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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47화 (47/235)

〈 47화 〉 047 운명의 저울 (9)

* * *

*

# 스타드 은행 테러가 발생하기 12시간 전.

"서아까지 섭외했고.. "

남은 포인트를 사용할지 말지가 고민되었다.

윤서아가 도와준다면 쉽게 끝날 것 같지만, 그래도 준비를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확실하게 준비하는 게 좋겠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는 20P.

"애매한 포인트네."

스텟에 투자한다고 해도, 큰 변화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그럼 남은 건 뽑기 뿐이었다.

"애매한데.."

이전 뽑기에서 이득을 보긴 했지만, 원하는 게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가챠 밖에 없지!"

20P. 로 대단한 효과를 보긴 힘들다, 남겼다가 괜히 찜찜해지기 전에 그냥 다 쓰기로 했다.

"떡상 가즈아!!"

[ 누군가가 사용한 빨대 ]

[ 누군가 사용한 콘돔 ]

[ 여성용 고양이 코스튬 SET ]

...

[ 여성용에널 플러그 ]

[ 조금 튼튼한 나뭇가지 ]

"끝..?"

이번엔 완전히 폭삭 망했다. 하다못해 중복 스킬도 뜨지 않았다.

그때 들려오는 알림음,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

[ 업적 : 랜덤 뽑기 100번

일확천금을 노리는 당신, 인생은 그리 쉽지 않답니다.

도박중독 초기 증상은 아닌가요?

운에 기대기보다는 노력을 하는 게 어떨까요?

보상 : 고급 스킬 뽑기 1개

시스템 : 확률 업 뽑기 해금 ]

"어?"

하나는 이름만 봐도 이해가 가지만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았다.

"확률 업은 뭐야?"

기존에 돌리던 뽑기 창 옆에 새로운 뽑기 메뉴가 신설되었다.

"스킬 확률 업 뽑기.. 무기 확률 업..."

특정 아이템의 확률이 올라간 확률 업 뽑기, 스킬을 얻으려면 스킬 확률 업 뽑기를 돌리는 게 좋아 보였다.

"거기에 확률표도 일부 공개?"

확률표를 확인하자 목록들이 주르륵 올라왔다.

"신규 스킬이 뜰 확률이... 이게 걸리긴 해?"

그동안 뽑기를 통해서 왜 그렇게 스킬이 안 나온 건지 알 수 있었다. 확률이 극악에 가까웠다.

"등급이 낮은 것 말고는 가능성이 없네?"

[ ..그렇습니다. ]

생각해 보면 뽑기를 통해 얻은 스킬은 얼마 없었다. 동굴에서 스킬 뽑기 권으로 뽑고, 나머지는 숙련도 시스템으로 얻었다.

그나마 확률이 높은 건 가지고 있는 스킬에 대해서는 꽤 높은 보정치가 있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확률은 감소…."

제한된 당첨 확률을 영약, 아티펙트, 스킬, 특성 등이 모두 나눠서 가지고 있으니 여기서 항마 스킬을 얻은 게 비정상이라 할 수 있었다.

확률업 뽑기는 한 품목에 대해서 확률이 올라가니, 이전 뽑기보다는 원하는 걸 얻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지금은 포인트가 없으니까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 고급 스킬 뽑기 권 ]

"이게 중요하지!"

나는 망설임 없이 고급 스킬 뽑기권을 사용했다.

*

"다 찢어 죽일 거다.. 다 찢어 죽일 거다.. 다 찢어 죽일 거다.."

강해진 부작용인지 슬슬 맛이 가버리기 시작했다.

침착했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본능만 남은 모습.

매번 전투에 들어가기 전 강민지는 주먹과 주먹을 맞부딪치며 투기를 일으켰다.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묘하게 고조되는 기분이었다.

"저거..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상태가 더 이상해진 거 같은데"

"죽인다.. 거다…. 다 찢어.. 거다… 버릴 거다..."

"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인간은 아니겠지."

현재의 운명은 강민지가 죽는 거로 정해진 듯, 몇 번을 반복할 때마다 계속해서 사망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제거했을 때에는 본인 스스로가 폭발을 일으켰다.

'그렇게 운명이 대단한 거면, S급인 서아가 있을 때는 어떻게 될까?'

일단은 민지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

"온다!"

"다.. 찢..어..버린..다..다.. 찢..어..버린..다.."

"김시우!!"

"시우야!!"

좀비처럼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꺾던 놈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달려갔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기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에 몸이 반쯤 밀려났다.

놈의 마기와 항마의 힘이 서로 부딪치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항마가 우세한 듯 보였으나 놈의 마기의 양이 더 많았다.

점점 밀리기 시작하자. 이번에 얻은 스킬을 발동했다.

[ 소드 오러 : LV 1

검에 마력을 불어넣어 절삭력을 증가시킵니다.

숙련도가 떨어져서 마력소모량이 증가합니다. ]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단순한 설명이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마력으로 검을 감싸는 것의 다음 단계, 미세하게 진동을 일으키며 절삭력을 강화한다.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빼면 기대할만한 스킬.

[ 소드 오러 : 활성화 ]

항마의 기운이 진동을 일으키자, 놈의 마기에 밀리지 않고 균형을 이뤘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위에서 아래로 오는 공격, 다음 바로 이어지는 찌르기.

몸을 움직일 때에는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이미 놈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나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단시간에 수십번의 충돌이 일어난다.

