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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72화 (72/235)

〈 72화 〉 072 그룹평가 준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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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긴장이 하나도 안 된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긴장감이 없는 결투라 할 수 있었다.

아니면 무슨 숨겨둔 한 수라도 있을지도 모른다.

손목과 발목에 마력 억제 팔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홍류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력을 사용해서 대련할 경우, 검술 실력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개입될 영향이 높다.

마력 운용능력이나, 마력의 양에 따라서 신체적인 부분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검술 실력과는 상관없이 승패가 나는 경우가 많다.

'뭐 마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신체적인 차이는 있지만.'

나는 목검을 들고 허공에 몇 번 휘둘러 보았다.

우리는 단순히 검이라고 부르지만, 검의 종류는 다양하다.

똑같이 생긴 검이라고 해도 달라질 수 있다.

재질이나 만든 대장장이에 따라 강도, 무게, 무게의 중심이 달라진다.

새로운 무기를 만나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적응이 필요 없어 보였다.

"뭐 검은 확실히 나쁘지는 않네."

아카데미에 배치된 목검이라서 그런지 무게와 밸런스가 잘 잡힌 검이었다.

"하.. 무슨 사기를 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본모습을 밝혀주마!"

준비를 끝낸 홍류석이 허공에 목검을 붕붕 휘두르면서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면 가벼운 움직임에서도 실력이 보이는데, 이길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그래, 그래."

나는 귀찮아서 그냥 적당히 대답해 줬지만, 무시하는 걸로 생각했는지 표정이 안 좋았다.

꼴찌의 대우나 시선이 어떤지 아는 만큼 그냥 응원해 주기로 했다.

'힘내라 류석아'

화를 내니 얼굴이 더 못생겨 보이는 탓에 이제는 동정심까지 생겨 버렸다.

그렇다고 일부러 져줄 생각은 없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아니겠는가.

그냥 앞으로 잘 이겨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본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마!"

"그래 잘 부탁할게."

홍류석이 뭐라고 하든 반응이 없어서 그런지 놈도 이제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귀찮은 녀석이었다. 또 덤비지 못하도록 결투는 진지하게 임할 생각이다.

이녀석 말고도 홍류석2, 홍류석3 가 나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둘 다 준비가 되었나?"

"네!!!!"

"예.."

"그럼 시작해라!"

고덕수의 외침과 함께 홍류석이 냅다 달려들었다.

빈틈은 둘째치고, 검을 잡는 자세도 잘못되어 있었다.

기초가 하나도 잡혀있지 않았는데, 적어도 검은 제대로 잡고 있어야지.

"어?"

검 뒷부분을 내려치자 힘없이 날아가는 홍류석의 검, 나는 끝낼 생각으로 머리를 내려쳤다.

"아아악!!"

생각보다 손맛이 나쁘지 않았다.

__와 저러고 끝이야?

__저럴 거면 왜 입을 턴 거야.

__쟤 이름이 홍류석이라고?

예상대로 반응이 안 좋았다. 홍류석도 그걸 인지했는지 몇 번 더 덤벼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머리만 깨질 뿐이다.

"힘내라."

"시..십 다…. 다시해! 뭔가 사기를 친 거야!"

"그래 다시 하자."

뭐 결과가 달라질 게 있겠는가.

"아욱!!"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은 칭찬할만했다.

"아욱!"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다.

"십팔!!!"

"그만. 뭐 볼 것도 없구나."

결국 고덕수 교관이 개입하면서 이 의미 없는 대련이 끝났다.

고덕수 교관은 이 대련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표정이 별로였다. 내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홍류석은 내 상대가 아니다.

너무 압도적이라서 그런지 홍류석을 무시하는 애들이 늘어났다.

__와 진짜 성격 더럽다.

__홍류석? 아 쟤가 그 새로운 꼴찌라면서?

__시우는 꼴찌 일 때도 저런 적 없었던 거 같은데, 왜 우리 시우에게 화풀이 하는 거야?

우리 애들 말고는 그렇게 안 부르면 좋겠는데, 뭐 이것도 익숙해져야겠지.

갑자기 누군가가 일어났다.

"저 교관님."

"강주원 생도?"

"혹시 제가 김시우와 대련해 봐도 되겠습니까?"

강주원이라, 놈과는 한번 서열을 정리할 필요가 있긴 했다.

__뭐야, 뭐야?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__둘 다 비주얼 미쳤다...

기말의 실기 점수만 놓고 보면 중상위권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보다 더 강해진 게 느껴졌다.

고덕수 교관이 씩 웃으면서 이쪽을 본다.

"뭐 김시우 생도의 의견이 중요하겠지. 어떻게 생각하나?"

"좋습니다."

최태수와의 대련에서 확인했을 때는 이전보다 더 빨라진 게 눈에 보였다.

더 강해진 것 같긴 한데, 한방에 누워버려서 잘 모르겠다.

'뭐 나도 고통 내성이 아니면 그때 끝났겠지.'

"김시우, 하나 제의하고 싶은 게 있어."

아마 그걸 말하는 거겠지?

*

나와 민지, 다은이와 강주원으로 이루어진 팀이 결성되었다.

아무리 인원수가 적어도 4명이 한팀이 되면 리더가 필요한 법이다.

