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028 학기 마무리 (7)
* * *
***
둘의 탐색전이 시작되었다. 누구하나 먼저 움직이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거리가 짧은 강민지가 먼저 다가오는 게 맞았지만, 양팔을 양옆으로 세우고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대치가 이어지고, 강주원이 먼저 움직였다.
"후우.. 그럼 공격할게".
강주원은 수업때 김시우와 대련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저 커다란 건틀릿으로 김시우의 검을 빼앗고 공격하는 건 많이 봐왔다.
'그것만 조심하자!'
강주원은 강민지에게 손에 잡히는 걸 조심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강주원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강민지의 가드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더 신체 능력이 좋아 보였다.
'이.. 이정도 였나?'
김시우의 포션을 먹어서 신체 강화가 된 상태였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강주원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강주원이 방심할때 마다 날아 오는 주먹, 아직 유효타가 터진건 아니지만, 이대로는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제대로 해.."
강민지가 강주원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하하.."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민지는 점점 자신의 검술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시간이 끌려서 좋을게 없어 보였다..
'가속 능력을 사용하자.'
강주원의 고유 능력을 사용했고 중간 중간 한 탬포씩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걸로 강민지 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강민지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쓰러질 것이다.
'그..그렇게 생각했는데'
강주원의 생각과는 다르게 강민지는 강주원의 가속 능력에 침착하게 대응했다.
갑작스럽게 움직임이 빨라져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럴수록 조급함을 느꼈다.
‘진정하자. 그래도 내가 유리해..'
큰 손상은 아니지만 강민지의 보호막은 조금씩 피해를 받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판정승이다.
'하지만..'
자신의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강민지의 호흡은 떨림이 없어 보였다.
숨을 돌리려 하면 무섭게 달려들어서 공격을 날렸다.
'이대로는 안돼.. 한방을 노리자'
강주원은 체력이 떨어지기 전 경기를 끝내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가속능력 까지 사용하자 순식간에 거리가 멀어졌다. 강민지가 달라붙기 전 마력을 모아 승부를 볼 생각 이었다.
모든 마력을 끌어 모은다.
수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동작.
마력이 점차 두 다리에 모여들기 시작하고, 몸을 숙여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까지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끝을 낼 생각이었다.
본인조차도 자신의 몸을 제어할 수 없으니, 강민지가 반응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미안하다. 민지야!’
그렇게 강민지가 다가오기 전, 자신의 몸을 총알 처럼 쏘았다.
그순간.
'..?'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강민지가 가드를 내렸다.
'공격을 포기하고 피할 생각인가?'
강민지의 속도로는 강주원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끝났어!'
강주원이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 강민지의 오른쪽 주먹이 뒤로 움직였다.
마치 무언가를 장전하는 듯한 자세.
'공격을 할 생각인가?'
분명 강주원의 속도가 더 빠르다. 거기에 강민지의 팔보다 자신의 검이 더 길다.
'이미 늦었어 민지야!'
당황하지 않은 채 노려보는 강민지를 보고 있으면 불안감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강민지는 침착하게 오른팔을 움직였다.
분명 강주원의 속도가 더 빠르지만, 강민지의 준비 자세는 너무나 간결했다.
마력을 모으고 주먹을 뻗는다.
스트레이트 펀치
그 주먹 끝에는 엄청난 양의 마력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강주원이 날아가는 순간 주먹이 폭발하는게 보였다.
'멈출 수 없어!'
강주원 역시 회피할 수 없는 상황, 강주원의 선택은 공격이었다.
그도 모든걸 끝내기 위해 마력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강민지와 강주원의 치킨게임(chicken game)이 시작되었다.
두 명의 운전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돌진하면서 계속 달릴 것인지, 핸들을 돌린 것인지 결정하는 게임.
하지만 두명의 참가자는 이미 핸들을 뽑아버린 상황이었다.
피한다는 선택지는 없는 둘의 격돌은 이미 예정된 일이다.
그럼 이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한가지였다.
그럼 누가 더 빠를 것인가?
그렇게 두명이 격돌했다
"핵펀치!!!!"
"으아아아!!!!!"
강민지의 주먹이 폭발하며 강주원을 덮쳤고, 강주원의 검은 강민지를 꿰뚫었다.
***
콰과광!!!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서로가 단 한방의 일격에 모든걸 쏟아 부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엄청난 폭발음에 모두가 귀를 막고 있었다.
연기가 대련장을 뒤덮어서 보이는게 없었다.
"아.. 씨"
무슨 운명의 짝궁도 아니고, 이런 것 까지는 따라할 필요가 없었다.
'강민지 무사해야 될건데..'
연습에서 봐왔던 핵펀치와는 차원이 다른 일격.
오직 비장의 한수를 위해서 폭발 능력도 사용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날린 공격.
효과는 확실했다.
"나 먼저 나간다!"
"어.. 어.."
당황한 윤서아에게 짧게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대련장에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폭발하는 순간 발생한 굉음만으로도 그 위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었다.
필살기를 준비했던 강민지 처럼, 강주원에게도 필살기가 있었다.
