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60)

41화.

그는 미소를 지은 채 몇 번 더 물을 먹여주었다.

“이…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폐하.”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

“압니다. 그대가 얼마든지 혼자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바라는 건 그대가 좀 더 나에게 기댔으면 하는 겁니다. 이럴 때 아니면 그대는 무슨 일이든지 혼자 알아서 할 테니까요.”

그랬다.

그의 말이 맞아,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눈동자를 떨어트렸다.

“그대에게 나라는 사람이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니… 내게 의지해요.”

애처로운 말끝이 가늘게 흩어졌다.

그의 말과 몸짓이 내게 정면으로 부딪쳐왔다.

멍해 있는 내 얼굴 위로 그의 입술이 내려와 입술 끝에 맺혀 있는 물방울을 혀로 핥았다.

소중하게 대하는 그의 행동이 심장을 조여왔다.

진정되지 않는 심장의 소음을 그가 들을까 두려워 눈을 내렸다. 그의 시선이 떨어져 나가자 안심하는 내 손을 그가 잡았다.

물기 젖은 손수건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손을 닦아 주었다.

멈추지 않은 그의 커다란 손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맨발을 감싸 들어 올렸다.

“폐… 폐하.”

그가 눈꼬리를 내려 웃었다.

“난 누구에게도 이런 것을 해준 적이 없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누군가가 해주는 손길만 받았는데… 이렇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아마도 그게 그대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한발 한발 정성스럽게 닦던 그가 입술을 내려 발등에 낙인을 찍었다.

“폐하!”

“그대의 발이 너무 귀엽습니다. 이런 작은 발이 있다니. 그대로 인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아가고 있어요.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습니다.”

그가 뜨거운 숨결이 발등을 간지럽혔다.

심장이 시끄러운 속도록 빠르게 내달리자 허락이라 생각한 그가 발가락 하나하나에 입술을 내렸다.

“프레드릭. 그대가 그렇게 불러주길 바랍니다. 레일라, 그대가 불러주는 이름이 듣고 싶어요. 그래 줄 수 있나요?”

“…네.”

묻고 싶었다.

정말로… 정말로, 내가 그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레일라의 발은 작고 예쁘고… 여기에 있는 발톱까지도 너무 예뻐요. 정말 이런 것은 태어나 처음 봅니다.”

너무 귀엽고 예뻐요.

그의 입술이 발가락을 빨고 혀로 핥았다. 스치는 오돌토돌한 혀끝에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대는 발가락도 느끼나 봅니다. 정말, 이 상태에서.”

발가락부터 타고 오르는 짜릿함에 저절로 아래가 젖는 느낌이었다.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도 선명히 느껴지는 저릿함.

하아—

그가 길게 신음을 뱉어내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욕망으로 탁해진 눈이 긴 속눈썹 사이로 사라졌다.

“레일라… 그대와 함께 있으면 도저히 몸이 통제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게 뭔지. 그대의 몸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바로 반응을 하니.”

그의 얼굴이 내 속눈썹에 닿을 거리만큼 가까워졌다.

“잠깐 키스만 해도 될까요? 그대가 사라졌을 때부터 내가 얼마나…….”

그가 주먹을 말아주며 길게 눈을 감았다 떴다. 고통으로 점칠 된 눈빛이 정리되는 모습이 눈에 선명히 박혀 들었다.

내가 없었던 시간만큼 그는 힘들었던 걸까.

승낙의 뜻으로 받아들인 그가 입술을 내렸다.

입술 안으로 뜨거운 숨결이 불어 넣듯이 넘어왔다.

부드러운 혀의 움직임.

난폭한 혀의 움직임에 길들였던 입술이 부드러운 그의 움직임을 따라 물들어갔다. 그를 닮은 혀가 배려를 담아 부드럽게 치아를 훑어 내렸다.

끈적한 움직임을 따라 같이 혀를 움직여 따라다니자 그가 옅게 웃었다. 그 웃음을 느끼기도 전에 그의 혀가 내 혀를 옭아맨 채로 그의 입속으로 데려갔다.

“하아, 레일라.”

그가 입속에 있는 혀를 부드럽게 빨고 목구멍 안쪽까지 밀어 넣었다. 얼마나 빨아댔는지 혀가 다 얼얼할 지경이 되도록 그는 내 입술을 놓아 주지 않았다.

입안이 온통 그라는 사람으로 젖어갔다.

똑똑—

그의 키스와 온몸에 흐르는 짜릿함에 절은 머리가 마차를 노크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폐하!”

노크 소리가 몇 번 더 울리고, 부르는 소리까지 들리고야 프레드릭이 나를 놓아주었다.

“…무슨 일이냐?”

“잠시 나와보셔야겠습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가야 할 듯합니다. 폐하께서 허락하시면 이곳에서 쉬고 가겠습니다.”

레이오드의 말에 그의 한쪽 눈썹이 구겨졌다.

“그냥 잡어. 가장 좋은 방으로 잡아라. 아… 레이오드. 좋은 방 하나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

머뭇거리듯 말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네, 폐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레이오드가 가자 그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그대가 지금 혼자 움직이지 못할 상황이니 내가 그대 옆에서 있으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긴 키스에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로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

레이오드가 돌아와 방이 준비됨을 알렸다.

그가 부드럽게 엄지를 움직여 입술을 쓸더니 단단히 나를 안아 들고 마차에서 내렸다.

어느새 내 시야가 가려졌다.

그의 재킷이 얼굴을 온통 덮어 버렸기에,

“레이오드, 짐의 방 쪽으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게 주의하고, 시종을 보낼 필요는 없다. 오늘은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다. 다만, 레일라 영애와 내 옷만 잘 챙겨서 보내.”

“네, 폐하.”

