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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8화 (8/235)

〈 8화 〉 008 강민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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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교실에 들어갔을 때는 왠지 오랜만에 오는 기분이 들었다.

짧은 시간을 반복적으로 살았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며칠 정도는 회귀 속에서 살았을 거다.

목숨을 걸고 싸운 탓에 더 체감이 더 긴 것도 있을 것이다.

'다들 오랜만이네.'

강민지는 어제 수업을 들었으니 우리가 믹싱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린 주인공이 지금 등장한 거다.

실기점수가 바닥을 치던 인간이 스켈레톤을 쓰러트렸다. 아마 다들 그 사실이 궁금하겠지.

___"많이 다쳤다고 했는데 멀쩡하네?"

___"나는 솔직히 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___"강민지가 혼자 개고생했잖아, 근데 얼굴 좀 바뀐 것 같은데?"

솔직히 강민지의 도움이 크긴 했다. 하지만 내가 없었으면 강민지는 절대로 거기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내 덕분에 더 잘 싸울 수 있었고, 가장 중요한 보스인 해골 기사는 내가 쓰러트렸다.

근데 반응은 무슨 강민지 뒤에서 숨어만 있었던 사람 취급이었다.

'강민지가 혼자 쓰러트렸다고 했나?'

강민지가 그런 거짓말을 할 인간은 아닌데.

그래도 얼굴을 수정한 게 티가 나긴 하는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고치면 나도 어느샌가 미남이 되어 있을 거다.

그때가 되면 여자애들이 알아서 달려들겠지.

'일단 지금은 걍 찌그러져 있어야겠다.'

강민지가 불쌍하다고 이야기하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정답이다.

그래도 시발 나도 싸웠는데, 아무것도 안 한 인간 취급하는 건 너무하다.

'강민지가 이런 거로 사기 칠 인간은 아닌데? 아니면 아무도 안 믿어 준 건가?'

뭐 짜증 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이미 익숙한 시선이기도 하고, 나한테는 저 새끼들을 상상도 못 할 힘이 있다.

하지만 구석에 있는 놈들이 계속해서 신경을 긁기 시작했다.

___"쟤 저소득층 전형으로 들어왔잖아."

___"솔직히 능력으로 평가해야 되는 거 아니야? 가난하다고 받아주면 사람들은 누가 지켜"

일부러 내가 들릴 듯 말 듯 한 크기로 말하고 있었다.

'새끼들이...'

강민지의 파트너가 된 나를 마음에 안 들어 하던 인간들이었다.

아마 일종의 질투일 거다. 반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강민지의 파트너가 되고 싶어 했으니까.

미안하지만 이미 민지는 내 여자다.

"민지민지 하이!"

"아 지현아, 오늘은 일찍 왔네."

강민지와 친하게 지내는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이제 막 등교한 강민지가 보였다.

대충 친구들과 인사를 마친 강민지는 내 옆자리로 왔다.

파트너와 함께 앉는 건 '상식'이니까.

그 모습을 지켜보며 부러워하는 놈들이 눈에 보였다.

___"진짜 몇 개월을 같이 지냈는데 진짜 예쁘다."

___"김시우 존나 부럽다"

"민지야 왔어?"

강민지에게 던전에서 있었던 일 제대로 설명한 건지 물어보려다 참았다. 뭐 그게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강민지를 따먹는게 더 중요하지, 나는 강민지를 보면서 웃었다.

"등신아. 내가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했지..."

"알았어."

강민지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공책 한 권을 건네줬다.

"어제 수업내용 필기한 거니까 빨리 찍고 돌려줘."

역시 챙겨주는 건 강민지밖에 없다.

"너 이상한 생각 했지!"

"안 했는데?"

"하아.. 수업 시작하기 전에 빨리해."

공책을 챙겨준 강민지는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는 항상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에게 갔다.

던전에 들어가거나 단둘이 있을 때는 대화가 좀 있긴 하지만 평소 교실에서는 나보다는 친구들과 있는 시간이 길었다.

'글씨체 귀엽네'

주먹을 휘두르며 몸을 내던지는 건 참 터프한데 글자는 뭔가 아기자기했다.

나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강민지의 공책을 찍기 시작했다. 보통 이때 알려주는 내용이 시험에 나올 확률이 높았다.

이번 기말평가를 잘 보려면 아주 중요한 일이다.

'강민지 호감도가 줄어들진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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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강민지

­ 호감도 : 76

­ 성욕 : 65

­ 피로도 15

속마음 : 왜 자꾸 흥분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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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 때문인지 성욕 수치가 높아져 있었다.

뭐 호감도는 잘 오르고 있으니까 지금은 기말부터 준비하자.

공부도 하고, 운명 포인트로 능력도 강화하고

'잠깐, 강민지의 운명등급이 A라고 했었나?'

[ 그렇습니다. ]

'반에 있는 애들 운명등급은 어떻게 되는 거야?'

반에 있는 애들의 운명등급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평균적으로는 E, D 등급이 많은데 나 같은 F등급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내 가치가 무슨 초반에 사라지는 엑스트라였나.'

