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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26화 (26/235)

〈 26화 〉 026 학기 마무리 (5)

* * *

***

"번호 좀 알려줘.."

"내 번호?"

이번 로드에서도 윤서아가 강민지의 번호를 물어봤다.

"진짜로?"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강민지와 윤서아를 먹일 특제 포션을 두 병을 준비했다..

'특수한 정액' 스킬에서 스트레스 감소는 포기하기로 했다. 신체 강화만 적용된 특제 포션 두 병.

'5번이나 싸는 건 무리야..'

혼자서 2번 싸는 것도 힘든데, 4번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둘 다 포션을 이미 마신 상황이다. 이전보다는 윤서아의 반응이 떨어지긴 했지만 신체 강화 능력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이번에도 300만을 불렀다.

즉 내 정액의 가치가 두 배로 뛰었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강민지도 윤서아가 먹는 걸 보고 따라서 마셨다.

‘비주얼이 그렇긴 해도 내가 그렇게 신뢰가 안되나?’

아무튼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다.

"자…. 잠시만 기다려봐! 알려줄게! , 혹시 말 편하게 해도 될까?"

"마음대로 해.."

그렇게 둘의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신체 강화 포션을 먹은 강민지는 강주원과 신체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강민지가 패배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강민지를 이기게 만들 수 있을까?

"둘이 대련할 때.. 나도 같이 가"

"어? 그래! 그렇게 하자 서아야 앞으로 잘 부탁해"

"응 고마워"

'대련..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아직 강주원과 대련이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전에 강주원과 비슷하게 행동하면 강민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 그럼 대련하러 가자 민지야"

"뭐?"

"나는 좋아.."

***

우리는 윤서아를 따라가는 중이다.

"서아야 진짜 우리가 여기와도 되는 거야?"

"응, 내가 허락하면.. 동행할 수 있어."

최상위 권 학생들만 이용이 가능한 다이아 트레이닝 룸을 이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는 밖이 다 보였고, 층이 올라갈 때마다 풍경이 달라졌다.

무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성적순으로 차별을 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차별이 너무 심한 거 같은데."

우리가 이용하는 수련실은 땀내가 나는 느낌인데, 여기는 무슨 최첨단 호텔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이라도 나와야 할 법한 느낌의 복도를 지나자 입구가 나타났다.

윤서아가 스마트 워치를 찍자 승인되었다는 말과 함께 다이아 트레이닝 룸.

입구에 서는 순간 어두웠던 방안에 조명들이 켜지기 시작했다.

"와.. 신기하다"

"들어와"

"그래도 그렇게 넓지는 않네?"

"기다려.."

윤서아가 리모컨을 조작하자 벽으로 막혀있던 공간에 게이트가 생성되더니 갑자기 방안이 끝도 없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와.."

"이런 공간을 혼자 쓴다고?"

다이아 트레이닝 룸에 들어온 강민지나 나는 그저 감탄 밖에 할 수 없었다.

"설정 전에는 들어가면 안 돼.."

넓은 공간으로 들어가려다 윤서아에게 저지당했다.

잠시 후 윤서아가 조작을 마친 순간 한쪽 벽에 대련장이 생겨났고, 다른 한쪽에는 장비 보관함이 생겨났다.

"이제 들어가도 돼"

"뭐해 민지야 준비해야지"

이번 일대일 대련을 하기 전 몸을 미리 푸는 걸 목적으로 강민지와 대련하기로 했다.

"...그래 몸 푸는 것도 중요하니까"

강민지와 나는 구석에 있는 검과 건틀릿을 집어 들었다. 둘 다 겉 부분이 솜으로 되어 있어서 맞아도 큰 충격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주원.. 강주원.."

강민지에게 필요한 경험은 강주원을 상대해 보는 것이다.

이미 나와 대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검사와 싸우는 건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검사와 대련 경험은 충분할 거야'

그도 그럴게 강주원의 검술 실력은 나쁘지는 않지만 뛰어나지는 않다.

