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016 기말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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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말평가의 일대일 대련이 있는 날이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윤서아의 대결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강민아 교수님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한호진 교관님."
일방적일 대결의 구도가 될 거라고 예상했는지, 생각보다는 구경꾼의 수가 적었다.
대련은 비슷한 사람끼리 싸울 때 의미가 있는 거지, 이 정도로 차이가 나면 결과는 너무나 뻔했다.
"그래도 윤서아의 대련인데 사람이 적긴 하네요"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한호진은 피식 웃으며 스크린에 시선을 돌렸다.
"시작하자마자 끝날 경기라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인데, 바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격차를 넘길 수 있을 까요?"
한호진은 구석에 있는 스크린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두 학생이 사전에 등록한 장비의 정보들이 적혀있었다.
대련에서 사용할 장비는 미리 교관에게 허락을 맡아야 한다. 허가받지 않은 무기를 사용하면 바로 실격이다.
상대방에게는 장비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윤서아 학생은 장비를 하나도 챙기지 않고 올라왔고, 김시우 학생의 경우 무기와 허가받은 투척 물 6개를 챙겼더군요"
투척 물 6개, 강민아는 스크린 구석에 있는 장비창을 확인했다. 검 하나와 연막탄 1개, 폭탄 A타입 3개, 폭탄 B타입 1개, 소음 발생기 1개
강민아도 윤서아의 버릇은 알고 있었다.
힘을 낭비하지 않고 마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려는 모습은 다른 교관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낭비하지 않는 건, 지속 전투력을 높여주기에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었지만,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도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윤서아니까요."
다른 교관에게 공통으로 지적받는 부분이긴 하지만, 위험할 때까지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는 타입은 아니었다.
"필요한 순간에는 굽힐 줄 아는 학생이에요."
"뭐 그렇긴 하죠."
윤서아는 자존심을 끝까지 세우는 타입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끝내주면 좋겠지만, 위험하다고 싶으면 전력을 사용할 거다.
"마력기관이 활성화되는 순간 마나가 채워지고 신체와 결합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일반인과는 다른 신체를 가지게 되는 건 건 알고 계실 겁니다."
"네? 갑자기 그 말씀은.."
"결합이 끝나면 신체적인 능력이 일반인보다 비약적으로 상승하죠, 그래서 결합이 끝나면 각성자의 특유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갑자기 왜 꺼내시는 거죠?"
"김시우 학생이 각성한 것 같아서요, 아까 장비를 검사하면서 확인했는데 마력이 느껴지더군요"
"그런가요?"
첫 각성을 한 후 한 달 동안은 신체가 마력과 결합하면서 변형되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마력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로 새 나오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강민아는 김시우에게서 마력을 느낀 적이 없었다.
"의도적으로 숨기려면 못 숨길 것도 없는 거 알고 있지 않습니까?"
가능하기는 하다. 각성 초기 마력 결합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각성을 숨기는 게 가능하긴 하다.
크게 3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마력이 너무 작아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
둘째, 마력을 숨겨주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던 경우.
셋째, 마력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서,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경우.
강민아의 실력이라면 3가지 경우 모두 감지할 수 있지만, 그녀는 김시우가 각성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하지 않았다.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각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인간이 수석을 이길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숨긴 걸 보면 그래도 볼거리가 있을 거라 예상되네요"
"그러면 좋겠네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웃을 수 없었다.
자신이 패배했을 경우 김시우가 어떤 부탁을 할지 모르는 상황.
윤서아가 패배할리는 없지만, 왜인지 모르게 불안한 감정이 일어났다.
***
"좋아.. 이번에는 끝장낸다."
이미 문제를 알고 있던 필기시험도 끝냈다.
거기에 늘린 돈을 이용해서 대련에 사용할 장비도 구매했다. 매수, 매도할 코인의 이름들 그리고 타이밍을 외우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몇 번이고 반복을 했는지 모른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겨우 몇만 원에도 벌벌 떨고 있던 내가, 1억이 넘는 돈을 벌었다는 게 꿈만 같다.
'이제 거지 탈출이다!'
지금 당장은 몇천만 원 밖에 남지 않기는 했지만, 돈이야 회귀만 반복하면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여기서 더 벌 수도 있었지만, 체력을 위해서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이상의 차트는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니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 게 1억 3천이다.
"말도 안 되는 능력이야.. 뭐 장비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비싼 장비를 살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장비를 구매하기 힘들었다.
비트코인을 통해 구매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문제 되는 점이 많았다.
그렇다고 현금으로 바꾸기에는 뭔가 찝찝해서 어쩔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어렵게 찾아낸 상점에서 구매한 장비들은, 기존의 가격에 비해서 2~3배나 비싼 가격으로 구매했다.
정상적인 생산설비에서 만들었지만 하자가 있는 제품으로 위장해서 빼돌린다.
그 후 판매하는 방식으로 구매한 장비들은 모두 고유 코드를 가지고 있는 정품이다.
'한방에 천만 원이 넘는다니...더럽게 비싸네'
대련 한 번에 이 정도의 거금을 투자한다니 아깝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 이번에는 반드시 이긴다.'
"김시우 대련장으로 이동해라"
드디어 일대인 대련이 시작되었다. 외부와 단절 돼 있는 방으로 이동하자 교관이 능력을 사용해서 보호막을 걸어줬다.
졸린 눈의 윤서아가 대련장으로 올라왔다. 그녀에게도 걸려있는 보호막.
__ 몇 초 만에 끝날까?
__한 5초? 그 정도면 끝나지 않겠어?
__어림도 없지 나는 0.5초에 건다 ㅋㅋ.
밖에는 대련을 구경하기 위해 온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누군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뭔가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아닌 윤서아를 보기 위해서 온건 알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이번 대결의 주인공은 나다.
