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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69화 (69/235)

〈 69화 〉 069 그룹평가 준비 (1)

* * *

*

“문자 보냈어?”

“확인 안 한 거야?”

“정신이 없어서 확인을 못 했어.”

팔짱을 낀 채로 노려보는 민지. 문자를 확인하지 못해서 그런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미안해.”

먼저 사과를 해서 그런지 금세 누그러졌다.

‘앞치마도 입고 있네?’

어디서 가져온 건지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소매 반바지에 앞치마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마치 옷을 안 입고 있는 착시 현상이 일어났다.

당연히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앞치마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집에서 챙겨왔나?

"그래서 몸은 좀 괜찮아?"

"멀쩡해, 나 생각보다 튼튼하잖아."

"맨날 얻어터지는 주제에 뭐가 튼튼하다고 그래!"

최근에는 크게 다친 건 없는 거 같은데, 오늘 부상은 치료도 이미 깔끔하게 받았고.

내가 멀뚱멀뚱 쳐다봐서 그런지 민지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기다리려고 했는데, 언.. 아니 교수님이 먼저 가라고 해서…"

딱히 별생각 없었는데, 민아가 민지까지 보내고 아주 작정했었구나.

둘 다 솔직하지 못한 건 자매가 똑같았다.

“혹시 걱정했어?”

“그런 거 아닌 거든!”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데 옆에서 간호라도 해줄 생각이었던 거였나.

“뭐.. 왜 그렇게 보는데..”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기다리려고 했어?”

“그냥 서아랑 같이 기다리려 한 거야.”

우리 서아도 걱정해준 건가,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그리고 너도 매번 기다렸잖아..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나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갔다.

“이..이상한 표정 짓지 말고 들어오기나 해. 멍청아!”

“그래 알았어, 민지가 부탁하면 들어줘야지.”

“뭐라는 거야..”

괜히 앞치마를 입고 있었던 건 아닌지 집에 들어오자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침이 고였다.

이건 김치찌개 냄새인가?

최근에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긴 했다.

조금 신 김치에 두툼한 돼지고기, 아삭거리는 콩나물과 두부가 어우러진 칼칼한 국물.

얼큰하고 깊은 맛이 나는 국물에 새하얀 흰 쌀밥을 같이 먹으면 최고다.

김치 가격이 오르면서 최근에는 못 먹었던 것 같은데, 군침이 돌았다.

‘집에 재료가 없었을 건데.’

대부분 인스턴트 식품이나 즉석식품들로 채워두었다.

이제 여유가 좀 생겨서 냉동 미역국, 옥수숫가루, 크림 수프 분말로 허기를 채우는 횟수가 줄긴 했다.

아무튼, 집에는 요리할만한 재료가 없었다.

배달음식을 시켜서 요리한 것처럼 연기하는 건 아니겠지?

"우리 집에 재료 없었을 건데 배달시킨 거야?"

"뭐라는 거야. 주변 마트에서 내가 다 사 와서 한 거야!"

직접 장까지 본 건가, 가까운 거리에 대형마트가 있기는 하지만 혼자 들고 오려면 무거웠을 건데.

고맙기는 하지만 사실 요리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긴가민가했다.

"요리도 할 줄 알아? 맨날 배달시켜서 먹지 않았었나."

"그건! 너 때문이잖아!"

"나?"

"네가... 들어가자마자 무식하게.. 그.. 하니까…”

점점 줄어드는 목소리, 고개까지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런 건가?’

생각해 보면 민지의 냉장고에는 식자재들이 많이 들어 있는 걸 생각하면 그럴지도 몰랐다.

하긴, 만날 때 마다 매번 진이 다 빠질 때까지 괴롭히는 데 요리를 할 힘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그냥 배달 시켜 먹는 게 편하지.

“씻고.. 먹을 준비나 해 멍청아.”

"요리하는 거 보여주고 싶었어?”

"그런 거 아니거든! 회복하려면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집에 즉석식품밖에 없고…”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멍청이가 뭐라는 거야!”

요즘 이런 반응을 보기 힘들었는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열심히 부정하는 게 사랑스러웠다.

"뭐 하는 거야..."

참지 못하고 민지를 뒤에서 껴안았다.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

씻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싱그러운 바디워시 냄새와 민지 특유의 향이 맡아졌다.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지 신혼부부가 된 느낌이 들었다.

"민지야. 목욕부터 하시겠어요, 식사부터 하시겠어요. 같은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남자의 로망이라 할 수 있지.

"..?"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남성을 자극하는 부드러운 여인의 몸, 아래쪽에 피가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목욕, 식사..?”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민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김시우 이 머..멍청아! 헛소리 하지 말고 씻기나 해!!!”

냅다 품에서 벗어나더니 부엌으로 도망갔다. 탐스러운 엉덩이를 보고 있으니 조금 흥분되는 느낌이 들었다.

“민지부터 먹고 싶은데.”

“너 자꾸 그러면 진짜 화낸다! 빨리 씻고 와!”

말은 저렇게 해면서 다 받아주긴 하지만, 지금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아보였다.

민지가 진짜로 화내면 무섭다.

*

씻고 나서 옷 냄새를 맡으니 민아의 향이 조금 나는 기분이 들었다.

‘들킨 건 아니겠지?’

좀 조심했어야 했는데 안일했다. 이런 상태로 민지를 품에 안다니 걸렸으면 간담이 서늘했을 거다.

아마 음식 냄새가 강해서 들키지 않은 모양이다.

