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027 학기 마무리 (6)
* * *
***
다이아 트레이닝 룸, 나는 이전 회차에서 생각한 필살기에 관해서 물어봤다.
"필살기?"
"그래, 강주원이 방심한 사이에 한방 갈겨버리는 거야"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그게 갑자기 되겠어? 멍청이야"
고민하는 강민지를 보고 있으면 본인 나름대로 시도는 해본 모양이다. 하지만 잘 안되었던 거겠지
"그게 갑자기 되겠어? 내가 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도 2차 각성했잖아"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완전히 당황한 강민지는 말까지 더듬었다.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내가 각성 사실을 알고 있어서 놀란 모양이다. 사실 나도 강민지의 대련을 보기 전까지 각성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회귀했으니까…. 라고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회귀했다고 말해봐야 믿어 줄 리도 없고, 대련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굳이 시간 낭비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냥 해본 말인데, 진짜로 했어?"
나는 오히려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되물었다. 그러니 오히려 자신이 속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 하긴 했는데.."
"이열 강민지~"
강민지가 쑥스럽게 인정하자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윤서아가 흥미를 보이며 다가왔다. 남에게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또 이런 건 다른 모양이다.
"무슨 능력이야?"
"폭발 능력인데.."
"폭발 능력..?"
졸린 눈에서 눈동자가 커진 윤서아는 강민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서아야?"
"가만히 있어.."
윤서아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강민지는 윤서아의 손길을 조용히 버텼다.
'뭐 하고 있는 거지?'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강민지와 나는 조용히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회로가 불안정하네.."
"응 각성한 지 얼마 안 됐거든"
윤서아의 서늘한 마력이 강민지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강민지는 살짝 한기를 느끼는 듯 몸을 떨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윤서아는 눈을 떴다.
"도와줄까..?"
"응? 뭘 도와준다는 거야?"
"필살기"
윤서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신.. 나랑 대련해"
'하아.. 강민지를 인질로 잡다니'
대련무새 윤서아는 나와 꼭 대련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대련까지 남은 시간도 얼마.. 없고 나보다는 윤서아가 더 뛰어나겠지'
본인이 사용하는 기술과 비슷한 느낌일 테니, 윤서아가 도와주면 금방 끝날인지도 모른다.
그래, 강민지를 위해서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약속했어..?"
"민지나 제대로 도와줘"
"응"
강민지는 우리끼리 주고받는 대화를 보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내 의견은"
"왜 불만 있어?"
나는 강민지에게 들었던 거 그대로 돌려줬다. 그 말을 들은 강민지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하여간.."
윤서아가 강민지에게 다가갔다.
"내 마력에 집중해."
"어? 알았어! 서아야.."
윤서아가 강민지의 몸에 마력을 흘리기 시작하자 차가운 느낌에 놀라는 강민지, 하지만 강민지도 눈을 감고 윤서아의 마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나는 정확하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강민지의 오른손 위에 작은 얼음 결정이 생겨났다.
'마력 회로의 길을 보여 주는 건가?'
"이 느낌에 집중해."
"응.."
윤서아가 마력은 끊은 순간 생겨났던 얼음 결정이 사라졌다.
"한번 해봐. 마력은 조금만"
"지…. 지금?"
"응"
윤서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강민지는 확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 그게 사실 혼자 연습했을 때는 다치기도 했었거든.."
실제로 대련 중에서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본인 보호막이 손상을 입었다.
가만히 맞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억지로 사용한 느낌이었는데 걱정하는 게 이해는 갔다.
'우리 민지 괜히 다치면 안 되는데..'
"날 믿어"
윤서아가 당당하게 말했다. 과장되지도 않은 깔끔한 한마디,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오히려 믿음이 갔다.
아카데미 수석 윤서아가 그렇게 말하자 강민지는 못 이기는 척 아까 윤서아가 시키는 대로 했다. 윤서아는 강민지의 마력 흐름을 보고 있는지 옆에서 도움을 줬다.
"그쪽이 아니야.. 조금 더 천천히.."
"아…. 응"
서서히 강민지의 오른손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하고, 곧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돼…. 됐어!!"
