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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33화 (33/235)

〈 33화 〉 033 아카데미 여름 방학(4)

* * *

***

문을 열자 강민지와 윤서아가 들어왔다.

윤서아는 뭐가 그리 신기한지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야 김시우 괜찮은 거야?"

"괜..찮아"

고통 때문에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떨렸다.

고통 내성 스킬을 올려서 죽을 것만큼 아프지는 않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버틸 만 하다.

내 상태를 확인한 강민지는 더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윤서아는 그러거나 말거나 방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원룸이라 볼 것도 없는데, 확인을 끝낸 윤서아가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방이 너무 작아,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

"...이정도면 좋은 곳인데.."

이것보다 더 한곳에서도 살아 봤다. 바퀴벌레가 나온다거나, 변기와 주거 공간이 함께 있는 곳이라던가, 여기가 그리 넓은 건 아니지만,

깨끗한 시설과 나름대로 풀옵션으로 가구들도 제공해줘서 이 정도면 내가 살아 온 곳들 중 좋은 곳으로 베스트에 들어간다.

"...그렇구나"

윤서아는 뭔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이게 금수저?'

"야.. 김시우 그러고 있지 말고 누워있어, 너 지금 금방이라도 죽을 거 같은 표정이니까."

강민지가 이렇게 걱정해 주다니,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침대에 눕자 윤서아가 다가왔다.

"서아야.. 김시우 괜찮은 거야?"

그때 강민지에게 했던 것처럼 내 몸에 손을 올렸다. 나와 강민지는 흠칫 놀랐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음... 마력이 불안정해.."

원거리 공격을 주로 하기 때문인지 손에는 굳은살 하나 없이 부드러워 보였다.

딱히 날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가?

"..."

윤서아의 서늘한 마력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력 기관에 들어오는 이질적인 기운,

내 마력이 윤서아의 마력에 거부감을 느끼고 밀어내려 하자 윤서아는 그걸 그대로 가만히 두었다.

그렇게 천천히 내 마력과 동화되는 윤서아의 마력, 여전히 서늘한 기운 때문에 무언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열기가 식는 기분과 함께 폭발할 듯 요동치던 마력들이 일단은 마력 기관의 중심지에 모여들었다.

"그때 보다.. 마력이 늘었어.."

상태를 확인한 윤서아는 저번처럼 흥미로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통로는 좁은데.. 마력이 너무 많아"

좁은 마력 회로를 대량이 마나가 지나가려 하면서 생기는 고통.

'2단계나 상승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스텟을 한 번에 올리지 않았다.

"가끔 있는 일이야.."

"서아야.. 김시우 괜찮은 거야?"

"고통은 심하지만..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

"하아.. 야 찐따! 몸 관리 똑바로 안 할래!"

머쓱한 표정으로 강민지를 보고 있었는데 윤서아가 갑자기 구석으로 가 들고 온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딱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을 이쪽으로 가져왔다.

"응?"

"마셔.."

무심한 표정으로 건네준 포션을 받아 들었다. 영롱한 색깔과 고급스러워 보이는 문장이 새겨진 병.

'아무리 봐도 한두 푼 하는 게 아닌데?'

"이걸.. 나보고 마시라고..?"

"응"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이런 걸 선뜻 받아도 되나 망설여졌다.

'윤서아는 동등한 사람을 원하니까... 이런 모습은 감점이다.'

윤서아를 공략하려면 윤서아와 대등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힘도 재력도 뭐 하나 윤서아보다 나은 게 없지만, 어차피 남자와 여자의 관계 아닌가.

이제 외모도 나름 나쁘지 않고, 마키나 시스템을 얻었으니 돈도, 재능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뭐 받고 잘해주면 되는 거지'

"고마워.."

포션을 받으려는 했지만 윤서아가 병을 살짝 뒤로 뺐다.

"대신에.. 방학 동안 계속 대련해.."