평소에는 과반수의 의견을 따르는 방식으로 결정해도 상관없지만, 전투상황이 되면 그게 불가능해진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의견이 하나로 통일하기도 힘들고, 조금만 망설여도 상황이 급격하게 변한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리더를 정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4명 중에서 리더를 뽑아야 한다면, 모두가 이견 없이 받아 드릴 수 있는 사람은 이다은이다.

대한 아카데미의 차석, 랭킹 2등이 이다은이 리더를 하는 게 당연해 보였다.

"저.. 나는 리더랑은 안 맞는 거 같아."

당연히 리더가 될 줄 알았던 이다은이 거부선언을 하면서 나머지 3명이 리더 후보로 올라왔다.

결국, 투표를 통해서 리더를 뽑기로 했다.

"나는 주원이가 되면 좋겠어."

이다은은 강주원을 추천했다.

"나는 시우한테 투표할게.."

강민지는 나에게 투표를 했다.

강주원은 자신이 하고 싶다고 나섰는데, 솔직히 나도 내가 한다고 말했다.

리더가 돼야 다은이를 공략하는데 더 수월하니까.

"..."

남자들의 자존심 싸움, 솔직히 내가 강주원보다 더 나을 거다.

지금까지 해본 전투를 비교하면, 솔직히 강주원이 비빌 수 없을 거다.

"그..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고민해 보자!"

강주원과 기 싸움을 하고 있자 이다은이 중간에 끼어들어서 말렸다.

"아.. 아직은 우리 아는 게 없으니까.. 응? 민지도 괜찮지?"

"어..어 그래 둘이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 다른 애들도 많은데."

"미안하다."

"나도 미안."

우리 둘을 말리는 다은이와 민지를 봐서 일단은 넘어갔다.

*

생도의 수가 많은 만큼, 교관 한 명이 담당할 수 있는 학생의 수는 한계가 있다.

고덕수 교관이 아는 생도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건 강주원이었다.

'그런데 김시우가 갑자기 급성장을 했단 말이지.'

김시우는 각성을 못 했던 생도이기에 그 나름대로는 신경 쓰고 있었던 생도였다.

그런데 윤서아와의 대련에서 이기는 걸 시작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투척 실력도, 웬만한 베테랑만큼 던지는 걸 보면 뒤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던 모양이다.

'아까 확인했을 때는 솔직히 놀랐지.'

마력을 확인하고 솔직히 놀랐다.

각성한 지 며칠 만에 2차 각성을 하더니, 지금은 벌써 C랭크 헌터와 비슷한 수준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신체 능력보다 마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그러면 별로 안 좋은데.'

근접계열은 마력과 신체 능력의 벨런스가 좋아야 한다.

마법사 같은 원거리 딜러였으면 마력 수치만 높으면 그만이지만, 근접계열은 자신의 몸을 직접 움직여서 싸운다.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지만, 만능은 아니다.

한쪽 팔을 마력으로 강화했다고 가정할 경우.

마력으로 강화된 팔은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주먹을 휘두를 때 다른 부위가 그걸 버티지 못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러면 공격 한 번에 어깨나 다른 부위가 박살 나 버리는 거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검이나 방패 같은 무기만 강화해서 싸우다가 필요할 때 한 번씩 마력을 사용한다.

마력이 무한한 것도 아니고, 움직일 때마다 소모하면 효율이 지극히 떨어지는 법이다.

'누가 이기려나?'

지금은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신체 능력과 검술을 바탕으로 한 승부다.

허수아비를 치는 걸 본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 말하긴 힘들었다.

둘 다 엄청난 노력을 한 게 눈에 보이는 만큼, 어느 한쪽을 응원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김시우 쪽이 더 노련해 보이는 건 착각인가?'

아까 홍류석과의 대련이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꽤 노련한 움직임이었다.

최태수 님이 왔다는 이야기도 듣기는 했지만, 전투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자세히 듣지 못해서 아쉬웠다.

손목과 팔목의 억제기를 착용한 강주원이 구석에서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김시우의 경우는 이미 홍류석과의 대련에서 몸이 풀렸는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뭐 교관이 공평해야 하지만, 강주원이 이기지 않을까?'

고덕수의 입장에서는 김시우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생도였다.

윤서아와의 대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긴 했지만 윤서아가 방심했던 게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걸 의도하는 것도 실력이긴 하지만, 이번 대결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둘의 눈빛을 확인해 보니, 아주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여기서 이기는 사람이 리더를 하는 거야. 불만 없지 김시우?"

"오케이 나중에 말 바꾸지 마라."

고덕수는 주위에 있는 생도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나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반응인데.'

여자 생도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과 비교하면 아주 꿀이 떨어졌다.

__시우야! 힘내!!

__주원아 화이팅!!

"조용."

더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고덕수가 생도들을 조용히 시켰다.

역시 외모는 무시할 수 없는지, 벌써 김시우를 응원하는 생도들도 생겨났다.

자신도 저렇게 외모가 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극과 극이네.'

남자 생도들은 표정이 완전히 구겨져 있었다. 어떤 기분인지 이해가 가긴 했으나,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강주원과 김시우.

하위권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두 명의 승부.

강주원이 이길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백 퍼센트 확신을 하긴 힘들었다.

본래 가장 재밌는 구경은 싸움 구경이라 하지 않던가.

"둘 다 준비됐나?"

"예!"

"네."

"그럼 시작해라."

대결이 시작되자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로 돌기 시작했다.

서로 탐색전을 할 생각인지, 금방이라도 달려들 자세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과연 홍류석과는 다르군.'

고덕수는 씨익하고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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