평소의 그의 습관 때문인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레이오드가 앞장서 걸었다.

“레일라, 이제 안으로 들어가 여관에서 쉬고 갈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참으십시오.”

그의 긴 다리가 큰 보폭을 만들며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다.

“참, 레이오드. 따라온 칼라엘에게도 방을 주고 쉬게 해라. 이쪽으로는…….”

그의 눈이 아래로 뚝 떨어져 내 얼굴을 살피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오지 않게 조심시키고.”

예를 갖춘 레이오드가 물러가자 그가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 * *

이곳에 함께 온 칼라엘을 레이오드에게 맡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누구라 하더라도 나와 레일라와 공간에 들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레이라, 침대에 눕히겠습니다. 이곳에 누워있으면 식사와 목욕은 내가 직접 해줄 테니 불편해도 좀 참아요.”

“네? 그… 그렇게까지.”

레일라의 속눈썹이 풍랑을 만난 것처럼 떨어대는 모습이 귀여워 계속 보고 있다가 시선을 들어 올렸다.

여기엔 그녀와 나뿐이니… 내가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식사를 들여 탁자에 놓자 그녀를 안고 가서 허벅지 위에 앉혔다. 작게 오물거리는 입에 수프부터 떠서 먹여주었다.

오물거리는 입에 계속해서 먹여주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더는 못 먹겠어요. 폐하.”

“그대는 너무 가볍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먹으면 안 될까요?”

“네?”

“매우 가볍습니다. 조금만요. 네!”

오물거리는 입술이 예뻐 조금 더 먹이기 위해 떼를 썼다.

억지로 그녀에게 조금 더 먹이고 시종을 불러 치우게 한 후 레일라를 침대에 눕혔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욕실에서 물을 좀 받고 올 테니.”

오늘은 정말 그녀를 씻기기만 할 것이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를 안을 정도로 미친놈은…….

끙. 미치겠네.

도저히 그녀와 함께 있으면 제어가 되지 않았다.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시 터지는 한숨을 씹어 삼키고 레일라가 누워있는 침대에서 그녀를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

“레일라, 이제 옷을 벗기겠습니다.”

“…….”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담백한 손길로 그녀의 얇은 옷을 벗기고, 한 손으로 그녀를 안은 채 내 옷 또한 벗어 던졌다.

그녀의 부드러운 살에 또다시 반응하고 말았다.

“미안합니다. 정말 고의는 아닌데.”

정말 내 몸이 미쳤나 보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민망해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욕망하는 눈동자를 가리기 위해 속눈썹을 내리덮고 그녀를 안고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편하게 자세를 잡기 위해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몸을 밀착했다.

빈틈없이 맞물린 몸에 만족감이 밀려왔다. 이제야 그녀를 찾은 것이 실감 나고 있었다.

목에 닿는 따뜻한 느낌이 간지러웠다.

“으윽. …레일라.”

욕조 물의 찰랑거림이라 여겼는데.

물의 느낌보다는 좀 더 축축한 느낌이 드는 돌기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덩이에 고개를 내렸다.

“하아, 레이라. 정말… 내가 마치는 꼴이 보고 싶은 겁니까? 겨우 참고 있는 내게.”

이제는 한계였다.

그런데도 목에 닿은 그녀의 혀는 멈추지 않았다. 뜨거운 자극에 노출된 목에서 시작한 저릿함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녀의 혀가 움직였다. 목에서 내려 어깨선을 타고 길게 늘어졌다.

“제… 제발, 레일라.”

옷을 벗을 때부터 발기해 있던 페니스가 더는 커질 수 없는 크기까지 부풀어 올랐다. 욕망에 젖은 탁한 눈동자로 그녀를 살폈다.

열에 달뜬 눈이 젖은 채 혀를 굴리는 그녀의 모습이 야릇했다.

그녀의 타액에 젖어가는 어깨에 더는 참지 못하고 입술을 내려 살 위를 유영하는 그녀의 혀를 엮었다.

“아, 아. 레일라. 내가 얼마나. 하아.”

애원에 가까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를 볼 때마다 욕망하는 내게 그녀의 행동은 겨우 붙잡고 있는 이성을 모두 휘발시켰다.

허겁지겁 혀를 엮었다.

혀만…입술만…그래야 했다.

혀를 엮으며 밀어내는 힘에 흔들거리는 그녀 아래와 페니스가 맞춰졌다.

딱딱하게 솟은 페니스가 그녀 안에 들어가 버렸다.

“으윽. 하아.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더는 말조차 이을 수가 없었다. 먹기 좋게 숙인 입 사이로 침투한 그녀의 혀가 내 입안을 온통 헤집고 있었기에.

‘어라, 그녀의 몸이?’

입과 고개만 움직이던 그녀가 몸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 움직임을 이렇게 움직일 줄은 몰랐지만.

죽을힘을 다해 몸을 묶어 두었다.

약 기운이 가시지 않은 몸임을 상기하면서.

“…저도, 저도 원해요.”

그녀가 나를 원해준다.

그녀의 말은 몸을 다잡으려는 욕망에 젖은 내 몸을 해제시켜 버렸다.

제약에서 풀려난 몸이 멋대로 움직이기 직전이었다.

“레일라, 레일라. 정말 좋습니다. 미쳐버릴 만큼.”

그녀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다리를 양쪽으로 더 벌리고 좀 더 삽입되기 쉽게 만들었다. 그 사이로 맞붙은 페니스를 더 깊게 밀어 넣었다.

완전히 이성을 놔버리지 않기 위해 이를 갈았다.

“폐하…폐하, 저도 원해요.”

두 번째 원한다는 말.

“그대는 정말… 아닙니다. 아마 원하는 거로 따지면 나를 따라오지 못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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