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42화 (42/235)

〈 42화 〉 042 운명의 저울 (4)

* * *

***

[ 6단계를 시작합니다. ]

한참 집중하며 표적들을 노려보던 윤서아는 갑자기 울리는 알림 소리에 눈을 돌렸다.

"10분 전.."

윤서아는 들뜬 표정으로 뒤로 이동했다. 허공에 하얀색 원판에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표적들이 허공을 지나가고 있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무런 미련 없이 리모컨을 들어서 연습 모드를 종료했다.

[ 마법 클레이 사격 모드를 종료합니다. ]

10분 후, 강민지와 김시우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각, 윤서아는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력포션은.. 미리 먹을까?.."

김시우와 강민지를 번갈아 가면서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력을 채워두는 게 좋았다.

평소라면 마력이 탈진되기 직전까지 혼자서 훈련하는 게 윤서아의 일상이었다.

마력 탈진까지 가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탈진 바로 직전까지 마력을 사용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아무리 힘들고 지겨워도 언제나 멈추지 않고 매일 해오던 일이었다.

힘든 건 버틸 수 있지만, 외로운 건 버티기 힘들었다. 외로운 느낌이 들면 더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렇게 매일을 보내던 중, 강민지와 김시우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김시우의 항마의 능력을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 김태환이 가지고 있던 능력, 모든 걸 정화할 것처럼 청아하고 깨끗하게 타오르는 푸른 빛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남들과 달랐다. 윤서아의 압도적인 무력을 경험하고서도 태도의 변화가 없었다.

남들처럼 질투나 시기를 하지 않았다.

선망의 시선으로 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평범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모습.

대련에서 몇 번이고 패배해도, 꺾이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드는 모습.

'김시우는.. 자꾸 놀리고..'

지금까지 윤서아를 그렇게 대해준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과 함께 있으면 즐거웠다.

두 사람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체되어 있던 자신도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안 질 거야.."

다이아 트레이닝 룸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윤서아의 동행이 필요하다.

매번 윤서아가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두 명이 아래 도착하면 연락하는 게 보통이었다.

"5분..?"

이상하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자꾸 시계를 쳐다보는데, 시간이 오늘따라 잘 가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후, 드디어 약속한 시각이 되었고 윤서아는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다.

"..."

평소라면 울려야 할 스마트 워치가 울리지 않았다.

"..."

조금 늦을 수도 있으니 윤서아는 계속 기다렸다. 그렇게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윤서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스마트 워치만 확인했다.

"내가.. 전화해야 할까?"

그때 진동을 내는 스마트 워치를 윤서아는 서둘러서 확인했다.

[ 김시우 : 미안 서아야, 오늘 일 생겨서 우리 둘 다 못 갈 거 같아, 늦게 연락해서 미안해 ]

"..."

윤서아는 침울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급한 일이 생긴 거겠지.."

윤서아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시 리모컨을 조작했다.

***

이 앞에 강민지와 함께 은행으로 달려갔지만, 결국 장모님은 구하지 못했다.

그때 강민지가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 저 새끼들을 다 죽여버릴 거다.

"어디 가는지도 안 알려주려고 하네"

민지랑 같이 이동하며 동선을 파악하려 했지만, 끝까지 혼자 가려 해서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은행으로 가고 있다.

은행에서 테러가 일어난다고 말해도 믿기도 힘들 거고, 내가 회귀능력이 있는걸 민지에게 말해야 할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당장은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정보부터 모으자.'

이곳의 있는 스타드 은행은 규모가 큰 은행으로, 이 건물이 통째로 은행 건물이었다.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부터, VIP, 그리고 기업이 이용하는 증권사가 모두 각 층별로 분리되어 있다.

돈만 내면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대여 금고도 있었는데, 작은 금고부터 대형 금고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보안은 괜찮긴 하지’

나름 F~E급 헌터들이 경비로 일하고 있고, 소개 글을 찾아보니 각 금고마다 결계가 설치되어 있다고 되어있었다.

'즉, 금고를 강제로 열려면 시간이 소요되고..’'

시간이 끌리면 자연스럽게 경찰이 달려온다.

주변에 포탈도 있으니 대테러 부대도 빠르게 올 수 있고 금고를 털어서 도망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영화에서는 인질로 협상해서 도망치던데….'

놈들은 협상도 하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은행을 폭파했다. 결계를 깨기 위해 폭탄을 썼다고 하기에는 폭탄의 수가 너무 많았다.

바보같이 실수를 했을 리는 없을 것이고, 은행 자체를 폭파한 이유를 모르겠다.

돈이 목적이었으면, 그럴 이유가 있었을까?

"자살하려는 것도 아니고."

폭발의 위력을 생각하면 본인들의 안전도 장담하기 힘들었다. 검은 복면을 쓴 놈이면 몰라도 나머지 인원이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흠..."

일단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정보를 수집하는 게 먼저였다.

생도복은 너무 눈에 띄기에 적당히 단정한 옷으로 입고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은행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의 인테리어였지만,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다른 은행과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였다.

번화가에 있는 커다란 은행에, 점심시간이 겹치다 보니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아직 민지는 안 온 건가?'

