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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64화 (64/235)

〈 64화 〉 064 2학기 시작 (4)

* * *

*

최태수의 경고에도 누구 하나 먼저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최강자 앞에서 누가 먼저 움직일 수 있을까?

"말로는 안 되겠구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까 자신에게 쓸데없는 말을 했던 남학생.

이 앞에 자신에게 골통 분쇄자라 불렀던 이와 동일 인물이었다.

한 번이면 모를까, 두 번은 봐줄 수 없는 법.

최태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 생도들의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중간 과정이 생략된 체 갑자기 뻗어있는 팔과 함께 수박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__류석아!!!

__꺄악!!!

얼굴을 가격당한 생도 한 명이 그대로 정신을 잃은 체 날아갔다.

일부러 겁을 주기 위해 큰 소리가 나게 했을 뿐, 그렇게 위험한 공격은 아니었다.

허공에 핏물과 이빨 몇 개가 떨어졌지만, 힐러에게 곧바로 치료만 받을 수 있다면 후유증은 남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겁에 질린 모습에 실망하려던 찰나, 자신을 노리고 얼음 창 하나가 날아들었다.

자신의 무위를 보고도 겁먹지 않은 생도가 있단 말인가.

최태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윤서아를 확인했다.

"재밌구나."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았으나 윤서아의 얼음창이 하늘에서 파편이 되어 흩날렸다.

그게 신호탄이 되었는지 다른 생도들의 공격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다.

맹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는 강렬한 전격부터, 이전보다 더 많아진 얼음창, 그리고 마력 화살 등 다양한 공격이 최태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모두가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날린 공격 앞에서도, 최태수는 그저 평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최태수에게는 고유 능력이 없다.

모든 걸 얼려버리는 능력도, 움직임을 빠르게 만드는 능력도 그에게는 없었다.

그저 평범한 헌터들처럼 마력을 사용하며 신체를 움직여 싸운다.

2차 각성자들은 대부분 평범한 헌터들보다 잠재력이 높다.

실제로 상위 헌터들만 놓고 비교할 경우, 등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2차 각성자의 비율이 높아진다.

A급만 돼도 2차 각성자가 아닌 경우를 찾기 힘들었다.

그럼 남들과 같이 평범한 그가 어떻게 대한민국의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 올 수 있었을까.

최태수는 생각했다.

헌터들이 사용하는 힘은 결국 모두 같았다.

불꽃을 일으키는 일도, 무언가를 얼리는 일도 일반적인 헌터들 모두 가능한 일이었다.

고유 능력이 없어도 마법을 통해 불꽃과 얼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지 시간과 효율에서 차이 날 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그건 힘들 것이다.

마법을 사용해도 마법 진을 그리고, 거리와 날아가는 속도 마력의 비율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계산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게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그들을 따라 할 수 없다면 자신이 길을 개척하겠다.

그런 눈에 들어왔던 건 평소 즐겨있던 무협지였다.

내공은 없지만, 마력으로 내공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전투방식을 바꾸자, 이전에는 상대할 수 있었던 것도 상대할 수 없었다.

모두가 포기하라고 조언했으나, 최태수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목표만을 향해 전진했고,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내공은 없으나, 그에게는 마력이 있었다.

모든 생도가 일제히 날렸던 공격들 앞에서도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이 마치 오래된 거목 나무처럼 서 있었다.

"호신강기."

최태수의 주변에 무형의 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막은 일반적인 보호막과 달랐다.

피시전자를 방어하긴 하지만 충격 자체를 없어지는 못하는 보호막과는 다르게, 그 어떤 공격도 최태수에게 닿지 못했다.

어떤 공격은 비켜 나가는 가 하면, 어떤 공격은 허공에서 흩어졌다.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에 모두의 입이 벌어졌다.

__아파!! 아파!!

__빠..빨리 공격해!!

__바..방금 뭐가 일어난 거야?!

비켜 나간 공격에 맞아 비명을 지르는 이도, 처음 보는 신기한 모습에 놀란 생도들도 있었다.

겨우 이 정도에 놀라는 생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 명씩 주먹으로 때려눕히기에는 모양이 빠지는 법.

비록 마교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역시 가장 멋진 인물을 뽑으라면 천마가 아니겠는가.

" 천마 군림보 "

최태수가 걷는 것처럼 가벼운 움직임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일어난 결과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를 중심으로 땅이 흔들리고, 균열이 생겨난다.

순간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생도들을 한 번에 짓누른다.

숨을 쉴 수조차 없는 위압감과 알 수 없는 힘에 의한 공격.

고작 평범한 한 걸음.

한걸음에 누군가는 무릎을 꿇었다.

한걸음에 누군가는 정신을 잃었다.

한걸음에 대부분의 생도가 쓰러졌다.

엄청난 압력에 피를 흘리는 생도부터 게거품을 흘리는 생도들까지.

최태수의 한걸음에 남은 인원은 고작 10명도 되지 않았다.

아주 짧은 동작이었지만 위험하다는 걸 깨닫고 마력을 끌어올린 생도들이었다.

경악과 공포로 물든 표정을 보니 만족스러운 미소가 나왔다.

"허허, 알아서 조절했니 걱정하지 말거라."

특히 가장 먼저 움직였던 이는 김시우였다.

마치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험을 확인하고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한 번으로는 우연일 수 있기에 확실한 판단이 어려웠지만, 공격에 반응했다는 점에서 고득점을 주었다.

'김시우였나? 승아가 한번 보라고 했던 녀석이지.'

그때 생도 한 명이 그 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빨라졌다.

