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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24화 (24/235)

〈 24화 〉 024 학기 마무리(3)

* * *

***

강민지의 대련을 구경하기 위해서 대련장으로 이동했다.

대련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고, 빨리 끝나는 경우도 있었기에 대련의 시작 시각만 정해져 있고, 언제 강민지가 등장할지는 정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민지의 경우 초반에 배정되어 있었기 곧 강민지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다.

"따라와"

아카데미 수석은 달라도 달랐다. 나 같은 평범한 학생들은 저기에 남들이 있는 빈틈이 없는 관중석에서 구경해야 하는데, 윤서아는 수석이라도 따로 자리가 배정되어 있었다.

"이거 나도 가도 되는 거야?"

"응"

__야 저거 윤서아 아니야?

__옆에 남자애는 누구야? 내 스타일인데..

__저런 애가 있었어?

윤서아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몰렸다. 나는 시선이 익숙치 않아 떨떠름한 표정으로 윤서아의 뒤를 따라갔다.

"관전 끝나면 나랑 대련해"

"질리지도 않냐 너는.."

윤서아를 따라가자 넓은 공간이 있었다. 좁은 관중석과는 다르게 다양한 각도에 설치된 화면이 스크린에 떠 있었다.

편안해 보이는 의지와 먹고 마실 수 있는 간식거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무도 없네?"

"그렇게 관심이 가는 경기가 아니야"

하긴 둘 다 중상위 권은 돼도 누구나 알만한 윤서아 급은 되지는 못한다. 그래도 둘 다 외모 때문에 인지도는 높은 편이긴 하다.

"그래도 강민지 정도면 괜찮은 수준 아닌가?"

"..미안하지만 강주원이 이길 거야"

"..."

강민지를 낮게 평가하는 윤서아를 보니 화가 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확실히 성장세가 가파르긴 하지"

녀석의 성장세를 보고 있으면 무서울 정도긴 하다. 계속 저 속도만 성장한다면 윤서아와 동급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강해질수록 성장하기 힘들지!'

나는 솔직히 민지가 저 새끼를 이기면 좋겠다.

"홍류석이랑 쟤 우리 반이었나? 이름이 윤은주?"

스크린에는 남자 두 명의 이름이 올라왔다. 가지고 있는 장비와 이전에 평가받았던 항목들의 점수가 떠올랐다.

"이런 거 까지 보여주는 건가?"

근데 둘 다 관심이 없어서 딱히 흥미가 가진 않았다. 저 대련이 끝나면 우리 민지의 차례던가.

나는 적당히 주전부리를 챙기기 시작했다.

"야 너는 뭐 좋아하냐?"

윤서아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알 수 있으면 좋았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다.

강민지는 딸기 크림이 들어간 디저트를 좋아한다. 윤서아는 뭘 좋아하려나

"나는 민트초코"

"... 알았다"

그 민초단이 여기 있었나, 민트 초코는 별로 안 좋아 하지만 한번은 먹어둬야 겠다. 윤서아 맞춤형 민트초코 맛 정액을 위해서.

"자"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대련을 구경했다. 홍류석은 추하다 싶을 정도로 윤은주에게 맞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은주의 공격력이 약한 탓에 보호막 수치도 조금씩 떨어져서 홍류석이 한참을 맞다가 끝났다.

밖을 보니 관중석에서 홍류석을 비웃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나는 딱히 웃음이 나지 않았다.

'옛날의 나였으면 저렇게 맞았겠지'

윤서아도 비웃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니 윤서아는 스크린이 아닌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대련이 싫으면.. 보여줘"

얘가 갑자기 뭘 보여달라는 거지?

"어? 뭘?"

"마나"

"응?"

"항마의 마력 그거라도 보여줘"

"아직 미숙한데"

항마 능력을 활성화하며 눈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사실 처음에는 변하는지도 몰랐는데 거울 보고 알았다.

손끝에 마력을 끌어모으자, 마나가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깨끗하고 영롱한 푸른빛의 불꽃을 윤서아는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리운.. 느낌.."

평소와는 다른 감정이 풍부한 표정, 그리움을 느끼는지 눈물도 찔끔 흘리며 내 마력을 감상했다.

미안하지만, 내 마나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라서.

