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60)

43화.

그의 목에서 다시 한번 끓는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위치가 바뀌었다.

위로 올라온 그가 깊이 침잠한 눈으로 시선을 얽혀왔다.

황금의 눈 주위가 열감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끙. 그대와는 매번 해도 해도 부족합니다.”

말을 마치자 곧바로 그가 허리를 움직였다.

흐른 지도 몰랐던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된 페니스가 빠른 속도로 아래를 들어왔다 나갔다.

침대가 부서질 듯 꽝꽝 박아대는 소리가 고요한 새벽을 갈랐다.

“흐읏. 으앙. 으으.”

“끄윽. 끕. 레일라… 아아, 레일라. 나의 레일라. 당신 없이.”

그의 말을 끝까지 듣기 전에 쾌락으로 정신이 몽롱해지고 머리가 하얘졌다.

크게 흔들리던 침대가 서서히 정지하는 순간 그가 입술을 길게 묻었다.

끝나지 않은 허리를 퍽퍽 치대는 소리와 질꺽이는 소리가 밝은 해가 들어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똑똑— 똑똑—

처음에 두 번으로 시작한 노트 소리가 수없이 이어지기 시작하자 그가 움직이는 허리를 멈추고 짜증 나는 시선을 던졌다.

“레일라, 미안합니다. 잠시만요.”

나신으로 천천히 일어난 그가 문으로 향했다.

“누구냐! 내가 분명 방해하지 말라고…….”

“폐하, 잠시만 나와보셔야 합니다. 급한 일입니다.”

레이오드였다.

그가 돌아와 조심스러운 손길로 나를 바로 눕히고 얼굴과 몸을 정리해 준 후, 옷을 걸쳐 입었다.

“뭔가 일이 있나 봅니다. 금방 다녀와서 챙겨줄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요. 절대 혼자 두지 않으려고 했는데. 금방 오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계속 지켜보다가 열락으로 들뜬 눈을 감았다.

* * *

방문을 나서기 전에 레일라를 돌아보고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레이오드, 무슨 일이냐?”

“폐하, 서둘러 제국으로 가야 할 거 같습니다.”

“급하게 갈 일이라도 있나?”

레이오드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몇 번 흔들리며 아래쪽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니까?”

“추격대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밤새 내내 5명을 처리했지만, 더 몰려오고 있습니다.”

추격대라고?

누가.

아… 그인가. 스타멘 공작 케이드란.

그가 아니고서는 추격대를 보낼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벌써 쫓아왔단 말인가?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갔어야 했는데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집착으로 봤을 때, 절대로 레일라를 그냥 놓아주지 않을 테니.

“서둘러 간다. 참, 레일라 영애가 아직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드니, 어제처럼 마차를 준비해 주고, 마차에는 짐과 레일라 영애만 타겠다. 이곳에서 제국까지는 얼마나 걸리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틀 안에는 이곳 유레안 제국 땅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더 빠른 길은?”

“게이트가 있습니다만, 이곳은 없을 겁니다. 아니면 수도로 돌아가 수도에서 다시 게이트를 타야 합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수도에 가면 스타멘 공작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달린다. 제국까지 쉬는 시간 외에는 무조건 말을 달려 돌아가도록.”

“네, 폐하.”

레일라를 데리고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가야했다.

급한 걸음으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서 눈을 감고 있는 레일라를 일으켜 세웠다.

“레일라, 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조금 서둘러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니 마차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할 테니, 조금 불편해도 참아 주십시오.”

그녀를 안고 욕실로 가서 씻긴 후에 옷을 입혔다.

자꾸 불편한 듯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모습과 눈 둘 곳을 찾지 못해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옷을 입히는 와중에도 자주 입술을 내려 그녀의 곳곳에 입술을 묻은 후에야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녀를 안고 밖으로 나오자 레이오드가 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다가왔다.

“식사는?”

“아래층 식당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레일라를 안은 채 그녀를 가리고 있는 재킷을 더 내려 가리고 멈춘 걸음을 다시 옮겼다.

“식당에 아무도 없이 모두 물려라.”

의아하게 바라보는 레이오드에게 눈짓을 하자 그가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시선을 내렸다.

“레일라, 식사 후 바로 마차를 타고 갈 겁니다. 식사는 아무도 없이 물리라 했으니 편하게 하고 바로 마차를 타면 될 겁니다.”

“네.”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며 말하는 그녀가 아름다웠다.

잰걸음으로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레이오드가 사람들을 물려놔서 다행이었다. 나보다 레일라가 불편해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

“레이오드, 너도 나가.”

“…하지만, 폐하.”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나가.”

주변이 전부 조용해지자 재킷을 제치고 레일라의 얼굴을 드러냈다. 자세를 다잡아 허벅지에 편하게 앉게 하고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기댔다.

“자, 아…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폐하.”

“그대의 몸이 잘 움직이게 되면 그때는 혼자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게 기회를 주세요.”

* * *

프레드릭이 하는 대로 입을 벌렸다. 그가 내게 해주는 모든 행동에 애정이 묻어났다.

또다시 간질거리는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소리를 들으며, 입을 벌렸다.

그 모습에 그가 눈을 크게 휘며 수프를 입에 넣어 주었다.

“폐하도 식사하셔야죠. 저만 이렇게.”

접시가 다 비도록 그는 내 입에만 음식을 가득 넣어 주었다.

“그대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릅니다.”

정말… 모르겠다.

“같이 먹어요. 안 그러면 저도.”

그제야 그가 반응했다.