가속 능력을 사용한 강주원이 지나가듯 최태수를 공격했지만, 그의 눈에는 강주원의 움직임이 모두 보였다.

"아직은 느리구나."

강주원이 옆을 지나가는 순간 몸을 돌리며 강주원을 잡아 던져버렸다.

자신의 가속 능력과 최태수의 힘이 합쳐지자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강주원은 벽에 부딪치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주원아!!!"

"이씨!! 강주원!!"

그 모습을 본 이다은과 정수아가 소리를 질렀지만, 최태수에게는 자비가 없었다.

"이제 끝내지."

갑자기 최태수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또다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생도.

"꺄아아악!!"

남은 생도의 수는 8명.

"으억!!"

7명.

6명.

5명.

무슨 포탄처럼 사람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정수아가 비명을 지르며 윤서아의 뒤에 숨었다.

"야.. 막아! 막아 보라고!!"

"조용히 해.."

정수아의 버프를 받은 윤서아가 최태수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얼음벽을 세웠다.

최태수의 앞을 가로막은 얼음벽들이 계속해서 솟아나기 시작했다.

윤서아는 정수아의 버프의 효과인지 이전보다 더 두꺼운 얼음벽 뒤에서 숨을 돌렸다.

윤서아를 향해 도약하는 최태수.

윤서아의 얼음벽은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장애물이자, 자신을 지켜주는 튼튼한 방패였다.

두꺼운 얼음벽 뒤에 서 있으면 안전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상대방이 아무리 강할지라도 얼음벽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얼음벽을 부술 수 있다고는 해도, 시간이 소모되기 마련이다.

그럼 그 시간 동안 다음 공격을 준비하거나, 움직임에 제약이 생긴 상대에게 무자비하게 공격을 쏟아 내는 게 윤서아의 전투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최태수를 상대로는 단 1초의 시간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얼음 조각, 무수하게 새웠던 얼음벽이 단 한 명에 의해서 모두 박살 나 버렸다.

"안일하구나."

"아.."

최태수는 전투 시에도 남녀를 차별하는 경우가 없었다.

윤서아와 정수아의 머리통을 무자비하게 후려갈겼다.

"수아야!!!!"

"안돼!!!"

그 모습을 보고 강민지와 김시우가 소리쳤다.

남은 생도는 3명.

최태수가 움직이는 순간 자신의 마력을 뚫고 들어오는 찌릿찌릿한 기운에 잠시 멈춰 섰다.

'이다은 인가.'

최태수는 날아가며 자신조차 찌릿한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이다은의 공격에 감탄했다.

최고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생도라는 평가가 허풍은 아니었다.

허나, 이다은이 수석이 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었다.

"아.."

둘과 마찬가지로 이다은의 머리를 노리고 주먹을 뻗는 순간, 이다은의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호오?'

자신이 이다은을 노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달려온 김시우가 이다은을 밀치며 그대로 공격이 빗나가 버렸다.

거기에 자신을 향해 달려오며 주먹을 내지르는 강민지의 모습이 보였다.

'민아의 동생이라 했는가?'

주먹 끝에 마력이 밀집되는 게 최태수의 눈에 들어왔다.

모든 마력을 한 점으로 모은 건지 그 위력이 대단해 보였다.

"핵 펀치!!!"

허나,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법이었다.

최태수가 신묘한 움직임으로 몸을 돌리자 강민지의 핵 펀치가 허공을 때렸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에 실패하면 일어날 결과는 뻔했다.

"아.."

2명.

최태수는 남은 두 명을 처리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남은 인원은 김시우와 이다은.

"시우야!!"

김시우가 이다은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최태수에게는 부족했다.

그러나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고작 평범한 생도일 뿐인데, 마치 수많은 싸움을 치른 백전노장처럼 동물적인 감각이 있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구나.'

"저.. 저는 봐주시면 안 될까요?"

혼자남은 이다은이 두려운 표정으로 최태수를 올려다보았으나.

"허허, 공평해야 하는 법이지."

최태수는 이다은의 머리통을 쳐서 날려버렸다.

전멸.

최태수는 손을 털며 옷자락을 정리하려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머리를 힘겹게 털며 일어나는 김시우가 보였다.

'분명 힘 조절은 완벽했다.'

한 번에 기절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계산을 마친 공격이었다.

"나도 나이를 먹은 것인가. 허허."

압도적인 차이를 경험했음에도, 오히려 김시우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마치 수많은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헌터들처럼 보이지 않는가.

최태수는 김시우가 대견스럽게 보였다.

'익숙한 검술이구먼. 그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움직임을 따라 하고는 했지.'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기절에 저항합니다! ]

이게 S급이라는 걸까. 고통 내성 스킬이 아니었으면 이미 정신을 잃었을 거다.

무슨 노인네가 공포 영화 주인공도 아니고 애들 머리통을 날려버리는데 장난이 없었다.

골통 분쇄자라는 게 괜히 붙은 별명이 아닌 모양이다.

여자건 남자건 할 것 없이 다 머리통을 깨부수는데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아.. 시발, 기절할 때 까지 때리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저 노인네에게 한방은 먹이고 싶어졌다.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

갑자기 괴물 같은 노인네의 기세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치 본인이 일부러 힘을 제한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느껴지는 수준으로는 나와 딱 똑같지 않을까?

뭘 원하는 건지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제는 검까지 들어 올리네?'

주먹으로도 이렇게 무서웠는데, 이제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까지 주워 올렸다.

그리고는 자세를 잡는데,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그래, 내가 스켈레톤 나이트를 보며 익혔던 검술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최태수가 껄껄 거리며 말했다.

"딱 그대와 똑같은 상태이니 마음 놓고 덤벼보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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