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050 숙제 검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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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일어나기 전, 헌터협회의 숨겨져 있는 공간에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 길드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히어로 등,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을 만한 인원들이 전부 모여 있는 상태였다.
회의 진행자는 헌터 협회의 말단직원으로 조금만 실수해도 인생이 끝날 수 있다고 누가 봐도 경직된 분위기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민감한 주제가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보안을 철저히 하므로 이곳은 밖과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강민아도 참석한 상태였다.
강민아가 이곳에 참석하기에는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대한 아카데미를 대표해서 이곳에 참석한 상태였다.
교장은 다른 볼일이 생겨서 못 오는 상황이고, 다른 교수들도 기피하면서, 자격이 되면서 가장 어린 강민아가 이곳에 오게 되었다.
'숨 막혀서.. 죽겠네! 진짜..'
의견이 나올 때마다 서로 기 싸움이라도 하는지 숨쉬기가 힘든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그때 개량형 한복에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 노인이 입을 열었다.
낮게 깔리는 목소리에는 강한 힘이 있는지,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다. 서로 기싸움을 하던 헌터들이 기운을 갈무리했다.
"그래, 이번에 대전 지역에서 꽤 피해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그렇습니다! 자…. 자료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흠.. 그다지 특이한 건 없어 보이는 군"
다들 노인의 말에 공감했다. 그때 밖에서 소란이 일어나더니 누군가가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왔다.
엄청난 소리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이 몸 등장!"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밝은 노란빛 머리카락과 포니테일 머리 스타일의 여인이 들어왔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20대 초반에서 10대 후반 정도로 모이는 외모, 키도 조금 작아 보였다.
달라붙는 재질에 양옆의 탁 트인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새하얗고 마른 다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상의는 여름과는 맞지 않는 털이 달린 재킷을 입고 있었다.
한쪽 팔을 옆구리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는 브이자를 만들고는 활짝 웃고 있었다.
"매번 요란하게도 들어오는구나."
"영감도 오랜만이네, 뭐야 그 복장은?"
다들 여인을 보고 티 나지 않게 한숨만 쉴 뿐, 여인의 행동을 지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이가 드니, 이런 복장이 편하더구나."
"그러니까 더 늙어 보인다고, 무슨 무뜰딱 아니랄까 봐."
여인은 제집 안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회의장을 지나 노인의 옆자리에 앉았다.
"노인네가 그렇게 분위기 잡고 있으니까, 다들 경직돼 있잖아. 좀 힘 좀 빼고 있어!"
"허허, 이거 내가 실수를 했구먼 그래."
무례한 소리에도 노인은 그저 허허 웃을 뿐 여인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인의 옆에 있던 남자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놈!!! 감히 최태수 님에게 무슨 말버릇이냐!!"
"가만히 있게."
최태수가 남자를 말렸지만, 남자는 잔뜩 흥분해서 그런지 최태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최태수 님이 누군지 모르는 거냐! 최태수 님은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S급 헌터시다!"
"S급인데 그래서 뭐?"
남자의 외침에도 여인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거슬린다는 듯 남자를 노려봤다.
"S..S급 헌터 앞에서.."
"그러니까 그게 뭐?"
회의장안에 살기가 퍼지더니,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남자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애송이 주제에 건방지게.."
최태수는 한숨을 깊게 쉬더니 자신의 힘을 방출했다. 강한 파동과 함께 남자의 목을 조이던 힘이 사라졌다.
"이 자리가 처음이라 자네를 몰라서 그런걸세, 내 사과할 테니 넘어가 주게"
"영감 제자 관리 똑바로 안 해? 나 지금 화났는데"
여인이 최태수를 노려보자 최태수도 여인을 노려봤다. 스파크라도 튈 것 같은 강렬한 시선 교환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숨도 못 쉬고 움츠러들었다.
"지금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구나."
"제자가 사과해야지, 왜 네가 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숨도 못 쉴 만큼 강렬한 최태수의 기운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여인, 그녀 역시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 중 한 명이었다.
몸소 능력을 경험했던 최태수의 제자는 상대가 누군지 깨닫고 머리를 숙였다.
자신의 목을 붙잡았던 힘은 염력이 분명했다.
염력[?力]으로 허공에 있는 물체를 마력의 힘으로 잡을 수 있는 능력으로, 최태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S급 헌터 윤승아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남자의 사과를 들었음에도 도통 풀리지 않는 분위기, 멀리서 그걸 지켜보던 강민아는 한숨을 쉬면서 일어났다.
"승아 아주머니 그쯤 해두세요"
"여기에 민아도 있었구나~ 근데.. 뭐라고 했니?"
최태수를 노려보던 여인이 시선을 돌려서 강민아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시선만으로도 따끔따끔하는 공기에 강민아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쯤 해두세요... 승아 언니"
"뭐~ 우리 민아를 보고 참아야겠네."
"허허, 민아야 중재해줘서 고맙구려."
살얼음판 같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렸다. 최태수도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제자를 챙겼다.
여인의 이름은 윤승아. 대한민국에서 비밀에 싸인 헌터로,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S급 헌터였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3대 길드 중 하나인 사신 길드의 마스터로, 헌터라면 얼굴은 몰라도 이름 정도는 한 번씩 들어 봤을 정도로 유명한 헌터였다.
