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002 무한 리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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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 파일을 로드했습니다. ]
[ 환영합니다. 임시 사용자 김시우 님 ]
“시발.. 내 목?”
목이 잘려 나가는 기억과 함께 내 눈앞에는 이상한 상태창이 떠 있었다.
[ 이름 김시우 모솔아다, 추적꾼 아카데미의 최하위권 학생 ]
[ 20 XX 년 5월 23일 16시 20분에 게이트 믹싱 현상에 의해서 사망 ]
[ 그게 당신의 운명입니다. ]
"근데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 당신은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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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 살아남아서 탈출하기
당신은 여기서 죽을 운명입니다.
운명을 바꿔 당신의 자격을 증명하세요
보상 : 운명 포인트 및 기능 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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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탈출하라고? 어떻게?'
[ 튜토리얼 중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
"운명 포인트? 그걸 어디에다가 쓰는데"
[ 운명 포인트는 당신이 정해진 운명을 비틀거나 바꾸면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
[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능력들을 손에 넣거나, 현실을 수정하거나, 아이템과 거래할 수 있습니다. ]
"능력? 아이템?"
지금 당장 얻을 방법은 없는 거야?
[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
"야 찐따 자꾸 구석에서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미안 민지야 조용히 할게."
아까의 상황이 꿈이라도 되는 건지 평소의 강민지가 반겨 주고 있었다.
그동안 강민지의 파트너로 옆에 오랜 시간 동안 있었는데, 사실 민지는 나 말고는 다른 남자하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좀 입이 거칠긴 해도, 모질게 대하지는 않는 편이긴 하다.
'내가 죽는다고?'
[ 이미 죽으셨습니다. ]
'방금 그게 꿈이 아니라고?'
[ ...그렇습니다. ]
'나 각성한 건 맞아?'
그 괴물과 또 싸워야 하는 건가?
아까 목이 잘렸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지 목덜미가 따끔따끔 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튜토리얼이면, 이걸 계속 반복할 수 있는 거야?'
[ 네. 계속해서 반복하실 수 있으며, 포기하신다면 거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
'...'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까 만났던 그 해골바가지를 박살 낼 필요가 있었다.
마력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버러지 같은 몸뚱어리로, 하급 헌터 학살자라 불리는 스켈레톤 나이트를 이겨야 한다.
'이길 수 있을까?'
고개를 돌리니까 민지가 눈에 들어왔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날 지키려 하던 모습을 떠올리자 죄책감이 밀려왔다.
내가 너무 약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시발.. 나는 할 수 있다.'
남들에게 모두 무시당하면서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강한 정신력 때문이었다.
계속 죽어도 시도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거다.
"후우.. 시발 죽기밖에 더 하겠어?"
"야!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어?"
"이번에는 내가 지켜줄게."
"뭐…. 뭐라는 거야 찐다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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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그냥 손도 못 쓰고 죽었다. 해골 나이트와 싸우다 죽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 해골에 처맞고 죽었다.
민지가 어떻게든 지켜주려 했던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지 미안한 감정이 크게 일어난다.
"후우우.."
구석에 있던 검을 들어 올렸다. 아직은 어색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훈련을 받으면서 검을 사용해 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 역시 실전은 달랐다.
조금만 잘못하면 치명상이고, 딱 한 번만 실수해도 더 기회는 없었다.
두 번째 죽음, 아마 죽음을 두 번이나 경험해본 사람이 있을까?
벌써 두려움과 트라우마 때문인지 손이 떨리긴 했지만,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민 지 때문인지 나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날 지키려 하는 민지와는 다르게, 겨우 두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건가.
'그럴 리 없지. 그럴 거면 진작 포기했다.'
남들에게 다 무시당해도, 다 포기하라는 말을 해도 지금까지 버텨왔다.
'겨우 두 번 죽은 거야. 할 수 있다.'
다시 검을 쥐었다. 나는 놈보다 약하다.
내 신체 능력을 놈과 비교하면 어린아이와 성인의 차이 정도 될 거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수히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세이브 포인트..'
이번에 실패하면 3번째에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다.
"시발 할 수 있다."
박살 날 것 같은 보호막을 너머로 해골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급 몬스터라 불리지만 그 수가 많아서 그런지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할 수 있다!!"
"조용히 해! 멍청아!"
"응.. 미안 민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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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차.
인정한다. 내 검술은 핵폐기물 급으로 쓸모가 없었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못 해보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시발.."
겨우 3번 실패했다. 3번 정도 실패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게 죽음이라면 말이 달라지는 법이다.
자꾸만 죽기 전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팔이 날아가거나, 다리가 잘리고, 그 고통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것보다 더 날 괴롭히는 건 날 지키다가 죽는 민지의 모습을 계속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울한 표정으로 벽면에 기대어 쉬고 있는 민지를 볼 때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났다.
