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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37화 (37/235)

〈 37화 〉 037 아카데미 여름 방학 (8)

* * *

***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책임지는 은은하게 깔리는 클래식 음악, 거기에 어울리는 여유로운 사람들.

이다은이 우리를 발견하더니 웃으면서 다가왔다.

"안녕~ 서아랑 그리고.. 안녕하세요~"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이다은의 인사를 받아주자 윤서아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서아 너도 여기에 온 거야?"

"응.. 오랜만"

차석이라 수석인 윤서아에게 열등감 같은 게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다은의 표정에서는 그런 걸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마망이라고 불릴만한가?'

"그리고 두 분도 안녕하세요~ 그 김시우 씨하고.. 강민지..? 맞나요?"

"네 안녕하세요"

"어..네 안녕하세요"

"아! 내 정신 좀 봐 저는 이다은 이라고 해요! 그때 양호실에서 두 분을 만났었는데.. 기억하시나요?"

구름 하나 없는 맑은 하늘같은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적의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다은은 적의라고는 하나도 느낄 수 없는 표정으로 강민지에게 말을 걸었다.

"두 분 다 대련 정말 잘 봤어요!"

그런 주제로 시작해서 강민지와 날 칭찬하기 시작했다. 영혼 없는 칭찬이 아니었다, 한 번씩 대련 중에 일어난 일들을 디테일하게 집어 주면서 빈말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으..응 고마워요"

강민지가 윤서아에게는 먼저 다가갔던 상황과는 다르게 이다은이 적극적으로 다가가 강민지의 양손을 잡았다.

윤서아는 매일 반에서 만나지만, 이다은은 이번에 처음 봐서 그런지 낯을 좀 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여린 손으로 그 무거운 걸 끼고 싸우시는 건가요?"

"그렇게.. 무겁지는 않아요"

"저는 몸을 움직이는 게 서툴거든요.. 그래서 근접 딜러분들을 보면 멋있다고 생각해요!"

이다은이 강민지의 표정을 확인하며 부드럽게 계속 말을 걸자 어느 정도 경계가 풀린 것 같았다.

"우리.. 밥 먹을 거야."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것처럼 보이자 윤서아가 이다은에게 말을 걸었다.

"미안해요, 제가 말이 너무 많았네요. 혹시 저희 옆에서 같이 드실래요?"

강민지는 강주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 눈을 보며 노골적으로 싫다는 의사를 보냈지만, 이다은하고 친해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저는 나쁘지 않죠"

내 대답을 들은 강민지가 옆구리를 툭툭 쳤지만 무시했다.

"엣햄.. 서아는?"

"알았어.."

"저 민지 씨는 어떠세요?"

이미 거절하기 힘든 분위기가 만들어진 상황에 강민지도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4인석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곳에 이다은 일행과 우리 일행이 앉았다. 뭔가 숨 막히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강민지는 강주원의 얼굴을 보기 싫은지 강주원이 안 보이도록 강주원과 가장 멀리에 앉아 있었다.

좌석 배치도는 1번 테이블에 강주원, 처음 보는 여자애, 2번 테이블에 나, 강민지.

1번 테이블 맞은편에 이다은, 2번 테이블 맞은편에 윤서아가 앉은 상황이었다.

일단은 우리도 음식을 가져와서 앉기는 했는데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는 불편한 상황이 이어졌다.

옆자리에 앉아서 내 옆구리를 찔렀다.

"야.. 싫다고 했잖아"

"그 상황에서 어떻게 거절해"

"하아.. 진짜"

어색한 분위기가 불편했는지 이다은이 우리를 자신들의 일행에게 소개했다. 적당히 호응하며 서로와 인사를 나눴다.

'쟤도 강주원 소꿉친구인가?'

윤서아와 비슷해 보이는 작은 키, 새침해 보이는 표정이 인상적인 여자아이는 강민지, 윤서아, 이다은과도 외모가 전혀 꿇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여자애들과 비교하면 가슴이 납작했는데, 이름은 정수아. 이다은과 강주원과는 소꿉친구 사이라고 했다.

'잘생기니까 예쁜 여자들이 주변에 많네'

자기 옆에 있는 여자나 신경 써도 모자랄 판에 강민지에게 접근하다니, 역시 얼굴값은 하는 건가?

'마키나 정수아도 운명등급 확인할 수 있나?'

[ S등급입니다. ]

'뭐?'

운명 S등급을 두 명이나 끼고 다니다니, 역시 운명 S등급은 달라도 다른 건가?

'그나저나 소꿉친구가 복사가 되는 건가?'

[ 소꿉친구가 복사가 된다는 게 무슨 의미 입니까? ]

'그런 게 있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정수아도 연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다은도 건드리지 않은 것 같으니까, 정수아도 똑같지 않을까?

강민지처럼 남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내 감으로는 연인 사이는 아닌 느낌이야.'

강주원에게 호감은 있어 보이지만, 그뿐이었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보이네'

처음부터 호감이 있어 보이는 이다은과는 다르게 정수아는 완전히 남이었다. 처음 통성명을 할 때 빼고는 별 반응이 없었다.

"쟤가 그 김시우라고?"

"수아야!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적당히 통성명이 끝난 후에는 자신들의 일행끼리 대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강민지가, 저기서는 정수아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기에 어느 정도 타협한 느낌이었다.

'미묘하네'

가끔 한 번씩 이쪽에 말을 걸고 지나간다. 이다은이 자꾸 힐끔힐끔 보는 느낌이 들었고, 강주원은 보기도 힘든 강민지를 자꾸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서는 보기도 힘들 건데 애쓰네'

그럴수록 철벽 여왕 강민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아 맞다! 서아야 그러고 보니 이번에 대련에서가 첫 패배였지?"

