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013 기말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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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학교에 도착했을 최대 관심사는 이번 기말에 있는 대련평가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대련 상대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너희들은 대련 상대 정해졌어?
—나는 홍류석 이랑 싸우던데
__홍류석? 걔는 또 누구야? 아는 사람 있어?
대련 상대가 무작위로 정하지는 만 만큼, 잘 모르는 사람과 싸우는 일도 흔했다.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이야 알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모르는 게 보통이었다.
__아 차라리 김시우랑 붙으면 좋을 텐데.
__그러면 무조건 이기지.
뒤에서 1등인 나는 꽤 인지도가 있는 편이다.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한 게 문제지만.'
__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__한 1초면 끝나는 거 아니냐?
내가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큰 소리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번 평가가 끝나면 실력 미달로 보조 헌터로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안볼 사람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정도는 이제 익숙하니까.'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놈들은 없다. 각성을 못 한 예비 헌터는 사실 민간인이다.
헌터가 민간인을 건드린다?
'성공한 헌터가 되려면 못 할 짓이지'
지금은 발톱을 숨기고 있는 편이 좋았다. 상대방들이 무시할수록 방심할 확률이 올라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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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퀘스트 : 기말 평가
전국에서 잠재력이 높은 학생들이 모인 대한 아카데미.
학생들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평가입니다.
이번 평가에서 고득점을 기록해 당신의 이름을 알리세요.
보상 : 30P ~
※ 등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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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퀘스트는 변경되는 평판도 보상에 반영되는 거야?'
[ 어느 정도 반영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습니다. ]
'뭔데?'
[ 시나리오 퀘스트가 끝날 경우 이전 지점으로 로드할 수 없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잠깐 그걸 이제 알려준다고?, 끝나는 시점이 어딘데.'
[ 성적이 공개되는 시점입니다. ]
'그럼.. 그렇게 문제 되는 건 아니지.'
이번 평가에서 고득점을 받아야 한다.
대화 주제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공통으로 궁금해하는 상대는 한명이었다.
'윤서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하던가. 대련 상대였던 윤서아에 대해서 생각하자 윤서아가 등교했는지 졸린 눈으로 들어왔다.
“하암….”
윤서아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수석으로 들어와 중간 평가 때 1등을 한 윤서아의 상대가 누군지 다들 궁금한 표정이었다.
윤서아가 자리에 앉자 윤서아의 파트너인 유혜지가 말을 걸었다.
"서아야 너는 대련 상대 정해졌어?"
"..."
혜지의 질문에 모두 대화를 멈추고 윤서아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윤서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엎드렸다.
이미 그런 태도에 익숙한 듯 혜지는 쓰게 웃고는 자기들의 무리로 걸어갔다.
"말하고 싶지 않은가 봐"
매너가 없는 행동이긴 했지만 윤서아의 외모와 무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서아가 1등이지? 서아 상대로 걸린 사람은 진짜 불쌍하다."
"2등이 옆 반에 이다은이었나? 둘이 싸우면 좋겠다."
"서아 상대로 지목된 거면 불쌍하지 아무것도 못 할 건데."
정작 주인공인 나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너희가 말하는 불쌍한 놈이 나다.'
엎드려 있던 윤서아는 잠시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어 무슨 생각인지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호감도 시스템이 있었다.
'호감도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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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윤서아
호감도 : 15
성욕 : 2
피로도 15
속마음 : 재미없어, 빨리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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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뭘 하길래 아침부터 졸린 걸까, 피로도가 낮은 걸 보면 잠을 못 자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아침잠이 많은 타입인가. 그나저나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네.'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신경 쓸 가치도 없다는 건가.’
당황하게 만들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고 별 볼 일 없는 인간에게 패배하면 윤서아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 관심을 가질 게 분명했다. 지금은 호감도가 15로 낮은 상황이지만 여기서 내가 이긴다면?
'무조건 관심을 가지겠지'
자신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꼴찌에게 패배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엄청난 인상을 심어줄 게 분명했다.
그러면 윤서아에게 다가가기 더 쉬울지도 모른다.
'이겨야 가능한 거지만'
지금의 능력으로 윤서아와 싸운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기말평가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주 였다.
여기서 강해진다고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이야.'
손목에 새겨진 계약의 증표 때문에 나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다. 지면 자연스럽게 강민지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결과다.
