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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22화 (22/235)

〈 22화 〉 022 학기 마무리(1)

* * *

***

대한 아카데미에는 학생들의 실력증진을 위해서 수련실을 제공한다.

성적순으로 이용이 제한되는 수련실은, 성적등급이 높을수록 더 높은 등급의 수련실을 이용할 수 있다.

등급은 실버, 골드, 플레티넘, 다이아로 분류 되어있다.

실버 트레이닝 룸 같은 경우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서 예약이 필요하고, 늦으면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최상위 권 학생들만 이용 가능한 다이아 트레이닝 룸 같은 경우는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평범하게 방 하나만 제공되는 실버 트레이닝 룸 과는 다르게 다이아 트레이닝 룸에는 다양한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흠…."

윤서아는 다이아 트레이닝 룸에서 리모콘을 조작하고 있었다.

윤서아가 조작할 때마다 방의 풍경이 휙휙 변하더니 벽이 다른 공간과 연결되면서 끝도 없이 넓어졌다.

윤서아는 수련실에 들어와 한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김시우…."

윤서아는 대련에서 지고 난 뒤로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느린가?"

[ 표적이 등장합니다. 제한시간 안에 표적을 파괴해 주세요 ]

[ 1단계 시작합니다. ]

허공에 하얀색 원판에 가운데가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표적이 등장한 순간 윤서아의 얼음 화살이 격추해버렸다.

등장과 동시에 파괴되는 표적들.

[ 2단계를 시작합니다. ]

2단계도 윤서아에게 문제없었다.

[ 3단계를….]

[ 4단계를….]

[ 5단계를….]

마법을 사용하는 생도의 경우 5단계까지 올 수 있는 생도들은 거의 없었다. 마법은 다양한 공격이 가능하지만 전개 시간이 필요하다.

미리 자리를 잡고, 준비한 경우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5단계 까지만 와도 대단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윤서아는 마력을 방출만 하면 공격이 끝난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 정도 속도는 빠른 게 아니었다.

[ 6단계를 시작합니다. ]

단계가 올라가자 움직이는 표적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날아가는 시간과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해서 공격해야 하는 고난도 단계

고위계급의 마법사도 미리 완성해 놓은 마법이 아니라면 여기서부터는 불가능의 영역에 가깝다.

[ 7단계를 시작합니다. ]

7단계부터는 B 등급 헌터들도 힘들어하는 영역이었다.

윤서아의 눈에는 표적의 움직임이 선명히 보였지만 7단계부터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서부터는 예측의 영역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기 위해서는 자신의 공격의 속도와 표적의 움직임을 예상해야 한다.

단계가 단계인 만큼 빗나가는 공격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6단계의 백발백중 하는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지만 명중하는 공격이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다른 생도들이 봤다면 입을 다물지 못했을 거다.

[ 테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명중률은 63%입니다. ]

윤서아는 너무 집중한 탓에 숨을 거칠게 내쉬며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윤서아의 반응속도는 1학년 생도 중에서도 탑급에 가깝다.

말도 안 되는 시전 속도와 빠른 반응속도가 결합한 윤서아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생도는 별로 없다.

"김시우…. 어떻게 피한 거야?"

표적과 비교한다면 김시우는 너무 느렸다. 하지만 김시우는 윤서아의 공격을 쉽게 피했다.

윤서아가 완벽하게 계산을 끝낸 공격이었음에도 김시우는 쉽게 피했다.

완벽한 타이밍에 움직여서 윤서아의 계산을 틀리게 만들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항마"

그녀의 목숨을 구해줬던 S랭커 김태환의 능력, 자신의 얼음벽을 너무나 쉽게 잘라버린 그 능력

자신을 언제나 든든하게 지켜주던 벽이 쉽게 잘려나가지만 않았다면, 패배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까지 윤서아에게 접근에 성공한 인물이 없었기에, 놀라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패배의 원인이었다.

분하긴 했지만,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윤서아는 그날부터 멀리했던 체력 훈련도 다시 시작했다. 아직은 저질 체력이지만.

"다시 보고 싶어"

김태환과 비교한다면 김시우는 그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그 푸른 빛을 보고 싶었다.

죽음으로 뒤덮였던 그 지옥에서 홀로 고결하게 타오르던 그 빛은 아직도 잊지 못했다.

"오늘 학교에 나왔을까?"

윤서아는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다. 거의 비어있는 전화번호부 목록

가족들과 교수, 그리고 파트너인 유혜지.

"..."

김시우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이제 방학이니까 만나기 힘들겠지…."

트레이닝 룸을 조작하면 넒은 운동장이 만들어진다. 이 넓은 공간에 혼자 있다 보면 고독함이 몰려든다.

윤서아가 처음부터 자발적 아싸가 된 건 아니다.

그녀도 친구를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만들었던 관계는 모두 끝이 좋지 못했다.

윤서아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다. 거기에 감정표현도 서투르다.

무표정에 가까운 그녀의 얼굴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의 능력 때문에 수평적인 관계가 수직적으로 변하거나.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멀어지거나.

윤서아는 그런 경험을 매번 반복하며 사람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파트너가 된 유혜지에게 기대하기도 했지만, 유혜지는 윤서아를 평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매번 윤서아의 의견을 따르려 하고, 윤서아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은 오히려 윤서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발적인 아싸가 되었지만 윤서아도 외로움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렇게 삭막한 공간에 혼자 있다 보면 그 외로움이 더 심해졌다.

"산책이라도 하러 가자…."

윤서아는 김시우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시우는 자신을 당당하게 보고 있었다.

압도적인 무력에 당해 괴물을 보는 시선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비웃었다.