"아.."

"나 마력 달리잖아"

"그래도.. 고마워"

감사할 정도의 일은 아닌 거 같은데, 마침 스크린에 강민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민지 대련이나 보자"

"응.."

***

__강주원 화이팅!!

__강민지 이겨라!!

강민지가 등장하자 환호성이 켜졌다. 강민지가 평소에 즐겨 입는 베틀 슈트에 남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먹을 휘두르며 근접 전투를 했기 때문에 움직임이 방해되는 걸 싫어했다.

가슴 부위에 감은 압박붕대가 답답하긴 했지만, 가슴이 움직임을 방해되는 경우는 막아야 했다.

__여신 강민지 화이팅!!"

그래서 그녀의 전투복은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한 복장, 강민지의 S라인은 남자의 심금을 울리기에는 충분했다.

"변태 새끼들 진짜..."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외모 때문에 저런 반응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시선을 받는 걸 충분히 많이 경험 했기에 내성이 생겨서 괜찮았다.

'이기는 게 중요한 거야'

강민지는 대련장으로 올라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강주원

같은 반에 있는 학생이지만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친하게 지내는 남자 정도라면 김시우 말고는 없었다.

"왜 그 새끼가 생각나는 거야"

강민지는 김시우를 생각하자 갑자기 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열을 식혔다.

'조금 쌓여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김시우와 섹스하기 전에는 고작 아주 가끔 자위를 할 뿐 그다지 성욕이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김시우에게 몸을 희롱당하며 계속해서 절정을 느끼다 보니 점점 쾌락을 원하는 몸이 되어 버렸다.

'하아.. 진짜 그 새끼..'

강민지는 김시우 얼굴에 주먹이라도 휘두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이번에는 각성 영향인지 얼굴까지 변해 버렸다.

'나쁘지는 않을지도..'

강민지를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지는 않지만, 잘생긴 걸 싫어 하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 변한 김시우의 얼굴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민지야 안녕?"

"어.. 안녕"

외모 덕분에 어디를 가도 달려드는 남자들이 많았다.

잘생긴 남자들이 들이대는 경우도 많다 보니 강민지는 외모에 대해서는 내성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강주원이 잘생긴 건 맞지만, 강민지에게 있어서는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만만한 김시우가 더 편했다.

지금도 만만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같이한 시간이 있었기에 강주원과는 다르게 어색한 느낌은 없었다.

"오늘 잘 부탁해"

강민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김시우를 제외한 다른 남자들은 아직 불편했다.

"둘 다 준비됐나? 규칙은 알고 있겠지?"

"하아.."

"둘 다 확인했으면 대답하도록"

"확인했습니다!"

"네.."

전광판을 확인하자 서로의 얼굴과 함께 남아있는 보호막 수치가 떠올랐다.

강민지는 양손에 끼고 있는 건틀릿의 상태를 확인했다. 강민지의 얼굴보다 더 거대한 건틀릿은 강민지의 주 무기였다.

게임 캐릭터가 금고를 박살 낼 것 같은 강철 주먹을 보고도 강주원은 평안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손까지 흔드는 여유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 10초 뒤에 시작한다."

'이기고 싶어.. 그 녀석은 이겼는데'

강민지는 아직도 그 장면을 잊지 못했다. 대련장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 속에서 일어난 일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항상 약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약했던 김시우가 방심한 윤서아를 쓰러트리는 장면은 그녀의 머릿속에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리고.. 동굴에서도….'

앞장서서 스켈레톤을 싸우는 김시우의 등은 평소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강민지만을 걱정하는 모습을 아직도 그녀는 잊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성장했는데... 나만 뒤처질 수는 없어'

"5"

"4"

각성을 하기 전 김시우는 자신보다 약했다. 언제나 지켜줘야 하는 존재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였다.

가끔은 짐 덩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항상 자신에게 의지하고 말을 잘 듣는 걸 보고 있으면 뿌듯하기도 했었다.

그랬는데, 이제는 자신을 앞질러 간 기분이 들었다.

"후우... 절대 안 져"

강민지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항상 자신의 등 뒤에 숨어 있던 녀석이 이제는 윤서아를 이길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뭐 아직은 서아보다 약하겠지만..'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건틀릿을 서로 부딪쳤다. 강철로 된 건틀릿의 건면이 서로 부딪치며 쇳소리와 함께 두 팔에 진동이 느껴진다.

