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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58화 (58/235)

〈 58화 〉 058 방학 마무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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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백화점은 헌터를 상대로 물건을 판매하는 대규모 소매점이다.

값비싼 물건을 취급하는 곳으로,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곳이라 할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평균보다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 헌터들이 경비로 일하고 있었다.

이곳에 와본 경험이 많은 듯 앞장서서 걸어가는 윤서아의 뒤를 말없이 따라 걸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 대부분이 헌터라서 그런지, 밖에서보다 시선이 덜하긴 했다.

__ 대한 아카데미의 윤서아 인가?

__그런 거 같은데.

물론 서아는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 아카데미의 수석이니, 밖보다는 더 알아보는 사람이 많긴 했다.

그러나 잠시 시선이 머물렀을 뿐, 금방 사라졌다.

이미 현업으로 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밖에서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적어서 좋았다.

여길 이용할 수 있는 사람 정도 되면, 그래도 꽤 사회적인 위치가 높은 편에 속하겠지.

명품이라 부를 수 있는 물품들의 가격은 최소 수천에서, 억대를 가볍게 초과했다.

'가격이 장난이 아니네.'

"여기야…."

서아가 안내한 곳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류매장이었다.

남자 의류와 여자 의류를 동시에 취급하는 곳으로 다른 매장보다는 크기가 있는 편이었다.

나는 눈치껏 가격표를 확인했다. 겨우 천 쪼가리처럼 보이는 셔츠 한 장이 수 천만 원은 가볍게 넘었다.

이 옷 한 장이면 국밥이 몇 그릇일까?

"안녕하세요. 서아님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서아가 자주 이용하는 매장인지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서아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아마 서아가 이곳의 VVIP 정도는 되지 않을까?

"친구 옷 좀.. 맞춰주세요.."

"혹시 남자친구 분이신가요?,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상대방을 칭찬하면서도 어느 정도 품위를 지키는 걸 보면 꽤 숙련된 프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부탁드릴게요…."

남자친구라는 말에 반응했던 서아는 부정하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서아를 보고 있었는데, 자꾸 시선을 피하려 했다.

"원하시는 스타일이 있을까요?"

생긋 웃으며 내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점원을 보고 자신감 없게 중얼거렸다.

"그냥….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옷이요."

[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키도 크시고! 몸도 좋으셔서 다 잘 어울리실 거에요!"

뭔가 하이텐션으로 보이는 직원은 빠르게 뛰어가더니 알아서 옷들을 챙겨오기 시작했다.

"이 옷은 어떠세요?"

"괜찮네요…. 괜찮은 거 같아?"

대충 옷을 들고는 서아에게 물어봤다.

"응 잘 어울려…."

"한번 입어보시겠어요?"

뭔가 이 사람이 더 들뜬 것 같은데, 그 뒤로 점원이 가져오는 옷들을 계속해서 갈아입었다.

무슨 옷을 입든 반응이 좋아서 그냥 무조건 칭찬하는 건지, 정말로 괜찮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적당한 반소매 셔츠에, 긴 슬랙스 바지. 간단해 보이는데 어딘지 모르게 품위가 있어 보였다.

"괜찮아?"

"응.."

"와…. 무슨 옷을 입어도 다 잘 어울리세요!"

[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 윤서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호감도가 오르는 걸 보면 빈말로 칭찬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냥 점원이 가져다 주는 대로 입고 포즈만 취해도 호감도가 복사되었다. 서아의 경우는 상승 수치가 미비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른 게 어디인가.

"정말 잘 어울리세요~ 이 옷의 소재가 파오우르무스 털로 된 옷이거든요, 그래서 마력 내구성도 뛰어나고 오염의 걱정이 없어요."

확실히 위에 입고 있는 반소매 셔츠의 촉감은 기존에 입던 옷하고는 차원이 다르긴 했다.

거기에 뭔가 서늘한 기운도 느껴지고, 마법처리도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파오우르무스? 아는 거 있어?'

[ 용족 몬스터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대형 비행종 몬스터의 한 종류 입니다. ]

'아, 기억난다. 그 좀 귀엽게 생긴 놈 맞지?'

[ 얼굴 형태는 박쥐나, 비버 같은 포유류와 닮아있기는 합니다. ]

저랭크 헌터들은 시도도 하기 힘든 대형 몬스터에 날개로 비행까지 하니, 가격이 비싼 게 이해가 가긴 했다.

옷으로 만들려면 최대한 손상 없이 사냥해야겠지.

거기다 특별한 가공기술까지 합쳐지면 이 정도 가격이 이해가 가긴 한다.

'그래도 비싼데….'

그렇게 마음을 준비하고 있던 사이, 옷을 갈아입은 서아가 탈의실에서 나왔다.

하늘하늘 해 보이는 소재의 반소매 셔츠와 무릎이 살짝 보이는 서큘러스커트와 검은색 스타킹.

너무 타이트 하지 않으면서도 가슴 부위가 부각 되어 보이는 점과밑으로 곧게 뻗은 다리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서아 정도면 뭘 입어도 잘 어울렸다.

"괜찮아…?"

"응 근데, 나랑 색이 비슷하네?"

"네 커플룩 스타일로 분위기가 비슷하도록 준비했어요!"

"..."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서아가 점점 날 의식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착각은 아니겠지.

이 정도 투자는 나도 할 수 있다.

*

백화점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지 꽤 된 것 같은데 노벨 떡볶이집에는 아직도 대기 줄이 있었다.

"서아야…. 괜찮아?"

"줄은 처음 서봐…."

