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023 학기 마무리(2)
* * *
***
"내 번호를 달라고?"
"응"
윤서아는 표정 변화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운동이라도 한 것인지 살짝 땀 냄새가 났다.
'몸을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았는데'
본인이 이렇게 직접 찾아올 거라는 생각도 못 해봤다. 이렇게 찾아온 것도 신기한데 연락처를 달라고 한다고?
'이거 혹시 그린라이트인가?'
윤서아의 상태 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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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윤서아
호감도 : 35
성욕 : 3
피로도 37
속마음 : 다시 붙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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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럴 리가 없지'
대련에 진 걸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모양이다.
다른 생도들은 손쉽게 요리하는 데, 나한테 진 게 좋을 리가 없지.
하지만 나는 싸워줄 생각이 없다.
윤서아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이미 경험해서 잘 알고 있기도 하고, 저렇게 만반의 준비를 한 윤서아와 싸우면 내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
승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는 거다.
마지막 전투만 이기면 이 앞에 얼마를 졌던 내가 이겼다고 정신 승리가 가능하다.
'뭐 이렇게라도 접점이 생기면 좋지!'
윤서아 공략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본인이 다가와 준다면 나에게는 최고였다.
나는 내 번호를 입력하고 윤서아에게 돌려줬다.
"자 여기 있어"
윤서아는 번호를 확인하더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들리고 내 스마트 워치가 울리기 시작했다.
"고마워"
옆에 있던 강민지가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고개를 돌리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둘이 무슨 사이야?"
"번호도 모르는데 무슨 사이겠어."
"그…. 그것도 그런데…. 근데 왜 윤서아가 너 같은 놈 번호를 물어보는데"
"그러게"
뭔가 찝찝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강민지, 아쉽게도 나랑 윤서아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그렇게 노려 본다고 변하는 건 없는데
"그거…. 마셔도 돼?"
"어? 어"
강민지는 내가 건네준 특제 드링크를 아무렇지 않게 윤서아에게 건네주었다.
윤서아의 냉기에 한순간에 시원해진 특제 드링크
윤서아는 내 외침에도 거침없이 내 특제 드링크를 마시기 시작했다.
"잘 먹을게"
"야! 그걸 왜 네가 먹어!"
강민지를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뽑아낸 내 아기씨들이 윤서아에게 NTR 당했다.
"..?"
목울대를 타고 들어가는 내 아기씨들, '특별한 정액' 덕분에 딱히 비린 느낌은 없는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신 윤서아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갑자기 제자리에서 점프하기 시작했다.
"..?"
첫 만남부터 정액을 먹여버린 건가. 의도한 상황은 아니지만 뭔가 죄책감이 피어올랐다.
윤서아는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벼워진 몸으로 마치 토끼처럼 움직이더니 뭔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거 비싼 거야?"
"으…. 응?"
"몸이 가벼워"
"그…. 그래?"
"머리도 맑아지고"
강민지는 의심해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확인했다.
사실 나도 테스트를 위해서 만들어 온 부분이었다. '신체 강화' , '스트레스 감소' 능력을 적용한 정액 두발을 섞으면 동시에 적용되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는데
윤서아를 보면 둘 다 적용되는 모양이다.
'근데 그걸 왜 네가 먹냐고….'
강민지가 아니라 윤서아로 실험해 버린 꼴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실험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거 어디서 산 거야?"
"나도…. 모르는데"
"알려줘"
윤서아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건 처음 본다.
속마음을 확인해 보니 이걸 먹었다면 대련에서 그렇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대응이 가능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승리욕이 강하긴 하네, 그러니까 계속 수석을 유지하는 거겠지'
거기에 이미 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저렇게 훈련을 하는 걸 보면, 능력도 능력이지만 뒤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 봤자 나한테 졌지만'
강민지는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윤서아에게 지친 강민지가 내 팔을 건드렸다.
"야…. 네가 준거잖아 뭐라고 말 좀 해봐"
"김시우가 준 거야?"
당연히 내가 만든 포션이라 강민지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도 말하기 껄끄러운 건 똑같다.
'근데 내 정액을 섞은 거라고 어떻게 말하냐'
윤서아의 타깃이 나로 변경되었다.
"어디서 산 거야?"
윤서아의 그런 모습이 신선하기는 한데, 절대로 알려줄 수 없었다.