"오.. 가능할 거 같은데"
한 번 만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강민지. 윤서아가 잘 가르쳐 준 걸까, 아니면 강민지가 잘 따라 하는 걸까.
'둘 다 일 수도 있지, 민지의 운명 등급도 A 랭크니까.'
"그 감각 그대로.. 대량의 마력을 한 번에 방출하는 거야.."
"근데 이렇게 연습해도 괜찮을까? 대련까지 남은 시간도 얼마 없는데"
걱정하는 강민지, 마력이라는 건 결국 한정된 자원이다.
간이 지나면 회복되긴 하지만, 대련까지 모두 회복될지는 미지수였다.
"김시우한테 받은 게 있으니까 마력 포션은 그냥 줄게.."
내 포션을 먹은 윤서아가 선심 쓰듯 마력 포션을 가져왔다. 당연히 마력 포션을 먹으면 마력을 회복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한정 가능한 건 아니었다.
"회복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조심해"
"서아야! 고마워!"
강민지가 윤서아를 대하는 태도와 날 대하는 태도가 달랐지만 크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여자랑 남자랑 똑같이 대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그저 둘을 흐뭇한 표정을 보고 있었다.
강민지는 정말로 기쁘다는 표정으로 윤서아를 껴안았고,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윤서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둘이 붙어있으니까 좋네.'
둘이 저러고 있으니까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미녀와 미녀의 조합.
"..."
한창 기뻐하던 강민지는, 초면에 윤서아게게 실수를 한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윤서아에게 물었다.
"아.. 혹시 기분 나빴어? 서아야?"
"...괜찮아"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이 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강민지는 그 뒤로 목각인형에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점점 시전 속도가 빨라지는 게 눈에 보였다. 윤서아가 잘못된 점을 집어주니 금방금방 실력이 늘었다.
대련을 위해 마력을 아끼고 있어서 위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강주원도 분명 당황할 게 분명했다.
그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강주원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고 싶었다.
"민지야"
"하아.. 하아.. 왜?"
"기술명은 핵 펀치야"
"무슨…. 뭘! 촌스럽게 기술명을 정해!"
강민지의 호감도 창을 확인하자, [ 히로인 ] 표시가 된 공간에 빌릴 수 있는 스킬이 새롭게 생겨났다.
[ 핵 펀치 : LV1
주먹에 모든 마력을 담아 내지르는 기술입니다. 전방을 향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히로인 강민지의 기술입니다.
항마 능력을 활성화할 경우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
강주원은 이제 끝이다.
***
강주원은 골드 트레이닝 룸에서 몸을 풀고 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누구지?"
강주원은 얼굴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트레이닝 룸 입구로 이동했고, 거기에는 아카데미 차석 이다은이 서 있었다.
윤서아에게 매번 비교당하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 다은아"
이다은은 강주원의 소꿉친구였다. 이다은은 뒤로 묶은 머리를 흔들며 밝게 웃으며 들어왔다.
"주원아 안녕?"
이다은은 해맑게 웃으며 들어왔다. 부드러운 인상과 얼굴을 가지고 있는 이다은이 미소를 짓자 방안이 화사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 지금 냄새날 건데"
"괜찮아. 운동하면 다 나는 게 당연하잖아?"
단정한 복장을 한 이다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트레이닝 룸으로 들어왔다.
아카데미에서도 손꼽히는 외모와 노출은 없어도 부각되는 몸매와 모성애 넘치는 분위기에 인기가 많은 생도 중 한 명이었다.
비록 차석이긴 하지만, 윤서아 만큼 인지도가 높았다.
"그래도 식사는 거르면 안 돼~"
이다은은 자신이 챙겨온 도시락을 흔들었다. 강주원은 그런 이다은을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매번 고마워.. 이렇게 챙겨줘서"
"아니야, 내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니까"
어린 시절부터 강주원은 이다은과 함께 했다.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는 강주원과 부드러우면서 아름다운 이다은은 남들에게 선남선녀 커플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둘은 친구일 뿐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다.
"역시 맛있네.."
강주원은 매번 자신을 챙겨 주는 이다은을 보고 있으면 자격지심이 들었다.