"알았다.. 알았어.."

얼마나 시달리게 만들려는 건지 벌써 불안해졌다.

'나쁜건 아니지'

이미 현역 헌터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 받는 윤서아와 계속해서 대련할 수 있다?

그것 만으로도 이득이라 할 수 있었다.

'...이게 기둥서방 체험판?'

갑자기 윤서아의 뒤에서 후광이 비추는 느낌이 들었다.

좀만 친해지면 다 퍼주는 타입인가?

'이게 클래스 차이?'

괜히 자격지심 느낄 필요 없다. 나는 앞으로 더 강해질 거니까.

나는 힘겹게 일어나 윤서아가 건네준 포션을 들이켰다.

부드러운 목 넘김과 상쾌한 느낌 몸 전체에 활력이 도는 느낌이 들었다.

[ A급 엘릭서를 섭취하셨습니다. ]

[ 신체 재생력이 급속도로 상승합니다. ]

[ 대부분의 상태 이상 및, 질병이 치료됩니다. ]

[ 영약 흡수율이 높을 경우 일부 스텟이 상승합니다. ]

'...? 뭐 엘릭서라고?'

엘릭서는 듣기만 들어 봤다. 회복 포션의 끝판왕으로 알려진 고가의 물건, 등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긴 하지만 A급이면 못해도 수십억의 가치는 있는 물건이었다.

'와…. 씨 서아야 사랑한다!'

윤서아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서 대련해야 할 판이었다.

체내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마력 회로가 찢긴 상처들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 좀.. 아플 거야"

"응..? 으..억!!"

윤서아가 다시 내 몸에 손을 올리고는 내 마력을 이끌기 시작했다.

좁은 통로에 억지로 마력을 밀어 넣으며 늘리기 시작했다.

회로가 찢기는 즉시 엘릭서의 약효로 회복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이전보다 더 튼튼하고 넓은 마력 회로가 남았지만,

'서…. 서아 눈나.. 뒤..뒤질 거 같은데요?'

마력 회로가 넓어지면 장점이 많았다. 더 빠르게 마력을 끌어올리는 건 물론,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마력이 향상하는 만큼 더 강한 공격이 가능해진다.

마력의 총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강한 공격을 반복하면 금방 마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있었지만,

그건 본인이 조절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마력 회로가 넓고 튼튼해 지면 장점밖에는 없다. 단지,

고통이 너무 심해서 문제였다.

'시발!!!!!! 무..조건 버틴다!.. 고통 내성 스킬을 올려줘!!!'

[ 아.. 알겠습니다! ]

상태창을 조작할 수 없어서, 마키나 에게 부탁했다. 계속해서 소모되는 포인트.

'사이 이발!!!!! 윤서아 이 악마!!!!'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버텼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남아있던 운명 포인트 70P가 20p로 변해 버렸다.

[ 고통 내성 : MASTER

고통에 대해 매우 강한 내성이 생깁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강한 충격에도 정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계를 넘어서는 통각의 경우 미약한 통각으로 변환됩니다. ]

'고맙워.. 고마운데.. 이건 좀 아니지 서아야?'

언젠가는 올려야 했던 스킬이긴 했다. 그 지옥 같은 고통도 살짝 따끔한 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완전히 차단되어 버리면 움직이는 데 방해를 받을 수 있다.

감각이 있어야 더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하기에 완전히 차단되는 경우는 없는 모양이다.

'한계를 넘은 거면... 기절할 정도로 강한 고통인가?'

처음에는 솔직히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 좀 살만해졌다.

나한테 무조건 도움이 되는 행위였다.

'방해하지 말고 가만히 있자'

그렇게 서로의 숨소리만 들리고, 얼마나 지난 건지 알 수 없을 때쯤

"끝...났어..?"

윤서아는 내 상태를 확인 하고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미안.. 그게.."

"야 김시우 괜찮은 거야?"

