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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7화 (17/235)

〈 17화 〉 017 기말평가

* * *

***

__뭐야 어떻게 된 거야?

__연기 때문에 안 보여..

대련장을 가리던 연기가 걷히고, 두 명의 모습이 드러났다.

윤서아는 멀쩡히 서 있었고, 김시우는 다친 체로 쓰러져 있었다.

__역시 윤서아가 이겼네!

__연막에 소음 발생기에, 대단하다 진짜.

__잠깐 뭔가 이상한데?

누가 봐도 윤서아가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승자가 발표되지 않았다.

여전히 멈춰있는 전광판

__결과가 안 나왔는데?

__고장 난 거야?

__그럴 리가 없을 건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 가지 의문이 피어오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윤서아를 김시우가 이긴 건 아닐까?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전광판에는 둘의 보호막 손상률이 표시되어 있었다.

김시우의 남은 보호막 0%, 윤서아의 보호막은 47%

대련에서는 승리 조건은 먼저 50% 이상 보호막에 데미지를 주는 것이다.

__윤서아도 50% 이상 파괴 됐는데?

__이런 적 있었어?

__한 번도 없었던 거 같은데..

윤서아는 아카데미의 수석으로 대중들 앞에서 그동안 많은 대련을 해왔다.

다른 아카데미와 열렸던 친선전, 학교의 홍보를 위한 대련에서도 윤서아의 보호막은 50% 이상 손상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변이 일어났다.

__말도 안 돼..

__김시우를 상대로?

둘은 모두 승리 조건에 충족하는 데미지를 상대방에게 입혔다.

그럼 이제 승패를 결정 짓는 것은 누가 더 빨랐는가?

“ 거기 보고만 있지 말고 치료해!”

“죄송합니다!”

의료진과 관계자들도 황당한 표정으로 김시우를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달려왔다.

심판 역할을 맡은 교관은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누가 더 빨랐는지 판결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아주 근소한 차이였다.

“잠시 판독을 하겠다 기다리도록”

교관의 말에 대련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점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소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의료진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치료를 시작한다.

"으으.. 아파라."

김시우에게 따뜻한 기운이 감싸지기 시작하고 윤서아의 냉기가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상처가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김시우는 웃고 있었다.

“방심해줘서, 고마워.”

“…”

윤서아가 방심하지 않았으면, 승패의 결과는 달라졌을 거다.

윤서아가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으면, 김시우가 이길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평가는 끝이 났다. 이제 만일이라는 가정은 큰 의미가 없었다.

윤서아는 전력을 다한 건 아니지만, 승리하기에 충분한 공격이라 생각했다.

단지 문제가 하나 있다면, 김시우의 움직임이었다.

“어떻게… 내가 공격하는 걸 다 알고 있는 거야?”

“글쎄?”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공격을 피하지만 않았다면 그녀의 승리가 확실했다.

“…”

대부분의 학생은 윤서아의 앞에서 주눅 들었다.

윤서아가 압도적인 무력으로 상대방을 꺾는 모습을 본다면 그녀의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있을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당당하게 자신을 노려보는 김시우를 보고 있던 윤서아는 뭔가 흥미로운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마지막 자신의 얼음벽을 잘라낸 마력은,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능력이었다.

“항마”

윤서아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했어?”

“김시우…”

청아한 푸른 빛이 타오르듯 일렁이는 마나는 너무나 익숙한 능력이다.

그녀가 가장 존경하던 헌터가 가지고 있던 능력, 이제는 소실된 능력이 다시 등장했다.

2년 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던 S 랭커 김태환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다.

항마력, 흔히 게임에서는 마법 저항력을 의미한다. 실제로 소량의 마나로 윤서아의 냉기를 밀어낸 것도 항마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항마는 단순히 방어를 위한 능력이 아니었다. 항마력을 공격에 이용할 수 있다면?

똑같은 양의 힘과 힘이 부딪친다면?

저항력을 가진 항마가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헌터는 공통으로 모두 마력을 사용하고, 마물들은 마기를 사용한다. 범용성도 좋은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결과를 발표하겠다.”

녹화된 영상을 확인한 교관이 승자를 발표하기 위해 대련장으로 올라왔다.

“0.01초 차이로 김시우의 승리다.”

전광판에는 승부의 결과가 올라온다.

승자 김시우.

거의 동시라고 할 수 있는 근소한 차이, 전교 꼴찌가 만들어낸 기적.

대련장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전교 꼴등이 아카데미 수석을 대련에서 승리한 상황. 그동안 있었던 그녀의 대련을 통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__뭐가 잘못된 거 아니야?

연막에 가려져 무슨 일이 생긴 지 알지 못하는 학생들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승자는 김시우다.”

그런 의문을 잠재우는 교관의 말 한마디, 이번 대련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윤서아는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움직여 김시우에게 다가왔다.

“김시우… 기억해둘게.”

그 모습을 스크린 너머로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있었다. 약간 통통한 체형과 귀여운 외모를 가진 한호진 교관은 감탄을 터트렸다.