도저히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속도의 찌르기 공격, 저 정도의 속도라면 분명 강민지가 치명상을 입었을 거다.
__ 뭐.. 뭐가 어떻게 된거야?
__하나도 안보여
여기도 상황판단이 안되는건 똑같은 듯 웅성웅성 거렸다.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나는 사람들을 밀치며 대련장 안쪽으로 이동했다.
멀리에서 보이는 전광판에는 둘의 보호막 상태를 알려주고 있었다.
'0%, 둘다 보호막이 다 날아갔어'
최악의 경우만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
"빨리 치료하세요!!"
의료진과 관계들이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대련장 위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강민지와 넝마가 되어 쓰러져 있는 강주원
"야! 강민지!! 괜찮아?"
"주원아!!"
나와 동시에 맞은편에서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
"..."
나와 눈을 마주친건 이다은, 아카데미의 차석이었다.
우리가 눈을 마주치고 있는 사이에도 치료는 계속 되었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괜찮았는지 강민지가 힘겹게 손을 흔들어 줬다.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력을 생각하면 절대로 저정도 부상으로 안 끝날건데..'
뭔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강민지가 괜찮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하아.."
강주원도 괜찮은지 쓴 웃음을 지으며 이다은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이다은.
‘이다은은 운명 등급이 어떻게 돼?’
[ S등급 입니다. ]
‘S등급이라.. 윤서아랑 같네’
눈을 돌렸을 때는 강주원이 강민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저새끼.. 강민지를 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저건 강민지에게 복수하고 싶다거나, 진게 분하다는 눈빛이 아니었다.
'저새끼 강민지한테 반했나?'
***
강민아는 강민지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하아.."
강민지가 잘못 되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둘이 멀쩡할 수 있는 이유는 강민아의 도움이 컸다.
일대일 대련이 있기전, 학생들의 성적을 바탕으로 보호막의 등급을 결정한다.
등급이 높은 보호막을 사용하려면 교관의 랭크가 높아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한번에 대련을 하는 만큼, 모두에게 높은 등급의 보호막을 걸어줄 수 없었다.
마력도 한계가 있고, 고등급 보호막을 걸 수 있는 헌터들도 제한되어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고등급 보호막을 걸어주면, 50%의 손상을 입히는데 시간이 많이 소모되면서 불편한 상황을 연출 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성적을 바탕으로 보호막의 등급을 결정하는 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성적으로 예측한 결과가 틀릴 수도 있었다.
급격히 성장하면서 성적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한쪽만 우세하다면 우세한 학생 쪽에서 적절히 조절 할 수 있지만, 지금 대결같은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막기위해 대련이 있기전 실기 평가 점수를 공개하면 되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성적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시스템이 접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지도교수의 판단이었다.
'다행이야..'
이전의 성적과 성장세를 바탕으로 둘에게 측정된 보호막의 등급은 C였지만, 강민아는 강주원의 성장세를 생각하면 B급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일까, 강민지가 다치지 않도록 A등급의 보호막을 요구했다.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강민아가 밀어 붙이자 결국 통과되었다.
'둘다.. 이정도 일줄은 몰랐어..'
강민아의 요구로 A급으로 변경된 만큼, 만약 경기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앞으로 그녀의 발언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승부 조작을 한건 아니라서,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녀의 발언에 신빙성이 떨어질 위험성도 있었다.
'보호막 손상치도.. 30%로 줄였는데..'
경기가 너무 길어져 그녀의 평판의 문제가 될까봐 일부로 감지기를 조작해서 보호막이 30%만 손상되도 승부가 나도록 조작한 상황이었다.
생도에 따라서 조작하는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으니, 안전을 위해서 그랬다고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이거 강민아 교수님이 아니면 큰 사고가 발생할뻔 했습니다."
"그..그렇네요"
"역시 예리하십니다. 과연 아카데미 최우수 교수님이시군요"
한호진 교관은 박수까지 치며 강민아 교수를 칭찬했다. 주위의 있는 교관들도 강민아 교수를 칭찬했다.
"장비를 확인할때는 성적보다 강한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A급 보호막 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줄을 몰랐습니다!"
"저도 다 알고 그런건 아니에요.. 호호"
"과연 현장에 있던 분이라 다르시네요"
강민아 교수는 찔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웃으며 넘길 뿐이었다.
"하하 이거 겸손까지 역시 아카데미 최고의 교수님 이십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는게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김시우를 생각하니 더 머리가 아팠다.
스트레스가 쌓이자 그 순간이 생각났다.
'그때만 해도.. 머리가 하나도 안아팠는데..'
김시우의 정액을삼키는 순간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특별한 힘이 있는게 아닐까?
'미쳤어! 미쳤어 그런 더럽고 비열한 놈을 생각하다니!'
그럴수록 스트레스가 쌓였고, 스트레스가 쌓일 수록 김시우의 정액이 생각났다.
'미쳤어!..'
"그나저나 누가 이겼을 까요?"
강민아는 자신의 동생이 이기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그리고 얼마 후 전광판에는 승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강민지..민지 학생이 이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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