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009 강민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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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에 강민아 교수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일부러 수업까지 빨리 마치고 할 이야기가 뭘지 궁금했다.
‘지금 세이브를 하는 게 나으려나?’
어떤 대화가 오갈지 모르는 상황이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뒤따라 들어가면서 세이브 로드 스킬을 사용했다.
‘세이브’
[ 현재 시각이 저장되었습니다. 로드를 사용 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
[ 다음 세이브 갱신까지 남은 시간 167:59:58 ]
‘된 건가? 저장 된 거야?’
[ 현재 시점이 저장되었습니다. 로드 스킬 사용 시 모든 정보가 초기화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그건 잘 알고 있는 정보였다. 업적으로 얻은 스킬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기화되었다.
‘잠깐, 초기화되는 거면 뽑기를 진행하고 되돌리는 방식으로 리세마라가 가능한가?’
[ 운명 포인트와 관련된 정보는 초기화되지 않습니다. ]
하긴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좋다가 말았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보니, 강민아 교수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1층 구석에 위치한 다른 교수님들의 방과 모여있었다.
‘연구실에 간다고 안 했었나?’
목적지는 연구실이 아니라 개인 방 같았다. 그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인가?
“따라서 오세요.”
떨리는 마음으로 강민아 교수의 방으로 들어갔다.
각 사람마다 개인적인 방에 들어가면 특유의 냄새가 있다. 강민아 교수의 방에서는 향긋한 꽃향기가 났다.
강민아 냄새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구석에 디퓨저가 있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미녀와 단둘이 있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졌다.
움직일 때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가슴은 최고였다.
“거기 앉아요”
중앙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자 맞은편에 강민아 교수가 앉았다. 탁자를 손끝으로 치며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안경을 쓰고 고민하는 모습이 꽤 어울렸다.
‘안경을 벗어도 이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불렀을까?
강민아의 경우 나의 지도교수라 한 달에 한 번쯤은 상담을 받은 적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사무적인 이야기였다.
이렇게 단둘이 할 이야기가 뭘까?
“김시우 학생”
“네 교수님”
이미 호감도를 확인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이번에 게이트 믹싱 현상 때문에 위험했다고 들었어요, 몸은 괜찮나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게이트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괜찮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걱정하고 있는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평소에도 많이 본 모습이지만, 그 때문인지 걱정했다는 게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학생이 죽을 뻔했는데,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 저소득층 전형으로 들어왔다고 했었죠?”
“네 맞습니다. 교수님..”
“거기다가 아직 각성을 못 해서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고.. 성적도 거의 최하위권이네요”
“…”
모두 팩트다. 하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지만, 당연히 당사자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옛날이었으면 화가 났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손에 넣었다.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다.
‘딱 하나 거슬리는 게 있다면.’
스켈레톤 나이트는 내가 쓰러트렸다. 강민지가 그 사실을 전달했으면 내가 각성을 했다는 건 분명 알고 있어야 정상이다.
‘강민지가 거짓말을 했나?’
다른 건 다 괜찮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김시우 학생, 진지하게 말하겠어요. 자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자퇴요?"
‘자퇴’ 뜬금없이 튀어나온 단어긴 했지만, 분명 의도를 가지고 한 게 분명했다.
그럼 왜? 라는 의문이 아직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게이트에서 경험해서 알고 있겠지만, 헌터라는 건 언제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이에요.”
“항상 안전을 생각하고 움직인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져요. 김시우 학생도 경험해 봤으니 잘 알 거라 생각합니다.”
“…”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김시우 학생처럼 재능이 없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필드에 가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자신의 한계를 깨닫지 못하면 결국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틀린말은 아니긴 했다. 실제로 능력을 얻고도 몇 백번을 죽었으니까.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자퇴를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아뇨.. 꼭 하라는 게 아니라 학생이 걱정스러워서 조언해 드리는 것뿐이에요.”
마키나 시스템을 얻기 전에 운좋게 살아서 나왔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지도 모르겠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겪었으니 헌터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여벌 목숨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상관없다.
"강민지 학생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알고 있나요?"
나와 파트너가 되지 않았다면 강민지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거라는 말을 했다.
틀린 말은 아니긴 했는데, 묘하게 민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가족 관계인가..? 생각해 보면 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안경을 벗으면 강민지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둘이 가족 관계라면 이 상황이 이해가 간다.
강민아가 강민지의 언니?
만약 그렇다면 강민아에게 있어 나는 자신 동생의 앞길을 막는 거슬린 존재다.
