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57화 (57/235)

〈 57화 〉 057 방학 마무리 (3)

* * *

*

하늘에서 내려오는 얼음 창 세례를 피하고자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었다.

평소와는 다른 공격, 마력을 절제하지 않고 사용하는지 무수히 많은 얼음창이 바닥에 떨어졌다.

평소에는 강민지와 나를 번갈아 가면서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마력을 최대한 낭비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 스트레스를 푸는 건가?

거기다 오후에는 훈련도 없으니 이참에 마력을 마음껏 쓸 작정인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자꾸 도망치지 마.."

벽으로 앞을 막으면 벽을 부수고 도망쳤다. 그나마 거리가 멀어지면서 회피하는데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나는 검을 쓰는 헌터.

근거리 헌터인 내게는 멀리서 윤서아를 공격할 수단이 없었다.

"서아야.. 좀 살살하자?"

평소였으면 윤서아의 견제를 피해 안쪽으로 파고드는 걸 목적으로 움직이겠지만, 이번 대련은 달랐다.

그냥 쉬지도 않고 얼음 폭격을 날리는데 다가갈 틈이 보여야 할 것 아닌가.

"가끔은 이렇게.. 싸우고 싶었어.."

항상 마력을 분배하며 싸우는 게 신경 쓸 부분도 많고, 쉬운 일은 아니긴 하다.

저번에 소드 오러 스킬을 처음 사용했을 때, 한 번에 대량의 마력을 쏟아 넣는 쾌감을 느껴본 적 있어서 그런지 윤서아의 말이 공감되긴 했다.

그래도 나를 상대로 그러는 건 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알았으니까 좀 살살해봐.."

시작하기 전에 거리에서 거의 두 배로 멀어진 상황에서 윤서아 주변에 있던 얼음 창들이 사라졌다.

"마법사와 싸울 때는.."

이질적인 마력의 흐름과 함께, 윤서아의 주변에 다양한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마력이 빨려 들어가는 게 보통 공격은 아닌 게 분명했다.

"너무 거리를 두면 안 돼.."

대단한 공격이라도 할 생각인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윤서아, 내가 강해진 걸 확인한 후로부터는 강도가 올라가긴 했다.

윤서아에게 인정받았다 할 수 있지만, 이런 인정은 별로인데.

가만히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윤서아의 공격을 방해하거나, 공격을 피하거나 방어하는 것.

공격을 방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공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접근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었다.

'창조.'

[ 결과물의 상세속성을 설정해 주세요. ]

견재를 위한 거라면, 위력보다는 소음과 범위가 큰 폭탄으로 만드는게 좋겠지.

폭탄의 이미지를 구상한다.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폭탄의 경우, 여기서 사용하기에는 위력이 너무 강했다.

궁금증이 생겨서 만들기에 도전도 해본적이 있었는데, 현재의 마력으로는 창조가 불가능했다.

[ 개연성과 인과율을 계산 중입니다….]

머리속으로 생각한 마력폭탄이 인벤토리 안으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실제적인 위력을 생각한다면 마력 소모가 큰게 창조의 단점이었다.

[ '마력폭탄'이 창조 되었습니다. ]

이 앞에 크림 스프분말과, 냉동 미역국을 만들며 충분한 연습을 마친 상태.

고작 하나를 창조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치 품속에 숨겨두고 있던 것처럼 인벤토리 속 마력 폭탄을 꺼내 들었다.

[ '투척'스킬에 의해 정확도가 증가합니다. ]

야구 선수처럼 깔끔한 투구폼으로 폭탄을 던졌다.

과연 무방비하다고 생각했지만 수석이라는 이름은 가볍지 않은지, 곧장 벽을 세워 대응했다.

멀티테스킹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마법진을 그리면서도 그럴 여유가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다른건 생각 못하겠지.

— 삐이이이익!!!!!!!

"꺄악?!"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굉음을 내자 놀란 서아가 주저 앉았다.

대련장에서 그렇게 당했지만, 이건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리를 좁혔다.

당황한 윤서아가 미완성으로 보이는 마법진을 발동시켰지만, 별거 없겠지.

'이정도는 아무것도..?'

기존의 얼음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그대로 날아왔다.

피할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이런 공격은 좀 심하지 않나?

[ 항마 : 활성화 ]

검이 푸른불꽃으로 타올랐지만 저걸 막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 소드오러 : 활성화 ]

항마의 마력이 칼을 감싸고, 그 상태에서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은행에서 처럼 대량의 마력은 한번에 쏟아 넣는다면 저 얼음을 가를 수 있지 않을까.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30% ]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40% ]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50% ]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60% ]

마력이 삽시간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던 그 기분, 무엇이라도 자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동차 보다 더 커보이는 얼음 덩어리와 검이 충돌을 일으켰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얼음 표면이 갈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러는 절삭력이 증가시키고, 항마의 능력의 마력과 마력의 충돌에서 우위를 가져온다.

검과 얼음 덩어리가 충돌을 일으키고, 차가운 냉기와 함께 사방으로 비산하는 얼음 조각.

주변을 감싸는 냉기와 함께 커다란 소리를 내며 양옆으로 멀어지는 얼음 덩어리.

'성공했다..'

윤서아의 공격을 완전히 갈라버렸다.

나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 사이에 두다리로 멀쩡하게 서있었다.

"아.."

그때 동그란 얼음 덩어리가 머리위에 떨어졌다.

정신이 팔린 탓에 재대로 방어도 못하고 얼음 꿀밤을 맞았다.

"내가 이겼어.. 히히"

브이자세로 기분좋게 웃고 있는 윤서아가 다가왔다.

"서아야, 그럴때는 좀 기다려 줘야지."

