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045 운명의 저울 (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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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는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 스타드 은행으로 왔다.
"나 약속 있다니까.."
"방학이잖아~ 오랜만에 보러 와서는 그렇게 정 없이 굴 거야?"
"일하고 있는 거 아니야?"
"괜찮아요~ 엄마는 그 정도 능력은 된단다~"
강민지의 앞에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여인의 이름은 최윤아, 강민지와 강민아, 두 명의 어머니였다.
강민지와 강민아의 외모는 최윤아의 유전자 영향이 큰걸 증명하듯 엄청난 외모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셋 중 누가 더 나은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날카로운 고양이 상에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어서, 두 가지 매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얼굴이었다.
주름 하나 없이 탱탱한 피부 덕분에 그녀의 나이는 아무리 많게 봐도 이십 대 후반에 가까웠다.
"어차피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나한테는 우리 딸이 더 중요해~"
그렇게 말하며 최윤아는 강민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아 더우니까 좀 떨어져요!"
강민지는 최윤아의 커다란 가슴을 밀어내며 외쳤다. 강민아와 강민지의 가슴도 최윤아의 유전자 덕을 받았는지, 최윤아는 둘보다 더 큰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 딱 보기 좋게 살집이 있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거기에 큰 키를 가지고 있어 가슴이 잘 어울렸다.
그녀는 치료사 계열 C급 헌터로, 치유 능력 덕분에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으흠~ 오랜만에 안아보는 우리 민지~"
"언니랑 엄마랑 자꾸 그러지 좀 마! 내 나이가 몇인데!"
"나한테는 우리 민지는 항상 어린아이란다?"
강민지는 최윤아의 가슴에 파묻혀 버렸다. 헌터의 신체와 치유능력이 합쳐지는 동안의 몸을 가지고 있는 최윤아의 가슴은 한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엄마가 I컵이라고 그랬지..?'
강민지는 김시우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던 게 떠올라서 최윤아의 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하앙!"
"뭐..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거야!"
"가…. 갑자기 그렇게 만지면 어떡하니 민지야!"
최윤아는 자신의 가슴을 붙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여름이라 얇은 린넨 소재로 된 남색 계열의 반소매, 속에는 민소매를 입고 있었는데, 노출이 없음에도 큰 가슴이 부각되어 있었다.
겉에 입은 스프라이트 무늬가 들어간 커다란 셔츠가 하반신의 일부를 덮고 있었다.
스판으로 된 새하얀 바지로 인해서 부각되어 보이는 힙업된 엉덩이를 셔츠가 덮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젊어 보이는 스타일의 옷차림, 하지만 최윤아의 외모를 생각하면 잘 어울렸다.
"그리고 옷이 그게 뭐야!"
"젊게 살아야 좋은 거 모르니.. 우리 민 지 안 본 사이에 음흉해졌어!"
"뭘 음흉하다는 거야!"
강민지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으흠~"
최윤아는 그런 강민지를 보며 눈을 좁게 뜨고는 말했다.
"혹시 남자라도 생겼어?"
"안 생겼어!"
최윤아는 약간 의심스러워 보였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 사실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딸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 거기 앉아 있어 엄마가 먹을 것 좀 가져다줄게"
"아니 나 빨리 가야 한다니까.."
"가까이 있으면서 잘 찾아오지도 않더니, 그렇게 정 없이 굴 거야?"
"그건.. 죄송해요"
헌터들을 치료하다 보면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치료하는 건 정신적으로 꽤 지치는 일이었다.
강민아가 A급 최상위권 헌터이기도 하고, 대한 아카데미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윤아는 굳이 일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기에는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도 의욕이 없어져서 고민하던 중, 스타드 은행에서 최윤아에게 제의를 해 왔다.
의료서비스를 부탁했는데, 일반적인 사람들이나 직원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VIP에게만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부탁받았다.
그녀의 치유 능력만 있으면 굳이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 해도, 근육통 같은 통증부터 시작해서, 작은 잔병들이 모두 치료되었기에 VIP들에게 호평이었고,
최윤아 역시 VIP를 상대하지 않을 때는 대부분이 개인적인 시간이었기에 일하는 게 만족스러웠다.
"거기다가 장비는 왜 챙겨 왔어?"
"있어.. 누가 자꾸 챙겨서 오라고 문자 보내서 귀찮게 하잖아.."
"혹시 남자야?"
"아…. 아니야 내 친구가 그런 거야!"
최윤아는 오랜만에 자신의 딸을 보니 힐링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민지야 학교생활 이야기 좀 해 봐~ 이번에 그 강주원? 그 애랑 대련하는 거 봤는데 어떻게 된 거야?"
"그게.. 2차 각성을 했는데.."
강민지는 최윤아와 대화한다고 연락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체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아하~ 그 주원이라는 애도 잘생겼던데~ 실제로 보니까 어땠어?"
"그 새.. 그 녀석별로 마음에 안 들어.."
"으흠~ 왜 혹시 주원이라는 애가 번호라도 달라고 했어?"
"응"
"어머~ 역시 누구 딸 아니랄까 봐 인기가 많네~ 엄마도 밖에만 나가면 남자들이 달려든단다~"
최윤아는 놀리듯이 웃으며 강민지를 쿡쿡 찔렀다.