__저거 마석 폭탄이야?
__저런 걸 다 준비해 오네 ㅋㅋㅋ
__쓸 거면 숨겨야 하는 거 아니야? 윤서아 앞에서 대놓고 보여주네?
윤서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마 마석 폭탄의 위력을 가늠하고 있는 모양이다.
__저걸 쓰는 사람이 있네! ㅋㅋ
__하긴 능력도 없는데, 저거라도 써야지. 크크
마석 폭탄은 잘 사용되지 않는 투척 물이다.
외부에서 충격을 받아도 터지면 안 되기 때문에 소지하기 어려움이 많고, 위력도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다.
거기에 너무 크기가 크면 움직임이 방해되고, 너무 작으면 위력이 약해진다.
이런 소형에 강한 위력을 담으려 할수록 가격을 올라가서, 실제 헌팅으로 버는 돈보다 비용이 더 커지기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물건이다.
"자 둘 다 대련의 규칙은 알고 있겠지?"
"..."
"상대방의 방어막의 50%를 먼저 파괴하는 쪽이 승리한다."
대련을 위해 몸을 풀기 시작했다.
"둘 다 확인했으면 대답하도록"
"네"
"..네"
"자 그럼 10초 뒤에 시작한다."
저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시작되는 순간, 내가 서 있는 방향으로 윤서유의 공격이 날아온다.
"3"
"2"
"1"
"시작!"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는 순간 무작정 옆으로 몸을 굴렀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공격, 여기서 곧장 일어나서 1.5초 후 날아오는 공격을 피한다.
그리고 곧장 이어지는 공격은 옆으로 이동하면 쉽게 피할 수 있다.
'후우.. 그리고 그다음은 도발?'
"너무 개 무시한 거 아니야?"
"..."
가벼운 도발, 항상 졸린 표정을 하고 있던 윤서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그러면서도 내 손에 있는 투척물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내 판단이 틀렸어..?"
"화난 건 아니지?"
"..."
화살 공격이 이어지기 전에 A타입 폭탄 하나를 윤서아를 향해 던졌다.
A타입은 발동 후 충격이 가해지면 곧장 터지는 방식의 폭탄이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대놓고 날아오는 공격을 윤서아가 못 막을 리 없다.
"...끝났어?"
윤서아가 화살을 날리기 전 인벤토리에 숨겨둔 연막탄과 소음 발생기를 터트렸다.
"삐이이익!!!!!!!!!!!!!!"
"윽!"
시각과 청각을 차단한다. 그렇게 되면 마력 감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폭탄 하나를 굴렸다.
이렇게 시각과 청각이 마비된 상황이라고 해도 A타입의 폭탄은 활성화하는 순간 윤서아가 마력을 통해 감지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B타입은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터지는 시한폭탄으로, 터지기 직전이 아니면 마력을 감지할 수 없을 거다.
시각과 청각이 차단된 상항에서는 놓칠 수밖에 없다. 나는 윤서아를 향해 B타입 폭탄을 굴렸다.
윤서아가 서 있는 위치는 언제나 똑같다. 몇 번의 연습 끝에 윤서아의 후방으로 정확하게 굴리는 법은 익혔다.
"!!"
만에 하나 감지되는 걸 막기 위해서 A타입 폭탄을 2개를 연달아서 던졌다.
퍼엉
그러나 윤서아는 능숙하게 폭탄은 방어했다. 하지만, B타입 폭탄의 존재는 놓친 모양이다.
폭발로 인해 연기가 날아가 드문드문 앞이 보이긴 했지만, 자신의 뒤까지 굴러온 B타입 폭탄의 존재는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더 정신없이 만들기 위해서 돌진한다.
'좀 있으면 벽이 하나 생기고'
몸을 돌려 벽을 피한다.
'모든 정신을 여기에 쏠리게 만들어야 해'
날아오는 창을 피한다. 어디서 공격이 날아올지 알고 있기에 망설이지 않고 피한다.
"너.. 각성했구나."
윤서아의 중얼거림과 함께 냉기가 퍼지기 시작한다. 움직임이 느려진 틈을 노려 얼음벽들이 사방에서 솟아났다.
폭탄의 존재를 알고 있는 윤서아가 경계심을 올리고 있던 탓에 윤서아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얼음감옥에 갇혔다.
이전보다는 더 먼 거리, 공격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당황할 건 없다. 모두 계획의 일부니까.
'좋아'
윤서아가 안심하는 순간 항마를 활성화한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항마의 기운이 담긴 마력이 윤서아의 냉기를 밀어낸다.
"2차 각성?!"
지금 들고 있는 검은 마력 전도율이 높다. 마력의 효율을 올려줘서 두 번 정도 공격이 가능하다.
한 번으로는 벽을 부순다. 종이를 자르듯 깔끔하게 잘려 나가는 얼음벽을 딛고 윤서아에게 돌진하려는 듯 자세를 취한다.
"이런!"
윤서아가 양손을 뻗어 공격을 준비한다. 이전보다는 거리의 여유가 있어서 인지 위력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얼음 결정이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하는 걸 확인한 순간 나는 몸을 돌려 뒤로 튄다.
'걸렸다! 끝이다 윤서아!'
그와 동시에 활성화되는 폭탄. 이질감을 느낀 윤서아가 폭탄을 확인했다.
"뭐?"
방어를 하기에는 늦은 상황, 윤서아가 서둘러서 얼음 산탄총을 쏜다. 그와 동시에 폭탄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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