윤서아와 만나기로 한 시간을 생각하면 테러가 일어나는 시간에 강민지가 은행에 남아있는 게 이상했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민지가 일부러 늦게 갈 리는 없고, 다른 볼일을 보고 오는 건가?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이제 15분 정도 남았나?’

테러가 일어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15분, 너무 일찍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은행을 둘러보면 수상하게 생각할까 봐 일부러 일어나기 직전에 들어왔다.

이용자는 많았지만 수상한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수상한 사람은 자꾸 쳐다보는 여자들이지만, 강도들로 보이진 않았다.

'생도복 입고 왔으면 장난 아니었겠는데?'

생도복을 입고 왔으면 지금보다 쳐다보는 게 더 심했을 거다.

존잘남으로 살면 잠복수사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건가.

일단은 시선을 피해 구석으로 이동했다. 남은 시간을 생각했을 때, 이 중에는 테러리스트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저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

사람들을 확인하던 중, 귀여워 보이는 여자애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

"저기.. 오빠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꽤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지만, 민지에게는 한참 부족했다. 그래도 이렇게 귀여운 여자애가 먼저 다가와서 그런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전에는 이런 일은 없었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왔다.

최대한 부드럽게 웃으면서 거절했다.

"네 있어요. 미안해요"

"아니예요! 사과 안 하셔도 돼요!! .. 그 이거라도 마시세요! "

캔커피 하나를 건네 주고는 총총거리며 자리를 피했다.

__저 오빠 연예인인가?

__와 진짜.. 웃을 때 심장 멎는 줄~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급한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일단은 커피라도 마시며 안정을 찾으려고 했는데, 캔 커피에는 작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귀여운 글씨체로 연락해 달라는 말과 함께 번호가 적혀 있었다.

'쟤들은 테러에 휘말리지는 않겠지?'

저런 애들도 태러에 휘말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내가 최우선시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장모님하고 민지가 먼저야'

혹시 주변에 장모님이 일하고 있지는 않을까 주변을 찾아봤지만 은행 창구 사무원 중에는 장모님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 일하시는 건가?'

이 시간까지 강민지가 들어오지 않은 걸 보면, 아마 위층에 같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둘이 같이 있는 건가?'

점점 다가오는 시간, 곧 놈들이 등장할 순간이었다. 그때 운명적으로 뚱뚱한 체격의 남자가 청소부 복장을 입고 들어왔다.

'저 체형.. 분명히 봤는데?'

검은 복면과 만나기 전에 쓰러트렸던 남자 중에 좀 뚱뚱한 사람이 있었다. 딱 저정도 크기와 비슷했던 기억이 있다.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일단은 저 남자를 따라가기로 했다.

놈은 화장실을 지나 구석으로 들어갔다.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곳에 위치한 창고, 청소용품이 보관하는 장소 같았지만, 왠지 수상했다.

거기에 주변을 살피며 한쪽 귀에 무선이어폰을 꽂는 남자의 행동은 테러가 일어날 걸 미리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모든 게 의심스러워 보였다.

'딱 봐도 수상한데?'

그냥 본능적으로 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놈은 아무것도 모르고 창고의 문을 열었다.

'창고.. 저기에 폭탄이 있나?'

나는 문이 열리는 순간 놈에게 달려들었다.

놈의 정체를 확신할 수 없었기에 기절시킬 목적으로 놈의 목덜미를 손날로 쳤다. 일반인인 걸 생각해서 위력도 신경 썼다.

"으악!!!"

놈은 비명만 지를 뿐 기절하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그냥 쓰러지던데!'

역시 기술이 필요한 행위였던 것 같다. 나는 놈이 소리를 지르기 전에 주먹을 들어 올렸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턱을 계속 때리자 남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깔끔하게 한방에 쓰러트릴 생각이었는데 몇 번이나 때린 건지 모르겠다.

‘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나?’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남자를 끌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청소 물품 뒤 천막으로 가려진 물건이 있었다.

"빙고"

천막을 치우자 나타난 수많은 마력 폭탄, 마력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2중으로 보안을 유지해 둔 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초록색 점프슈트와 괴상한 가면. 놈들이 확실했다.

"폭탄..."

수많은 마력 폭탄, 이게 한 번에 터지면 결과는 뻔했다. 놈들을 잡아도 이 폭탄이 터지면 무의미했다.

"혹시 인벤토리에 들어가나?"

나는 폭탄 하나를 들어 올려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러자 손 위에 있던 폭탄이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오케이.. 좋아"

나는 아까 이어폰을 꽂은 게 생각나서 쓰러진 남자의 귀에 있는 이어폰을 뽑았다.

뚱뚱한 남자는 너무 세게 때렸는지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 빌런이니까 상관없겠지?"

이어폰을 귀에 꽂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 도넛! 왜 갑자기 말이 없지? 도넛?"

도넛이라, 남자와 잘 어울리는 호칭이었다.

'어떻게 하지?'

아무 말이 없으면 의심할 게 분명했고, 말을 해도 이변을 알아차릴 게 분명했다.

"..."

상대방의 말이 끊겼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상대방이 입을 열었다.

"너 지금 듣고 있구나.”

“...”

“너 누구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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