내게 오던 포크가 멈칫하고 멈추더니, 그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한번은 그에게 또 한번은 내게.

“이렇게 한번 한번 같이 먹겠습니다.”

그가 포크를 입에 넣어 주는 대로 먹다가 더는 먹기가 힘들어 입을 꾹 다물었다.

한참을 포크를 든 채 입 앞에 멈춰있던 그의 손이 움직여 입으로 들어갔다.

몇 번 더 손을 놀린 그가 접시를 밀어 멀리 보내고 물컵을 내 입에 대주었다.

그는 능숙하게 내 시중을 들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그가 다시 나를 조심스럽게 안고 밖으로 나오자 레이오드가 다가와 마차로 안내해 주었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간다. 레이오드, 네가 칼라엘과 같이 움직여라.”

“네, 폐하.”

마차에 타고서도 그는 날 내려주지 않고 그대로 안았다.

“마차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아직 몸이 전부 움직여지는 것은 아니니 이대로 있는 것이 좋을 겁니다.”

가만히 눈만 깜빡이자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고 내 몸이 살짝 더 당겨졌다.

“레일라, 스타멘 공작이 추격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대가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나페아 제국으로 돌아갑니다.”

뭐라고?

큰 오라버니가 추격대를 보냈다고.

긴장되는 몸이 굳어지자 그가 안고 있는 손을 움직여 부드럽게 등을 쓸어 내렸다.

“그대가 이렇게 긴장할 건 없습니다. 나를 믿어 줘요. 네?”

“…네, 믿어요.”

맞다.

프레드릭 황제야말로 검술과 마력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는 능력자니까. 조금 전은 그동안의 학습된 몸의 반응일 뿐이었다.

몸의 긴장이 금방 풀렸다.

“네, 믿어요. 정말로요.”

그가 얼마나 소중하게 대하는지 아니까. 그거 하나만 생각하면 된다.

그의 모든 것을 바쳐 지켜줄 것을 믿는다. 이제는 정말 그를 믿는다.

내 말에 눈을 휘며 웃는 그의 모습에 같이 웃었다.

웃음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그는 나를 보면서 자주 웃는다.

정말 자주.

“레일라, 눈 감고 자요. 내가 꼭 안고 있을 테니까. 믿고 자면 됩니다.”

그의 말에 서서히 눈을 감았다. 마차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이 기분 좋게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어느 순간, 얼굴로 쏟아지는 따가움이 사라졌다.

그의 커다란 손이 내 얼굴 위를 온통 덮어 그림자를 만들었을 때.

빠른 마차와 반대되는 평화로운 하루였다.

그 아래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내 마음을 누르면 그가 만들어준 그늘에서 깊이 잠이 들었다.

“마차… 뒤에… 서둘러… 한 놈도.”

잠결에 들리는 짤막한 말에 섞인 다급함이 잠을 깨웠다.

언제부터 내려다보고 있었는지 모를 그의 눈과 바로 마주쳤다.

“레일라, 미안하지만 잠시만 마차에 누워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왜요? 무슨 일이.”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큰일은 아닙니다. 추격자가 바로 뒤까지 와서 공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마차를 멈추고 조금 쉬고 가야 하는 것뿐입니다.”

“설마?”

“걱정할 거 없습니다. 나를 믿고 그대로 있으면 됩니다.”

그를 믿는다. 믿는데… 마음 한쪽에 걱정이 스며들었다.

불안한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조심스럽게 마차 의자에 나를 눕혔다. 내 위로 그의 재킷을 덮어주고 검을 챙겨 내렸다.

그의 커다란 등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강하다는 건 알았지만, 걱정은 별개의 마음이었다.

‘실력 있는 자들일 텐데.’

쨍강. 쨍강.

“멈춰라.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고함 소리가 들렸다

* * *

레일라가 타고 있는 마차 쪽을 스치듯 살피고 검을 쥐었다.

이 상태로는 위험했다.

저들은 지금까지 보낸 추격자와는 결을 달리하는 실력자들이었다. 다칠 수도 있는 자들이었다.

마차 뒤쪽에서는 칼라엘이 두 명과 칼을 맞대고 있었다.

밀리지는 않았지만, 결코 우위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만큼 저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리라.

“레이오드, 저들을 뒤로 빼라. 내가 직접 상대한다.”

“폐하, 그건 안 됩니다.”

“여기까지 와서 저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 당장 내 말대로 해!”

물러서지 않으려는 레이오드를 뒤로 물리고, 나머지 호위들도 전부 뒤로 물렸다.

칼라엘이 상대하고 있는 2명을 놔두더라도 8명을 더 상대해야 했다.

몸에서 마력을 끌어올려 마차를 둘러 보호막을 쳤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레일라만은 반드시 지켜내야 했다.

검을 들고 순식간에 쏟아져 나가자 가장 뒤쪽에 자리하고 있던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손짓했다.

전부 내가 있는 쪽으로 전열을 가다듬으며 순식간에 쇄도하며 달려들었다.

두 명씩 나뉘어 앞과 뒤, 오른쪽 왼쪽을 모두 에워싸고 순식간에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뒤쪽에서 다가오는 두 놈을 베었다.

한 놈은 오른쪽으로 비켜 심장을 찌르고, 다른 놈은 달려드는 칼을 튕겨 한 번에 목을 잘랐다.

컥—

순식간에 두 명이 사라지자 다른 곳에서 쇄도하며 달려든 놈들이 주춤거리는 순간 오른쪽에서 달려드는 두 놈을 다시 빠르게 베어냈다.

“끄윽. 끅.”

이제 남은 건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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