“아, 저기 주변에 있었다면 어떻게 된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연막 때문에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아쉽네요..”

“…”

후 폭풍을 생각하자 간담이 서늘해 지는 강민아였다.

***

나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양호실로 가고 있었다.

윤서아의 공격은 무시무시 하다. 결정 몇 개만 박혀도 치명상을 입을 정도로 살인적인 공격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지나갈 때마다 소문을 들었는지 수군수군 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곧 모든 아카데미의 사람들이 알게 되겠지, 내가 윤서아를 이겼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나리오 퀘스트가 성적이 나오는 순간 완료되는 거라고 했었나?'

[ 네 성적이 공개되는 순간 퀘스트가 클리어됩니다. ]

'며칠은 기다려야 되는 건가..'

당장 보상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뭐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다.

길고 긴 여정이 끝났다.

이번 내 승리로 인해서 내 평가가 많이 달라질 거다.

아직 항마 능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더는 전교 꼴찌 김시우로 생각하지 않을 거다.

'뭐 솔직히 내가 진 느낌이지만'

윤서아는 멀쩡히 서서 대련장을 내려갔고 나는 부축을 받으며 양호실로 가고 있다.

전혀 내가 승자처럼 보이지는 않는 모습

하지만 결과만 좋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그 누구도 윤서아의 패배를 생각하지 못했다. 윤서아 본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윤서아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게 분명했다.

'윤서아 호감도가 35가 되었으니까.'

호감도 시스템으로 본 속마음에도 내 이름을 기억해 두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면 2학기가 시작되어도 걱정이 적었다.

'너도 기다려라. 윤서아'

그동안 고생할 걸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얼마나 긴 시간이었던가.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승리했다.

[ 축하드립니다. ]

'뭐야 너도 인정해 주는 거냐?'

[ 사용자 김시우 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시나리오 퀘스트 보상 기대해도 되는 건가?'

[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꽤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

이번에는 얻을 게 많았다. 시나리오 퀘스트 보상도 기대가 되고, 가장 기대 되는 건 역시 그거다.

'강민아를 어떻게 요리할까?'

강민아는 지금쯤 마음을 졸이고 있을 거다. 어차피 계약 내용은 내가 무슨 부탁을 해도 들어주는 것.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꽤 영향력이 있는 교수다. 강민아를 내 여자로 만들면 앞으로 편해질게 분명했다.

강민아를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하던 중 알림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 업적 달성 : 호감도 80 넘기기

결혼이 가능한 호감도를 달성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뭐야 갑작스럽게, 호감도 80?'

이렇게 호감도가 높은 사람은 딱 한 명 밖에 없었다.

'강민지?'

[ 업적 달성 보너스 : 운명 포인트 +80P

업적 보상은 최초 한번 지급됩니다. ]

[ 호감도 시스템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됩니다. ]

[ 히로인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

'개꿀인데?'

전혀 생각하지 않은 포인트가 들어와서 그런지 기분이 잔뜩 상기 되었다.

'역시 강민지겠지?'

뒤를 돌아보니 강민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역시 민지밖에 없다!'

***

의료진이 내 상태를 확인하고는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비우자 강민지가 양호실로 들어왔다.

"상태는 괜찮아?"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 목소리도 뭔가 부드러워 진 게 호감도 80을 넘어서 그런 것 같았다.

결혼이 가능한 수준이라 했으니, 그런 건가?"

"뭐 그렇게 아프지는 않아."

강민지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이긴 거야?"

연막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긴 대부분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할 거다.

내가 어떻게 이겼는지.

경지가 높은 사람은 마력 감지를 통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겠지만, 아직 강민지 수준에서는 힘들겠지.

"찹쌀 뷰지 덕분이지."

"헛…. 소리 하지 마! 찐따야.."

강민지는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고 시험기간에는 스킨십도 못하게 했었다.

덕분에 회귀한 시간을 합치면 섹스를 못 한지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뭐, 그렇게 성욕 때문에 고생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단이 있으면 좋지 않는가.

그래서일대일 대련이 있기 전에 강민지에게 부탁했다.

동굴에서의 각성을 예시로 들면서 너와 섹스를 하면 뭔가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로 말하며 강하게 부탁했었다.

강민지가 계속 거부하다가 그나마 타협으로 뷰지를 만지게 해줬다.

행운의 뷰지.

"근데 내가 이겼잖아, 다 민지네 덕분이야."

말도 안 되는 헛소리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밑밥을 까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써먹지.

"..."

강민지도 혹시? 하는 생각을 하면 이 작전은 성공한 거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내가 윤서아를 이긴 게 더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어디 가서 이상한 소리 하면 죽어.. 진짜.."

그러고 보면 호감도 시스템에 새로운 기능이 생겼다고 했었나?

'민지를 히로인으로 지정해 볼까?'

당장 강민아를 만나러 가고 싶긴 하지만, 회복이 더 필요할 거 같기도 하고.

'민지도 중요하니까.'

오랜만에 성욕이 폭발하는 기분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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