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059 방학 마무리 (5)
* * *
*
“별게 다 있네?”
“응.. 한번 와보고 싶었어..”
서아와 향한 곳은 룸 카페 형식으로 된 게임 방이었다.
노래방부터, 옛날 게임기들까지, 없는게 없었다.
최신 캡슐형 VR 이전에 유행하던 대부분의 기기들이 있는 것 처럼 보였는데, 비용은 꽤 비싸긴 했다.
그래도 한번에 여러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처럼 보였다.
거기에 독립된 공간에서 둘만 이용이 가능하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이게 그 게임기구나..”
학창 시절에 다른 애들이 하는 걸 구경만 했던 게 떠올랐다.
남들은 다 하나씩 들고 있는 국민 게임기였는데, 이제는 현역에서 완전히 밀려난 기기들이었다.
요즘은 현실과 비슷한 수준에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풀다이브 형 VR기기 들이 대세라고 들었다.
서아를 따라오긴 했는데, 정작 본인은 가만히 있었다.
“…”
“왜 무슨 문제 있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막상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선택하기다 싶지 않았다. 나도 게임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검색해볼까?”
“응..”
둘이서 인터넷에 옛날 명작게임을 검색하니 공통으로 추천하는 게임은 젠다의 전설, 고대의 숨결이었다.
“이거 한번 해볼까?”
“그래..”
1인용 게임이라 고민하다가 나는 구경만 하기로 하고 서아의 옆에 앉았다.
서아가 오고 싶다고 해서 왔으니 서아가 즐기는 게 먼저겠지.
게임을 시작하자 초록색 옷을 입은 남자가 캐릭터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였다.
“제 이름이 젠다일까?”
“그런 거 같아..”
한 번도 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조작이 미숙한 게 보였다. 마음대로 안 되자 화를 내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도 전투 재능이 있어서 그런지 금방 적응했다. 줄어드는 스테미나를 보며 벽을 타고 나가자 드넓은 자연풍경이 보였다.
중앙에 솟아있는 커다란 산과, 푸르른 나무들이 자라 있었다.
“옛날 게임인데 꽤 괜찮네?”
남자 캐릭터가 못생기긴 했지만, 풍경 그래픽은 나쁘지 않았다.
카툰 그래픽이라고 부르던가?
그 특유의 감성 때문에 그런지 뭔가 몰입이 잘되는 기분이 들었다.
“서아야 사과도 구워봐.”
“먹을 수 있는 걸까..?”
숨겨진 퍼즐 요소들을 찾아서 진행을 하는 게, 실제로 모험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척을 숨기고 적의 뒤통수를 때리기도 했는데, 타격감이 좋아 보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서아가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별로 마음에 안 들어?”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보는 입장에서는 재밌어 보이는데, 직접 하는 건 다를지도 몰랐다.
“같이.. 할 수 있는 거로 할래..”
“나는 괜찮은데.”
“같이.. 하고 싶어..”
호감도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긴 하지만, 50을 넘어서 그런지 이전보다 더 의식하는게 느껴졌다.
“그럴까?”
내가 피식 웃으면서 쳐다보자,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방을 찾다가 안내 책자를 발견했다. 우리 같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장이 직접 추천 목록을 작성해 놓았다.
“여깄네, 2인용 게임 추천 목록. 서아야 이건 어때?”
“재미없을 것 같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선택된 게임은 구형 VR 게임 기였다. 대충 헤드기어와 컨트롤러를 들고 하는 게임인데, 2인용 대전 게임이었다.
최신 기기보다는 부족하긴 해도, 초창기 모델보다는 꽤 개선된 제품이었다.
처음에는 버벅대며 기기를 장착했다. 그래도 안내 책자가 자세하고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 그리 어려운 점은 없었다.
“기기가 파손되면 다 배상해야 하니까 조심해 서아야.”
“응.. 신기해..”
헤드기어와 컨트롤러를 들고 허공에 손을 휘적휘적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도 저렇게 보이려나.’