"미안 비밀엄수 계약을 해서 말해줄 수 없어, 유명해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이거든"
사실은 내가 만든 거지만 나는 은둔 장인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거기에 있지도 않은 비밀엄수 계약
실제로도 정체를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 장인들이 있으니 꽤 그럴듯한 핑계였다.
"음…. 나한테 팔 수 있어?"
윤서아는 이 포션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약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인 만큼, 그걸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근데 정액을 돈 받고 판다고?
"한 병에 300 이상도 줄 수 있어"
"뭐? 김시우가 준 게 그 정도라고?"
쿨하게 300만을 외치는 윤서아를 보고 놀라는 강민지
나도 놀랐다.
'딸딸이 두 번에 300만 원?'
이게 금수저와 일반인의 차이인가. 지금 당장은 돈이 좀 없긴 하다.
코인 잔고가 있긴 한 대 파는 걸 깜박해서 이전에 확인했더니 현금 54%가 삭제됐다.
회귀를 통해 정보를 얻은 게 아니 내 실력으로 코인을 통해 돈을 버는 건 무리다.
현금화도 신분 때문에 생각보다 힘들기도 하고,
역시 두 발로 뛰어 직접 버는 돈이 안전하고 뿌듯하지 않을까?
"얼마나 필요한데?"
솔직히 말하면 그냥도 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좋지 못하다.
'공짜로 주면 가치가 공짜가 돼버리는 거야.'
윤서아 입장에서도 300에 구매 하는 걸 선물로 받으면 더 고마워할 게 분명했다.
'거기에 성능에 만족하면…. 더 고마워하겠지.'
그러면 점점 내 포션을 원하는 몸, 아니 정액을 원하는 몸이 되어 버리는 거다.
그래서 얼마나 구매할 생각일까?
"일단은 20병 정도"
"뭐???"
20병이면 딸딸이를 40번이나 쳐야 한다. 그 정도면 죽는 게 아닐까?
"그…. 그건 힘든데"
거기다 뒤로 갈수록 정액의 양이 줄어 들건대 효과가 비슷할지도 의문이다.
돈을 받고 파는데 불량품을 팔 수는 없다.
"얼마나 가능해?"
지금 내 정력으로 40연 딸을 치면 100% 사망예약이다.
방학 동안 강민아도 조교 하고, 민지랑도 섹스할 걸 생각하면 만들 여유가 없긴 하다.
'정력 스텟부터 올려야겠는데….'
솔직히 지금도 힘든 상황인데 3명한테 정액을 착정 당한다?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일주일에 5병 미만, 그리고 냉동 보관하지 않으면 보관도 오래 할 수 없는 포션이야"
정액이니까, 오래 보관하면 분명 이상한 냄새가 날 게 분명했다.
"준비되면 알려줘"
"좋아, 준비되면 연락할게."
내가 손을 내밀자 윤서아가 잡았다. 이렇게 우리의 계약은 체결됐다.
정액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좀 쪽팔리기는 한데, 고정 수입이 생긴 건 아주 좋은 일이다.
본인이 사고 싶어서 하는데, 솔직히 나는 잘못 없다. 문제는 만드는 게 문제다.
'정력에 관련된 스킬은 없어 마키나?'
[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
'뭐 정액 관련스킬도 있는데, 있겠지. 인큐버스 눈도 그렇고 생각보다 성과 관련된 스킬이 많지 않나?'
[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시스템과 관련된 정보는 잘 알려주지 않는단 말이지'
"그래서 무슨 일이야?"
윤서아는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랑 다시 대련해"
"싫어"
너 같으면 하겠냐, 아직도 얼음 결정이 박힌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데 절대로 못 하지
"왜?"
"오늘 바쁘거든."
"짧게 끝내줄게."
"그래도 싫은데"
그 뒤로 윤서아는 대련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한 거절, 그렇게 우리는 무슨 애들 끼리 싸우는 유치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네가 대련에서 진 건 안 변해"
"그러니까 다시 붙어!"
"응 싫어~"
얼음 여왕이라는 윤서아의 반응이 생각보다 귀여워서 더 놀리고 싶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유치한 거 같은데
'이러다 호감도 떨어지는 거 아니겠지?'
[ 윤서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
이게 호감도가 오른다고?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역시 남들과는 달라….' 같은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태도로 대해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까 오히려 신선하게 생각한 건가?
둘의 유치함이 극에 달할 때쯤 옆에 있던 강민지가 중재에 나섰다.