'능력 없이 검술만 따지면 내가 더 위일지도 모르지..'

문제는 강주원의 가속 능력이다. 가속 능력 없이는 강민지의 가드를 뚫지 못하지만, 가속을 사용하면 달라진다.

상대방보다 한 템포 더 빠르게 움직인다는 게 얼마나 유리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방어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방어에 성공해도 충격에 보호막 어느 정도는 손상되니까.

'강주원이 거리를 조절하는 능력은 수준급이라 할 수 있지’

검술은 부족해도 이점을 활용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더 긴 리치의 장점을 최대화해서 공격하고 가속 능력을 통해서 거리를 주지 않았다.

거기에 강민지가 폭발 능력을 사용해도 가속 능력으로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어렵다.. 어려워.'

일단은 놈의 움직임을 따라 하자.

"후우.. 오랜만이네"

"그러게"

윤서아는 심판처럼 옆에 섰다.

"보호막 걸어줘?"

"아니야 괜찮아. 트레이닝 룸까지 빌려줬는데 그렇게까지 안 해줘도 돼"

강민지는 거기까지 요구하는 건 양심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보호막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대련에서도 같은 조건이니 최대한 실전과 비슷하게 하는 게 좋다.

"그거 좋지, 부탁할게"

"응"

"아니 서아야.."

윤서아의 도움으로 강민지와 내 몸을 감싸는 보호막이 생겨났다. 준비가 끝나자 윤서아가 조용히 외쳤다.

"그럼.. 시작."

강민지는 그동안의 대련 기억 때문인지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팔꿈치 위쪽까지 내려오는 건틀릿을 앞세우며 돌진했다.

그동안의 대련에서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농락당했던 만큼, 이번에는 파고들 생각 인 것처럼 보였다.

'민지도 거리를 좁혀야 하는 건 알고 있어'

나는 강주원처럼 거리 조절에 주의하며 강민지의 빈틈을 날카롭게 공격했지만, 그동안의 노력 결실인지 방어가 더 단단했다.

"또 도망만 칠 거야?"

강민지도 그 사실을 아는지 도발을 했지만,

"이게 강주원 스타일이니까"

"이게.. 강주원 스타일이야?"

강주원의 방식이라고 말하는 순간 강민지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까보다 더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회귀 전에 패배한 게 분해서 울 정도였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근데.. 이러면 의미 없는데'

내 포션으로 도핑 된 강민지는 나보다 능력이 더 강해져 버렸다. 이렇게 돼버리면 거리를 주지 않고 농락하던 강주원의 움직임을 따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쩔 수 없나..'

어쩔 수 없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까보다 더 강해진 위력에 강민지가 눈을 좁게 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야 찐따. 지금 마력 사용한 거야?"

"강주원 능력은 이것 보다 뛰어나, 공격에는 안 쓸 거니까 상대하는 데 집중해."

"뭐.. 그런 거면.."

강주원이 했던 것처럼 검을 휘둘렀다. 중간중간 가속 능력을 흉내 내기 위해 마력을 더 끌어올렸다.

"너 거짓말 한거면…. 나중에 각오해"

강민지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강주원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최선을 다해 대련에 임했다.

'가속할 수도 있다는 걸 인지만 하고 있어도 달라지겠지.'

내 움직임도 사실 강주원에 비하면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템포가 어긋나는 공격을 상대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내성이 생길거다.

"윽…."

"괜찮아?"

"괜찮으니까 계속해"

공격에 당해 쓰러진 강민지는 금방 털고 일어났다.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마력을 공격에 이용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윤서아 보호막이 있으니까.'

"항마.. 보여주지.."

옆에서 윤서아가 중얼거리는 게 들렸지만 무시했다.

***

"역시.. 강주원이 이겼어."

"..."

확실히 다른 사람을 이기게 만드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스켈레톤 나이트, 그리고 윤서아를 이긴 건 모든 세이브 로드를 반복한 경험이 남기 때문이다.

