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038 아카데미 여름 방학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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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음식 맛있지 않나요?"
고개를 돌렸을 때는 포근하게 웃는 이다은이 옆에 서 있었다.
"응, 이런 음식들 처음 먹어봐"
"아 정말로요? 가격대가 저렴한데 음식 맛이 괜찮아요, 해산물 좋아하세요?"
이다은에게는 이 정도가 저렴한 건가, 솔직히 옛날 같았으면 화가 났을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정말로 가난할 때는 옥수수 가루에 정육점에서 뒷다리 살과 비계를 넣은 옥수수죽으로 끼니를 때웠다. 탄단지를 다잡은 영양식으로 꽤 나쁘지 않은 음식이다.
'그때 정육점 아저씨가 비계를 많이 줬었는데, 지금은 잘 지내실까?'
지금은 뒷다릿살이 옛날보다 오르긴 했지만, 그때는 정말 쌌다.
그러다 옥수수죽이 질리면 크림 수프 분말을 사서 먹거나 즉석 미역국을 먹어도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채소가 필요하면 콩나물이나 양배추를 사 먹었다. 그나마 싸게 먹을 수 있는 채소들이다.
'그리고 부족한 영양소는 종합 비타민으로 채우는 거지'
쇈트룸 어덜트 종합 비타민을 해외에서 구매하면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더 싸게 먹을 수 있다.
저렇게 먹으면서 종합 비타민을 챙겨 먹으면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네'
참 힘든 시절이었다.
물만 넣고 끓이면 완성이라 귀찮을 때는 가끔 먹긴 하는데, 초심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저번에 윤서아랑 강민지가 집에 놀러 왔을 때 내 이야기를 듣고 경악하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대접하려 했는데, 본인들이 알아서 주문시켜 줬었지.
'아카데미에 들어오면서 참 많은 게 변했지….'
아카데미에 들어오면서 집도 빌려주고, 아카 코인도 지급해 줬다. 아카 코인만 있으면 대부분의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성적이 낮아서 많은 아카 코인을 받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밥은 챙겨 먹고 남을 정도로 지급해 줬다.
'보호막 장치 산다고 사치는 못 부렸지만'
편의점 삼각 김밥 하나를 살 때도, 이 돈이면 한 끼 식사할 수 있는 돈이라 걱정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대신 학비가 말도 안 되게 비싸지'
나는 저소득층 유형으로 들어와서 전액을 지원받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아카데미를 다니기 힘들 거다.
'그래서 주변에 다들 돈이 많은 건가?'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시우야? 존댓말 해서 그런 거야? 그게…. 아직 안 익숙해서"
"아 미안 다른 생각 좀 한다고"
"그…그래? 혹시 해산물 좋아해?"
"이상한 음식만 아니면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어"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이다은은 까르르거리면서 웃었다.
"시우는 편식 같은 거 안 하는구나…. 나는 편식이 좀 심한 편인데 헤헤"
이다은의 웃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넓은 옷을 입고 있어서 정확한 가슴의 크기는 알 수 없었지만, 꽤 큰 것 같았다.
저런 큰 가슴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따뜻한 느낌이 드는 걸까?, 민지도 겉으로는 툴툴거려도 알게 모르게 많이 챙겨주니 신빙성이 있었다.
'민지보다 클지도 모르겠네.'
직접 만져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호감도가 바닥으로 떨어질 거다.
"저쪽에 해산물이 맛있어!"
"응? 어디 쪽에?"
이다은이 내 옷깃을 잡고는 해산물 코너로 날 끌어당겼다. 이다은을 따라가자 얼음 위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해산물들이 올려져 있었다.
랍스타 부터, 오슬롯, 손질된 새우 등등 보기만 해도 신선한 해산물들이 있었다.
"저쪽에서는 바로 조리해 주는데, 맛이 나쁘지 않아"
이다은이 가리킨 곳에는 새하얀 조리복과 커다란 요리사 모자를 쓰고 있는 쉐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 뒤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바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더 맛있어 보였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설명을 하면서도 옷깃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계속 옷깃을 잡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조심스럽게 놓았다.
"헤헤…."
"알려줘서 고마워"
"응응"
이다은은 세프가 조리한 바닷가재를 받아 빈 접시에 올리기 시작했다. 나도 그 유명한 랍스터의 맛 좀 보려고 접시에 따라서 올렸다.
"서아랑 많이 친해?"
"오늘 많이 맞긴 했지"
"서…서아가 때렸어?"
잔뜩 놀란듯한 이다은의 표정, 나는 표정이 재밌어서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다은은 표정이 풍부한 편이었다, 남들보다 표정의 변화가 더 커서 그런지 어떤 감정인지 얼굴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과장한다는 느낌은 없어서 보기 좋았다.
"서아가…. 그럴 리가 없는데…."
진심으로 당황한 게 느껴졌다. 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오늘 대련했는데, 안 봐주더라"
"아~ 뭐야! 놀랐잖아. 헤헤"
옆에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이런 사람일까,
이렇게 밝은 아이를 침울하게 만드는 강주원은 쓰레기였다. 어떻게 이렇게 착하고 이쁜 애를 가만히 둘 수 있는 거지?
"서아한테 잘해주면 좋겠어, 서아가 무뚝뚝해 보여도 사실은 맘이 여린 애거든…."
'서아가 귀엽긴 하지'
"혼자 있는 게 매번 마음에 걸렸는데,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다행이야!"
포근한 미소로 웃고 있는 걸 보면 왠지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
"친구 아닌데"
"으…응?"
진심으로 당황하는 이다은,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농담이야"
"자꾸 놀릴 거야!"