서아 다음으로 착용하자 실제 같은 그래픽이 눈앞에 펼쳐졌다.
“옛날 기긴대 꽤 현실 같네?”
“느낌이 뭔가 신기해..”
아카데미에서 체험해본 다이브형 VR과는 느낌이 달랐다.
분명 현실에 있는데 눈앞에는 다른 풍경이 보여서 그런지 신선한 기분이었다.
“이거 안잡아져..”
“서아야 A 버튼 눌러봐!”
처음에는 컨트롤러 조작에 애를 많이 먹었다.
실제 움직임과 움직이는 방식이 달라서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진행하면서 익숙해졌다.
“아야..”
“벽 조심해야지.”
서로 총을 들고 제한 시간 안에 상대방을 많이 쓰러트리는 게임부터 여러 가지 게임을 그대로 즐겼다.
“히히.. 내가 이겼다.”
“다시 해!”
처음 해본 게임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서아와 함께하는 게 즐거워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조금 쉴까?”
“응..”
그렇게 정신없이 게임을 하다가 게임을 정지시키고 헤드기어를 벗었다.
“으읏..?”
“서아야 조심해!”
갑자기 서아가 휘청거리더니 내 쪽으로 쓰러졌다. 나도 서아를 받으려다 어지러움을 느끼고는 같이 쓰러졌다.
경고문에 적혀있던 멀미 증상때문에 둘다 어지러움을 느낀 모양이다.
내가 바닥에 깔려있고, 위에는 서아가 품에 안겨있는 상황.
미묘하게 서늘한 감각과 함께, 향긋한 청포도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아마 그런계열의 바디워시를 사용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서아는 민지보다 체형이 작아서 그런지 품에 가볍게 들어왔다. 내 몸을 누르는 서아의 가슴은 부드러웠다.
“…”
“…”
몸을 일으키려던 서아와 눈이 마주쳤다. 마치 시간이 멈춘것처럼 아무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응시했다.
부드럽고 서늘한 서아의 몸, 조막만한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있는 이목구비.
귀여운 외모와 대비되는 무표정한 얼굴, 새하얀 머리카락과 푸른색 눈동자 속에는 부드럽게 웃고 있는 내모습이 비취고 있었다.
“시우야..”
“응?”
“해보고 싶은게.. 있는데..해줄 수 있어?”
“우린 비밀친구니까 뭐든 부탁해도 괜찮아.”
내 대답을 들은 서아가 대담하게 내 얼굴을 잡았다.
“…”
해보고 싶은게 키스 였던 걸까, 서아의 입술이 다가왔다.
_쪽
대담한 행동과는 다르게 가벼운 입맞춤. 서아의 부드럽고 서늘한 입술이 잠깐 닿았다가 떨어졌다.
[ 윤서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어떤 기분인지.. 궁금했어..”
조금 상기된것 처럼 보이는 서아의 얼굴, 서아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만족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그래서 어떤 기분이야?”
“모르겠어..”
“그럼 제대로 해볼래?”
“제대로..?”
“응.”
미묘하게 망설이는 서아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거부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크게 반응은 없었다. 말랑말랑하고 서늘한 피부의 촉감은 나쁘지 않았다.
고유능력의 영향인지, 서아는 보통 사람보다 더 서늘한 느낌이었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기는 하지만 게임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몸이 조금 달아오른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서아의 서늘함을 더 느끼고 싶었다.
“어른들의 방식으로 말이야.”
“어른들의 방식..?”
굳이 조급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내 위에 있는 서아의 체온을 느끼며 뺨을 만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으니까.
아래쪽에 피가 쏠리는 것 최대한 참으려 노력했다.
“해볼래..”
서아의 허락이 떨어졌지만 그전에 확인하고 싶은게 있었다.
“서아야. 근데 방금 그게 혹시 처음이었어?”
“키스..?”
서아에게는 그게 키스였던 걸까?
“응. 방금한게 처음이었어?”
행동으로 봐서는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조금 짓굳을지도 모르지만,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게 성향인듯 했다.