적당히 놀리는 느낌의 어조로 말했다. 그래도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다.

"내가.. 더 강해"

윤서아의 귀여운 대답에 이다은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쳐서 나도 생긋 웃어주었다.

이다은은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돌리더니 윤서아에게 다시 말했다.

"...그.. 그렇지, 어때 서아야 패배한 기분이?"

"내가.. 더 강하니까.. 상관없어"

"그래그래, 네가 최고야 서아야"

"약골…. 히히"

윤서아의 귀여운 반응에 다들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도 얼어붙었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서로 동갑이니까 말 편하게 할까요?"

갑자기 싸늘해진 분위기, 나는 당황하는 이다은을 도와줬다.

"알았어! 다은아"

"아.. 네! 고마워요. 시우야!"

"하나만 하지 그래?"

"아.. 미안 헤헤"

이다은이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사랑스럽게 웃었다.

이다은도 내 여자로 만들기로 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서 히로인들을 공략해야 한다. 아직 히로인 창에는 강민지밖에 등록하지 못했으니까.

옆에서 강민지가 따가운 시선을 보냈지만 무시했다.

[ 강민지의 호감도가 하락했습니다. ]

호감도 1~5 정도는 오르락내리락 했다. 나중에 진득하게 안아주면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거다.

'이건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야.. 네가 이해 좀 해줘 민지야, '

[ ..하아, 사용자의 방식을 존중하겠습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풀리자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주로 말을 하는 건 이다은 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전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도 호응하기 시작했다.

다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만큼,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아카데미에 대한 거로 넘어갔다.

대한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시험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정수아도 입을 열었다.

"필기시험에 나왔던 문제 있잖아. 19번 문제였나 그건 정답이 뭐였어?"

19번 문제면, 마기 농도가 178Bq/kg로 측정되는 환경에서 D 랭크의 헌터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얼마인지 계산하는 문제였다.

지독하게 반복했던 문제라 잘 알고 있는 문제였다. 당연히 외우고 있었다.

"D 랭크의 경우 오성 마력 측정기로 측정 시 20~30대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 걸 의미해, 여기에 체력 수치를 곱하고 마기 농도로..."

[ 정수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 이다은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 강민지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술술 답이 나와서 그런지 다들 호감도가 상승했다. 강민지의 호감도가 다시 원상 복귀 되었다.

'윤서아 빼고는 다 호감도가 상승했네?'

호감도가 동일하게는 오르지 않는다. 각자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알려줘서.. 고마워"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

정수아가 새침하게 대답했고 이다은이 작게 손뼉을 쳤다.

"아 맞다! 보니까 서아랑 시우가 필기 1등이었지?, 나는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려버렸어~"

그렇게 즐겁게 대화하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갔다.

'하긴 이해는 가지'

한두 명도 보기 힘든 비주얼인데, 그런 인간들이 6명이 모여 있으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연예인보다 뛰어난 미녀 4명이 모여있으니까,

'나도 나쁘지는 않고, 저 새끼는 그래도 기생오라비 같이 생겼으니까.'

강주원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는데, 또 그게 외모와 만나니까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면서 여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래도 나 정도면 안 꿀리지'

뭐 나도 꽤 많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 나머지 인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았는데, 나는 생각보다 불편했다.

그러다가 민지를 몰래 보던 강주원과 눈을 마주쳤다.

'민지는 안 넘어가'

나는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사각에서 강민지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강민지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옆구리를 쳤다.

"너.. 죽을래!"

강민지는 귓속말로 속삭였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뒤로 물러났다. 그 뒤로 몇 번 투덕거리고 있자 이다은이 말을 걸었다.

"두 분은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도 아는 사이였어?"

"으응? 내가 이런 놈이랑 아는 사이일 리가 없잖아.."

"그냥 파트너라서 친해진 거야"

내 대답을 들은 이다은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좋겠다. 나도 주원이랑 파트너면 좋겠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다은아"

"그러게.. 아쉽다"

"둘 중 하나만 될 거면, 안되는 게 나아!"

저 3명도 꽤 친해 보였다. 그렇게 서로 대화하던 중 강주원이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때는 미안했어."

이전의 감정적이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 평소의 시원시원한 성격답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는 먼저 사과했다.

"하아... 괜찮아"

"다시 한번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

"무슨 일.. 있었어?"

강민지는 마지 못해 강주원의 사과를 받아줬고, 다음은 나에게 사과했다.

"그때 대련에서 지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미안하다 김시우"

"그래. 별로 기분 안나빴어"

나도 강주원에게 속으로 미리 사과했다. 이다은과 정수아를 가지고 싶어졌으니까.

"뭐야? 주원이 너 무슨 잘못 했어?"

"하하~ 수아야 그게.. 내가 대련에서 지고 실수했거든.. 그 정말로 미안해!"

"알았으니까 사과 그만해.."

강민지는 쏘아붙이듯 말하자 정수아가 잠깐 노려보긴 했지만, 아주 잠깐 이었다.

그 뒤로는 인싸 답게 강주원도 적당히 대화에 참여했다.

그래도 당한 게 있어서 그런지 강민지에게 성급하게 다가오는 경우는 없었다.

철벽 여왕 강민지가 넘어갈 일은 없으니까. 나는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다.

나는 음식을 다 먹어서 리필을 하기 위해 일어났고, 우연히 이다은이 다음으로 일어났다.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담고 있다가 보니 이다은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기 음식 맛있지 않나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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