"야 김시우 유치하게 서아 그만 놀리고, 윤서아 너도 좀 진정해"
"알았어 알았어, 우리 민지가 그러면 그만해야지"
"..."
그러자 양 볼을 부풀리고 노려보고 있는 윤서아가 있었다. 자기 뜻대로 안 되니까 화난 건가?
'왜 이렇게 다들 귀엽냐'
주변 물건을 다 때려 부수는 것도 아니고, 힘으로 위협을 가하는 것도 아니다.
저렇게 화를 내는 거면 솔직히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렇다고 너무 몰아붙여도 안 되겠지만
"왜 안 되는 거야?"
"민지랑 대련해야 하니까"
"으…. 응?"
"뭘 당황하고 그래, 시험기간이라 쉰 거지 평소에는 매일 대련했잖아"
"그…. 그렇긴 하지"
일퀘를 위해서 대련이 끝나면 우리 집에 가서 섹스하는 게 하루의 마무리였다. 강민지도 그게 생각났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왜 나랑은 안해?"
"민지는 내 파트너니까"
"파트너…."
아카데미 내부의 파트너 이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도 내 파트너다.
"그래 그러니까…."
"번호 좀 알려줘"
"내 번호?"
이번에는 윤서아가 강민지한테 가서 번호를 달려며 스마트 워치를 내밀었다.
"진짜로?"
아까 노려보던 강민지는 어디로 갔는지 잔뜩 들떠있었다. 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강민지도 윤서아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했었다.
윤서아가 워낙 철벽을 치니까 포기하긴 했지.
"응"
"자…. 잠시만 기다려봐! 알려줄게! , 혹시 말 편하게 해도 될까?"
"마음대로 해"
그렇게 대련무새 윤서아와 강민지가 번호를 교환했다.
"둘이 대련할 때 나도 같이 가"
"어? 그래! 그렇게 하자 서아야 앞으로 잘 부탁해"
"응 고마워"
나름 친화력이 좋은 강민지는 벌써 윤서아에게 친분을 과시했다. 윤서아 본인도 썩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그나저나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수락하는 건가?
"야 내 의견은"
"뭐 불만 있어 김시우?"
"뭐 없긴 한데"
"그럼 상관없잖아."
나로서는 둘이 친해지는 게 나쁘지는 않았다. 윤서아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대련하러 가자"
원하는 건 꼭 이루겠다는 저의지, 대단하긴 하네
"미…. 미안 서아야 나 오늘 일대일 대련이 있어서"
"그럼 김시우 나랑 대련해"
"오늘은 안돼. 나도 오늘은 민지 대련 보러 온 거야, 너는 파트너 대련 보러 안 가?"
"파트너…. 유혜지는 이미 끝나서"
의외였다 파트너 같은 건 신경 안 쓸 걸로 생각했는데
"서아야 혹시 방학 때 어디가?"
윤서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학교에서 계속 훈련할 거야"
"그러면 방학 때 같이 대련하자, 야 김시우 너도 방학 때 고향 내려가는 거 아니지?"
"학교에 있을 거긴 한데…."
강민아를 길들여야 하는 데 방해받지는 않겠지?
"서아야 괜찮지?"
"좋아. 근데 상대는 누구야?"
"어…. 나? 강주원"
내가 확인해 본 결과 우리 반에는 운명등급 S가 딱 두 명 있었다. 윤서아와 강주원
강주원은 나와 같은 저소득층 전형으로 들어와 빠른 속도로 성장한 생도 중 한 명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주인공 같은 놈이라고 해야 하나.
'S급 값을 하는 거겠지, 나가 죽었으면 좋겠다'
같은 전형으로 들어왔나 보니, 강민지와 외모 비교를 당한 것처럼 항상 강주원과 비교당했다.
예전엔 너무 차이가 나는 탓에 비교 대상으로 끼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다를 거다.
'항마 능력도 있고, 외모도 달라졌으니까'
강주원은 잘생긴 외모와 시원시원 한 성격, 그리고 뛰어난 실력 덕분에 우리 반에 있는 거의 모든 여학생과 친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모든 남자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놈이지만, 모두와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 법이다.
유일하게 강주원과 친하지 않은 여학생 두 명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강민지와 윤서아
'강주원 보고 있나? 내 승리다'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던 사이 윤서아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강주원? 그러면 네가 질 거야"
"..어? 그…. 그렇지?"
아니 필터링 좀 해라. 서아야, 민지 기운 빠진 거 안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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