무표정한 서아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서아는 웃을때 말고는 표정에 큰 변화가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변화가 없는 건아니다. 아주 미묘한 차이긴 하지만, 서아는 지금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응..”
서아의 첫키스는 내 차지가 되었다.
양팔로 몸을 지지하고 있던 서아를 품에 안고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앉은 자세에서 서로를 껴앉고 있었다.
“그럼 할게.”
뒷목을 잡고 내품으로 끌어 당기며 키스를 시작했다.
입술이 닿는 순간 서아가 눈을 감았다. 무슨 글이라도 보고 키스를 배운걸까.
‘귀엽네.. 우리 서아’
아까는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던 서아의 입술을 음미했다. 말랑거리면서 서늘한게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뒷목을 잡은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과 손으로 건드리면 부러질것 같이 얇은 목의 촉감을 느끼며 더 가까이 끌어 들였다.
완전히 내 품에 들어온 서아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다.
재대로 된 경험이 없으니 그게 당연하겠지, 나는 서아가 최대한 놀라지 않게 혀로 노크했다.
처음이라 그런지 몸을 떨었지만, 내가 원하는게 뭔지 깨달았는지 닫혀있던 입안이 열리기 시작했다.
[ 윤서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
“흐읍..읏..”
혀와 혀가 닿는 순간 서아가 놀랐는지 몸을 떨었다. 나는 서아의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을 시켜주었고, 안정된걸 느끼며 본격적으로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늘한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도망치던 서아의 혀를 집요하게 노리며 따라갔다. 그렇게 혀를 비비려는 순간 갑자기 서아가 입을 땠다.
“하아.. 하아.. 숨막혀..”
키스를 하고 있는 동안 숨을 참고 있었던 걸까?
서아는 참았던 숨을 몰아서 쉬기 시작했다.
“풉.. 서아야 코로 숨쉬면 되는거야. 다시 해볼래?”
“..응.”
다시 시작되는 키스.
이제는 도망치지 않는 서아의 혀. 나는 서늘한 서아의 입안을 마음껏 휘저었다.
처음에는 입술을 잠깐 붙히는게 전부였던 버드 키스에서, 서로의 타액을 주고 받을 정도로 진득한 키스로 변화되었다.
__쪽.. 쪼옥
그정도로 깊어지자 다른 손이 서아의 가슴으로 향했지만, 서아에게 저지당했다.
아직은 호감도가 부족한 모양이다.
“거긴.. 안돼..”
“그럼 키스는 괜찮아?”
“응..”
남은 시간이 끝날때까지 입맞춤이 계속되었다.
*
이제 방학은 겨우 하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매일같이 반복하던 대련은 오늘도 진행중이다.
서아를 보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
민지가 도착하기전 대련장에는 서아와 나 밖에 없는 상황. 민지가 오기전에 우리는 진득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뒷목을 쓰다듬어 주니, 작은 고양이 처럼 품안으로 파고드는 서아.
서아는 뒷목을 만져주는 걸 좋아했다. 흠칫 몸을 떨면서도 떨어질 생각없은 없는지 진득하게 키스를 이어나갔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마 아쉬워서 더 그렇겠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호감도 시스템.'
[ 이름 : 윤서아 ]
[ 호감도 : 57 ]
호감도 시스템을 조작해 히로인 목록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강민지만 존재하던 호감도 시스템에는 3명의 이름이 떠올랐다.
[ 강민지, 강민아, 윤서아 ]
__추웁.. 쪽.. 쪼옥..
스마트워치가 울리자 나는 품에 안겨 있던 서아를 밀어냈다.
실처럼 이어지는 타액.
무언가 아쉬운듯 서아의 혀가 밖까지 나와있었다.
"민지 기다리겠다."
조금 아쉬워 보이는 서아를 보며 새끼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알지?"
"응.. 민지 한테는 비밀이야.."
우린 비밀 친구니까.
민지를 만나러 1층으로 내려가던중 알림음이 들려왔다.
'시나리오 퀘스트네?'
이제 본격적으로 새학기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