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052 숙제 검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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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붕괴, 게이트 믹싱 현상이 안에 들어간 헌터들에게 일어나는 재앙이라면, 게이트 붕괴는 일반인들에게 일어나는 재앙이었다.
말 그대로 게이트가 붕괴되는 현상인데, 그때 안에 있던 몬스터들이 외부로 유출되기도 한다.
괴물들이 유출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절망적인 결과가 일어난다.
랭크가 떨어지는 몬스터 한두마리가 유출된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쓰러트릴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급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된다.
대형 몬스터의 경우 한 마리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헌터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까지 동원되는 일도 있는데, 아무런 힘이 없는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본래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거로 생각됩니다."
이지아는 잠시 윤승아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서류를 넘겨보며 계속해서 보고했다.
"양부모 모두 보험가입이 돼 있지 않은 상태로 사고를 당했고 친인척의 도움으로 중학교 시절을 보낸 거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래도 학교는 잘 다녔네?"
윤승아는 김시우의 중학교 성적표를 보고 중얼거렸다. 그런 힘든 일을 겪고도 열심히 등교도 하고, 성적도 꽤 좋은 편이었다.
보통 그런 일을 겪으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그렇게 버틴 게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고등학교 성적표를 확인한 윤승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고등학교 때는…. 갑자기 성적이 확 떨어졌네? 결석도 늘었고."
"네, 그때부터 독립한 것 같습니다."
"독립했다고요?"
"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밤에는 우유배달이나 신문 배달, 그리고 낮에는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한 것 같습니다."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일을 계속하니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친척들하고 사이가 안 좋았나?"
"그 부분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렇게 나쁜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친척끼리 사이가 좋은 예도 있지만, 꼭 사이가 좋은 집안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남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고, 돈 문제로 원수처럼 싸우는 집안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중학교 시절 동안은 먹여주고 재워준 걸 보면 사이가 나쁜 건 아닐지도 몰랐다.
단지, 갑자기 생겨난 아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김시우가 부담을 느껴서 나갔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그렇다가 잠재력 검사에서 인정받으면서 대한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강민아는 대한 아카데미가 김시우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될수록 마음 한쪽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각성이 늦어지면서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하였습니다만,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신력은 맘에 드네."
그런 상태에서 각성도 못 하고, 본인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어떻게든 꿋꿋이 버티는 김시우에게 퇴학을 권유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김시우의 행동을 정당화해줄 수는 없었다. 강민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끈기가 있네, 깡도 있고."
"네 그 후로는 아시는 것처럼, 뒤늦게 2차 각성을 했고 계속 빠르게 성장하고 그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에서 만났을 때는 C 랭크 정도의 마력이 측정되었습니다."
"뭐? 그렇게나 빠르게?"
"네. 외형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윤승아는 이지아가 건네준 사진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윤서아의 대련에서 봤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남자의 사진이 있었다.
남성미가 강해 보이는 남자다운 외모. 과거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더 호감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꽤 잘생겼네?"
"..."
"다른 건 없어?"
"사생활 부분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강민지 님을 포함해서 3분이 매일같이 대련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매일 혼자 다니던 윤서아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강민지의 경우는 최윤아의 딸이기도 하고, 강민아의 동생이니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김시우도 힘든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그래도 남자라고 하니 조금 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가 생긴 건 다행인데…."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십니까?"
3명이 같이 다니는 거면 큰일이 생기진 않겠지, 윤승아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됐어, 괜히 서아한테 걸리면 또 화낼 거니까. 거기까지 해"
"네 알겠습니다."
"민아야."
"네! 네?"
"왜 그렇게 멍 때리고 있어, 그래도 같이 일하던 사이인데."
강민아는 사실, 대한 아카데미에 교수로 일하기 전에는 사신 길드소속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지아가 워낙 무표정하다 보니 강민아에게는 좀 어려운 상대였다.
"하하….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풉…. 둘이 진짜 웃기네"
사실 최윤아와 그의 남편도 사신 길드소속이었는데, 둘의 금실이 좋은 거로 유명했다.
마스터인 윤승아와 친구 사이다 보니 길드에서도 꽤 영향력이 높았지만, 민지를 임신하던 시기에 남편이 사망하면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최윤아는 길드를 떠나게 되었다.
친한 사이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힘들어하는 최윤아를 보고 있으니 잡을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아마 헌터 일을 하면 남편이 생각나는지 더욱 힘들어했다. 거기에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으니 안전을 위해 내린 판단일 가능성이 컸다.
"그때가 좋았는데, 같이 술도 마시고…. 윤아는 잘 지내?"
"두 분 최근에도 연락하시는 사이잖아요."
"그래도 실제로 본 거하고는 다르니까. 오랜만에 윤아나 보러 갈까?"
최근에 일이 많다 보니 최윤아와는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난 적이 없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니 더 그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스터. 오후 회의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그래 이제 슬슬 가야겠네, 우리 서아랑 윤아 건드린 새끼들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아봐"
"저…. 저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윤승아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강민아를 노려봤다.
"우리 민아 아직 성격 안 죽었네?"
"시…. 시끄러워요!"
*
다들 은행 테러 사건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는지 오후 호의의 내용은 그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마기를 쓰는 인간에 대해서 모두 찝찝하게 생각했는지, 그 어떤 누구도 이견 없이 위험인물로 지정하는 데 찬성했다.
잠깐 회의가 길어질 뻔했지만, 오전 회의에 윤승아 말을 기억하는지 저녁 시간이 오기 전에 시간이 끌리던 안건들이 빠르게 체결되면서 정기 회의가 종료되었다.