"대련을 할때는.. 항상 집중해야 해.. "

정론이라 반박할 기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얼음을 가르는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다시 느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

이렇게 숙련도가 쌓이다 보면, 스킬레벨도 올리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내가 졌다."

"응!"

서아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걸로 만족 스러웠다.

*

—뭐야? 윤서아 옆에 쟤는 누구야?

—윤서아가 누구랑 같이 다니는거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와.. 진짜 잘생겼다.

인큐버스 눈을 마스터 해서 그런지 이전보다 어그로가 훨씬 심해졌다.

학기중이었으면 조금은 자제했겠지만, 방학기간 이라 그런지 조금 절제가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윤서아 까지 옆에 있으니 완전 시선집중이었다.

"일단은 아카데미에서 나가야 겠는데?

"응.."

자기들 끼리 중얼거릴 뿐, 귀찮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말을 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저.. 혹시 몇 반이야?"

여학생 생도가 와서 말을 걸었다. 강민지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은 많이 보긴 했는데, 나도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온건가.

각 학년마다 특유의 뱃지 색깔이 달랐는데, 그걸로 학년을 구분하는게 가능하다.

1학년은 노란색, 2학년은 파란색, 3학년은 빨간색으로 내게 말을 건 사람은 2학년 생도 인것 처럼 보였다.

"A반이요."

"A반이면.. 강주원이 있는 반인데..?"

확실히 여자들 사이에는 강주원이 강민지 같은 존재일까?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았다.

"..."

윤서아의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

"저는 바빠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는 바로 서아의 손을 잡고 뛰었다. 어떻게 얻은 하루인데, 다른 사람의 방해는 받고 싶지 않았다.

윤서아도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잘 따라왔다. 계속 체력 훈련을 한 보람이 있는 모양이다.

솔직히 약점이 점점 사라져 가는 서아가 좀 무섭긴 하다.

"이제 좀 사람이 없네.."

"..응"

일단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달려왔다.

"혹시 나 때문에 놀랐어?"

말도 없이 손을 잡고 뛰어버렸으니, 기분이 상한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딱히 상관은 없어 보였다.

"괜찮아.. 시우야."

"그러고 보니 이제 점심시간인가?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심 메뉴 정하기, 그러고 보면 방학 동안 대부분 도시락을 먹었다.

훈련에 진심인 강민지와 윤서아 때문에 시간 절약을 위해서 먹긴 했지만, 어지간한 음식점보다 맛이 뛰어나긴 했다.

몇만 원은 가볍게 넘을 것 같은 고급 도시락이었는데, 이런 날 까지 그걸 먹을 수는 없지.

"먹고 싶은 거.."

한참을 고민하던 윤서아가 무언가 생각난 건지 입을 열었다.

"엄마가.. 못 먹게 하던 음식이 있는데."

"엄마가 못 먹게 하는 음식?"

가끔 나오는 어머니의 이야기, 꽤 빡빡하게 서아를 관리하는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서아의 돈 씀씀이나, 갑자기 나타났던 검은 슈트 누나가 서아를 아가씨라고 부르는 걸 보면, 보통 집안은 아닌 게 분명했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음식일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럼 그거 먹으러 가자."

"그래도 될까..?"

"그럼 떡볶이.. 먹어보고 싶어.."

"어?"

"프랜차이즈 꺼는.. 몸에 안 좋다고 못 먹게 했어.."

평소에 서아가 먹은 도시락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긴 했다. 전부 다 유기농 채소였던 걸로 기억한다.

'서아 정도의 헌터면, 딱히 음식은 상관없지 않나?'

이미 평범한 인간하고는 다른데, 그렇게 음식을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솔직히 이해는 잘 가지 않았지만, 뭐 아가씨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모양이다.

"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반에서 여자애들끼리 떡볶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그게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매번 졸고 있어서 다른 사람 이야기는 신경을 안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귀엽네'

엄청난 음식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평범한 음식이라 놀랐다.

나도 딱히 떡볶이를 사 먹은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사 먹었던 게 어린 시절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파는 컵 떡볶이.

1,000원이면 꽤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안 되겠지?

"그러니까 노벨 떡볶이가 맛있다고?"

"그렇게 들었어.."

처음 들어보는 가게 이름이었다.

"그럼 가자."

"응.. 히히"

기분 좋아 보이는 서아를 대리고 아카데미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떡볶이집으로 가는 도중에 아카데미 내부에서 있었던 일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변화가 쪽으로 가자 생도 복과, 우리 둘의 외모 때문에 무슨 연예인이 등장한 것처럼 시선이 끌렸다.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네…. 그럼 다시 만날까?"

"기다려.."

서아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저번에 탔던 고급승용차가 우리 앞에 도착했다.

"타.."

이렇게 차로 가면, 서아 어머님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까?

뭐,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떡볶이 먹는 거로 문제 삼진 않겠지.

"안녕하십니까. 시우님"

"안녕하세요."

운전석에 있던 기사가 정중하게 인사를 보냈다. 이 앞에 몇 번 서아의 차를 얻어 타다 보니 기사님과도 아는 사이가 되었다.

듣기로는 10년이 넘게 서아 전용 운전기사로 일해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둘 사이가 좋아 보였다.

"저희 아가씨에게 친구분이 생긴 것 같아 저는 기쁩니다."

"아저씨.."

"하하 그럼 어디로 갈까요?"

"헌터 백화점.. 본점으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그렇게 우리는 헌터 백화점 본점으로 출발했다.

"서아야 거긴 왜 가는 거야?"

"옷 사러.."

헌터를 전문으로 하는 백화점.

'거기 존나 비싸지 않나?'

서아와 함께하는 기묘한 모험이 시작되었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