“갈아입을 옷 안 챙겼다.”

우리 집에는 목욕가운 같은 게 없어서 대충 수건만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다 차려났으니까… 뭐…. 뭐하는 거야! 왜 벗고 나와!”

“갈아입을 옷 깜빡해서, 그리고 우리 사이에 상관없지 않아?”

“아저씨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입고와.”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내 몸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귀여웠다.

근력 스텟이 올라가면서 몸에 제법 각이 잡혔다.

몸도 사람마다 외형이 다르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거의 최상위권 아닐까.

“식으니까 빨리 입고와.”

“오케이.”

민지가 직접 한 요리가 식기 전에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오..”

생각보다 맛있어 보였다.

빨간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김치찌개, 노릇노릇하게 구운 수팸에 계란 프라이와 배추김치. 거기에 잘 어울리는 흰 쌀밥.

계란에는 고양이 얼굴이 케첩으로 그려져 있었다. 앞치마도 그렇고 민지가 고양이를 좋아하던가?

“김치는 산 거야?”

“우리 엄마가 보내준 거야.”

“아하 장모님이 주신 거구나.”

사 온 김치인 줄 알았는데, 장모님이 담그신 거구나. 장모님이 직접 담근 김치의 맛이 궁금해졌다.

“너 왜 자꾸 우리 엄마를 장모님이라고 부를 거야?”

“잘 먹겠습니다!”

“하아… 그래 먹기나 해.”

평소 같으면 더 화냈을 거 같은데, 오늘 내 상태가 안 좋다고 생각하는지 많이 용납해 주는 느낌이 강했다.

아무튼 민지가 끓인 김치찌개 맛 좀 볼까.

국그릇에 있는 김치찌개를 숟가락으로 떠서 맛을 보았다. 한 모금 넘어가며 목을 때리는 칼칼함.

“크으..”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국물이었다. 얼큰함과 김치 특유의 신맛, 그리고 다양한 재료들의 맛이 국물에 잘 녹아있었다.

“너 자극적인 거 좋아하잖아.. 거기 맞춰서 끓인 거야.”

조금 떨리는 민지의 목소리, 맛 평가를 기다리는 건가.

“5점짜리 요리네.”

내 말을 들은 민지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5점 만점에 5점.”

슬금슬금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으려는 게 귀엽네.

“다…. 닥치고 먹기나 해!”

평소에는 적적한 느낌이 강한 원룸에 민지가 있는 것만으로 밝아진 기분이다.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번 그룹 평가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이번 그룹 평가에 같이할 사람 있어?”

“서아랑 하고 싶었는데..”

민지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서아랑 같은 조가 될 경우 60포인트를 넘어 버린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이다은인데, 민지가 강주원을 싫어해서 어쩔지 모르겠다.

“이다은은 어때?”

“이다은?”

이다은의 이름을 듣고는 민지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다은이는.. 나쁘지 않은데, 나는 강주원 그 새끼는 마음에 안 들어.”

강주원 이 새끼 민지한테 아주 미운털이 제대로 막힌 모양이다.

"그 두 명이 우리 반에서는 제일 괜찮지 않아?"

"그래도, 개인 평가도 따로 있다고 했으니까."

무난하게 다은이랑 같은 그룹이 될 줄 알았는데, 강주원이 숨겨진 복병인가.

"아직 일주일 더 남았으니까 천천히 고르자."

너무 같은 조가 되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아직 일주일 남았으니까 천천히 하면 되겠지.

민지가 차려준 저녁 밥상은 맛있었다.

*

"가려고?"

내가 식사를 끝내는 걸 확인한 민지가 집에 돌아갈 생각인지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이렇게 보내는 건 뭔가 살짝 아쉬웠다.

물건을 챙기는 민지를 뒤에서 허그했다. 아까 환기한다고 에어컨을 끈 탓인지 땀에 젖어 있었다.

코를 자극하는 민지의 냄새는 별로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를 자극하는 향이라고 할 수 있다.

"김시우, 빨리 안 떨어져! 더우니까 빨리 떨어져!"

땀 냄새가 날거라 생각하는지 반항이 좀 심하긴 했지만, 점점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뭐.. 향수라도 뿌렸어?"

당연히 나도 땀을 흘린 상황이니까, 이제 효과가 나올때가 되었다.

[ 인큐버스의 페로몬 : 강민지가 미약한 중독에 걸렸습니다. ]

"아니, 안뿌렸는데"

"좋은 향기가... 그게 아니고 더우니까 빨리 떨어지라고!"

지금 상태에서는 민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었지만 큰 저항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민지의 몸 위로 손이 올라갔다. 언제나 진한 만족감을 주는 민지의 몸.

"머..멍청아! 내일 학교 가야 하는 거 잊었어?"

"우리 집에 건조기도 있어."

"그게..무슨..."

그대로 민지를 공주님 안기자세로 들어 올렸다. 홍시처럼 붉게 변한 민지의 얼굴.

"아직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잖아."

"내.. 내려놓으라고..읏!"

오늘 민아가 너무 민감한 탓에 금방 나가떨어져 버려서, 솔직히 지금 부족한 상태다.

민아가 잘못했으니, 동생인 민지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닐까?

"조금만 할게."

"머..멍청아! 뭘 조금 한다는 거야.. 진짜..."

말과는 다르게 점점 거칠어지는 민지의 호흡, 민지를 침대 위에 살포시 내려놨다.

그럼 후식을 즐겨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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