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071 그룹평가 준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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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의 집안은 조금 엄격한 편이다.
흔히 말하는 명문가에 해당하는 집안으로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다른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처음에는 큰 생각이 없었으나,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삶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강주원과 수아와 함께 놀 수 있는 날이면, 그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부모님도 둘과는 친하게 지내는 것에 대해 큰 간섭이 없었다.
주원이의 집안이 기울기 전까지는 말이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 지면서 부모님은 더는 강주원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나이의 이다은은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반항했다.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계속 그렇게 답답하게 살아야 했을 거야.'
집안에서 큰 싸움이 일어났는데, 중재자로 등장한 게 이다은의 할아버지 이건용이었다.
이건용은 자신의 손녀딸을 엄하게 교육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결국 이건용과 이다은의 부모님과 충돌이 있었고, 승자는 이건용이 되었다.
이건용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다은은 그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사업만 빼고...'
어렸을 때는 주원이를 돕고 싶다는 마음에 할아버지에게 부탁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긴 했지...'
망해버린 기업을 다시 일으킨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겠는가.
가벼운 물건을 선물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제가 없었다.
그래서 매번 강주원에게 선물로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해 주곤 했는데, 그게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조심했었어야 했는데...'
동정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어린 시절,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던 유일한 시간에 함께 했던 강주원과 정수아.
그 시절의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이제는 같은 반이니까!'
옛날처럼은 아니지만, 한 반에 같이 있어서 그런지 아카데미에 가는 게 즐거워졌다.
아직은 거리가 있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다시 가까워 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주원이의 파트너가 된 만큼 주원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오늘도 열심히 해야지!"
최태수와 대련이 있던 날부터 강주원과 훈련을 같이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부탁했다가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일게 분명해서 부담스러웠는데, 강주원이 흔쾌히 수락해서 다행이었다.
아직은 성과가 없긴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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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가 떨어져서 팀 제의가 많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여자애들이 찾아왔다.
'다은이랑 할 생각인데.'
귀찮아도 다 웃으면서 거절했다.
갑자기 급 부상한 느낌이라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애들도 많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친절하게 거절했다.
'민지가 왜 그러는지 알 거 같기도 하네.'
대충 적당히 상대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강민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김시우!"
"저기 주원아~"
마침 이다은도 강주원을 불렀다. 둘이 같이 있는 걸 보면 할 말이 있어 보였다.
'갑자기 팀을 하자고?'
어제는 강주원 때문에 반응이 안 좋았는데, 하루 만에 민지의 의견이 달라졌다.
강주원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민지의 귀에 속삭였다.
"강주원 때문에 싫은 거 아니었어?"
"그래도 다은이랑 같이하면 좋으니까.."
강민지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지 이전보다는 조심스러워 진 게 눈에 들어왔다.
'백날 천날 그래 봐야 절대 안 되지.'
다은이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미소와 커다란 가슴은 언제 봐도 최고다.
"우리는 괜찮은데.. 시우는 어때?"
나를 뺀 나머지 인원은 이미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응~ 시우랑 민지야 우리 잘해보자?"
"어..어 잘 부탁해 다은아.."
"나도 잘 부탁해."
같은 팀이 되면 다은이와 가까워질 기회가 많아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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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수업은 대부분 공통적인 교육이 많았다.
헌터라면 꼭 알아야 하는 이론이나, 생존기술 같은 수업 말이다.
그런 교육은 동일하게 해도 문제가 없지만, 전투 기술은 다르다.
마법을 쓰는 헌터도 있고, 검술, 방패, 힐러 등 각자의 공격방식이 다른 법이다.
전투 기술만큼은 각 헌터에게 맞는 맞춤 수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민지는 무투술, 나는 검술로 민지하고 떨어져서 진행되는 수업 중 하나였다.
'이번 학기부터는 전투기술 수업 비중이 늘어났네?'
간단하게 진행되던 전투기술 시간이 대폭 증가했다.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이다.
"모두 도착했나?"
살벌한 표정의 교관이 수련장으로 들어왔다. 얼굴만 보면 무슨 사람은 수백 명을 죽여본 살인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른쪽 눈가에 난 깊은 자상과 겉으로 드러난 피부를 흉터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교관의 이름은 고덕수, 전직 B 랭크 헌터로 얼굴과는 다르게 꽤 친절한 교관이다.
"그래 오랜만에 보는구나. 방학은 잘 지냈나?"
"예!!"
교관이 생도들의 얼굴을 살피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음..?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이름이 어떻게 되나?"
"김시우입니다."
얼굴이 바뀐 건 좋지만, 이렇게 모르는 인간들이 많아서 짜증 난다.
고덕수는 내 이름을 듣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어제 대련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 잠시 앞으로 나오도록"
"예 알겠습니다."
내가 앞으로 나가자 고덕수 교관이 어깨를 두들기면서 내 마력을 스캔했다.
의외라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는 껄껄거리며 웃었는데, 진짜 얼굴 때문에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대련 영상은 감명 깊게 봤다. 못 본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얼굴이 달라져서 그런지 이런 경우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다른 반 학생들도 같이 듣는 수업이기 때문에 소문을 못 들은 생도들이 수군거렸다.