민지를 어떻게 해서든 지키고 싶다.
민지를 여기서 꼭 살려서 밖으로 보내주고 싶다.
다른 멋진 이야기 속 기사라면 가능할지 몰라도, 나는 각성도 못 했던 버러지였다.
"그래.. 게임에서 3번 죽었다고 포기하면 근성도 없는 병신이지."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검을 쥐고 허공에 휘둘러 본다.
역시 아직은 움직임이 어색하다. 그에 비해 해골 기사의 검술은 완벽에 가까웠다.
"완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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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차.
눈을 감은 상태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전과 비교하면 더 안정적인 자세로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검이 빠르게 움직였다.
해골 기사의 손목 움직임을 다시 떠올렸다. 어떤 방식으로 검을 쥐었는지, 어떻게 검을 휘둘렀는지 끊임없이 떠올린다.
'아직은 부족하다.'
이걸로 놈을 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이번에는 평범한 해골 기사 놈들의 골통 정도는 부술 수 있었다.
신체적인 능력은 몇 번을 반복해도 늘어나지 않았다.
그럼 내가 강해질 방법은 오직 기술을 연마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해골 나이트는 최악의 적이자, 최고의 스승이었다.
놈이 검을 휘둘렀던 방식대로 검을 휘두르자 검술이 더 날카롭고 위력적으로 변했다.
눈을 뜨니 민지가 날 뻔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
"왜? 뭐 이상해?"
"아무것도 아니야.."
처음에는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민지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민지가 보기에도 내 검술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민지야."
"왜 부르는데.. 찐따야."
"우리 살아서 나가자."
"...뭐래 멍청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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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회차.
보호막을 생성하던 마석에 불이 꺼지고, 드디어 해골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야 내 뒤에 잘 숨어 있어."
민지가 전투용 글러브를 낀 채로 중얼거렸다.
"나도 싸울 수 있어."
"너, 헌팅이 장난인 줄 알아? 각성도 못 했으면 뒤에 있어!"
특이한 빛을 내는 거구의 스켈레톤 나이트의 앞으로 작은 해골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각성을 하긴 했어."
"각성을 했다고? 어…. 언제 했는데?"
"방금."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해골들이 민지와 나를 향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달려 나가서 우리에게 달려드는 해골 병사의 머리통을 검으로 내려쳤다.
미약하긴 하나, 소량의 마나를 한 점으로 모은 공격에 해골의 머리통이 그대로 박살 났다.
"마력이 좀 부족해! 그러니까 잔챙이들 좀 부탁한다!"
"야! 찐따! 아니 김시우!! 위험하게 뭐 하는 거야!!"
뒤에서 거만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스켈레톤 나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마키나 시스템을 얻으면서 각성을 하긴 했지만, 지금의 신체 능력은 마력이고 체력이고 근력이고 뭐 하나 쓸만한 게 없는 상태였다.
여기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얼마 없는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해골 병사들 뒤에 숨어 있는 스켈레톤 나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오른쪽에서 달려드는 해골의 머리통을 정확하게 부순다.
이다음은 왼쪽에서 해골이 달려드는 공격을 피하고자 몸을 숙여야 한다.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해골 병사를 피해 쉴 틈 없이 달려 나간다.
이다음은 뒤쪽에서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앞쪽으로 굴러야 한다. 여기서 왼쪽 아래 있는 틈으로 몸을 욱여넣으면 어떻게든 해골 기사에게 닿을 수 있다.
등 뒤로는 민지의 전투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스켈레톤 나이트는 자신의 앞까지 당도한 내 모습에 흥미를 느꼈는지, 해골들에 명령을 내려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놈과의 일기토, 놈은 거만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놈의 검을 막는 순간 손목과 두 팔을 타고 들어오는 묵직한 일격, 근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다음은 왼쪽에서 찌르기!'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아슬아슬하게 놈의 검이 지나갔다.
해골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검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수십번 죽으면서 익힌 움직임으로 어떻게든 피했다.
중간중간 너무 늦거나 빠르게 움직이면서 작은 생채기들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놈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심장 쪽에 위치한 코어를 박살 내야 한다.
심장 쪽에 위치한 코어를 박살 내기 위해서는 오래되고 낡은 갑옷을 치워야 한다.
저렇게 보여도 내구성은 꽤 쓸만한 편이었다.
놈이 휘두르는 검을 어떻게든 받아치며 갑옷 뒤에 코어를 노렸으나 저질스러운 몸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시발.."
점점 줄어드는 체력 때문에 검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아.."
"야!!! 김시우!!!!!!"
"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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