일명 손맛을 느끼며 마음을 다잡았다.

"2"

"1"

"시작!"

주먹을 쓰는 강민지는 검을 쓰는 강주원에 비해서 사거리가 짧았기에 강민지가 붙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몸을 숙이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 빠른 움직임이 아닌 탓에 강주원이 물러나면서 피했다. 그리고 곧장 이어지는 찌르기 공격

강민지는 두 손을 모아 강주원의 공격을 방어했다.

크기 덕분에 속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이렇게 급하면 방패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강민지가 검을 잡기 위해 몇 번 손을 뻗었지만, 강주원은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하며 거리의 이점을 살려서 강민지를 공격했다.

하지만 커다란 주먹 덕분에 빈틈이 잘 생기지 않았다.

"민지야 지금부터 제대로 할게"

강주원이 속도를 올리자, 강민지가 공격할 틈이 보이지 않았다.

강주원의 일반적인 공격이 이어졌지만, 검 하나를 두 팔로 막다 보니 유효한 공격을 하기 힘들었다.

김시우와 대련할 때는 더 작은 글러브를 이용했기 때문에 지금이 오히려 방어하기 쉬웠다.

"확실히 빈틈이 없네"

"후우.. 후우.."

전광판을 확인하자 줄어들어 있는 보호막 게이지

유효한 공격이 없기는 하지만 조금씩 긁히는 상처에 보호막의 수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능숙한 실력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탓에 제대로 공격 한번 못해보고 패배하게 생겼다.

'이대로 가면 내가 질 거야..'

김시우만큼의 날카로움은 없지만, 신체 능력에서는 강주원이 앞서는 느낌이 들었다.

더 빠르고 강한 공격, 확실히 평가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왠지 봐주고 있는 느낌이야..'

김시우는 윤서아를 당황하게 했다. 저렇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가볍게 상대하는 강주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주원의 입장에서는 강민지를 배려하고 있었다.

너무 빨리 끝나버리면 강민지의 평가가 좋지 않을 수 있기에 힘을 숨기고 있었지만 그걸 느낀 강민지의 기분은 좋지 못했다.

"너 제대로 해"

"아.. 미안 혹시 기분 나빴어? 그.. 너도 성적을 잘 받으면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상관없으니까 제대로 해"

"기분 나쁘게 했으면 미안해.. 그래도 대화는 밖에서는 안 들리니까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강민지는 기분이 확 상해 버렸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약자 취급을 받아서 그런지 더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김시우가 놀렸을 때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강민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대로 안 하면 후회할 거야!!"

강민지는 숨겼던 힘을 방출시켰다.

그녀는 사실 얼마 전 2차 각성을 했었다. 아직 힘을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일부로 김시우와의 대련을 피했었다.

미숙한 실력으로 김시우를 다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강주원은 상관없었다.

강민지의 고유 능력은 폭발

발밑에 마력을 모으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반발력을 이용해서 강민지가 미사일처럼 도약했다. 그리고는 당황한 강주원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이 재수 없는 놈아!!"

"!!"

강민지의 주먹이 폭발했다.

***

전광판에 떠오른 승자의 얼굴이 스크린에 떠올랐다.

둘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한호진 교관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 다 2차 각성자 일 줄을 몰랐네요, 허허 아카데미의 미래가 밝은 것 같습니다."

"우리.. 민지가.. 민지가.."

"강민아 교수님?"

"아.. 아니에요"

승자 강주원

강민아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확실히 교수님이 담당하는 생도 중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강민아는 자신의 동생을 패배하게 만든 강주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호진은 강민아의 표정이 어두운 줄도 모르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강주원 학생에 대한 평가를 수정해야겠습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저렇게 침착하게 대응하는 걸 보면 평가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네요…."

"강민지 학생도 2차 각성이라니,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처럼 보입니다! 아직은 능력을 쓰는 게 어색해 보이는군요"

"네.. 너무 아쉬운 결과에요.. 마지막 공격만 성공했으면 우리.. 아니 강민지 학생이 이겼을 게 분명한데.."

"허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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