처음 하는 경험인지 백화점에서 산 커플 의상을 입은 서아는 어딘지 모르게 들떠 보였다.

나는 지금 입고 있는 옷의 가격만 생각하면 심장이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위아래로 입고 있는 옷값이 3억이 넘었다.

최근에 여유가 많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서아를 따라가기에는 어림도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커플룩이 생긴 건가?‘

민지하고도 맞춘 적 없는 커플룩을 서아랑 먼저 맞추다니, 어딘지 모르게 양심이 찔렸다.

그래도 비슷한 색상과 느낌의 옷일 뿐이라, 민지가 의심해도 적당히 둘러대기 좋아 보였다.

특수 소재로 되어 있어서 마력 내구성이 뛰어나고, 인첸트 마법까지 걸려 있었다.

손상만 없으면 반 영구적으로 입는게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3억의 가치가 있는 걸까?

서아가 사준다고 했을 때 사실 조금 흔들리기는 했다.

일반적으로 받기만 하는 관계는 좋지 못하니, 유혹을 넘긴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대기 번호 205번 고객님!"

"서아야 가자."

"응..!"

이미 쓴 돈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부로 들어가자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된 천막과 나무로 되어 있는 가구들은 묘하게 포장마차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포장마차 컨샙으로 인테리어를 한거라면 대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두 분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내부에서만 밖을 확인할 수 있게 코팅된 2층 창가 자리.

길게 늘어진 줄을 구경하며 서아와 마주 앉았다.

"주문 정하시면 벨을 눌러주세요!"

점원이 말한 벨을 확인하자 보라색 머리카락에 터질듯한 볼을 가진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 마스코트인가?"

"귀여워.."

서아는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지 벨 주변을 찔러보기 시작했다.

정말로 사람이 많은 게, 확실히 맛집은 맞는 모양이다.

적당하게 깔리는 배경음악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래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전부다…."

"응?"

"다…. 먹어보고 싶어.."

이런 곳에 올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온 김에 모든 메뉴를 먹어보고 싶은 모양이다.

딩동 소리와 함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메뉴는 정하셨어요?"

"전부 다 주세요…."

"네..? 전부다. 말씀이신가요?"

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르바이트생이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저희 떡볶이가 양이 좀 많아서요, 두 분이 먹긴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으세요?"

나는 적당히 미소를 지으며 아르바이트생에게 대답했다.

"안될까요?"

[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그냥 무지성으로 아르바이트생 호감도가 상승했다. 이제는 얼굴까지 붉어졌다.

"아뇨.. 아뇨! 가능해요! 그냥 양이 많아서…. 그러니까…."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노벨 볶이 하나, 로제 노벨볶이, 시금치 떡볶이.."

메뉴판에 있는 떡볶이의 종류를 확인하던 아르바이트생이 눈치껏 질문을 던졌다.

"맵기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서아야 너는 매운 거 잘 먹어?"

"너무 매운 건 못 먹어.."

"그럼 보통 맛으로 주세요"

아르바이트생이 맵기 정도를 보통 맛으로 체크했다.

"그 고라니 모둠 튀김 C 세트가 모든 종류가 다 들어 있는데 그건 어떠세요?"

"그럼 그걸로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

"아. .아니 주문받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르바이트생이 사라지자,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고 있는 서아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질투라도 하는 걸까?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커플룩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이전과는 다르게 서아가 묘하게 날 의식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잘하면 오늘 호감도가 50을 넘지 않을까?

[ 이름 : 윤서아 ]

[ 호감도 : 48 ]

떡볶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금 당장은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먹고 나면 어디로 가야 할까.

"서아야."

"응..?"

"먹고 나서 혹시 가고 싶은 곳 있어?"

"가고 싶은 곳..."

망설이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떡볶이집처럼 그리 대단한 장소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서아의 어머니가 가지 못하게 한 장소 중 하나로, 들키는 게 무서운 걸지도 몰랐다.

운전기사까지 먼저 보내고 여기까지 택시로 이동했으니 반쯤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르바이트생이 등장하면서 대화가 잠시 단절되었다.

"주문하신 노벨 볶이 나왔습니다! 나머지는 곧 가져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일단은 배부터 채우고 생각해 볼까?

커다란 떡과 어묵, 거기에 반으로 잘린 달걀과 함께 소시지, 넓적 당면 등 다양한 토핑이 된 떡볶이가 등장했다.

"일단 먹자."

"응.."

확실히 유명한 이유가 있는 맛이었다.

너무 달지도 않고 딱 알맞은 당도, 먹을수록 중독성이 있는 게 과연 유명한 이유가 있었다.

중간에 옷에 떡볶이 국물이 튀었는데, 옷 소재 덕분인지 자국도 남기지 않고 그대로 닦였다.

'돈값을 하기는 하네….'

서아도 떡볶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매일 밤 12시까지 훈련만 하니, 먹는 양이 많기는 했다.

귀여운 얼굴로 떡볶이를 먹고 있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서아야, 오늘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비밀..?"

"여기 온 것도 민지한테는 비밀로 하는 거야."

나랑 강민지 사이에서 소외되던 게 떠올랐는지 서아의 눈동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 사실이라도 단둘만 알고 있으면 느낌이 다른 법이지.

"응.. 민지한테는 비밀이야.. 히"

서아가 해맑게 웃었다.

가벼운 것이라 해도,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기 시작하면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되는 법이다.

민지의 호감도가 떨어질 위험도 줄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윤서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 이름 : 윤서아 ]

[ 호감도 :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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