민지에게 들었던 나에 대한 이야기는 부정적인 이야기 밖에 없을 거다.
그럼 놈이랑 같이 들어간 게이트에서 사고가 터졌다?
'나같아도 치우고 싶긴 하겠네.'
확실한건 아니니까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민지에게 저정도 애정을 가지고 있으면 민지지로 도발해볼까?
“김시우 학생, 지금 듣고 있는 건가요?”
“네, 저는 자퇴할 생각도 없고, 계속 민지 옆에 있을 건데요.”
“…”
“민지가 어떻게 되든 저야 상관없죠, 솔직히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표정 한번 살벌하네, 그동안 학생들 앞에서 보던 얼굴은 이미 사라졌었다. 좀 더 신경을 긁어 볼까?
“민지가 좀 멍청해서 좀만 불쌍한 척하면 다 도와주거든요. 옆에서 최대한…”
강민아가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바닥에 던졌다.
“지금.. 무슨말을 하는 거죠?”
“교수님?”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모두 내려앉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압박감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었다.
“감히.. 감히..”
“교수님? 진정 좀…”
이건 솔직히 되돌릴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 내가 아무것도 못할 거라고 생각해?"
이건 볼 필요도 없었다.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하시겠습니까? ]
‘빨리!’
*
‘저장하길 잘했다.. 시발’
세이브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되돌릴 수 없을 뻔 했다.
그나저나 강민아 교수에 대해서는 성격 좋은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저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하긴 A 랭크 헌터로 활동하던 인간이다. 그런 괴물들을 상대하던 사람이 진심으로 화를 내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자’
“김시우 학생, 지금 듣고 있는 건가요?”
“솔직히 민지에게 미안하긴 해요”
“그러면…”
“하지만 그동안 민지에게 도움만 받았으니까, 제가 받은걸 제 손으로 돌려주고 싶어요.”
이렇게 나올 줄 몰랐는지 조금 당황한 강민아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평가에서 꼭 좋은 성적 받기로 민지하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그 약속을 지킬 겁니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할 수 있는 선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교수님”
“…”
좋아 이러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교수님.
강민지에 대한 애정을 봤을 때 여기서 물러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한 학생한테 자퇴하라는 건 정상이 아니지.
“헌터는 위험한 직업이에요”
“저는 제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
다시 시작된 침묵의 시간, 강민아는 초조한 표정으로 다시 책상을 손끝으로 치기 시작했다.
‘강민아 교수님 여기서 포기하는 건 아니죠?’
운명 등급 A 랭크를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이대로 끝나면 평범한 관계일 뿐이다.
‘조금은 더 긁었어야 했나?’
“학생의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터가 위험한 직업이라는 게 변하는 건 아니에요.”
“교수님 저는 꼭 헌터가 되고 싶습니다!”
절대로 못 떨어진다. 내가 강민지를 살리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렇게 헤어진다고?
죽어도 안 되지.
“… 그럼 내기하나 하는 게 어떤가요?”
‘낚였다!’
“저는 김시우 학생의 지도 교수로써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지의 앞길에 방해되는 걸 치우고 싶은 게 아니고요?
“제가 헌터를 그만두는 게 바른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틀렸을지도 모르니..”
“네 교수님”
“이번 기말 평가에 있는 일대일 대련을 통해서 결과를 확인하도록 하죠.”
“일대일 대련 말씀입니까?”
“만약 대련에서 진다면 자퇴하도록 하세요, 이건 학생을 위해서입니다.”
과거였다면 맞겠지만, 지금은 아닌데. 뭐 내 능력을 알리 없으니 당연한가?
일대일 대련의 진행한 전투 내용으로 점수를 내기 때문에 패배한다고 해서 꼭 나쁜 점수를 받지 않는다.
승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꼭 이겨야 하는 대련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승리를 조건으로 붙인 건, 나를 강민지에게서 떨어뜨리겠다는 굳은 의지겠지.
이건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끝인 제안이다.
“제가 이기면요? 저에게는 이득 될만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 뭘 원하는 거죠?”
‘교수님이요’
“교수님이 무슨 부탁을 해도 들어주는 게 아닌 이상은 제가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거 같은데요”
호감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달라진 모습 좀 보여 준다고 강민아가 변화할 것 같지는 않았다.
강민지처럼 내가 목숨을 구해주는 상황이 아닌 이상 호감도가 오를 일은 없을 거다.
그러니 몸부터 함락시키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따르는 법이다.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절대로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후회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교수님
‘강민아를 내 여자로 만들면 학교생활이 편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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