내 움직임에 따라 어떻게 상대방이 반응할지 외울 수 있고, 실제로 내가 유리한 상황이 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지의 경우는 다르지'

강민지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강민지의 움직임이 달라지면 강주원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로드를 반복한다고 강민지에게 경험이 남는 것도 아니고, 짧은 시간 안에 강민지를 변화 시키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아쉬웠어"

강민지에게 투척물을 사용하도록 할까 생각했지만, 건틀렛의 특성상 한계가 있었다.

무언가를 던지는 게 불가능 한 건 아니지만, 던지기 전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는 것과 비슷한 정교한 행동, 저 두꺼운 건틀릿으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장비를 사줘도 거부하고'

앞쪽에 있는 세이브 파일을 이용해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강민지에게 건틀릿을 선물했다가 엄청나게 혼났다.

이런 거 준다고 자기가 좋아할 줄 알았냐고 화내면서 호감도가 싹 날아가 버려서 그건 포기했다.

'개념녀라 더 좋지만.. 이런 건 좀 받아줘라. 개복치야..'

둘의 격차를 생각했을 때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의 결과를 얻은 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전보다는 더 잘 싸웠고, 실제로도 강주원을 몰아붙이는데 성공했다.

"그래도.."

아쉬운지 땅을 치고 있는 강민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아쉬운 패배, 결국 패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강민지의 승리다.

그래, 꼭 이길 수만은 없다. 방심하지 않는 윤서아와 지금 대련을 한다면, 내가 몇천 번을 반복해도 못이긴다.

하지만.

'민지가 울었는데 어떻게 넘어가?'

문득 윤서아가 눈에 들어왔다. 윤서아는 아카데미의 수석이다. 다양한 생도들과 대련을 통해 승리했다.

윤서아는 천재라 강민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윤서아라면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야 윤서아"

"..응?"

"민지가 어떻게 하면 이겼을 것 같아?"

윤서아는 수석이다. 윤서아의 무력 앞에 다른 부분들이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수석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이론적인 부분에서도 강하다는 걸 의미한다.

수업 시간에 대부분을 졸린 눈으로 졸고 있지만, 교수의 질문에 언제나 막힘없이 대답한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안 듣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니까'

"음.."

윤서아는 잠깐 고민하는 듯했다.

"강주원은 빨라."

"그래 강민지보다 빠르지."

"내가 강민지였다면.. 피할 수 없는 공격을 했을 거야"

“그게 말이야 쉽지..”

피할 수 없는 공격이라, 그러고 보니 윤서아와 대련에서 윤서아가 사용한 기술이 생각났다.

접근하는 순간 갈긴 얼음 산탄총.

결정이 넓은 범위로 퍼지는 공격이라 방어도 회피도 힘들었다. 이미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 정도였지, 아니었다면 처음 당했을 때처럼 상처를 입었을 거다.

"네가 나한테 쏜 거 말하는 거지? 내 몸에 결정 박아 넣었던 거"

강민지가 그런식으로 공격이 가능할까?

"그.. 아팠어?"

"?... 아프긴 했지."

"그.. 미안,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어…. 어 아니 괜찮은데"

대련장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사과를 하는 윤서아를 보니 의아했다. 이것도 호감도가 올라서 그런 건가.

"아무튼 필살기 같은 걸 사용한다는 거지?"

"폭발이니까.. 피하기 힘들 거야"

필살기, 기술 중에서 중 가장 활성화되고 집약적인 기술

"강민지는 주먹을 날리니까.."

모든 마력을 모아서 주먹을 날리는 거다. 모든 일격을 담아 내지르는 주먹

닿지 않았는데, 강민지의 주먹이 폭발한다면 강주원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방심하고 있을 때 강민지가 필살기를 날린다면 어떻게 될까?

"강민지가 파이어 펀치가 된다면.."

"파이어 펀치?"

아니다.. 강민지의 고유 능력은 폭발,

그래.. 모든 걸 폭파하는 주먹.

"그래.. 핵 펀치, 강민지는 이제부터 핵 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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