거기에 자신을 놀리기까지 했다.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대한 아카데미 수석 윤서아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윤서아가 바라는 수평적인 관계가 될 가능성이 컸다.

"만나면…. 좋겠다"

***

강민아 교수 방에서 나와 산책로를 걷는 중이다.

여름이 다가오는 탓에 조금 후덥지근했지만, 오늘따라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하으으으~"

기지개를 쭉 켜며 찾아온 여유를 즐긴다. 기말 평가를 위해서 얼마나 달려왔던가.

윤서아도 이겼고 강민아도 한 달이지만 내 손에 들어왔다.

"마이너스가 될 줄 알았는데 호감도도 올랐고"

강민아의 호감도는 9

사실 32에서 1까지 떨어진 거지만, 그래도 저점에서 올랐다는 게 중요하다.

가능성이 보인다는 의미니까.

'의외로 칭찬해 주니까 좋아하던 거 같던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지만, 바로 앞에 있는 게 아니면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강민지와의 관계도 잘 진행 중이다.

강민지 아래에는 '히로인'이라는 글자가 생겨났고, 대여할 수 있는 스킬창은 비어있었다.

'이건 민지가 기술이 없어서 그런 거야?'

[ 그렇습니다. ]

뭐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체력 +10만으로도 충분하다.

걷다 보니 좀 더운 기분이 들었다. 성적이 발표돼야 시나리오 퀘스트가 클리어된다.

'맞지? 마키나?"

[ 네 성적이 공표되는 순간 퀘스트가 완료될 겁니다. ]

'윤서아도 이겼고, 필기도 만점일 거고, 기대해도 되는 건가?'

대련을 이기긴 했지만, 실기에서 고득점을 받기는 힘들 거다.

단순히 수치로 측정되는 신체 능력, 마력 측정에서는 점수가 그리 높지는 않을 거니까.

하지만 윤서아를 이겼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업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좀 알려주면 덧나나?'

내 손에는 작은 병이 있었는데, 이건 강민지에게 전해 줄 비약이 있었다.

내 정액과 다른 음료를 섞은 붕붕드링크,

오늘 대련에서 강민지가 이길 수 있도록 신체 강화 버프를 적용했으니 강민지에게 먹일 생각이다.

하나 걱정되는 게 있다면 대련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버프를 해제시킨다.

"이것도 버프로 들어가긴 하는데…. 걸리려나?"

나는 내 정액을 먹이기 위해서 강민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나 : 혹시 지금 학교야? )

***

강민지의 대련이 있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미리 대련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줄 게 있다고 강민지를 산책로로 부르고 기다리는 중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외모와 몸매, 강민지가 산책로에 도착한 모양이다.

날 발견하지 못했는지 헤매는 모습이 보여서 친히 손을 흔들어 줬다.

"여기"

"...?"

분명 눈이 마주쳤는데 잔뜩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울리는 스마트 워치

'뭐야 난 줄 모르나?'

( 민지 : 야 찐따 여기 있다며! )

( 나 : 나는 너 보이는데 )

( 나 : 손 흔드는 이모티콘 )

( 민지 : 저기서 손 흔드는 게…. 너야? )

( 나 : ㅇㅇ )

강민지가 긴가민가 한 표정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민지야 왔어?"

"김시우…?"

"왜?"

"아니…. 그게"

강민지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일어나서 강민지에게 다가갔다.

이전보다 더 낮은 위치에 있는 강민지, 나는 몸을 숙여서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붉게 물드는 강민지의 얼굴, 이게 외모의 힘인가?

"가…. 갑자기 많이 변해서…. 적응이 안 돼서 그런 거야!"

그렇게 말하며 강민지가 날 밀어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다시 벤치에 앉았다.

"뭐해 안 앉고"

"어? 어…. 어"

얼굴을 보는 순간 호감도가 오를 줄 알았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민지가 얼굴만 보고 사람 판단하는 애는 아니니까'

강민지는 달라진 내 얼굴이 신기한지 옆에서 힐끔힐끔했다.

"그…. 2차 각성한 거야?"

"어"

"어제는 그대로였던 거 같은데…."

"자고 일어났더니 변했어."

"그…. 그래? 찐따치고는 나쁘진 않네"

강민지가 싫어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그 왜 남자의 눈과 여자의 눈은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왜 불렀는데"

"흠…. 이거 너 주려고"

강민아를 그렇게 보내고 혼자서 뽑아낸 특제 영약, 정체도 모르고 먹을 강민지를 생각하니 조금 찔리기도 했다.

'정력에 좋다고 별 이상한 걸 다 먹는데, 그거에 비하면 양반이지!'

"이게 뭔데?"

"피로 해소에 좋은 거야"

"아무리 봐도 수상하게 생겼잖아 찐따새끼야! 거품도 있고 이상한 것도 떠다니고"

"우리 사이에 내가 너한테 이상한 거 주겠냐? 안심하고 먹어"

"그….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그렇게 강민지와 티격태격하고 있던 중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귀여운 얼굴과 대비되는 무표정한 얼굴

작은 키에 비해서 큰 가슴을 가진 윤서아였다.

"윤서아네?"

"이쪽으로 오는 거 같은데"

윤서아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윤서아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서아야 무슨 일이야?"

민지가 윤서아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윤서아는 아무런 말 없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김시우…?"

"어…. 어 맞는데"

강민지도 몰라봤는데 윤서아가 한 번에 맞추다니 신기했다.

"찾고 있었어."

윤서아에게서 들려온 예상외의 말

"날 찾았다고? 왜?"

"번호 좀 알려줘"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내밀었다.

"????"

뭐지? 이게 뭔 상황이지?

'민지야 너는 이게 무슨 소리 인지 아니?'

고개를 돌리니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노려보고 있는 강민지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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