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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65화 (65/235)

〈 65화 〉 065 2학기 시작 (5)

* * *

*

힘을 제한해서 그런지 아까의 무서운 기세는 사라졌다.

비슷한 수준이라 했으니 아까 같은 움직임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경험에서 나오는 강함이라고 할까,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뭐 일단 부딪혀 보는 거지.'

주변에 쓰러진 학생들도 외형은 꽤 멀쩡해 보였다.

그래 S급이나 먹은 양반이 아무 생각 없이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겠지.

실제로 나도 어지럽다는 기분 말고는 몸에 큰 이상은 없었다.

'후우.. 해보자.'

탐색전은 의미가 없다.

비슷한 수준이라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싸우면 되겠지.

나는 망설임 없이 최태수에게 달려들었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능력의 차이는 크게 없었다. 그러나 최태수의 검술 실력이 위선이라 그런지 내 공격은 단 한 번을 성공하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태수가 놀아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갑자기 본능이 반응하자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최태수의 목검.

"호오, 감각이 좋구나. 이 앞에건 우연이 아닌 모양이구나."

[ 위험 감지 능력의 숙련도가 확인되었습니다. ]

[ 위험 감지 LV. 1이 생성 됩니다. ]

'위험 감지 능력?'

순간 오른쪽에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위험이 감지된 순간 그대로 몸을 굴러 피했다.

"한눈팔고 있는 건 아니었구나. 허허!"

죽음을 반복하며 얻었던 감각이 스킬로 생성된 모양이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막아 보아라!!"

그 말을 시작으로 최태수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방어했다고 생각한 순간 검이 기묘한 방식으로 꺾이거나, 내 검을 가볍게 흘려버리는 부분에서 실력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 위험 감지에 성공했습니다.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처음부터 회피에 중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런지 나름 공격을 피할 만 했다.

살 떨릴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최태수의 검이 허공을 지나갔다.

[ 위험 감지에 성공했습니다.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 위험 감지 능력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실력 차이를 인정하고 회피에 집중하자 공격을 피할만했다.

최태수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나처럼 죽어본 경험은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죽음을 통해 얻은 예리한 감각은 모든 공격에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비슷한 신체 능력이라면, 내가 반응하지 못할 공격은 없었다.

모든 신경을 집중에 최태수의 공격에 반응했다.

막을 수 없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으면 방어한다.

[ 위험 감지 능력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치명적인 공격을 계속해서 날리는 최태수의 수준은 감탄이 나왔지만, 내 감각도 쓸만했다.

공격을 포기해서 그런지 공방을 이어가는 게 가능했다.

달콤하게 오르는 숙련도를 확인하며 최태수를 확인했다.

'한 입으로 두말하진 않겠지.'

답답하다고 자신이 했던 말을 깨지는 않겠지?

"허허! 그래 감각이 예리한 게 마음에 드는구나, 허나 이래서는 끝이 안 나는 법."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5분간 단 한 번이라도 공격에 성공한다면, 아니 옷깃만 스쳐도 네게 선물을 주도록 하마."

과연 수비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미끼를 던지는 모습이었다.

'5분이 지나면 힘을 사용하겠지?'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싸우나 저렇게 싸우나 손해 볼 게 없었다.

선물이라고는 해도, 최태수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보통 물건은 아닐 거다.

거기다 능력도 비슷하다면, 한번은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이면 됩니까?"

"그래, 하겠느냐?"

"예!"

대답과 동시에 검을 움직였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녀석!"

최태수는 여유롭게 내 기습을 방어했다. 과연 최태수에게 방심은 없었다.

남은 시간은 5분.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가진다.

최태수의 검술은 내가 사용하는 검술과 같았다.

그럼 이 앞에 스켈레톤 기사의 검술을 배웠던 것처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최태수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어떻게 검을 잡고 있는지.

손목은 어떤 각도로 움직이는지.

휘두르는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그의 움직임을 따라 한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물론 대결하고 있다는 건 잊지 않았다.

[ 뛰어난 검술 실력을 목도하였습니다. ]

[ 멸망한 제국 검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 검술의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

[ 멸망한 제국 검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 숙련도에 의해 멸망한 제국의 검술 : LV3 ­ > 멸망한 제국의 검술 : LV4로 상승했습니다. ]

레벨이 증가하면서 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한다.

움직임이 이전보다 더 자연스러워지며, 점점 빈틈이 줄어든다.

아직은 부족하다.

[ 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

완전히 다른 검술이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태수의 검술은 내가 사용하는 검술과 같았다.

그렇기에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다음 동작을 이어가야 하는지.

어떻게 검을 휘둘러야 하는지 모두 눈에 보였다.

[멸망한 제국 검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아해야! 이제 1분도 안 남았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좋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는 기회를 노려야 할 때였다.

숙련도가 증가하면서 이전보다는 방어가 쉬워졌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야 한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아직 까지는 격차가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었다.

방심할 때까지 발톱을 숨기고 있어야 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 시우님 이제 20초 남았습니다. ]

아직도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본 마니카의 음성이 들려왔다.

"재능은 있으나 용기가 부족하구나!"

계속 방어만 하는 내 모습을 보며 실망한 듯 보였다.

이제는 더 볼 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더 무겁고 날카로운 공격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공격을 준비하는 아주 짧은 순간이 바로 빈틈이 되었다.