강주원이 처음부터 가난했던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라 할 수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오히려 강주원이 이다은을 챙기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강주원의 아버지가 친구에게 보증을 잘못 서게 되면서 집안이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하고, 결국 막대한 빚더미에 놓이게 되었다.
"이거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어.. 고마워"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다니던 학교도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다.
외모 덕분에 아르바이트하고 있으면 번호를 물어보는 여자들은 한 트럭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실수해도 항상 웃으며 넘어가는 여사장 덕분에 아르바이트는 오히려 편안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서 있기만 해도 매출이 급상승하는 탓에 강주원을 많이 이뻐해 주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몇 개나 동시에 해도 갚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연애 같은 건 꿈도 꾸질 못했다. 돈이 없으니까.
소꿉친구였던 이다은과 만날때마다 매번 돈이 걱정돼서 선뜻 만나기가 힘들었다.
그런 주제에 남을 만나는 건 폐를 끼치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다은도 강주원이 부담스러워하는걸 알고 일부러 거리를 두고 지내주었다.
'잠재력 검사를 했다가 여기까지 왔지..'
잠재력을 인정받아 대한 아카데미에 저소득층 전형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여기서 헌터가 되어 모든 집안의 빚을 다 갚는 게 그의 목적이었다.
'장학금은 놓칠 수 없어..'
아카 코인도 함부로 쓰지 않고 생필품을 사서 집으로 보내고 있었다.
아카 코인으로 산 물건을 거래하는 건 불법이지만 집에 보내는 건 학교에서 신경쓰지 않았다.
'딴생각하면 안돼!'
매번 미친 듯이 노력했고, 수많은 여학생이 다가와도 모두 거부했다.
성공하기 위해서, 집안의 빚을 모두 갚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
'그러니까 지금은 아니야..'
강주원은 이다은의 얼굴을 말없이 쳐다봤다.
현재는 대기업 회장님의 손녀딸, 아카데미의 차석, 모든 게 과거와는 달랐다.
자신이 모두 잃어버린걸 이다은은 멀쩡하게 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다은을 보고 있으면 매번 질투심이 일어났다.
'나는 쓰레기다 진짜..'
자신을 신경 써 주는 이다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다은아.. 앞으로는 이렇게 신경 써 주지 않아도 돼.."
"아.. 혹시 내가 뭘 잘못했어?"
"아.. 아니 매번 너한테 미안해서.."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 힘들 때 도와주는 게 진정한 친구야!"
"...응 고마워"
***
대부분의 여성은 강주원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왔다.
강주원의 외모는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 덕분에 본인도 덕을 크게 보고 살아왔다.
그의 외모를 보고 다가오는 여성들이 많았고, 배려심이 넘치고, 정의로운 성격에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자들이 남자들의 외모로 순위를 세울 때면 언제나 강주원의 이름이 들어갔다.
그래서 강주원은 대부분의 여자와 친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학생은 아니었다.
"후우.."
강민지. 대부분의 남자에게 차갑게 대하며, 자신의 파트너인 김시우를 제외하고는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오늘 잘 부탁해"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강민지를 보며 강주원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취급은 처음이었다.
"둘 다 준비됐나? 규칙은 알고 있겠지?"
"하아.."
"둘 다 확인했으면 대답하도록"
"확인했습니다!"
"네.."
경기장은 시끄러웠다. 여자 외모 탑과 남자 외모 탑의 대결.
전광판에 떠오르는 둘의 얼굴을 보고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둘 다 외모로만 판단하는 시선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련을 준비했다.
그렇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대련이 시작되었다.
"시작!"
강주원은 패배할 생각이 없었다. 꼭 승리가 중요한 대련은 아니지만, 장학금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등급 헌터가 되기 위해 무조건 이길 생각이었다.
그건 강민지도 마찬가지였다.
강민지는 무조건 이번 대결에서 이길 생각이었다.
'김시우도 이겼는데.. 절대 안 져!'
항상 자신의 뒤에 있던 김시우가, 자신을 앞지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손에 닿지 않는 곳까지 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니 자신도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었다.
물러설 수 없는 둘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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