"그나저나 무술이니 뭐니 하더니, 성공 좀 했어?"
"뭐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네."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게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둘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었다. 거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고 다른 사람들은 십 년은 감수했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차피 다 마나로 움직이는데, 그냥 기존에 있는 기술들이나 쓰지 그래?"
"뭐 다 노인네의 소소한 재미로 생각해주게"
최태수는 자신이 무술에 대해서 윤승아가 관심을 가지자 기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모든 각성자는 동일한 마력 심장과 마력 회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힘의 본질은 모두 같았다.
마법이든 검술이든, 사용되는 힘이 같기 때문에 주먹보다는 무기를 사용하는 쪽으로 발전한 게 현재의 헌터였다.
처음에는 오랜 시간 최상위 헌터로 군림하면서 무료함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긴 했지만, 최태수의 실력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었기에 나름 그런대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취미로 읽었던 무협의 기술을 직접 재현하는 쾌감은 그의 인생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기본의 방법과는 외형만 다른 공격법일지 모르지만, 낭만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그럼 나중에 보여줘."
"꽤 기대할 만할걸세."
강민아는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윤승아가 모른 척 하긴 했지만, 이미 들어오기 전부터 안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자신을 놀리기 위해서 일부러 벌인 일 같았지만, 강민아가 윤승아에게 따질 수는 없었다.
"저 강민아 교수님?"
"네? 무슨 일 있나요?"
"그게.. 진행자가 정신을 잃어서 말입니다.. 그 두 분하고 가까우신 사이인 거 같은데 진행을 좀 부탁해도 될까요?"
강민아가 고개를 돌리자 게거품을 물고 있는 협회 직원 한 명이 운송되고 있었다. 강민아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저기 두 분, 사담은 회의가 끝나고 나누시는 게 어떠세요?"
"허허, 미안하구먼. 오랜만에 벗을 만나니 들떠서 그랬네."
"하! 누가 영감하고 친구야!"
"승아…. 언니도 그쯤 해두시는 게 어떨까요?"
윤승아도 장난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넘어갔다.
"그래 곧 점심시간인데 빨리 끝내야지, 영감은 제시간에 밥 못 먹으면 화낸다고."
최태수가 화를 내는 모습을 떠올리자 몸이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두 명의 가까이 앉아서 기운에 짓눌리던 헌터들은 식은땀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허허, 누가 화를 냈다고 그러나?"
"눈치 줄 꺼 누가 모를 줄 알아?"
강민아는 두 명을 보고 한숨을 쉬면서 협회 직원이 건네준 차트를 확인했다. 앞부분은 여기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차피 여기 있으신 분들은 다 알만한 내용은 넘어가겠습니다."
"역시 우리 민아가 융통성이 좋네. 다시 길드에 들어올 생각 없어?"
"사양하겠습니다."
차트를 넘기다가 어느 정도 의견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찾았다.
"그러면 인재 유출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강민아의 말을 들은 헌터 협회 직원이 급하게 프레젠테이션을 해당 내용과 관련된 페이지로 바꿨다.
"최근에 중국하고 일본 쪽에서 공격적으로 인재들을 데려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건 안타까운 일이지, 한국의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건 막아야지 않겠나?"
"우리도 어쩔 수 없어, 수준 미달인 녀석들을 받아 줄 수도 없고, 우리 잘나신 협회장님이 협력 길드 수를 제한을 두고 있으니."
윤승아의 지적에 구석에 있던 협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늘려줄 수는 없네."
대형길드가 너무 강한 힘을 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헌터에게 까지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군."
"그러면 이득이 될 게 없을 것 같은데요"
"성장세가 떨어지는 헌터들에게 말도 안 되는 연봉을 제안하니, 그것보다 능력이 좋은 헌터들이 불만이 나오더군"
"불만이 있는 헌터들이 많은가?"
"아직은 정확하게 모르겠어."
그렇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좋은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 안건은 일단 넘어가는 거로 할까요?"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듯 하군"
"그럼 이번에 생긴 이상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할까요?"
"..."
시간을 확인한 윤승아가 손을 들었다.
최태수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걸 좋아했다. 다음 안건에 관해서 이야기 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지날 수밖에 없었다.
"곧 점심시간인데 먹고 해, 영감 표정 안 좋잖아"
"허허, 아닐세 계속하게"
"그럼.. 오전 회의는 여기서 끝내도록 할까요? 다들 동의하시나요?"
"그렇게 하지."
"예!"
"허허, 안 그래도 된다니까."
최태수가 괜찮다고는 말하고 있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조금 이른 시간에 오전 회의가 끝을 내렸다.
회의가 끝나고 점심시간까지 겹치면서 어느 정도 여유로움이 생겼다. 강민아는 일단 자신의 방으로 가서 쉬려고 하는 순간 윤승아가 다가왔다.
"우리 민아 남자친구는 만들었어?"
순간 김시우의 얼굴이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반응 보니까 없는 거 같네~ 그래,우리 서아는 요즘 어때?"
윤승아는 윤서아의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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