식사를 끝낸 강민아는 자신의 방으로 가려 했지만, 윤승아에게 또 끌려갔다.
"술 좀 마시자 민아야!"
"언니…. 어차피 취하지도 않잖아요."
이제 좀 개인적으로 쉴 수 있을 그거로 생각했던 강민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냥 기분만 내는 거지! 그 무틀딱 웃기지 않아? 그놈들을 뭐 사파니, 마교라니, 진짜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윤승아는 오후 회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천마까지 나오겠네."
"아…. 네 하하하.."
킥킥거리며 최태수를 비웃었지만, 강민아는 무협에 대해 잘 몰라서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마인 이나 마족으로 부르기로 결정이 났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 보니 최태수가 검은색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들고 서 있었다.
"음…. 민아도 있었구나?"
"뭐야, 무틀딱이 여긴 왜 왔어."
"흠.. 흠…. 지금 한잔하려던 거였구먼, 그 내 좋은 술은 구해서 같이 마실까 해서 들고 왔지."
"뭐야 제자는 어디 가고?"
"좀 독한 술일세, S급 헌터도 취할 정도로 말일세."
최태수를 쫓아내려던 윤승아는 최태수의 말을 듣고는 구미가 당기는 듯 입맛을 다셨다. S급 정도가 되면 술에 취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력을 최대한 억제해도, 이미 마력으로 강화되어 버린 신체기관이 알코올을 빠르게 분해했기 때문에 거의 취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영감쟁이, 우리가 취할 정도라고?"
"그래, 바실리스크의 독이 섞인 술인데…."
최태수는 술병을 흔들면서 윤승아의 눈치를 살폈다.
독하기로 소문난 바실리스크의 독, 일반인은 한 방울만 먹어도 사망에 이르게 만들 정도로 강한 맹독이었다.
정제방식에 따라서는 치료제로 쓰이기도 하지만, 그 가격이 상상을 초월했다.
어느 정도 정제가 된 독이 첨가된 술로, 마력을 억제한다면 S급 헌터라 해도 취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술이었다.
"술값은 안 받을 테니…. 하지 않겠나?"
그의 처지에서는 나이도 나이지만, 워낙 대단한 존재다 보니, 윤승아처럼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최태수에게 조금이라도 실수할까 봐 얼어붙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같이 술을 마셔도 큰 재미가 없었다.
"그럼 얼른 마시고 꺼지는 거다?"
"그래, 그리 오래 있지는 않겠네."
최태수가 들어 왔으니 강민아는 자리를 피하고자 방을 나섰다.
"민.아.야. 어디가?"
"하아…."
결국, 강민아는 강제로 술자리에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마시더니 둘 다 취기가 올랐는지 대화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봐! 영감쟁이 그 나이면 서긴 서?"
"승아 언니 제발…."
"예끼! 아직 팔팔하다고! 내 자식이 몇 명인데 그런 몹쓸 소리를 해!"
"그렇다고 해줄게. 영감."
"예끼!!"
강민아는 둘 사이에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거기에 둘이 주는 대로 받아먹다 보니 점점 자신도 취하는 그것처럼 느껴졌다.
"강민아가 우리 길드에 처음 왔을 때 나한테 뭐라 했는지 알아?"
"오호 옛날이야기인가?"
"그…. 그때는 몰라서 그랬다고요!"
"꼬맹이 주제에 깝죽거리지 말라길래, 바로 혼내줬지!"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요!"
옛날 빌런들을 도륙내는 이야기부터, 사생활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 승아 자네는 아이는 어떻게 가졌는가? 남편이 일반인으로 알고 있는데?"
"하, 영감쟁이가 변태도 아니고."
윤승아의 남편은 일반인이었다. S급인 윤승아와는 관계를 맺는 게 불가능이었다.
"주사기를 쓰면 돼!"
"그런 방법이 있었구먼."
"아니 둘 다 뭐라는 거야!!!"
술에 취한 강민아가 소리쳤다.
"오 민아 취했다! 옛날 버릇 다시 나오나?"
"닥쳐요!!"
"허허, 민아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먼."
"나갈 거야!"
S급도 취할 정도로 독한 술이라 그런지 결국 버티지 못한 강민아가 잔뜩 취해서 소리쳤다.
"더 마시면 위험하겠구려, 여기서 끝내지"
"하? 술은 내려놓고 가 영감!"
최태수와 윤승아도 취했는지 조금 비틀거렸다.
"저 가요!"
강민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갔다. 둘의 말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방으로 걸어가는 사이 갑자기 김시우의 숙제가 생각났다.
"아씨.. 불쌍한 변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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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김시우의 옆에는 강민지가 새근새근하면서 자고 있었다.
잠들었던 김시우가 일어나려 하자, 옆에 있던 강민지가 김시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빠.. 가지마…."
"?"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표정이 좋지 않길래 민지를 품에 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표정이 밝아지더니 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강민지보다는 몸의 상태가 좋았던 김시우는 일어나려 하다가,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강민지를 보고는 더 누워있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민지 귀엽네."
잠자는 모습도 아름다운 강민지의 얼굴을 감상하던 중에 갑자기 김시우의 스마트 워치가 울리기 시작했다.
"...?"
발신인은 강민아. 거기에는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미리 보기 화면이 검은색이라 무슨 동영상인지 알 수 없었다.
"찍어서 오라고 시켰지…. 보내라고는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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