[ 이다은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잠깐 화를 내고는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서아가 웃는 것 처음 봤거든, 둘이 친해 보여서 다행이야 헤헤"
이다은은 웃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호감도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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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다은
호감도 : 43
성욕 : 0
피로도 24
속마음 : 옛날에는 우리도 저런 모습이었는데…. 주원이가 돌아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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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사이의 호감도가 20 정도로 시작했다.
외모가 올라가면서 높은 호감도로 시작하는 경우가 늘긴했지만, 그래도 43이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호감도가 높긴 하지만, 좋아한다는 느낌은 안 드네'
인간 대 인간으로 좋아해도 연애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 그 이유는 강주원인 게 분명했다. 강주원을 생각하면 침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강주원에 대한 적개심이 일어났다.
'지금도 강주원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둘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강주원 쪽에서 이다은을 밀어내고 있는 건 확실했다.
이렇게 완벽한 여자를 밀쳐내다니, 강주원은 쓰레기가 분명했다.
나는 침울해 보이는 이다은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고민 있어?"
"어? 아니…. 없어"
"표정이 안 좋은데, 고민 있으면 말해. 오늘부터 친구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치…. 친구?"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
나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이다은에게 다가갔다.
50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이다은의 얼굴을 붉히고는 뒤로 물러났다.
"미안.! 친구!, 응 오늘부터 친구지!"
그러면서 웃어넘기려 했지만, 아직 침울한 표정은 그대로였다. 특히 '친구'라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이유는 강주원과 관련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면 내가 해야 할 행동은 간단하다.
"뭐 강주원하고 싸운 거야? 소꿉친구라고 했던가?"
"아냐 아냐! 싸운 적.. 없어…."
강주원의 이름이 나오자 화들짝 놀라는 이다은, 아까보다 동공이 더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런 것 치고는 분위기가 안 좋아 보이던데"
"저… 정말로 괜찮아."
나는 이다은의 옆으로 이동에 웃으면서 말했다.
"서로 도와주는 게 친구지, 고민 있으면 말해. 나 고민 상담 잘하거든."
사실 고민 상담 같은 건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건 대충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면 되는 거 아닌가?
"서로 도와주는 게 친구…."
아직도 망설이는 느낌이 강했다. 첫 만남 때 호감을 느끼고 있어서 쉽게 생각했는데, 꼭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남자니까,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해줄 수 있을 거야."
"아…."
거의 넘어온 느낌이 들었지만, 이곳에서 이야기하기는 힘들겠지. 나는 이다은에게 스마트 워치를 건네주었다.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연락해줘, 친구끼리 도와주고 싶어. 너 표정 엄청 어두워 보이거든."
나는 아무렇지 않게 건네주었고, 이다은은 망설이다가 접시를 내려놓고 번호를 저장했다.
"이…. 이건 내 번호야"
나도 냉큼 이다은의 번호를 저장했다.
'이다은 전화번호를 얻었다.'
"... 그 신경 써줘서 고마워"
"애들 기다리겠다 가자"
"응…. 시우야 헤헤"
적당히 랍스타를 챙겨서 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강민지와 윤서아가, 강주원과 정수아로 찢어져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강주원이 말을 걸긴 했지만, 서먹서먹한 게 눈에 보였다. 중간에서 분위기를 조절하던 이다은이 사라져서 그런 모양이다.
'뭐 강주원이라 해도 솔직히 민지나 서아 상대로는 대화하기 힘들겠지.'
상대방이 안 받아 주는데 강주원 혼자 떠든다고 뭐가 되겠는가, 나는 강주원이 삽질하고 있는 사이에 이다은의 번호를 얻었다.
'이게 바로 일방적인 딜교환이지'
자리에 앉자 강민지가 노려봤다.
"야 왜 이렇게 늦어"
"응? 그 음식들이 내가 다 처음 보는 거라서…."
양심이 조금 찔리긴 하지만, 이다은이 음식을 소개해 주는 걸 듣고 있었으니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강민지는 내 대답을 듣고는 노려보던 걸 멈추고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아냐…. 됐어.. 너 또 그 옥수수 가루 같은 거 먹지 말고 여기서 많이 먹고 가…."
"나름 먹을만 한데.."
나는 이다은이 추천해준 랍스타의 맛을 보았다.
'와… 씨.. 개 맛있다'
그동안 먹었던 게맛살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맛, 호텔 세프들이 직접 구워서 그런지 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통통한 살을 발라서 민지에게 건네줬다.
"민지야 이거 좀 먹어봐"
"야 내…. 내가 먹을게"
민지는 거부하다가 시선이 몰리기 전에 빠르게 받아먹었다. 그리고는 부끄러운지 헛기침을 했다.
"마…맛있네.."
"나도 줘…"
"서아 너도?"
무표정한 게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응"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기울여서 윤서아에게 랍스타를 먹여줬다. 아무래도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다은은 서아를 귀엽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고 강주원은,
'새끼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네!'
적당히 떠들며 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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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 번호도 얻었고, 나쁘지 않네!"
오늘은 알차게 보낸 하루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어제 못한 걸 해볼까?"
나는 여유로움을 느끼며 인터넷에 오늘의 운세를 검색했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입력하면 오늘의 운세를 알려준다.
"오늘의 운세는…."
나는 금전운을 확인했다. 사실 미신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운이 좋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람의 심리이다.
오늘은 뭐든지 잘 풀리는 날,
[ 랜덤 아이템 뽑기 : 57장 ]
"금전운…. 최상"
가챠권을 쓰기 딱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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