리와 함께 앞에 있는 기계에서 이다은을 향해 공이 날아왔다.

1 단계답게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날아오는 공.

이다은은 피하려고 했지만, 피하지 못했다.

"아야.."

그리 강한 충격은 아니지만, 김시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아픈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다은아, 편하게 해봐."

"으..응 고마워."

'시우는 참 친절하구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리 구르고 저리 굴렀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30번의 공격 중 회피에 성공한 건 고작 5번도 되지 않았다.

"..."

시무룩한 표정의 이다은이 김시우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 역시 나는 재능이 없는 걸까?"

"괜찮아 다은아. 누구나 못하는 게 있을 수도 있잖아."

전혀 답답한 표정 없이 미소를 유지한 따뜻한 목소리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시우에게서 나는 기분 좋은 향기 덕분인지 조급한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느껴졌다.

"나.. 다시 해봐도 될까?"

"응? 그래 한 번 더 해보자."

나는 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잡고 진행했지만, 역시 결과는 처참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5번 미만의 기록.

'하..한번 더 맞았어..'

심지어 아까보다 기록이 더 안 좋아졌다. 그런데도 김시우는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잘했어 다은아, 계속하면 금방 늘 거 같은데?"

"저..정말?"

화를 내기는커녕 자신에게 칭찬해 주는 김시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은 김시우가 처음이었다.

차석이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냉혹한 잣대가 그녀를 따라다녔던가.

본인이 생각할 때에는 정말로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아까보다 결과가 더 안 좋은 상황에서도 오히려 자신을 격려해 주는 김시우를 보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조금 거칠어 보이는 느낌과는 다르게 김시우는 친절했다.

"저..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럼, 다은아."

갑자기 진지한 표정의 김시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으..응?"

"내 앞에서 그런 말 하는 거, 실례되는 거 알지?"

"아..."

진지한 목소리를 들으니 김시우가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실기 꼴등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 앞에서 재능이니 뭐니 했던 게 부끄러워졌다.

"다은아, 나는 절대 포기 해본 적 없어."

"그..그러니까.."

"네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최선을 다해 도와줄 거야. 설마 쉽게 포기할 건 아니지?"

"아.. 그 미안해! 나 열심히 해볼게!"

그 말을 들은 왠지 모르게 김시우가 더 멋있게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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