나는 구석에서 반에 있는 애들의 등급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등급이 높은 인간에게 관여해야지 많은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이건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작업이었다.

'강민지만큼 예쁘면 좋겠는데.'

전체적으로 확인이 끝나자 S등급에 해당하는 학생을 두 명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명은 수석으로 입학한 윤서아,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나와 같은 저소득 전형으로 들어와 순위가 무섭게 올라가고 있는 강주원

얼굴도 재수 없게 생겼다. 기생오라비 처럼 생겨서 남자들에게 경계의 대상이지만, 시원시원한 성격 탓에 남자애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이게 태생 등급의 차이?'

강주원은 인싸지만 윤서아는 아니다. 오히려 아싸에 가깝다.

'뭐 솔직히 말하면 윤서아는 자발적 아싸니까.'

윤서아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다른 애들이 말을 걸어도 아무런 대답을 안 하는 탓에 반에 윤서아의 친구는 없었다.

귀여운 외모에, 실력까지 좋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애들은 많지만 윤서아가 받아주질 않았다.

'윤서아도 외모 순위권 안에 들어가니까.'

귀여운 얼굴에 평균보다는 작은 키, 거기에 대조되는 가슴.

큰 가슴은 아니었지만, 몸매에 비하면 상당히 큰 편에 속했다. 거기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멍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거기에 전투 시 상대를 압도적으로 쓰러트리는 힘 덕분에 팬클럽 같은 존재들도 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파트너와 대화 하거나 수업 시간에 대답하는 걸 빼면 목소리를 듣기가 힘들 정도로 반응이 없다.

지금은 다가갈 수 없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수준 차이가 너무 크게 난다고 해야할까.

'호감도나 확인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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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윤서아

­ 호감도 : 15

­ 성욕 : 3

­ 피로도 25

속마음 : 집에 가서 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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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와 호감도를 비교하면 거의 바닥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학교에 오자마자 자고 싶다니, 조금 특이하긴 했다.

'그래도 뭐 예쁘면 상관없지.'

*

"10등급에 해당하는 몬스터 중 가장 여러분들에게 친숙한..."

강민아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오피스 걸이라 부르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강민아 교수를 보고 있으면 왠지 강민지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묘하게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머리색도 다르고, 안경도 쓰고 있다. 하지만 왠지 안경을 벗으면 강민지와 거의 비슷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부드럽고 지적인 느낌의 강민지 같았다.

나이가 좀 있긴 하지만 외모만 보면 거의 20대 중반으로 보였으니까.

'교수님도 운명등급을 확인할 수 있나?'

[ A등급입니다. ]

'강민지하고 같은 등급이네, 교수님도 운명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

[ 관계도가 변경되면 운명 포인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

'그런가. 호감도나 확인 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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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강민아

­ 호감도 : 5

­ 성욕 : 2

­ 피로도 5

속마음 : 거슬림,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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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했는데, 상태가 왜 이래? 5면 윤서아 보다 심한 거 같은데.'

그때 강민지가 옆에서 팔을 찔렀다. 그리고는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등신아 뭐해 대답 안 하고."

"으응?"

"김시우 학생, 다시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골렘의 약점이 어디죠?"

"어.."

"설마 모르지는 않겠지요, 수업을 안 듣고 있었던 거 같은데."

넋 놓는 모습을 강민아 교수가 발견한 모양이었다. 강민아는 자신의 수업 시간에 자는 인간들을 가장 싫어한다.

'골렘의 약점이 어딘데, 머리? 어깨? 가슴? 배?'

[ 골렘의 약점 말입니까? ]

'어... 알려줄 수 있어?'

[ 접근 가능한 정보입니다. ]

[ 골렘의 경우 일반적인 약점 관절 부위입니다. 코어를 부숴야 정지되는 게... ]

" 골렘의 경우 일반적인 약점은 관절 부위입니다. 하지만 정지시키기 위해서는 ..."

나는 마키 나가 알려주는걸 그대로 따라 읽었다.

"그럼 가고일은 알고 있나요?"

'가고일은 뭐야 마키나!'

[... 가고일의 경우 종류에 따라 약점 부위가 달라집니다. 보통 스톤 타입의 경우]

"종류에 따라 약점이 달라집니다! 보통..."

그 후로도 강민아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지만 마키나의 도움으로 모두 대답할 수 있었다.

'갑자기 저 교수가 왜 저래, 호감도 때문인가?'

[ ... ]

강민아 교수한테 크게 잘못한 건 없었다. 하지만 강민아의 태도를 보고 깨달았다.

나는 강민아 교수한테 찍혔다.강민지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아니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네가 뭔 잘못을 했겠지! 우리 언... 아니 민아 교수님이 일부러 그럴 리는 없으니까"

"아니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너무 억울하다. 아카데미 생활은 억울함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났다.

강민아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김시우 학생, 잠시 대화가 가능할까요?"

"네?.. 네"

나는 찝찝한 표정으로 강민아 교수를 따라 개인 연구실을 향해 걸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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