그 순간을 노려 모든 힘을 해방한다.

[ 항마 : 활성화 ]

[ 소드 오러 : 활성화 ]

넘실거리듯 타오르는 푸른 마력이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뒤는 없다.

이 한방에 모든 걸 끝낸다.

...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30% ]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40% ]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50% ]

...

"이런!"

최태수가 내 공격에 반응하며 공격을 취소했다.

확실히 괴물은 괴물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그렇게 빨리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걸 보면 말이다.

어차피 단 한 번만 공격에 성공하면 된다.

눈앞의 검은 무시하고 몸을 움직였다.

허파의 바람이 다 빠져나갈 정도로 묵직한 충격이 몸을 때렸으나,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급하게 이루어진 공격은 날 막기에는 위력이 부족했다.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이 허공을 갈랐다.

무언가를 자른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거기에 남은 건 매화 꽃잎뿐이었다.

그 뒤로 몰려오는 강한 반동에 몸에 힘이 빠졌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5분이 지났단다. 아해야."

최태수의 말을 끝으로 뒤통수에서 묵직한 충격이 있었다.

0.2초 는 남은 거 같은데, 비겁하고 뻔뻔한 영감 같으니.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마력 부족으로 기절에 저항에 실패하였습니다! ]

몸에 힘이 풀리고 서서히 시야가 어두워졌다.

스치듯 눈앞을 지나가는 알림창.

[ 강민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 업적 : 자매 덮밥의 첫걸음 ]

[ 조건 : 자매 각각의 호감도 60 이상 달성하기 ]

[ 보상 : 운명포인트 50P. ]

[ 보상 : 인큐버스의 페로몬. ]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태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나는 말없이 웃었다.

*

멀리서 둘의 대련을 지켜보던 강민아가 김시우가 쓰러지는 순간 달려왔다.

강민아는 김시우가 흘리는 피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품에 안아 들었다.

허둥지둥거리며 상처 부위에 포션을 부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김시우가 쓰러지는 순간 강민아에게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났다. 그리고 뒤늦게 피어오르는 최태수를 향한 분노.

최태수의 마지막 일격에 당하면서 피를 흘리고 있는 김시우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수업이라고는 해도, 겨우 1학년밖에는 안 된 생도들을 상대로 이렇게 하는 건 선을 넘은 행위였다.

"생도를 상대로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민아야.."

최태수는 강민아가 소리치자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민.. 아니 우리 학생들을 그렇게 때리는 사람이 어딨어요!!"

강민아가 저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본 최태수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화난 모습이 마치 자신의 와이프를 닮아 있었다.

평소에는 온화하나 한번 화가 나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자신의 와이프를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니.. 민아야 내가중수법의 묘리로 혼을 타격하여 공격한 것이지 실제로는.."

강민아의 표정이 더 싸늘하게 변하자 최태수는 한숨을 허공에 주먹을 몇 번 휘둘렀다.

그럴 때 마다 아까처럼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민아야, 소리만 요란하지 실제로 때린 게 아니란다... 그러니까 그냥 상대에게 마력을 주입하는 공격일 뿐이다.."

"마력 주입이요?"

"그 내가 아무리 그래도 생도들을 그렇게 때리겠느냐.. 그저 마력을 흔들었을 뿐이다. 경험이 없다 보니 그냥 쉽게 정신을 잃은 거고.."

땀까지 뻘뻘 흘릴 기세에 강민아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럼 피는요?"

"그..그건 마력 회로의 탁기가 밖으로 빠져나온 거지.. 내상을 입은 게 아니다. 내 생도들을 신경 써서 일부로 교관이 받을 수 있도록 날렸는데..."

최태수는 강민아의 눈치를 살피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소리만 컸지 그리 위험한 공격은 아니라는 게 최태수의 변명이었다.

그게 거짓은 아닌지 치료를 받은 생도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__으으.. 여기가 어디야?

__ 뭐 어떻게 된 거야?

__뭔가 상쾌한 거 같아..

"봐라.. 벌써 정신을 차리지 않느냐.."

일어나는 학생들을 보며 화가 가라앉는 듯했으나, 품 안의 김시우를 확인하자 다시 치미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김시우는요!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 거죠?"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힘 조절을 실수했지만 그리 치명상은 아니다.."

"이게 치명상이 아니라고요?!"

"그.. 미안하다 확실히 치료해줄 터니 그리 화내지 말거라.."

주의 교관들의 시선이 몰리는 걸 확인한 강민아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 그러니까 제가 아끼는 제자예요! 적당히 하셨어야죠!"

"오호 그렇느냐? 그래, 확실히 자질이 있기는 하더구나, 하마터면 당할 뻔했지 뭐냐!"

최태수가 김시우를 칭찬하며 적당히 넘어가려 했으나 강민아의 두 눈은 계속해서 최태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최태수는 자신의 마음에 든 학생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고, 거기에 김시우도 포함되어 있으니 노여움을 풀어달라 부탁했다.

"마지막에 성공했으면 더 좋은 걸 줬을지도 모르지만, 내기는 내기 아니겠느냐."

"그 말 지키세요."

"?"

강민아는 말없이 최태수의 옷을 가리켰다. 최태수는 설마 하는 표정을 자신의 옷을 확인했고, 두루마기의 소매에 난 칼자국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허, 한 방 먹었구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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