나는 끝났다는 말과 함께 바로 대짜로 뻗어 버렸다.

옷은 물론이고 침대도 땀으로 온통 젖어 있었다. 축축하고 찝찝해도 일어날 힘이 없었다.

거뭇거뭇한 노폐물이 보이고 두 팔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

확실히 몸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 잘 버티길래 너무 무리했어.."

"..."

윤서아도 이 정도로는 할 생각이 없었는지 미안한 표정이었다.

적당히 아프다고 했으면 거기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하고 진행했을 건데 너무 잘 참아서 생긴 문제 같았다.

어차피 늘려야 하니, 내가 버틸 수 있는 수준에서 늘린 거고.

내게는 고통 내성이 있어서 내가 너무 잘 참은 거다. 일종의 사고라고 할 수 있었다.

"됐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가 고맙지"

"미안.."

"사과 안 해도 된다니까? 오히려 도와줘서 고마워"

사실 수십억 대의 엘릭서도 건네주고, 마력 회로도 무상으로 늘려준 거다.

나는 받기만 했다는 말이다.

[ 윤서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윤서아 호감도도 얻고, 마력 회로도 더 튼튼해지고 일석 이조다.

시계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이었다. 몇 시간 동안이나 집중한 탓에 윤서아도 땀으로 젖어 있었다.

마력의 영향으로 하얀색 머리카락과 푸른색 눈동자, 거기에 젖은 셔츠로 살짝살짝 보이는 속옷.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꽤 매혹적으로 보였다.

'윤서아도 탑급 외모니까. 당연한가?'

얼굴만 따진다면 강민지나 윤서아나 취향 차이기 때문에 둘 다 누가 더 우수하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몸매는 강민지가 압승이지만'

"그래서 이제는 괜찮은 거야?"

윤서아를 쳐다보고 있던 중 강민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지 모르게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 질투라도 하는 건지 조금 짜증이 섞여 있었다.

'서아를 너무 대놓고 보긴 했나?, 강민지도 질투를 하긴 하는 구나.'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앞으로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 좀 힘들긴 한데, 이제는 괜찮아"

나는 내 몸에서 나는 냄새를 확인해 봤다. 불쾌할 정도의 냄새가 나는데도 아무 말 안 한 건가?

'민지야 그렇다 쳐도, 윤서아는 의외네?'

무심해 보여도 나름대로 배려심이 깊은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침대 위는 이불이고 시트고 할 것 없이 완전히 더럽혀져 있었다.

이렇게 되면,

"오늘은 찹쌀떡 못 먹겠네"

"찹쌀떡?"

윤서아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고, 강민지가 갑자기 옆에서 소리쳤다.

"뭐…. 뭐라는거야!"

나는 킥킥거리면서 강민지를 놀리려고 일어났다가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아직 정상은 아니네'

"괘..괜찮아?"

***

"엘릭서가 좋긴 좋네"

마력 회로를 늘린 후유증으로 며칠은 더 회복 기간을 가져야 될 거라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상태창을 열어보다 보기만 해도 뿌듯한 수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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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김시우

근력 : 32

체력 : 24 +(10)

민첩 : 32

정력 : 46

마력 : 47

내구성 : 36

[ 스킬창 ]

남은 포인트 : 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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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C­급 헌터급은 되는건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끌어올리는 그 즉시 반응하는 마력, 손끝에 순식간에 푸른 불꽃이 생겨났다.

"이전보다, 몇 배는 더 빨라졌어."

엘릭서 덕분에 스텟도 왕창 상승했고, 윤서아의 도움으로 회로가 튼튼해지면서 마력 효율과 반응속도가 말도 안 되게 상승했다.

윤서아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전에.."

더 강해진 몸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나는 익숙한 방의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접니다. 교수님"

"... 들어오세요"

어딘지 모르게 상기된 목소리를 들으며 강민아 교수의 방으로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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