나는 피곤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__와.. 미쳤다.
__쟤가 진짜 김시우야?
__아 심장 아파..
[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매력 수치 때문인지, 대충 폼만 잡고 서 있거나 얼굴을 조금만 찡그려도 호감도가 마구잡이로 쌓였다.
솔직히 호감도를 쌓아서 나쁠 건 없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날 도와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좀만 참자.'
민지도 처음에는 이런 반응이었는데 나중에는 좀 괜찮아졌다.
"그래 투척물을 아주 잘 쓰던데, 솜씨 한번 보여줄 수 있나?"
갑자기 나보고 투척 시범을 보이라는 건가?
"갑자기요?"
고덕수는 품에서 표창같이 생긴 투척물을 꺼내 내 손에 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에 허수아비 보이나? 한번 맞출 수 있겠나?"
"지금 맞추라고요?"
"이 정도 거리는 힘든가?"
"그런 건 아닌데."
별로 어려운 건 아니지만, 남들 앞에서 하려니 어딘지 모르게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50m는 떨어져 있지만 이 정도는 가뿐하다.
팔에 마력이 흐르는 느낌과 함께 눈앞에 가상의 궤적이 그려졌다.
[ '투척'스킬에 의해 정확도가 증가합니다. ]
상상한 그대로 날아가는 표창은 허수아비에 있는 정중앙에 꽂혔다.
그때 죽어라 연습했는데, 이 정도는 가뿐하지.
[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호오, 기대 이상인데."
고덕수가 박수를 치자 다른 생도들도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귀찮다는 느낌이 강하고, 여자애들은 좀 반응이 좋았다.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닌데 이렇게 박수를 받으니까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다들 투척물을 사용하는 연습을 해둘 필요가 있을 거다."
고덕수가 리모컨을 조작하자 홀로그램과 함께 하늘에 비행형 몬스터가 나타났다.
"게이트 안에 들어가면, 뭐든 아쉬운 게 생긴다."
"뭐 내 시간은 검술 수업이라 따로 교육은 하지 않지만 익혀두면 도움이 될 거다."
고덕수가 다른 표창을 꺼내 3개를 한 번에 던졌다. 내가 받았던 표창 옆으로 정확하게 3개의 표창이 한 번에 박혔다.
"나도 이 기술을 꽤 유용하게 썼다. 실제로 목숨을 건졌던 일도 있지."
고덕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이 헌터로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에 대해서 말했다.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투척능력을 통해 극적으로 비행형 괴수를 쓰러트렸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걸 말하려고 나한테 시킨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수업을 시작하겠다."
언제나처럼 허수아비 앞에 서서 검을 내려치는 연습을 했다.
고덕수는 매번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10분 정도는 허수아비를 치게 시켰다.
"다시!"
불만을 터트리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동작으로 10번 내려치는 데 성공한다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성공한 생도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성공한 놈들도 막상 그대로 내려치고 있고.'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쓰기 위해서 필요한 연습이라고 했다.
솔직히 나도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검술 스킬이 생기면서 검술의 이해도가 올라서 그런지 기초가 중요하다는 게 뭔지 이해가 간다.
[ 엘레넨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잘못된 자세로 휘두르는 검은 공격력도 떨어지고, 손목이나 팔 쪽에 부상을 입을 우려도 있었다.
최태수와의 대련에서 기초가 없었으면 절대로 공격을 받아칠 수 없었다.
아무런 의식 없이 원하는 대로 검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엘레넨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똑같은 속도와 위력, 그리고 동일한 각도와 궤적을 그리며 오차 없이 10번을 내려치는 건 거기에 도움이 되는 훈련이다.
[ 엘레넨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별거 아닌 내려치기지만, 생각보다 재밌었다.
[ 엘레넨 제국 검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갑자기 뒤에서 고덕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기초가 필요 없겠구나. 너는 자율적으로 훈련해도 상관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10번을 똑같이 내려치는 대에 성공한 건가?
"교관님! 인정할 수 없습니다!"
"뭐가 인정할 수 없다는 거지?"
"제가 통과를 못 했는데 김시우가 통과하는 게 이상합니다! 교관님도 아시다시피 저녀석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녀석의 얼굴이 좀 낯이 익었다.
그래, 민지 앞에서 대련을 진행하던 놈이었는데, 이름이 홍류석 인가 그랬다.
'쟤가 지금 꼴찌던가?'
성적을 확인한다고 랭킹을 확인해 봤는데, 홍류석이 새로운 꼴찌가 되었다.
뭐 나야 멘탈이 강하니까 상관없지만, 무시 받는 시선을 버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싸우는 거 보니까 수준이 떨어지던데.'
내 비웃음을 확인했는지 홍류석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이이 벌레 같은 놈이 지금——"
"그만. 수업 중에 싸우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
저 새끼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나는 가만히 있었다.
꼴찌의 대우를 아는 만큼 솔직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줄 수 있다.
고덕수가 소름 끼치는 표정으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대련은 괜찮은 법이지. 둘 다 어떻게 생각하나?"
"좋습니다!"
"아니.."
갑자기 허접 새끼랑 대련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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