그러니까 상대가 윤서아라고 해도 이겨야 한다.
'얻을 수 있는 건 너무 많아'
강민아 교수, 윤서아의 관심, 그리고 시나리오 퀘스트 보상.
내가 윤서아를 이기면 모두가 날 다르게 볼 게 분명했다.
'그래, 세상을 바꾸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지는 게 필수였다.
여기서 강해질 방법은?
운명 포인트를 사용하는 거다.
'스킬 레벨도 올릴 수 있다고 했었지?'
[ 네 가능합니다. 각 스킬에 따라서 소모되는 비용이 달라집니다. ]
[ 스킬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
‘지금 쓸만한 스킬은...’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올릴 가치가 있어 보이는 스킬은 '세이브 로드' 딱 하나였다.
‘레벨을 올렸을 때 증가 값도 확인이 가능한가?’
[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바로 적용되는 건 아니지?’
[ 그렇습니다. ]
나는 세이브 로드 스킬 상승 버튼을 눌러보았다.
운명 포인트 20을 소모할지 알리는 알림창과 함께 변동 사항이 올라왔다.
'20이면 꽤 많이 필요하네.'
45포인트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
[ 세이브 로드 : LV1
세이브 포인트를 지정하고 로드할 경우 해당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사망할 경우 가장 마지막에 저장한 지점을 로드합니다.
현재 지정 가능한 세이브 포인트 : 1개
포인트 갱신은 지정 후 일주일 후 가능합니다. 로드 시 콜타임도 되돌아갑니다.
갱신 가능까지 남은 시간 : 00 : 00 : 00
]
변경되는 사항은 딱 하나였다.
[ 세이브 로드 : LV1 > 세이브 로드 : LV2 ]
[ 현재 지정 가능한 세이브 포인트 : 1개 > 현재 지정 가능한 세이브 포인트 : 2개 ]
‘세이브 포인트가 2개로 증가한 다라.’
나쁘지 않다.
포인트 하나는 강민아 교수방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시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기말 평가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지정한다면 2주나 되는 긴 시간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여기에 투자하면 강해질 포인트가 더 적어진다.'
그럼 생각해볼 문제는 간단하다. 내가 45포인트가 있다고 해서 윤서아를 이길 수 있는가?
'대답은 NO, 가챠에서 말도 안 되는 대박이 터지지 않는 이상 절대로 불가능'
아직 기말 평가까지는 남은 시간이 있었다.
'좀만 더 고민해 보자.'
[ 어제 확인하지 않은 보상이 있습니다. ]
'보상?'
[ 네, 일일임무를 수행하시고 보상을 수락하지 않으셨습니다. ]
[ 일일 임무는 보상을 수령하지 않을 경우 갱신되지 않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까먹고 있었다. 분명 튜토리얼을 클리어하면서 해금된 능력에 일일임무가 있었다.
임무 목록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목록에서 3개를 선택할 수 있었다.
[ 10KM 달리기 ]
[ 팔굽혀 펴기 200번 ]
[ 호감도 50 이상의 여성과 섹스하기 ]
'이런 게 있다고?'
나는 보상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효과음과 함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 보상 : 운명 포인트 +3 ]
[ 가챠권 X1 ]
'보상을 얼마나 놓친 거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 날린 포인트가 눈앞을 아른거렸다. 그때 옆에서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리니 강민지가 도착했다.
"민지야 어제 잘 들어갔어?"
"뭐.."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강민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 격렬했던 어제 일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여기가 학교라는 걸 떠올렸는지 금방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호감도나 확인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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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강민지
호감도 : 78
성욕 : 5
피로도 30
속마음 : 저 새끼 때문에 정액 빼낸다고 잠도 못 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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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좀 무리하긴 했지.'
꼴려서 몇번 더 따먹었다. 덕분에 강민지의 피로도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모양이다.
회복력이 좋으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리였나.
'미안하지만 일일 임무를 위해서 민지 네가 고생 좀 해줘'
[ 다른 임무로도 가능합니다만.. ]
'효율적으로 해야지.'
[ ... ]
체력 단련과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놔두고 굳이 다른 방식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을까?
"민지야 잘 부탁한다."
"뭐…. 뭐를"
나는 이번 평가에서 무조건 윤서아를 이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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