"그 정도면 잘생기지 않았어? 혹시 엄마 몰래 만나는 거 아니야?"
"절대로 아니거든!"
2차 각성부터 시작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윤서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윤서아라면.. 그 아카데미 수석 말하는 거지?"
둘의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강민지도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서 그런지 이런저런 얘기들이 쉽게 나왔다.
***
청소부 복장을 한 남자가 창고 앞에 있는 자물쇠를 확인했다.
"음..? 내가 잠그는 걸 깜빡했나?"
뚱뚱한 체형의 남자는 밖의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청소용품을 보관하는 창고는 남자가 어제 확인한 그대로였다.
"걸리면.. 혼나겠지? 근데 여기는 왜 이렇게 시원해?"
확실히 대형 은행이라서 그런지 내부에 들어왔을 때 냉방시설이 잘되어 있긴 했지만, 창고 안이 밖보다 유달리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뭐 시원한 게 좋은 거지"
달아오른 몸이 금방 시원해지자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문을 닫으며 가방에서 무선 이어폰을 꺼내 착용했다.
"여기는 도넛, 장소에 들어왔습니다. 마스터"
자신을 도넛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어딘가로 무전을 보냈고, 곧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건은 어떻게 됐지?"
이번 은행 테러에 총 책임자이자,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인물. '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항상 듣는 거지만 소름 끼친다니까'
남자는 자신의 몸을 이끌고 구석에 위치한 천막을 걷어 내었다. 거기에는 대량의 마력 폭탄과 신체에 맞춰진 초록색 점프슈트, 그리고 기괴하게 생긴 가면이 있었다.
"모두 정상적으로 있습니다! 마스터"
"수량은 확인했나?"
"자…. 잠시! 하나.. 둘.."
남자는 수량을 확인하고는 '마스터'에게 보고했다.
"네 153개, 확인됐습니다!"
"그럼, 거기서 대기하도록."
"예! 마스터!"
남자의 대답을 끝으로 통신이 끊어졌다. 도넛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는 이미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전이 필요한 일은 없었다.
은행에 공급되고 있는 전기와 통신이 끊어지면, 그때부터 작전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미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경비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인질들을 붙잡는다.
"시간 싸움이지.."
도심지에 있기에 전력과 통신을 차단해도, 은행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은폐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니 빠르게 인질들을 모으는 게 중요했다.
"옷부터 갈아입자"
도넛이라 불린 남자는 다른 사람보다 둔해서 전투에는 배제되었다. 흔히 말하는 보급병으로 이번 폭탄을 여기까지 옮기고, 수량을 확인하는 일을 맞았다
남자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맨살에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눈살을 찌푸려졌다.
"돈이 남아도는 구만, 이렇게나 에어컨을 강하게 트는 걸 보면"
남자는 초록색 점프슈트를 입기 시작했다. 눈먼 총알에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식별이 잘되는 의상은 필수였다.
"응?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인기척이 느껴진 것 같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이 창고 안에는 자신 혼자 밖에 없었다.
"잘못 들었나."
남자는 별생각 없이 초록색 점프슈트와 기괴하게 생긴 가면을 착용했다.
남자가 옷을 다 입고 몸을 푸는 사이, 창고 안에 전등이 꺼졌다. 밖에서는 총소리와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제 시작인가?"
도넛의 임무는 내부에서 경비들을 제압하고 인질들을 포획하는 일이 끝날 때까지 창고에서 폭탄을 지키는 것.
가끔 그렇고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마스터의 앞에 서 있을 경우 느낄 수 있는 기분인데, 그것과는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섬찟한 느낌 도넛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안녕?"
"어..어!!! 시"
천장에는 얼음을 된 구조물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윤서아와 김시우가 숨어 있었다. 김시우는 위에서 내려오며 남자의 턱을 가격했다.
단 한 방에 쓰러지는 도넛, 김시우는 기절한 도넛의 배를 한 번 더 찼다.
"안구 테러를 하고 있어, 뒈지려고."
"정말로 테러가 일어난 거야..?"
"밖에 소리 들리지?"
"응.."
밖에는 총소리가 연달아서 들려왔다. 이미 경비들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리될 게 분명했다.
"테러리스트, 그리니까 빌런들이야."
"빨리 나가서 도와야 해.."
김시우는 어제 윤서아에게 부탁해서 남자가 들어오기 전부터 창고에서 대기하던 중이었다.
층마다 숨어 있는 빌런들을 한 번에 제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인질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상자가 늘어났다.
그러니 한쪽에 인질들이 모여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길이었다.
‘경비 요원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김시우는 모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찾지 못했다.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어?"
"...알았어"
윤서아는 사람들의 비명에 마음이 불편해지긴 했지만 참기로 했다. 분명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폭탄은 어떻게 할 거야..?"
"내가 알아서 할게, 입구 좀 확인해 줄 수 있어?"
"응.."
김시우는 미리 챙겨둔 가방을 꺼냈다. 윤서아의 사각지대 쪽에서 가방에 폭탄을 하나씩 넣는 척하면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공간 가방이야..?"
"응, 하나 챙겨 왔어."
김시우는 모든 폭탄을 인벤토리에 넣고, 다음으로 검을 꺼내 들었다.
'기다려라. 복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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