서로의 위치가 계속 뒤집어졌기 때문에 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놈의 움직임은 아주 단순한 짐승 같았다.

아무리 단순한 공격이라 해도 위력이 강하면 말이 달라진다.

공격이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미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선 공격이지만 나는 놈의 모든 공격을 흘리고 있었다.

공격에 반응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대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조금만 기다리면, 틈이 생긴다.

아주 잠깐 멈칫하는 순간이 생긴다.

바로 지금처럼.

"죽어 이 새끼야!!!"

진동을 일으키는 항마의 칼날이 놈의 마기를 뚫고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찢..어.."

"민지야! 서아야!!"

내 신호를 확인한 강민지와 윤서아가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응..!"

"알았어!!!"

대량의 마나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걸 확인하고 나는 그대로 몸을 굴렀다.

마력을 한방에 터트리는 강민지의 핵 펀치.

대련장에서 내 보호막을 한방에 박살 내 버렸던 윤서아의 필살기, 얼음 결정 산탄총이 놈에게 작렬했다.

모든 마력을 끌어모은 일격이 놈을 향해 날아들었다.

"핵 펀치!!!!"

"죽어..!"

두 명의 공격이 날린 공격이 굉음을 내며 파동을 일으켰다.

귀청이 먹먹해 질 정도로 강력한 충격의 반동으로 나는 물론이고 두 명 다 나뒹굴었다.

흙먼지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민지는 어딨지?'

윤서아가 합류하면서 미묘하게 민지의 위치가 달라졌다.

"으윽.."

멀리서 강민지의 신음이 들려오자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갔다.

마력탈진 증상 때문에 힘이 없어 보였다. 날아가면서 세게 부딪쳤는지 예쁜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

"끝난…. 거야..?"

"아니!!"

검을 들어 놈의 공격을 방어했다. 그 충격으로 주변에 있던 흙먼지가 날아가고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검은 덩어리, 구석에는 윤서아가 비틀거리며 힘겹게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후우.. 둘다 무사해..'

"시우야.. 괜찮아?.."

더는 두 명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모든 마력을 쏟아 넣은 만큼 효과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이제 지독한 악연을 끝낼 때가 되었다.

"다 끝났으니까.. 쉬고 있어"

두 명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대부분의 마기를 사용했는지 검은 연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기가 줄었으면 터질 위험도 줄어들었나?'

심호흡을 하며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찢..죽..인..다..어..찢..죽..인..다..어.."

검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두 팔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기가 두 팔을 감싸고 있어서 그런지 검으로도 상처가 나지 않았다.

"이제 끝내자."

[ 소드 오러 : 활성화 ]

마력이 빠르게 소모되기 시작했다.

소드 오러 스킬을 시험해 보면서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한 번에 소모되는 마력만큼, 그 위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서아의 도움으로 일반적인 동급의 헌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넓은 마력 회로를 가지고 있다.

마력 회로가 넓으면 더 많은 마력을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다.

효율이 무식하게 떨어지긴 하지만, 위력만 증가한다면 상관없다.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20% ]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30% ]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40% ]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50% ]

이전보다 더 격렬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놈이 오른팔을 움직여 공격했다.

이미 지성을 잃어버린 놈의 공격은 너무나 보잘것없었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나는 그대로 검을 움직였고, 놈의 마기는 내 검을 버티지 못했다.

섬뜩한 절단 소리와 함께 마기가 갈려 나가고, 그대로 놈의 팔이 종잇장처럼 잘려 나갔다.

"이제 좀 죽어라. 새끼야."

"찢..죽..인..다..어..!!!!!!!!"

놈이 비명을 지르며 왼팔을 움직였지만, 결과는 같았다.

순식간에 두 팔을 잃어 버리자, 이제는 몸통 박치기를 할 생각인지 도약을 준비했다.

그렇게 찢어 죽이고 싶어 했던 놈의 바람을 들어 주기로 했다.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는 간단한 동작.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놈이 도약하는 순간, 위를 향했던 검이 아래로 내려간다.

[ 초과한 마력으로 인해 소드 오러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160% ]

두 팔을 잘라낸 것처럼, 아무런 걸림 없이 검이 움직였다.

놈은 그대로 두 갈래로 찢어졌다.

이제는 정말로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

민지를 안아 들고 항마의 기운으로 몸을 보호했다.

이전과 똑같이 일어나는 폭발. 그러나 위력은 같지 않았다.

"하아.. 시발

어김없이 놈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전과 비교하면 한없이 약한 폭발.

등이 조금 따갑긴 했지만, 이 정도는 별거 아니었다. 내 품에는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시발 끝났다.."

[ 강민지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민지는 살아남았고, 놈은 죽었다.

나는 운명을 지배할 수 있다.

마력을 거의 한계까지 사용해서 그런지,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야.. 좀 놔바.."

"확실히 마무리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차분하고 냉정해 보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처음 보는 여성이 나타났다.

'적은 아닌 것 같은데.'

온몸을 가리는 검은색 베틀 슈트를 입은 여성은 검은색 덩어리를 짓밟고 있었다.

구더기처럼 보이는 덩어리는 지하를 향하고 있던 것처럼 보였다.

'죽은게 아니었나?'

그럼 이전 회차에 놈이 폭발했을 때도 민지만 죽고 놈은 살아남은 모양이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여인의 움직이자 익숙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

[ 업적 달성 : 놈은 우리 중 최약체다! ]

[ 업적 달성 : 예비 히어로! ]

정말로 모든 게 끝났다.

나는 운명을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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